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대로 담백하게 살아야 한다
+101+
田夫野수, 語以黃鷄白酒, 則欣然喜. 問以鼎食, 則不知.
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 즉흔연희. 문이정식, 즉부지.
語以縕袍短褐, 則油然樂. 問以袞服, 則不識.
어이온포단갈, 즉유연락. 문이곤복, 즉부식.
其天全, 故其欲淡. 此是人生第一個境界.
기천전, 고기욕담. 차시인생제일개경계.
농사짓는 시골의 늙은이는
닭고기와 막걸리 이야기에 기뻐하지만
큰 연회의 고급 요리는 물어봐도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 이야기에 좋아하지만
곤룡포는 물어 보아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천성이 온전하고 욕망이 담백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생 제일의 경지이다.
망심이 없으면 관심도 필요 없다
+102+
心無其心, 何有於觀? 釋氏曰"觀心"者, 重增其障.
심무기심, 하유어관? 석씨왈"관심"자, 중증기장.
物本一物, 何待於齊? 莊生曰"齊物"者, 自剖其同.
물본일물, 하대어제? 장생왈"제물"자, 자부기동.
마음에 망녕된 생각이 없으면 관심은 필요 없다.
불교에서 이르는 '마음을 본다'는 말은
오히려 그 장해를 더할 뿐이다.
만물은 원래 한 가지인데
어찌 가지런하기를 바라겠는가.
장자가 말하는 '만물을 가지런히 한다'는 것은
똑같은 것을 짐짓 갈라놓을 뿐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103+
笙歌正濃處, 便自拂衣長往, 羨達人撤手懸崖.
생가정농처, 변자불의장왕, 선달인철수현애.
更漏已殘時, 猶然夜行不休, 소俗士沈身苦海.
갱누이잔시, 유연야행불휴, 소속사침신고해.
피리 불고 노래하여
한창 흥이 무르익은 곳에서
옷깃을 떨치고 자리를 뜨는 것은,
벼랑을 노니는 달인처럼 부러운 일이다.
시간이 다 지났는데 아직 밤길을 서성이는 것은
속된 선비가 몸을 고해에 담그는 것처럼 우스운 일이다.
정신적 자유의 기틀을 길러라
+104+
把握未定, 宜絶迹塵효,
파악미정, 의절적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 以澄吾靜體.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이징오정체.
操持旣堅, 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 우당혼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 以養吾圓氣.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이양오원기.
마음이 잡히지 않았으면
번잡한 곳에서 발길을 끊어야 한다.
마음이 욕심낼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내 마음의 본 바탕을 맑게 해야 한다.
마음을 이미 잡았으면
다시 그 번잡한 곳으로 들여 넣어
욕심낼 것을 보아도 어지럽지 않게 하여
원만한 마음의 기틀을 길러야 한다.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함을 찾아라
+105+
喜寂厭喧者, 往往避人以求靜.
희적염훤자, 왕왕피인이구정.
不知意在無人, 便成我相, 心着於靜, 便是動根,
부지의재무인, 변성아상, 심착어정, 변시동근,
如何到得人我一視 動靜兩忘的境界?
여하도득인아일시 동정양망적경계?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람을 피함으로써 고요함을 찾는다.
뜻이 사람 없음에 있으면
그것은 곧 자아에 집착하는 것이며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이 됨을 모르는 탓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볼 수 있겠으며
움직임과 고요함을 둘 다 잊을 수 있겠는가?
산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다
+106+
山居, 胸次淸쇄, 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 而起超絶之思, 遇石澗流泉, 而動조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사,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 而勁節挺立, 侶沙鷗미鹿, 而機心頓忘.
무노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미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환, 無論物不相關, 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역속췌류의.
산 속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여
대하는 사물마다 모두가 아름답다.
외로운 구름 한가로운 학을 보면 초절을 생각하고,
돌 틈에 흐르는 샘을 만나면 마음의 때를 씻는다.
