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새벽부터 꽤 굵습니다. 토요일 좀 쉬라는 것인지 이 정도의 빗줄기라면 야외활동은 정지모드이지만 오늘은 할 일이 꽤 많은 날입니다. 토지거래허가가 이미 통과되었기에 (성산읍은 정식 토지거래허가가 반드시 요구되는 구역입니다) 오늘은 토지매입계약서 마무리도 진행하기로 했고, 건축허가를 위한 설계도 의논도 마무리하기로 했기에 일찍부터 마음이 바쁩니다.
다소 무리를 둔 자금설계때문에 머리가 띵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최대치의 낙천성과 긍정성으로 이번달 다음달 일들만 잘 마무리되면 이제 제주도에서 긴 세월 편하게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무수히 쏟아진 네잎 다섯잎 여섯잎 클로버들이 아직 특별한 행운을 그려주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행운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결과로 나타나곤 해서 지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이 현재상황이 행운을 줄 것인지 그게 중요할 것이라 봅니다.
오늘부터 준이약물에서 SSRI을 뺐습니다. 우울증치료약인 이 약물의 부작용은 일반인들에게는 자살충동이나 적개심과 폭력성 증대, 입마름 등의 부작용이 오는 것처럼 준이가 그 부작용을 일시에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번주에 손으로 혀닦아내기, 태균이와 저의 팔 결박하기 등의 행동을 보이더니 급기야 오늘은 침대에서 붙박이처럼 웅크리고 누워 아침밥도 거부하니, 밥상에 오지않는 준이 데려오라고 태균이까지 난리통!
한 녀석은 버팅기고, 한 녀석은 일상의 어긋난 일탈을 견디지 못해하고... 급기야 괴력의 힘을 발휘해서 침대뒤집기 성공, 침대를 세워놓으니 준이녀석 그대로 바닥에 앉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침뱉기를 하는데 아주 옛날시절로 회귀한 듯한 이 상황에서 기선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정신과약물은 이제 이 정도에서 멈춰야한다 작심하며, 경기약물 외에 그 어떤 것도 하지말아야 하는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결국 태균이의 설득으로 밥상머리로 돌아왔으나 셋 모두 감정의 그로기상태! 화가 너무 나는데도 울고있는 녀석이 너무 딱해서 저도 눈물이 와락 솟구칩니다. 이 좋은 세상에 어쩌다 그런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혹독한 회오리를 그대로 감수하고 있는 것인지... 태균이형 고마와!
다시 침대를 정리해놓고 준이녀석 좀 쉬라고 하고 태균이랑 둘이 나왔습니다. 신천목장 뒷편 멋드러진 올레길 초입에 놓인 눈썹카페에서 바라다보는 바다와 푸른 목장 전경은 아주 일품입니다. 한잔의 아이스라떼와 초코쿠키로는 성에 안차니 아이스라떼와 엄마용 에스프레소 한잔, 그리고 스콘에다 딸기무스디까지, 엄마에게는 힐링의 전경이 펼쳐진 장소인데 태균이에게는 먹어야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건축사 사무실들러 '내멋대로 건축' 계획에 검증을 받고 문제가 되는 점을 지적받으며 대책을 이야기하고나서 빗 속을 다시 달려갑니다. 딱히 갈 곳이 없으니 요즘 하루 한시간 취미활동이 된 네잎 다섯잎 클로버 따기를 해봅니다. 큰 우산을 바쳐들고 혼자 즐기는 이 작업... 골치아프고 감정을 일으키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삭히는 좋은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준이를 들여다보니 평소 밝고 헤헤거리는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긴 아무 것도 하지말고 종일 휴대폰만 가지고 놀아라 하면 평생 그렇게도 살 수 있는지라 그것도 한 걱정! 어렸을 때 아이들은 무조건 밖으로 돌려야 합니다. 건강하게 살던 어린 시절,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놀았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미치도록 좋았는지요...
돌발, 돌변, 돌출, 돌격, 돌진, 돌홀 등등 예상치 못하는 사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돌(突)자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문득 두려워집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긴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지만, 예측불허 돌발성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점이 아닐까 합니다. 돌발성 잠재우기야말로 난제 중에 난제입니다.
첫댓글 정말 태균 형님 없는 준이는 넘 불쌍할것 같습니다.
폰을 통해 뭘 즐기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건축 일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