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방랑기 71.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명물 이벤트 펭귄 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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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바시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도착하니 눈 앞에는 마치 비에이의 풍경을 보는 듯한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스키장인가...

정문에 내려다주는 일반 노선버스와는 달리 셔틀버스는 우리를 뒷문에 해당하는 동문(東門) 입구에 내려주고 떠났다. 2007년 여름에 처음 찾았던 곳이지만 겨울은 처음인데다 이쪽 입구로 들어가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많이 낯선 느낌이었다. 입장권은 어른 800엔이지만 삿포로의 버스터미널에서 미리 셋트권을 구입한 나는 셋트권을 보여주고 들어가면 끝! 

동문으로 들어오면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북단에 위치하는 동물원으로 한해 방문객 300만명 이상으로 350만명인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에 이어 일본내에서 두번째로 많은 방문수를 자랑하며, 한 때는 1일 기준으로 우에노 동물원을 추월한 적도 있다. 관광명소로서의 인지도는 단연 우에노 동물원을 압도하여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까지 떠올랐을 정도인데,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이렇게까지 각광받는 명소가 된 것은 보통의 동물원들이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전시'에 치중하는데 반해 행동이나 생활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고안한 '행동전시'라는 컨셉을 도입한 덕분이다. 어느 한 작은 지방도시의 기울어져 가는 동물원이 이처럼 전시형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부활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야기는 소위 '기적의 동물원'으로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고 출판, 드라마 등 여러매체의 소재로 다루어졌다.

그렇지만 겨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역시 홋카이도는 동물원도 겨울에는 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름에 왔을 때는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모자를 정도였지만 겨울에 오니 대부분의 야외우리들이 텅텅 비어있었다. 강추위와 눈 때문에 실내우리로 이관했거나 아예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유인원들이 뛰어놀던 이 우리도 모두 철수해버리고 텅텅 비어있었다.

'겨울은 쉼'

원래 호저를 볼 수 있었던 곳이지만 추위에 약한 개체인지라 실내로 이관했고 어쩌다 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댄다. 흑...

그나마 실내우리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몇 종류있었다. 특히 오랑우탄 관은 사진찍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새끼 오랑우탄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카와이이~(귀여워) 소리가 연발. 하지만 2009년에는 이곳에서 살던 오랑우탄 '모모'가 밧줄에 목이 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고... =_=;

사슴은 어디로 가고 아메리카엘크의 두개골만을 전시해놓은 이 멋진 센스...;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보니 사슴우리. 알고보니 슬슬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인기 이벤트 중 하나인 모구모구타임(もぐもぐタイム)가 열릴 시점이라 그것을 관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행동전시'를 표방하고 있는 동물원답게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모구모구타임과 나루호도가이드(なるほどガイド)라는 생태관찰 이벤트가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벌어진다. 사육사가 동물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때 보여지는 동물들의 습성이나 행동들을 설명해주는데 동물들의 가장 특색있는 행동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무언가를 먹고 있을 때라고 한다. 이 또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벤트 중 하나다.

먹이를 먹으러 밖으로 나온 새끼사슴 두마리와 숫사슴 하나. 보통 생태가이드라 하면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육사가 감칠맛나게 최대한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므로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은 의외로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단순히 생태설명 뿐만 아니라 동물가족들의 소개와 동물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도 애드립을 섞어 설명해주므로 수시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온다. 

단 한마리의 사슴에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보라!

사슴우리에서의 모구모구타임 이벤트를 보고 난 후 펭귄관쪽으로 내려가보니 도중에 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나온다. 어디인가 하면...

렛서팬더.

중국 서남부 지방에 서식하고 총 개체수가 2,500마리밖에 안되는 멸종위기의 희귀종인데 생긴 것이 대단히 귀여워 정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올 정도인데 행동이 매우 산만한 편이라 셔터찬스를 얻는데 애를 먹었다.

모든 사람들이 정면 모습을 지긋이 보여주기만을 기다리지만 나무 위 구름다리 사이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여간 찍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튼 귀여운 녀석이긴 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동물원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광 모드'로 돌아다니는 동물원도 드물 것이다. 아사히카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를때까지 이 지역에서 이 동물원에 초점을 맞추어 관광홍보에 많은 힘을 기울인 덕분인데,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전시 형태를 바꿔서 유명해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기있는 몇개 종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다른 동물원의 전시 방식과 별다를 바 없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여우. 표정이 상당히 앙증맞다.

