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 공중정원 (부제: Dark Side Project) 01화 ]

[텅아웃]

-공중정원 (Hanging Garden)-

: 바빌론의 왕은 슬픔에 잠겨있는 왕비를 위해 메디아에 있는 어떤 정원보다도 아름다운 정원을 바빌론에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공중정원

   01화

 * 일산경찰서

"한형사!! 이게 대체 몇번째야! 어?! 경찰계에서 떠나고 싶어?!"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합니다!! 그 말 하면 뭐가 달라져?!

다 잡은 범인을 풀어주다니, 대체 제정신인거야?!!"

"그치만......그 사람이 그랬어요. 자기에겐 굶고있는 처자식과 아내가 있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절도를 한거......"

"이유가 어찌됬든간에!! 범행을 일단 저질렀으면, 범인은 범인인거야!!

형사가 되서 왜 그걸 몰라?!"

"......"

"우리 형사들은 냉철함이 기본이야!! 그딴 거짓으로 둘러싸인 동정따위에 휘말려선 안된다고!"

"......"

"빽으로 들어왔으면, 그냥 얌전히 좀 있으란 말이야. 대체 왜 일을 만들어?!"

난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살짝 수그리고, 얼른 김반장님의 훈계가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강력반 전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두들 자기들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땀을 삐질- 흘려대며,

상황을 지켜보고있었다. 김반장님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입을열었다.

"이번에 자네가 철 없이 풀어준 범인이 우리가 2개월동안 찾아다니던 놈인거 알아 몰라?"

"...압니다."

"자네는 지금 우리 부서에 큰 피해를 입힌 셈이야. 범인을 풀어준 형사는

우리 부서에 필요 없단 말이야. 물론 어느 부서든지!"

"......"

"생각같아선 바로 쫓아버리고 싶은데...경찰청장님이 간곡히 부탁한 것도 있고하니..."

그게 아니라, 내가 빽써서 어린나이에 형사가 되어 강력반에 들어올 수 있었던게  

경찰청장인 우리 아빠때문에 그렇겠죠.

"...한형사 자네, 지금 21살이라고 했나?" 

"네."

"자네에게 임무를 하나 주겠네."

그 말에 내가 놀란 눈을 하고서 김반장님을 쳐다보았다.

들어온지 3개월 겨우 되가는 새내기 형사인 나에게??

난 2달 동안 화장실 청소라든지 강력반 청소 등등, 뭐 자질구레한 일들을 시킬줄 알았는데

임무를 주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반장님은 책상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호치케스로 찍혀있는 하얀 종이 여러장을 내밀었다.

그 하얀 종이 맨 앞면에는 'Dark Side Project.'라고 써있었다.

* Dark Side : 죄악으로 추잡하고 부정적인 면.

"요즘 폭력사건에 관련된 신고가 굉장히 많이 들어와.

근데 웃기게도 그 주범들이 거기에 적혀있는 고3 녀석들이란 말이야."

"......"

"전부 4명인데. 부모없이 4명이서만 같이 살아. 물론 부모는 살아있는데,

지네들끼리 사는거지.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

"......"

"그 녀석들은 서로만을 믿고 의지하고 있어. 그래서 말이야......"

"......"

"한형사 자네가 이 녀석들의 마음을 짓뭉게버려."

"......네?"

아무말없이 김반장님의 말을 들으며, 종이를 뒤적거리던 내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로만을 믿고 의지하는 그녀석들의 마음을,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만들어버리라고."

"......"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폭력사건이 덜 생기겠지. 폭력사건은 그녀석들 4명이 똘똘 뭉쳐다니면서

일으키는 것이니까."

"......"

"방법은 한형사 자네가 알아서 생각해. 지금 강력반에 신고접수 들어온게

몇갠데,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나부랭이들이 일으킨 자질구레한 사건들까지

우리가 맡을 순 없잖아? "

지금 그말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나한테 맡긴다. 이말이군요?

"비록, 자넨 여자고, 그 녀석들은 모두 남자긴 하지만.....

자네가 그 녀석들과 나이도 비슷하니까...잘 할 수 있겠지.

기간은 3개월 주겠어. 사람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정도는 필요하겠지?

알아들었지? 철저히 뭉게버려. "

"......"

"만약. 그러지 못하면, 자네 아버지고 뭐고. 자넨 끝이야."

그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종의 반장님과 저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군요?"

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데다가, 종이를 한손으로 구겨질듯이 꽈악 잡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공중정원 (부제: Dark Side Project) ]

음...이 녀석들이 일으킨 폭력사건 횟수만 해도 36건이라......

모두들 같은 학교. 같은 반이네?

난 내 자리에 앉아 프로젝트를 찬찬히 읽어보는 중이였다.

'호르르륵-'

난 따끈한 자판기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종이를 넘기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마음을......뭉게버려라......서로를 믿지 못하게......증오하게......"

"반장님!! 분당에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뭐?! 또야?! 알았어! 얼른 출동 준비해!"

갑자기 강력반이 소란스러워 지더니, 선배 형사님들과 반장님이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난 예의상, 잠깐 일어났다가. 자리에 도로 앉았다.

"참 반장님도 너무하시다~"

반장님이 나가자마자 기지개를 주욱- 피며, 날 보며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내 옆자리 신형사.

나보다 2년선배. 나보다 나이는 4살 많은, 나에게 친오빠같은 존재였다.

신형사의 말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처음부터 잘못한 일인걸요 뭐......"

"뭣하면, 내가 좀 도와줄까? 걔들이 어려도 위험한 녀석들이라서 말이야."

"아니에요. 저 혼자 할게요. 근데 좀 출출하지 않나요? 뭐 시켜먹을까요?" 

"한형사도 참 대단한거같에, 아까 저녁 때 돌솥비빔밥 한그릇 다먹고, 야참으로 또 뭘 먹겠다고?"

내 말을 들은 내 앞에 옆에 자리 김형사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강력반에 남아있는 유일한 사람들. 나와 신형사, 김형사님은 우동으로 합의를 보고 우동을 시켰다.

전화로 주문을 하고선 한숨을 푸욱-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턱을 괴고서 'Dark Side Project.'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생각했다

내가......할 수 있을까?

내가 살기 위해......내가 어렸을때부터 원해왔던 이 직업을 위해......

이 녀석들의 마음을......짓눌러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