늙은 전나무와 매화나무를 어루만지면서
굳센 기개를 일으키고
모래톱의 갈매기와 깊은 산 속 사슴을 벗하면
번거로운 마음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한번 속세에 들게 되면
바깥 모든 사물과 상관하지 않더라도
이 몸은 어느새 부질없는 것이 된다.
자연스럽게 살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
+107+
興逐時來, 芳草中, 撤履間行, 野鳥, 忘機時作伴.
흥축시래, 방초중, 철리간행, 야조, 망기시작반.
景與心會, 落花時, 披襟兀坐, 白雲, 無語漫相留.
경여심회, 낙화시, 피금올좌, 백운, 무어만상류.
흥겨움이 때맞추어 일어나
맨발로 풀밭을 거닐게 되면
들새도 겁내지 않고 벗이 된다.
경치가 마음에 들어
꽃 지는 아래 옷깃 헤치고 앉게 되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머문다.
조그만 생각의 차이로 화복이 갈린다
+108+
人生福境禍區, 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 개념상조성.
故釋氏云, "利欲熾然, 卽是火坑. 貪愛沈溺, 便爲苦海.
고석씨운, "이욕치연, 즉시화갱. 탐애침닉, 변위고해.
一念淸淨, 熱焰成池. 一念警覺, 船登彼岸".
일념청정, 열염성지. 일념경각, 선등피안".
念頭稍異, 境界頓殊, 可不愼哉?
염두초이, 경계돈수, 가불신재?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석가가 말했다.
"욕심이 타오르면 그것이 곧 불구덩이고
탐애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가 된다.
한 생각이 깨끗하면 사나운 불꽃도 연못이 되고
한 마음이 깨달으면 배가 저 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다
+109+
繩鋸木斷, 水滴石穿. 學道者, 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 瓜熟체落. 得道者, 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숙체락. 득도자, 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라지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라.
물이 모이면 개천을 이루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라.
인간 세상이 고해만은 아니다
+110+
機息時, 便有月到風來, 不必苦海人世.
기식시, 변유월도풍래, 불필고해인세.
心遠處, 自無車塵馬迹, 何須痼疾丘山?
심원처, 자무차진마적, 하수고질구산?
마음을 쉬게 하면 달이 뜨고 바람이 부니
반드시 인간 세상 고해만은 아니다.
마음을 멀리하면
수레의 티끌과 말발굽소리 저절로 없어지니
어찌 산 속만 그리워하랴.
잎이 지면 뿌리에서 싹이 돋는다
+111+
草木재零落, 便露萌穎於根저.
초목재영락, 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 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 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 生生之意常爲之主, 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 생생지의상위지주, 즉시가이견천지지심.
잎이 지면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엄동이지만
마침내 동지가 되면 봄기운이 감돈다.
죽음의 기운 가운데에도
항상 생성의 뜻이 앞서는 것
이것이 바로 천지의 마음이이다.
고요한 밤 종소리 맑고 높아라
+112+
雨餘, 觀山色, 景象便覺新姸.
우여, 관산색, 경상변각신연.
夜靜, 聽鐘聲, 音響尤爲淸越.
야정, 청종성, 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의 산 빛을 보면
경치 더욱 새로우며
고요한 밤에 종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는 더욱 맑고 높다.
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진다
+113+
登高, 使人心曠. 臨流, 使人意遠.
등고, 사인심광. 임류, 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 使人神淸. 舒嘯於丘阜之嶺, 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 사인신청. 서소어구부지령, 사인흥매.
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지고
시냇가에 서면 뜻이 멀어진다.
눈비 오는 밤에 책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에 올라 시 읊으면 흥취가 높아진다.
마음이 넓으면 집착하지 않는다
+114+
心曠, 則萬鍾如瓦缶.
심광, 칙만종여와부.
心隘, 則一髮似車輪.
심애, 칙일발사차륜.
