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감동글방에 기라성님이 옮겨온 걸 나는 또 퍼왓습니다.
2014년 손자 모습. 내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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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꽃
“엄마
나 오늘 늦게 나가도 되니까 깨우지 마”
새벽녁까지 친구들과 술잔에 달을 띄워놓고
별을 안주삼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들어온 딸은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놈의 회사가 밤늦게 까지 일을 시킨다노"
야근 똥때가린가 뭔가 하면서 밥은 챙겨 먹은기가"
"그럼 먹었지 회사에서 직원 굶겨 죽일까봐"
"이놈의 가시네 주둥이는 살아서,
꼬박꼬박 말대답은
얼렁 자빠져자 이것아"
“어휴 내가 저 잔소리
듣기 싫어서 빨리 독립을 해야지"
"그려 말 잘했다 빨리 시집이라 가뻔져"
"아... 아..... 아... 몰라 몰라....
나잘 꺼야"
새벽 댓바람부터 소란과 분산을 피워대니
대문 앞엔 달님이 빼꼼히 내다보고 앉았습니다.
딸이 태어날 때부터
시장에서 30년간 생선장사를
하고 있는 엄마는 새벽이 마중 나온 골목을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걸어 나가는 모습을
딸은 창문 틈으로 시선을 던져 놓고는
미안함에 눈물 먼저 떨구며
"엄마 미안해..."
못난 딸이라서 더 많이 미안해"
직장을 관둔걸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새벽녘 여명에 비친 하얀 독백으로
미안함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달님이 비쳐준 거리를 바람이 밀어줘서인지
딸은 엄마에게 걸어오더니
“엄마... 뭐해"
“왜 왔어,,
여긴 한데라
추운데다 비린내 까지 나는데
배고플 텐데 집에 가서 밥이나 먹어"
"엄마랑 같이 들어가려고"
"오늘 식당에서 생선 주문 맡은 거
저려놔야 혀 너나 빨리 들어가.."
시장 끝 귀퉁이를 돌아서려다
상자에 연신 저린 생선을 담고 있는 걸 보면서
자식이 아니라면
저렇게 악착같이 하지 않고도 사셨을 것을....
모진 일이 낙이 되어버린 이유가
엄마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자신 때문인 것 같아
골목을 돌아 갇힌 바람처럼
한참을 울고 서있습니다 .
시장 안 움푹 파인 웅덩이에 빗물이 고이면
별이 든 자리에 이따금
세상살이 좋은 바람 부는 날도 있것만
엄마는 오늘도
안간힘으로 들여 쉬는 들숨 하나로
악다구니를 피워댑니다.
“마한 놈의 가시나
조용히 일하다 시집이나 갈 것이제
억센 시장 바닥엔 와 나와가지고 그카노 “
“엄마 도와 줄라꼬 “
“됐다 마.. “
“그래도 지숙이는 착하구먼
울 딸년들은
방구석에 금덩이를 파묻어놨는지
꿈쩍도 안 하는디 “
“노란 티 입은 이쁜 아즈매요
여기 한 시간 전에 동해바다에서
놀고 있던 고등어가 금방 놀러 왔스예..
내 친구 동생은 이 고등어만 먹고
서울대학 갔다 안 합니까.. 퍼떡 사가이소“
“와따 지숙이 니 너거 엄마보다 장사 더 잘하네
그런데 내가 지금이랄 때가 아인기라 마
지숙이 저 가스나 때문에
우리 집 생선은 다 썩어뿌겠네..‘“
“ 시집도 안 간 가스나가 이 무슨 짓이고
아이고 사주야 팔자야.... “
스스로를 깎아내는 노력 없이는
선을 그을 수 없는 연필처럼
사랑의 선을 그렇게 그어가고 있었습니다.
쉬는 날이라 저무는 하루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초저녁 잠을 깬 엄마는
식탁에 혼자 앉아 계십니다
우두커니 허공을 받치고 서있는 소주병 옆에는
눈물이 반이나 담긴 술잔이
같이 놓여 있으면서 말이죠
“엄마 뭐해.... “
늘어진 티셔츠 자락에다 눈물을 감추고는
“문둥이 가스나 와 안 자고 나왔노”
“또 아버지 생각해..”
“ 지숙아 이별이 와 슬픈지 닌 아나”
“볼 수 없으니까”
“아이다 볼 수 없는 슬픔보다
그 사람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더 슬퍼서 인기라”
“달밤에 뭔 사랑타령이고”
그래 들가자.
.날밤을 샌다고
죽은 니 아버지가 돌아오기나 하것나..”
이별을 쓸어 담은 빈 어깨를 내보이며
아버지의 빈자리가 큰 바람구멍이 되어있는
방 안에 앉자 말자
파스를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있습니다
“ 엄마 어젠 많이 팔았나 “라며
딸은 늘 하는 의미 없는 질문을 던져놓고는
방바닥에 내던져진 돈 전대를 열어보고 있습니다
“오천 원짜리 세장”이랑
“오백 원 여덟 개”
백 원짜리
수십 개가 전부인 전대를 힘없이 내려놓고는
허리가 굽어가며 평생을 걸어와도
인생의 무게는
줄지 않는데도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엄마의 가슴을 나누어 담아내면서
“엄마 걱정 마
내가 돈 많이 벌어 엄마 줄게 “
“야가... 어디 아프나 별소릴 다하고..
