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인간이 서로 할퀴는 소리가 들린다. 기후는 폭풍, 혹한, 폭염, 범람, 감염병으로 인간의 삶을 할퀸다. 인간은 이해하기 힘든 현실 앞에서 자신의 손안에 있다고 믿는 기계로 자기만의 고치를 짓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기후의 복원력을 할퀸다.
우리는 길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지를 변형 했고, 이렇게 변형된 대지를 활용해 부를 쌓았다. 쌓인 부는 다시 더 빠른 길과 더 높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었다. 이들 도시가 우리의 고치다. 모든 것이 쌓여 있는 이 공간은 교통 없이는 기능을 멈추고 말 것이다. 그런데 교통은 이렇게 스스로의 기능을 멈출 위험을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내놓는다. 그렇게 우리를 보호하던 고치가 무너져 갈수록, 기후의 변덕 앞에 우리는 무방비로 노출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1부 '위기에 처한 이동'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 자동차 지배라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온실가스가 늘어날수록 지구 가열은 심화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서 있는 길과 도시는 무너져간다.
2부 '자동차에 납치된 도시에서'는 자동차 지배의 현장인 한국의 도시로 들어선다. 동력 기관의 거대한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걷는다. 그러나 이 걷기 공간은 도시 곳곳에, 그리고 자동차가 점령한 도로에 둘러싸인 곳곳에 흩어져 있다. 바로 '이 납치된 걷기 공간' 안에 이동의 위기를 유발한 핵심 원인이 모여 있다
3부 '우리가 찾아갈 길'은 기후위기와 이동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다.
막대한 탄소 소비(유량)의 결과 빚더미(저량)가 쌓이고 있고, 특히 교통에서는 탄소 배출량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 버는 돈에 해당하는 탄소 흡수원(바다, 식물, 토양)은 위협받고 있다
기후 파국이 진행되면 인간의 삶은 횡사에 취약해진다는 의미에서 전근대에 가깝게 돌아갈 것이다. 기후 파국 속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결국 전근대, 또는 20세기 초반까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의료와 연구 자원을 다시 배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