마음이 넓으면 만종도 질그릇 같고
마음이 좁으면
머리칼 한 올도 수레바퀴와 같다.
욕망이 진리가 될 수도 있다
+115+
無風月花柳, 不成造化. 無情欲嗜好, 不成心體.
무풍월화류, 불성조화. 무정욕기호, 불성심체.
只以我轉物, 不以物役我, 則嗜欲莫非天機, 卽是理境矣.
지이아전물, 불이물역아, 즉기욕막비천기, 즉시리경의.
바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자연의 조화도 이루어지지 못하며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만 나로 하여금 사물을 움직이게 하고
사물로 하여금 나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면
기호와 정욕도 하늘의 작용 아님이 없고
세상의 마음도 진리의 경계가 된다.
세상에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
+116+
就一身了一身者, 方能以萬物付萬物.
취일신료일신자, 방능이만물부만물.
還天下於天下者, 方能出世間於世間.
환천하어천하자, 방능출세간어세간.
자신의 몸에 대하여
다 깨달은 사람은
만물을 만물에 맡길 수 있다.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
지나치게 바쁘면 본성이 숨는다
+117+
人生太閑, 則別念竊生. 太忙, 則眞性不現.
인생태한, 즉별념절생. 태망, 즉진성불현.
故士君子不可不抱身心之憂, 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불가불포신심지우, 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이 지나치게 한가하면
쓸데없는 생각이 몰래 생겨나고
지나치게 바쁘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군자는 심신의 근심을 지녀야 하며
풍월의 취미도 즐겨야 한다.
마음은 움직여서 본성을 잃는다
+118+
人心多從動處失眞. 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인심다종동처실진. 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 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 우적이냉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 花落而瀟然自得.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
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사람의 마음은 움직여서 본성을 잃는다.
아무런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고 고요히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면 유연히 함께 하고
빗방울 떨어지면 냉연히 맑아지며
새가 울면 혼연히 즐거워하고
꽃이 지면 뚜렷이 깨달을 수가 있다.
어느 곳인들 참된 경치가 아니고
어느 것인들 참된 작용이 아니겠는가.
근심 없는 기쁨은 없다
+119+
子生而母危, 강積而盜窺, 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 강적이도규, 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 病可以保身, 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 병가이보신, 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 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 이흔척양망
자식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위태롭고
돈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쁨이든 근심 아닌 것이 없다.
가난은 근검하여 절약하게 하고
병은 몸을 보호하게 한다.
어느 근심이든 기쁨 아닌 것이 없다.
통달한 사람은 순탄함과 어려움을 같이 보고
기쁨과 근심을 모두 잊는다.
들은 것을 마음에 남기지 마라
+120+
耳根似표谷投響. 過而不留, 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 空而不著, 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 공이불저, 즉물아양망.
귀는 세찬 바람이 계곡을 울리며 지나는 것처럼
바람이 지난 뒤 메아리가 남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사라진다.
마음은 밝은 달이 연못에 비치는 것처럼
비어서 어디에도 머물지 않게 하면
사물과 나를 모두 잊을 수 있다.
남의 단점은 덮어줘야 한다
+121+
人之短處, 要曲爲彌縫. 如暴而揚之, 是以短攻短.
인지단처, 요곡위미봉. 여폭이양지, 시이단공단.
人有頑的, 要善爲化誨. 如忿而疾之, 是以頑濟頑.
인유완적, 요선위화회. 여분이질지, 시이완제완.
남의 단점은 덮어 줘야 한다.
들추어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완고함이 있다면
타일러서 일깨워 줘야 한다.
만약 성을 내서 그를 미워한다면
완고함으로 완고함을 구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음침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지 말라
+122+
遇沈沈不語之士, 且莫輸心. 見행행自好之人, 應須防口.
우침침불어지사, 차막수심. 견행행자호지인, 응수방구.
음침하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털어놓고 말하지 말라.
화를 잘 내며 스스로 잘난 체하는 사람을
만나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라.
