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학창시절에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갔다. 그때에는 지금처럼 비행기를 타고 갈 수는 없었기에 부산까지는 기차로, 제주도 까지는 배를 이용했는데 기차와 배, 버스가 교통수단을 차지한 당시의 사회형편은 참 어려웠다. 부산에서 제주도는 배를 타야했고 배가 떠나는 시각은 대게 오후 늦게였기에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대구에는 없는 전차를 부산의 동래까지 처음 타보기도 했다. 밤을 꼬박 배에서 지내고 서귀포 항에 아침에 내리니 이국적인 모습들만 눈에 가득히 들어온다. 돌담을 따라서 예약된 어느 식당에 들리니 많은 학생들이 변소를 찾아 나섰는데 꿀꿀거리며 반기는 제주의 토종돼지인 똥 돼지 때문에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돼지의 입장에서는 빨리 변을 누라고 사람을 쳐다보며 꿀꿀거리는데 그 위에서 엉덩이를 내밀 수 없는 난감한 형편이니 이를 어찌하랴. 세월이 많이도 흘렀지만 빤히 쳐다보며 꿀꿀대는 돼지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육지에서는 당시 아이들의 변은 개의 먹이 감이였으니 똥개에 익숙했던지라 똥돼지를 만나도 나 자신 당황스럽지는 않았고 이색적인 면을 보게 되어 평생의 추억거리로 남았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3다의 제주에서 당시 밭 주위에 바람막이용으로 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고 귤나무와 함께 처음 접한 나무기에 이름은 세월이 흐른 후 삼나무임을 알게 되었다.
대마도는 우리의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3일간 여러 곳을 돌아보았을 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섬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삼림들과 죽죽 곧게 뻗어 있는 삼나무들의 숲이었다. 나무의 줄기나 껍질을 보면 편백나무와 거의 같다. 그러나 잎을 만져보거나 열매를 보면 구별을 쉽게 할 수 있다. 편백은 측백처럼 잎이 부드러운 반면 삼나무는 잎이 짧고 억세며 약간 모여 있어 손으로 만지면 조금 찌르는 경우가 다르며 열매에도 가시가 있다.
우리나라의 삼나무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부터 도입되어 전라남도, 경상남도에서 조림용으로 심어졌고 제주도에서는 주로 귤 밭 등의 방풍림이나 생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어졌다. 일제의 잔재가 베어 있어서 그런지 나이든 사람들은 ‘스기목’ 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지금도 삼나무를 스기목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스기라고 하는 삼나무의 특징은 향기가 많이 나고 수분을 흡수하지 않으며 물속에서도 쉽게 부패하지 않기에 일본에서는 선박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였고 목재는 재질이 우수하여 건축, 토목, 선박, 가구재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며 벌레 및 부식에 강한 특수 목재이다.
초등학교의 시절에 공부한 학교 건물은 모두 나무로 지은 상태인데 그 중에서도 건물의 대들보는 삼나무가 주종이었고 일본인들이 지은 집들에도 많이 이용되었기에 남아있는 현존의 일본건축물에는 삼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멘트 문화가 목조 건축물들을 밀어내면서 해체된 건물의 삼나무 대들보는 목재업자 들의 눈에 그 가치를 높게 인정하여 오랜 세월이 지난 것임에도 목재상들은 수집에 열성적이었으며 고가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요즈음은 피톤치드 성분이 이슈가 되면서 원목 중에서도 편백나무나 삼나무가 이에 해당되기에 가구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나무의 은은한 향이 항상 삼림욕을 하듯 공기를 정화해 주어서 실내를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네 주거생활에 삼나무가 실내 건축자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나무에서 내 뿜는 특유의 향기가 아주 좋기에 벽채용 루바 재로 각광을 많이 받는다. 잎으로는 향을 만들기도 한다.
삼나무를 이야기 하면 임진왜란 시 일본의 왜선과 조선의 배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전선들은 바닥이 평평하여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조류의 변화에 용이하고 방향의 전환을 쉽게 하며 토종 소나무를 사용, 쇠못대신 나무못을 박았기에 튼튼하고 강하게 건조되었으나 일본의 왜선들은 먼 바다를 항해해야 하기에 함선들의 바닥은 V자형으로 가볍고 날렵하게 만들어져 속도가 빠르다. 이는 재질이 일본에 흔한 삼나무를 대고 쇠못이나 철재 등으로 조립하였기에 세월이 흐르면서 쇠못 등이 부식을 하며 충격에 대한 장치가 없어 선체가 외부의 충격에 쉽게 파손되는 단점을 보였기에 측면을 들이 받는 이순신 장군의 당파전술(적선의 측면을 부딪쳐 깨는 전술)에 왜선들은 산산 조각이 나고 조선의 배는 멀쩡했다고 한다.
국내의 삼나무 숲길은 여러 군데가 있다. 제주도의 삼나무길, 보성의 녹차 밭과 어우러진 삼나무길이 빚어내는 경치는 인상적이었고 울릉도의 저동에서 봉래폭포를 오르면 삼나무의 숲이 있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관광객들의 삼림욕을 위해 데크를 설치하여 놓았다. 축령산의 편백, 삼나무 숲은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많이도 찾기에 산림 테라피(forest therapy : 숲 속에 신체를 노출시켜 면력을 높이고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활동)의 탐방로가 유명하다. 도시의 칙칙함을 벗어나 삼나무 숲길을 걷는 일행들은 모두가 나무 아래에서 푹 쉬어가자는 것을 보면 숲의 혜택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여 건강에 도움을 받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기왕이면 삼나무 숲을 많이 조성했으면 좋으리라.
일본은 삼나무가 전국적으로 숲을 이루며 그 울창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산, 구릉지, 마을, 기타지역에도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죽죽 곧은 목재들로 국가적 자산이 대단하다 여겨지면서 부러움이 들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두가 좋은 것만 아닌 듯 삼나무가 꽃이 피는 시기에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질환이 전 국민을 상대로 눈물, 콧물, 기침 등으로 화분질환에 시달려야 한다니 그 고통이 사람에 따라서 여러 형편으로 앓으며 꽃이 지면 질환도 없어진다고 하니 연중행사로 이어지는 삼나무의 개화기가 고통 서러워도 삼나무의 조림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첫댓글 아! 옛날이여! 수학여행이 눈에 선합니다. 제주도의 정방폭포, 목포 유달산, 부여 낙화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