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두 남자의 인생 역정을 다룬 영화같은 내용이다. 영화도 이런 영화가 따로 없다. 두 남자가 등장한다. 두 남자는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만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는 물이 비슷했고 비슷한 학문도 공부했다. 두 남자 모두 나름 꽤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시절을 보냈고 나름 대단히 괜찮다는 대학교도 졸업했다. 두 남자는 같은 대학 동창이다. 나이는 5살 정도 차이가 나지만 한때 가는 방향이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만나기도 하고 서로 우애를 나누었지만 갈라섰고 그뒤로 그둘의 길을 아주 상반된 길을 걷는다. 이념이 아니 세상의 요상함이 갈라놓은 두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한 남자는 지방 대도시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이 학창생활을 보낸다. 당대 최고의 대학 최고의 학과에 입학한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자들만 입학한다는 바로 그 학과이다. 그리고 그는 그 학과에서도 최고 실력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변 학생들은 판검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후 사회의 최고 직업속으로 입문하지만 그는 학자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졸업후 외국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는다. 법학 박사가 된다. 그리고 귀국해서 자신이 졸업한 바로 그 최고 학교에 교수로 임용된다. 법 이론의 대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소속된 국가와 사회의 판검사 조직에 대해 깊은 회의감에 사로잡힌다. 오로지 법에 따라 죄를 심판하고 판결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인물들이 자신의 야욕이나 정치적 욕망에 의해 법에 어긋나는 형집행을 하는데 깊은 우려를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모 정권이 들어서고 그 정권의 최고 권력자의 마음에 들어 이른바 판검사 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맡게 된다.
또 다른 남자. 그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비교적 순탄하게 대학까지 진학한다. 앞의 남자와 같이 최고의 대학에 최고 학과에 입학한다. 그는 과의 다른 학생들과 비슷하게 판검사 시험을 보게 된다. 운이 잘 따르지 않은 탓인지 여러번 탈락을 거듭하다 시험에 합격한다. 그리고 검사가 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검사 생활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권력 주변의 사건이 포착된다. 그래서 그는 검사의 역할에 따라 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권력 주변의 조직과 관련된 사건이어서 마음 고생을 조금 하게 된다. 그러다 검찰 고위층 미움을 사 지방으로 발령을 받는다. 세월은 흐르고 나라의 권력자가 바뀐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나라의 검찰개혁이란 대수술대 앞에 선 남자는 누가 가장 검찰개혁에 적합한 검사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다 지방에 쫓겨내려간 한 검사를 기억해 낸다. 그는 그를 찾아 나섰다. 자신이 구상하는 검찰개혁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 남자의 호소가 통한 것일까 아니면 그 자신도 검찰개혁을 원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일약 한 나라의 검찰 2인자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그 다음 인사때는 검찰의 우두머리가 된다. 하지만 그는 고민한다. 검찰개혁에 앞장서 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기득권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을 택한 남자와 그 남자가 속한 조직의 구상에 거역하는 행위를 할 것인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다.
신속한 검찰개혁을 원하는 남자와 최종 결정에 주저하는 남자는 엄청난 갈등을 겪는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진다는데 대해 대단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남자 주변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되자 행동에 돌입한다. 먼저 그의 부인에 대한 수사이다. 그의 부인은 지방 모대학 교수였는데 자식들에 대한 엄마 찬스를 적극 이용한 혐의가 검사들에게 포착된다. 많은 인력이 투입돼 수사는 시작되고 개혁의 주도세력인 남자는 결국 정부 조직에서 사퇴하고 만다. 그 이후 그의 가정 주변에 대한 대규모 수사는 더욱 확대된다. 정부도 법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검사들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부인은 구속되고 집안은 풍비박산난다.
검찰의 우두머리인 남자는 대통령 선거철이 다가오자 야당의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다. 정권의 강요를 거부하고 굳굳하게 버티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권에 저항해 핍박받는 이미지로 탄생한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 후보가 된 것이다. 화들짝 놀란 당시 여당 후보주변에서는 남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주변인물들에게서 이런 저런 혐의를 발견하게 된다. 선거전이 열리고 여 야 대선후보들은 피말리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남자는 주변 인물들의 혐의로 인해 공격을 받았지만 상대 후보도 이런 저런 혐의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인지 극적 반전없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검찰개혁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남자는 결국 법정에 선다. 그리고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의 혐의로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는다. 그의 부인이 현재 수감중인 것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당하지 않았다. 검찰이 적용한 죄목은 뇌물수수와 위조공문서 행사 등 모두 12건이다. 한때 한 나라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검찰개혁이란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의 현재 처한 위치이다. 그가 선택하고 높은 자리에 앉혔던 남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 있다. 두 남자의 위치가 너무도 차이가 나 보인다. 극한 대척점도 이런 대척점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같은 이야기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오로지 신만 알 수 있는 내용 아니겠는가. 인생길이 어긋나버린 두 남자의 이야기는 너무도 영화같은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2023년 2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