긴장된 마음은 풀 줄 알아야 한다
+123+
念頭昏散處, 要知提醒. 念頭喫緊時, 要知放下.
염두혼산처, 요지제성. 염두끽긴시, 요지방하.
不然, 恐去昏昏之病, 又來憧憧之擾矣.
불연, 공거혼혼지병, 우래동동지요의.
마음이 어둡고 어지러울 때는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되어 굳어졌을 때는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두운 마음을 가다듬어 놓더라도
조바심 나는 괴로움은 다시 찾아온다.
작은 막힘이 한결 같은 흐름을 막는다
+124+
霽日靑天, 숙變爲迅雷震電. 疾風怒雨, 숙變爲朗月晴空.
제일청천, 숙변위신뇌진전. 질풍노우, 숙변위낭월청공.
氣機何常? 一毫凝滯. 太虛何常? 一毫障塞.
기기하상? 일호응체. 태허하상? 일호장색.
人心之體, 亦當如是.
인심지체, 역당여시.
맑은 날 푸른 하늘이 별안간 천둥 번개로 변하고
거센 비바람도 밝은 달 맑은 하늘로 변한다.
천지의 움직임이 어찌 한결 같으랴.
그것은 털끝 만한 막힘 때문이다.
하늘의 모습이 어찌 일정할 수가 있으랴.
털끝 만한 막힘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 바탕도 또한 이와 같다.
지식과 의지는 함께 있어야 된다
+125+
勝私制欲之功, 有曰識不早, 力不易者.
승사제욕지공, 유왈식부조, 역불이자.
有曰識得破, 忍不過者.
유왈식득파, 인불과자.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 力是一把斬魔的慧劍. 兩不可少也.
개식시일과조마적명주, 역시일파참마적혜검. 양불가소야.
사리 사욕을 억제하는데
빨리 깨닫지 않으면 억제가 어렵다는 이도 있고
비록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겨 낼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지식은 악마의 정체를 밝히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며,
의지는 악마를 베는 지혜의 칼이다.
두 가지 모두가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알아도 표현하지 말라
+126+
覺人之詐, 不形於言. 受人之侮, 不動於色.
각인지사, 불형어언. 수인지모, 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 亦有無窮受用.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의 속임수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받더라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속에 무한한 뜻과 덕이 있다.
고난을 피하지 말고 이겨내라
+127+
橫逆困窮, 是단煉豪傑的一副로錘.
횡역곤궁, 시단련호걸적일부로추.
能受其단煉, 則心身交益. 不受其단煉, 則心身交損.
능수기단련, 칙심신교익. 불수기단련, 칙심신교손.
사람을 괴롭히는 역경은
호걸을 단련하는 화로와 망치이다.
단련을 받아 내면 심신이 함께 이롭고
단련을 이겨 내지 못하면 심신이 해롭다.
감정을 다스림이 화목을 이루는 길이다
+128+
吾身, 一小天地也. 使喜怒不愆, 好惡有則, 便是燮理的功夫.
오신, 일소천지야. 사희노불건, 호악유칙, 변시섭리적공부.
天地, 一大父母也. 使民無怨咨, 物無분疹, 亦是敦睦的氣象.
천지, 일대부모야. 사민무원자, 물무분진, 역시돈목적기상.
내 몸은 하나의 작은 천지이다.
기뻐함과 노함에 허물없이 하고
사랑하고 미워함을 법칙 있게 한다면,
이것이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는 방법이다.
천지는 하나의 거룩한 어버이다.
백성으로부터 원망이 없게 하고
일체의 사물에 근심이 없게 하면
이것이야말로 화목을 이루는 기상이다.
남이 속일 것을 미리 의심하지 말라
+129+
害人之心, 不可有. 防人之心, 不可無. 此戒疎於慮也.
해인지심, 불가유. 방인지심, 불가무. 차계소어려야.
寧受人之詐, 毋逆人之詐. 此警傷於察也.
