▶3일차
2008. 1. 9(수) 날씨-날씨가 매우 화창하다. 23,100보
제주용두암레포츠공원→이호해수욕장→구암리→애월→곽지리→곽지해수욕장
◉ 아름다운 제주 해안선 길
아침 7시에 잠에서 깨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나왔다.
아침을 하는 나를 보고 춥지 않느냐며 텐트에 가까이 온 사람들 마다 묻는다.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자기도 서울에서 제주도로 온지 2년 됐다며 이것저것을 묻는다.
텐트의 가격, 침낭은 어떤지 등 등............
암 수술을 하고 요양을 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 왔다며 자기도 야영을 하며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의 제주도 날씨는 매우 좋다.
내가 가져온 침낭(동계용 1500g)으로는 전혀 추위를 느낄 수가 없다.
옷을 벗고 팬티만 입고 잤다.
혹시나 해서 핫팩을 10개쯤 가져왔지만 아직은 안 써도 될 것 같다.
야영을 하면 텐트를 치고 밥을 해 먹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아침엔 텐트가 결로 현상으로 해서 물기를 말려야 하기 때문에 햇볕이 나서 마를 때 까지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 배낭을 꾸리는데 그 시간도 만만치 않다.
텐트에 누워 창을 조금 열고 하늘을 보는데 큰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지나간다.
정말 크다.
바로 머리 위를 지나간다.
누워서 보는 비행기가 무슨 익룡처럼 느껴졌다.
짐을 챙기고 나서 주변을 청소하고 바다를 보면서 걷는다.
배낭의 무게가 많이 무겁다.
이 무게로 계속 걸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바다는 눈을 맑게 한다.
바다는 머리를 시원하게 한다.
바다는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바다의 빛깔은 보여지는 것이 다르다.
어느 곳은 청색이고, 어느 곳은 옥색이고, 어느 곳은 짙은 색이고 어느 곳은 옅은 초록이고.........
이렇게 바다의 색이 다양하게 보이는 줄 예전엔 몰랐다.
맑은 청옥빛 바다는 생각도 맑게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행복하다.
바다의 저 먼 곳은 나의 태고적 전생이다.
해안도로에 아름다운 곳은 모텔이나 음식점, 콘도식 펜션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 사람들은 묘지를 바다가 가까운 곳에 만든다.
바다는 바닷가 사람들의 영혼의 고향이다.
겨울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이 적어서 그만큼 여백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조그만 마을들이 아름답게 바다를 바라보고 양지를 찾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육지에 집들의 방향은 남향을 바라보게 집을 짓는다.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고 집을 짓는다.
바닷가 사람들은 모든 바다가 마음속 남향이다.
이호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매우 아름답다.
잠을 텐트에서 해결하니 경제적 부담은 적은데 씻질 못해서 옷이나 침낭에서 땀 냄새가 난다.
땀은 원초적 냄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발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호해수욕장 가게에 들러서 바늘과 실을 샀다.
양쪽 발에 생긴 커다란 물집을 정성껏 다스렸다.
걸을 것 없는 도심의 길에서 연약하게 길들여진 발은 무거운 짐을 지탱하기엔 무리인가 보다.
발을 보고 있으니 계속 갈등이 생긴다.
이대로 걸을 것인가?
배낭을 제주시에 맡겨 놓고 매식과 민박을 하며 걸을까?
트레일러 딸린 자전거를 빌릴까?
유모차를 빌려 짐을 싣고 걸을까?
아니면 카트를 빌릴까?
결론은 가는데 까지 가보자였다.
배낭이 무거워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 봐야겠다.
하루 20,000보 걷기도 힘들다.
해가지고 날은 어두운데 텐트 칠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텐트 칠만한 곳이 없으면 길옆 아무 곳이라도 칠 작정이다.
양말은 물집에서 배어나온 진액으로 인해 그 자리가 질척거린다.
바로 신었다가 뒤집어 신고, 왼쪽 오른쪽 바꿔 신어 본다.
애월에 와서 슈퍼에 들러서 신발 깔창을 사서 신발에 하나 더 끼워 보았다.
신발은 경 등산화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물었다.
곽지 해수욕장에 가면 텐트를 칠 수 있다고 했다.
길이 너무 어두워서 해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쓰고 작은 불빛 따라 걷고 있다.
랜턴의 불빛으로 멀리있는 사물들을 판단하기란 쉽지않다.
멀리 등대 불빛들이 랜턴 불빛을 보고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아주머니가 20분만 걸으면 나타난다고 했는데 30분을 걸어도 안 나온다.
혹시 잘못 왔나 걱정이 된다.
드디어 해수욕장 표지판을 발견했다.
8시 30분에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가게에 들러 맥주와 물을 사면서 텐트칠 곳을 물으니 아무데나 칠 수 있다고 한다.
곽지 해수욕장에 야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혼자 해수욕장 전체를 전세낸 것 같다.
큰 해변에 홀로 있는 텐트는 외롭다.
밥을 해서 먹고 텐트에 들어갔는데 땀을 너무 흘리고 바람을 쐬인 탓인지 머리가 아프다.
두통약을 챙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라디오에선 내일 제주도엔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비가 오면 민박을 할 예정이다.
밤에 보이는 바다는 파도 소리로 들어온다.
텐트가 바람에 흔들린다.
핫팩을 하나 뜯어 흔들었다.
눅눅해진 침낭이 핫팩의 열기로 따듯해져온다.
제주의 바다는 어디를 가든 아름답다.
해안도로는 특히 경이롭다.
침낭을 뒤집어쓰고 이 글을 정리하는데 어깨가 저려오고 침낭 밖이 차갑다.
옷에서는 땀내가 나고 모자를 썼던 머리부분엔 손오공이 쓴 머리테 마냥 조여있는 느낌이 계속 남아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누웠다.
해변이라 바람이 제법 분다.
지척에서 커졌다 작아지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파도에 모래 들의 움직임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바닷가 꿈길에서 아름다운 인어공주를 볼 수 있길 기대하며 잠을 청한다.
-PC방에 잠깐들러 쓰는 글이라 글이 마음에 안든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62/11_cafe_2008_01_10_18_42_4785e892cc0ae)
첫댓글 스타킹을 사셔서 신고 양말을 신으시면,, 크흐흐,, 여러명이 그리하는데요,, 물집이 잘 안잡혀요,,
겨울인데~ 대단하세요. 화이팅!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에게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 같기도 하고...다음 여정이 기다려집니다.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세상 어느 분 보다 멋지십니다. 끝까지 건투하셔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큰 기쁨이 되게 해 주십시오. 야서님 홧팅!!!!!
아~~~ 부럽네요..저도 봄과 여름사이에 제주도 오름 트랙킹 가려고 준비 중이예요...끝까지 완주하세요. 응원해 드릴께요
감동!감동! 진~짜 진짜 부러워요~넘 대단하세요~ 그것도 혼자서! 저도 꼭~한번 제주도 완주하고 싶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물집이 잡히더라도 ~! 절대 물러서지 않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