니 어미 어깨가 쑤셔 죽겠다 퍼덕 불 꺼라 “
......
아이고 어깨야
......
지숙이 아버지요
자는 잠에 날 좀 데꼬가소“
재산이라고는 늘어나는 나이뿐인 엄마에게
삶에 유일한 이유였던 자식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지켜내고 있는 모습이
늘 안쓰럽기만 한 딸은
밤새 뜬눈으로 엄마곁에 지새다
새벽녘 꿈결인 듯 몰려오는
따뜻한 온기에 눈을 떠 보니
어둠으로 검은 칠을 한 방 안에서
손가락 두 마디가 없는 손을
만지시며 눈물로 표류하고 계신
엄마의 그림자가
먼저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서랍에 넣어 두고서 끼지 않았던
가짜 손가락을 끼워주면서...
“ 사는 게 뭐시라꼬
지 딸내미 손가락이
선풍기에 잘리는 것도 모리고.....
그렇게 눈물로 아픔을 뱉어놓고 계셨습니다
흐르는 엄마의 눈물을 딱아주며
“ 손마디 두 개 없어도 난 괜찮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옆에 있는데 무신 걱정이고... "라며
. 아무렇치 않다는 듯
내뱉은 딸의 눈에서도
엄마와 똑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미안해 못난 딸이라서.....”
“사람이 꽃이라면
그중에 제일 예쁜 꽃은 자식 꽃이여 이것아
니도 자식 낳아봐라
자식 꽃처럼 이쁜 꽃이 또 있는가
이 세상 꽃은 계절 따라 피었다 지지만
자식 꽃은
한번 피어나면
시들지 않고 엄마의 가슴으로 퍼저 나가는
꽃 중에 꽃은 자식 꽃이 최곤겨. “
얼마나 엄마의 많은 눈물을 주어야
자식 꽃이 피어 날 수 있는지...
때론 신앙보다 깊은 사랑으로
눈감을 때까지
오직 자식 꽃 하나면 충분하다고
까만 어둠이 칠판이 된 허공에다
하얀 눈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노란 웃음을 띤 달님 옆에는
놀다 지친 잔별들이 엄마가 그립다고
지나는 바람에게 투정을 부릴 때가 되면
시장 골목에는 사람들의 발길들이 사라져 간
빈자리를 어둠이 채워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찍 집으로 들어가 보려구요
아무리 이쁜 꽃도 사흘 보면 질리더구먼
자식 꽃은 평생을 봐도 안 지겹다며
늘 노래하시는
엄마의 아픈 어깨를 주물러 드릴려구요.
“짧은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서.....”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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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동적이라 가져왓습니다.
나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울엄마 저를 정말 정성껏 키우셧습니다.
똑똑한 딸 두엇다고 말도 아니하시며
"난 니가 잇어 참 좋다." 하시면서.
그러나 나는 부드러운 딸은 아니엇습니다.
내딸 정말 정성껏 키웟습니다.
똑똑한 딸 두엇다고 말하면서...
단 한번도 난 딸이 나에게 다정햇던 적이 없습니다.
엄마는 잘 알아서 사는 사람이니...
그러나 난 이 글을 읽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엇습니다.
누구나 하루 24시간 움직이며 밥먹고 사는 것인데...
나보다 행복한 사람의 얘기를 보면서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고임이 느껴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첫댓글 새로운 한주의 시작 월요일
하지만,,,건날 보내세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어,,,
따끈한 차한잔으로 기분들 전환 하시고,,,
오늘은 미세먼지에 대비하시고 행복하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좋은 일만 잇기요.
그딸 직장 일었으니 같이 하고
엄마 이어받아 엄마쉬게 하면 되겠읍니다
효녀 딸이니까 처녀 생선장사 대밖날것 같아요
그러쵸. 근대 딸이 말을 듣나요?ㅋ
누님은 새벽부터 가슴찡한 글을 올리셨네요.
우리네 어머님들의 마음이 저와같았었으리라 생각하니,
글을읽는 내내 코끝이 시큰 해집니다.
이번 주말 원주에서 뵈어요.
저도 가슴이 찡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좋은글과 늘 강방사랑이 느껴저 고맙습니다..
시골에 계신 노 부모님께 전화한통 드려야 겠네요.
감사드립니다....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되길 바랍니다.... ^^
시간이 이렇게 흘럿네요
점심 먹은것도 잊었었네요 ㅎㅎ
하루가 빠르네요 ㅎㅎ
다들 즐건 오후 되세요
감동적인글로 월요일을 여셨네요
잘보고갑니다
한주가 행복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