영수인지사, 무역인지사. 차경상어찰야.
二語병存, 精明而渾厚矣.
이어병존, 정명이혼후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
이 말은 생각이 소홀함을 경계한 것이다.
차라리 남에게는 속는 일이 있더라도
남이 속일 것을 미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지나치게 살피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아울러 간직한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
공론을 사사로이 이용하지 말라
+130+
毋因群疑而阻獨見. 毋任己意而廢人言.
무인군의이조독견. 무임기의이폐인언.
毋私小惠而傷大體. 毋借公論而快私情.
무사소혜이상대체. 무차공론이쾌사정.
많은 사람이 의심한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말고
자신만의 의견으로 남의 말을 버리지 말라.
작은 은혜 때문에 큰 일을 손상치 말고
공론을 빌어 사사로운 일을 해결하지 말라.
칭찬과 비난 모두 삼가라
+131+
善人未能急親, 不宜預揚, 恐來讒讚之奸.
선인미능급친, 불의예양, 공래참찬지간.
惡人未能輕去, 不宜先發, 恐招媒蘖之禍.
악인미능경거, 불의선발, 공초매얼지화.
착한 사람이라도 빨리 친해질 수 없다면
미리 칭찬하지 말라.
간악한 사람의 이간질이 두렵다.
몹쓸 사람이라도 쉽사리 멀리할 수 없다면
미리 발설치 말라.
뜻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렵다.
참으로 큰 것은 은밀히 이루어진다
+132+
靑天白日的節義, 自暗室屋漏中培來.
청천백일적절의, 자암실옥루중배래.
旋乾轉坤的經綸, 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륜, 자임심리박처조출.
청천 백일 같은 빛나는 절개도
원래는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길러진 것이며
천지를 휘두르는 뛰어난 경륜도
사실은 깊은 못에 들듯이 살얼음 밟듯이
조심스럽게 얻어진 것이다.
감사할 사랑은 참사랑이 아니다
+133+
父慈子孝, 兄友弟恭, 終做到極處, 俱是合當如此.
부자자효, 형우제공, 종주도극처, 구시합당여차.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저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思, 便是路人, 便成市道.
여시자임덕 수자회사, 변시노인, 변성시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 효도하며
형제간에 아끼고 공경하는 마음이 지극할지라도
그것은 당연한 일일 뿐 감격할 일이 못 된다.
베푸는 이가 그것을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이 또한 은혜로 여긴다면
그것은 곧 모르는 행인과 같게 되어
장사꾼의 마음과도 다를 바 없게 된다.
내세우지 않으면 허물도 없다
+134+
有姸, 必有醜爲之對. 我不誇姸, 誰能醜我?
유연, 필유추위지대. 아부과연, 수능추아?
有潔, 必有汚爲之仇. 我不好潔, 誰能汚我?
유결, 필유오위지구. 아불호결, 수능오아?
아름다움과 추함은 함께 있어 서로 비교가 된다.
나 자신이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추하다 하겠는가.
깨끗함과 더러움은 함께 있어 서로 비교가 된다.
나 자신이 깨끗함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더럽다 하겠는가.
시기와 질투는 육친이 더 심하다
+135+
炎凉之態, 富貴更甚於貧賤. 妬忌之心, 骨肉尤한於外人.
염량지태, 부귀갱심어빈천. 투기지심, 골육우한어외인.
此處, 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 鮮不日坐煩惱障中矣.
차처, 약부당이냉장 어이평기, 선불일좌번뇌장중의.
뜨겁다가도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변덕스러움은
부귀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심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육친이 남보다 더욱 심하다.
그 가운데 냉철한 마음으로 당하지 않고,
평정한 기운으로 억제하지 않는다면
번뇌의 나날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은혜와 원한은 드러내지 마라
+136+
功過, 不容少混. 混則人懷惰墮之心.
공과, 불용소혼. 혼칙인회타타지심.
