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보음에 눈을 떴다.
어제 과음을 한 탓인지 깊게 잠들지 못한 것도 이유겠지만,
체감상 10분 넘게 계속 울려대는 자동차 경보음에 잘 수가 없었다.
어지러운 정신머리를 붙잡고 어기적대며 일어났다.
"물.."
물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이 탔다.
숙취가 있다고는해도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갈증을 느꼈다. 뜨거웠다.
문을 열고 부엌을 향했다.
작은 부엌창을 통해 밖을 봤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퍼져있는 밖을 보니 목이 한층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느릿느릿 냉장고에서 500ml짜리 물병을 꺼냈다.
물병에는 물이 반 정도 남아있었다.
"내가 어제 술김에 물을 마셨나?"
평소 같았으면 물병에 물이 남아있을리 없었다.
한 번 깐 물은 다시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한 번 깠을 때 물을 다 마셔버리거나, 남는다 하더라도 식탁에 올려놓고 마셔왔다.
술 김에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면서 찬 물을 조금씩이지만 빠르게 마셨다.
빈 병은 구겨서 재활용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밖에선 계속 자동차 경보음이 울렸다.
숙취때문에 어지러운데 날 선 소리가 계속되자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바쁜 한 주를 끝내고 맞는 주말치고는 시작이 좋지 않았다.
다시 부엌으로 가 창 밖을 봤다.
아직 커튼을 걷지 않아 어두운 집에서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주인이 어디갔나?"
골목을 막고있는 자동차를 어떤 사람이 주기적으로 걷어차고 있었다.
아무래도 차를 끌고 나가야하는데 다른 차가 주차를 이상하게 해놓고 사이드까지 걸어놓은듯 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지 않은 걸 보아 연락처도 남겨두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경보음을 울려 주인이 나오게하려는 듯한데, 15분 정도가 흐른 지금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생이구만. 주말 아침부터."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방으로 들어와 대자로 누웠다.
그래도 어제 술을 마시기 전 숙취음료를 마셔서인지 어지러운 것만 제외하면 견딜만했다.
머리가 간지러워 뒤통수를 긁는데 통증이 밀려왔다.
"여긴 또 왜이래"
혹인 것 같았다.
볼록하게 튀어올라온 혹이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어제 술김에 어디에 부딪혔나하고 기억을 더듬어봤다.
술자리 중간중간이 기억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올 때는 하나도 기억이 없었다.
얼마나 마셔댄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당황스러워 핸드폰을 봤다.
시간은 늦지 않은 6시.
그런데 신경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핸드폰 액정도 깨져있었다.
이것 역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건 또 어디서 떨군 거야."
한숨 섞인 혼잣말이 나왔다.
방에서 나와 거실 커튼을 걷었다.
10평 남짓한 전세방이 순간에 환해졌다.
밖에 잔뜩 낀 먼지때문에 답답한 밝음이었다.
어제 멋대로 벗어둔 옷가지들을 주워 옷걸이에 걸고 건조대에 걸었다.
옷이 더럽진 않아 탈취제를 뿌리는 것만으로 나중에 다시 입을만 했다.
마지막으로 밝은색 외투를 집어들 때, 한 숨이 나왔다.
등 쪽이 굉장히 더러웠다. 무언가 잔뜩 묻어있었는데,
이게 뭔지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혹시나해서 검은색 바지도 다시 살펴보니, 같은 걸로 보이는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었다.
"어제 뒤로 넘어졌구만."
혹과 휴대전화 액정, 그리고 옷까지. 만취상태로 뒤로 통나무처럼 넘어진 것 같았다.
그 때 사이렌 소리가 났다.
부엌 옆의 빨래방으로 옷을 들고갔다.
빨래통에 옷을 넣고 부엌 창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온 경찰차가 보였다.
아무래도 차를 걷어차던 사람이 경찰을 부른 것 같았다.
냉장고에서 다시 물 병 하나를 꺼내 마시며 어떻게 되어가나 구경했다.
길지 않은 기다림 끝에 견인차가 왔고, 차를 견인해갔다.
견인차와 경찰차, 차를 걷어차던 사람의 자동차까지 동네를 빠져나가자 정적이 찾아왔다.
아직 커튼을 걷지 않은 방에 다시 들어가 누웠다.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있자니 졸음이 다시 몰려왔다.
잠에 몸을 맡겼다. 평화롭다.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