'아사히야마(旭山)'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동물원은 아사히카와 시내에서 동쪽으로 10km남짓 떨어져 있는 산 기슭에 위치해 있어 멀리로는 아사히카와 시내가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산의 높이는 해발 200여미터에 불과하지만 아사히카와가 산악지형에 둘러쌓인 평탄한 분지지형에 자리잡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울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주목적이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펭귄 산보를 보러 가자. 펭귄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이제까지 봐왔던 것과는 수준이 다를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것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동물원이 썰렁해보였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펭귄 산보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미리 펭귄관에서 시작하는 산보 루트를 따라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일종의 낭패감을 안고 줄의 끝까지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루트의 반환점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겨울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명물 이벤트인 펭귄 산보는 하루 2회,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0분에 실시되는데 나는 20분 이른 2시 10분경에 도착했어도 이 정도의 상황이었으니 겨울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이 점 잘 유념해두시라. 동절기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3시 30분이면 영업을 종료해버리기 때문에 오후의 펭귄 산보 이벤트를 보면 사실상 동물원 일정이 끝나게 된다.

드디어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펭귄 산보가 시작되었다. 이 펭귄 산보는 약 30분 ~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오로지 펭귄들의 걸음속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어떤 때는 펭귄관에서 출발하기를 기다리느라 수십분이 지체되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서서 기다리고 있던 곳에서 펭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까지는 이벤트가 시작되고도 2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대다수의 킹펭귄 외에 젠투펭귄 두마리가 앞장을 서서 사람들의 셔터세례를 받고 있었다.

펭귄들의 운동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 펭귄 산보 이벤트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그 무엇보다 펭귄들의 모습과 그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행사이며 이제는 홋카이도 관광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 명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킹펭귄보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뚱거리고 있던 젠투펭귄. 펭귄 산보는 원래 킹펭귄을 주 메인으로 삼은 이벤트지만 그보다는 작은데다 아무래도 행동가지가 더 귀여운 이 젠투펭귄이 더 많은 인기를 모았다. 장난기가 많은 이 녀석은 무리를 이탈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서 눈 헤엄을 친다거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포즈를 취한다는 식의 행동으로 많은 관람객들을 기쁘게 했다. 실제로 내가 찍은 사진도 킹펭귄보다는 이 녀석들을 찍은 것들이 훨씬 많으니까 말이다. ^-^

30분이 지나 이제 반환점에 다다른 모습. 관람객들은 미리 눈 바닥위에 표시해둔 붉은 선을 넘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를 무시하는 몇몇 이들의 행동만은 이 유쾌한 행사에서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요인이다.

킹펭귄은 조용히 자기 갈길을 가는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호기심이 많은 젠투펭귄 두 마리는 관람객들을 향해 서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재롱을 피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펭귄 몇마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흔치 않을 것이다. 바로 손만 뻗으면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새삼스레 신기하기도 하고 그 귀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도 상당수다.

이 녀석은 홀로 가장 앞장서 와서 다른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혼자서 눈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그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엉뚱한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줬다.

이 앙증맞은 귀여움 때문에 예전에는 이 펭귄을 훔쳐가려 하다가 체포된 사람도 있었다지? - -;;

킹펭귄 무리와 그 뒤를 따르는 사육사들. 참으로 포근하고 평화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대열을 이탈하여 눈 위에서 헤엄을 치는(?) 젠투펭귄. 젠투펭귄은 온순한 성격에 겁이 많아 쉽게 길들여지는데 조류 중에서 가장 빠른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다.

펭귄 산보가 시작된지 45분째. 이제는 슬슬 귀로에 접어들었다...

2010. 2. 9. -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 산보

폐관 직전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어 급하게 바다표범관을 들렀다. 바다표범이 이 관내터널을 빠르게 통과하는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펭귄관으로 돌아왔다. 훔볼트펭귄. 남극이 아닌 남미 칠레에서 서식하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개체수가 펭귄 중 가장 많은 종이기도 하다.

이윽고 산보 나갔던 펭귄들의 귀환. 이제는 좀 여유롭게 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새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있었다.

^-^

이렇게 해서 펭귄 산보는 1시간만인 3시 30분에 끝났다. 그와 함께, 오늘 영업은 종료했다는 관내 방송이 울려퍼진다. -ㅅ-;

동물원을 나가면서 잠깐 본 북극곰.

겨울 홋카이도의 하루는 정말로 짧다. 이제는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아사히카와 시내로 돌아간다.

-계속-

[도덕산]

와~~ 넘 감사히 읽고 사진보구 갑니다..님의 노고에 넘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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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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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