恩仇, 不可大明. 明則人起携貳之志.
은구, 불가대명. 명칙인기휴이지지.
공로와 과실은 절대로 혼동하지 말라.
만약 혼동하게 되면
사람들은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된다.
은혜와 원한을 지나치게 밝히지 말라.
만약 밝히게 되면
헤어져 떠나갈 마음을 품게 된다.
행실이 고상하면 비방이 따른다
+137+
爵位, 不宜太盛. 太盛則危. 能事, 不宜盡畢. 盡畢則衰.
작위, 불의태성. 태성즉위. 능사, 불의진필. 진필즉쇠.
行誼, 不宜過高. 過高則謗興而毁來.
행의, 불의과고. 과고즉방흥이훼래.
너무 높은 지위에 있지 말라.
너무 높으면 위태롭다.
능숙한 일이라도 힘을 다 쓰지 말라.
다 쓰게 되면 쇠퇴한다.
행실을 너무 고상하게 하지 말라.
너무 고상하면 비방과 욕설이 다가온다.
숨어 있는 것이 더 크다
+138+
惡忌陰. 善忌陽. 故惡之顯者禍淺, 而隱者禍深.
악기음. 선기양. 고악지현자화천, 이은자화심.
善之顯者功小, 而隱者功大.
선지현자공소, 이은자공대.
악한 일은 그늘에 숨어 있기를 싫어하고
선한 일은 겉으로 드러나기를 싫어한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덜하고
숨어 있는 악은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로가 덜하고
숨어 있는 선은 그 공로가 크다.
덕은 주인이고 재능은 종이다
+139+
德者, 才之主. 才者, 德之奴.
덕자, 재지주. 재자, 덕지노.
有才無德, 如家無主而奴用事矣, 幾何不망량而猖狂?
유재무덕, 여가무주이노용사의, 기하불망량이창광?
덕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덕의 종이다.
재능이 있어도 덕이 없다면
주인 없이 종이 제멋대로 하는 것이니,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겠는가?
달아날 길은 열어 줘라
+140+
鋤奸杜倖, 要放他一條去路.
서간두행, 요방타일조거로.
若使之一無所容, 譬如塞鼠穴者, 一切去路,
약사지일무소용, 비여색서혈자, 일절거로,
都塞盡, 則一切好物, 俱咬破矣.
도색진, 칙일절호물, 구교파의.
간악한 사람을 제거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막으려면
달아날 길을 열어 줘야 한다.
만일 그들에게 몸둘 곳이 없게 하면,
쥐구멍을 틀어막는 것과 같다.
도망갈 길이 모두 막혀 버리면
귀중한 기물을 물어뜯고 말 것이다.
공로와 안락함은 함께하지 말라
+141+
當與人同過, 不當與人同功. 同功則相忌.
당여인동과, 부당여인동공. 동공칙상기.
可與人共患難, 不可與人共安樂. 安樂則相仇.
가여인공환난, 불가여인공안락. 안락칙상구.
다른 사람과 과실은 함께 하더라도
공로는 함께하지 말라.
공로를 함께 하면 곧 시기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어려움은 함께 하더라도
안락함은 함께하지 말라.
안락하면 곧 원수처럼 맞서게 된다.
한마디 말로도 공덕을 쌓는다
+142+
士君子, 貧不能濟物者, 遇人痴迷處, 出一言提醒之,
사군자, 빈불능제물자, 우인치미처, 출일언제성지,
遇人急難處, 出一言解救之, 亦是無量功德.
우인급난처, 출일언해구지, 역시무량공덕.
군자로서 가난하여
물질적으로 사람을 도울 수 없더라도,
어리석음으로 방황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말로 깨우쳐 주고
위급하고 곤란한 처지의 사람에게
한마디 말로써 풀어 줄 수가 있다면
이 또한 무량한 공덕이다.
따듯하면 오고 추우면 떠나간다
+143+
饑則附, 飽則양, 욱則趨, 寒則棄, 人情通患也.
기즉부, 포즉양, 욱즉추, 한즉기, 인정통환야.
굶주리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의 병폐이다.
마음을 가벼이 하지 말라
+144+
君子宜淨拭冷眼, 愼勿輕動剛腸.
군자의정식냉안, 신물경동강장.
군자는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아야 하며
삼가 굳은 마음을
가볍게 움직여선 안 된다.
덕은 도량에 따라 발전한다
+145+
德隨量進, 量由識長. 故欲厚其德, 不可不弘其量.
덕수양진, 양유식장. 고욕후기덕, 불가불홍기량.
欲弘其量, 不可不大其識.
욕홍기량, 불가불대기식.
덕은 도량을 따라서 발전하고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성장한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텁게 하려면
도량을 넓혀야 하고
도량을 넓히려면 그 식견을 크게 해야 한다.
정욕과 기호가 병의 원인이다
+146+
一燈螢然, 萬뢰無聲. 此吾人初入宴寂時也.
일등형연, 만뢰무성. 차오인초입연적시야.
曉夢初醒, 群動未起. 此吾人初出混沌處也.
효몽초성, 군동미기. 차오인초출혼돈처야.
乘此而一念廻光, 炯然返照,
승차이일념회광, 형연반조,
始知耳目口鼻皆桎梏, 而情欲嗜好悉機械矣.
시지이목구비개질곡, 이정욕기호실기계의.
외로운 등불이 반딧불처럼 깜박거리고
만상이 소리가 없나니
우리가 비로소 편히 쉴 때다.
새벽 꿈에서 갓 깨어나
모든 움직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우리가 비로소 혼돈에서 깨어날 때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일념으로 빛을 돌려
스스로를 비춰 보면 비로소 알리라.
이목구비가 모두 질곡이고
정욕과 기호가
모두 마음을 병들게 하는 기계인 것을.
원망은 서로를 해치는 것이다
+147+
反己者, 觸事皆成藥石. 尤人者, 動念卽是戈矛.
반기자, 촉사개성약석. 우인자, 동념즉시과모.
一以闢衆善之路, 一以濬諸惡之源, 相去소壤矣.
일이벽중선지로, 일이준제악지원, 상거소양의.
스스로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약이 되지만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모두가 창과 칼이 된다.
하나는 모든 선의 길을 열고
또 하나는 모든 악의 근원을 이루니
둘의 사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신은 영원하다
+148+
事業文章, 隨身銷毁, 而精神萬古如新.
사업문장, 수신소훼, 이정신만고여신.
功名富貴, 逐世轉移, 而氣絶千載一日.
공명부귀, 축세전이, 이기절천재일일.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학문은 육체와 함께 사라지나
정신은 영원히 새롭다.
공명과 부귀는 세상을 따라 옮겨가나
의기와 절조는 천년이 하루와 같다.
군자는 마땅히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지 말라.
지혜와 재주는 믿을 수 없다
+149+
魚網之設, 鴻則罹其中. 螳螂之貪, 雀又乘其後.
어망지설, 홍칙리기중.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裡藏機, 變外生變. 智巧, 何足恃哉?
기리장기, 변외생변. 지교, 하족시재?
고기 그물에 기러기가 걸려들고
사마귀 뒤를 참새가 노린다.
기틀 속에 또 기틀이 있고
이변 밖에 또 이변이 생기나니
지혜와 재주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참다운 생각을 품어야 한다
+150+
作人, 無點眞懇念頭, 便成個花子, 事事皆虛.
작인, 무점진간염두, 변성개화자, 사사개허.
涉世, 無段圓活機趣, 便是個木人, 處處有碍.
섭세, 무단원활기취, 변시개목인, 처처유애.
사람으로서 참다운 생각이 없다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니
일마다 헛될 것이요.
세상을 살아감에 원활한 기지가 없다면
이는 장승에 불과하니
가는 곳마다 막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