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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차에 본인을 맞춘다. 해당 차종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한 뒤 한번 결정하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원래 시끄러운 차를 조용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거나 잔고장이 많은 차를 퍼팩트하게 만들려고 헛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정말 마음이 편하다. 같은 시각에서 자동차 튜닝은 크게 관심이 없다. 기본 실력이 되는 차를 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기본이 부족한 차를 오너에 맞추려고 한다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운전이 즐거워서 차를 타고 다니는 기자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잘 달리는 차를 선호한다. 특히 직선로에서만 대포알처럼 달리는 괴물보다 가볍고 순발력 있어 커브 길도 잘 돌아 나가는 차를 좋아한다. BMW 325i를 고른 이유도 마찬가지다. 먼저 BMW 메이커 이미지의 경우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하기에 오케이였다. BMW 모델 가운데 3시리즈를 고른 배경은 호주머니 사정에 맞고, ‘도어가 4개 달려야 한다’는 개인 사정(기자는 당시 2도어 로드스터를 탔었다) 때문이다. 현재 팔리는 5세대 3시리즈와 달리 4세대는 318i, 320i, 325i, 330i 등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 325i를 선택한 이유는 직렬 6기통 엔진 가운데 파워가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엔진 블록이 고회전에 유리한 숏 스트로크 방식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 밖에 다른 이유도 있다. 개인적으로 뒷바퀴굴림을 선호하는데 BMW는 전통적으로 FR(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구동계를 고집한다.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BMW는 엔진을 앞바퀴 차축 뒤쪽으로 최대한 밀어 앞뒤 차체 무게비를 5:5에 가깝게 맞추는 특징이 있다. 물론 엔진을 차체 중앙에 둔 MR, 차체 뒤쪽에 배치한 RR 등 여러 가지 뒷바퀴굴림 구동계가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스포츠카에 쓰이는 범상치 않은 메커니즘이다. 정비 편의성 등에서 FR이 가장 좋다. 아무튼 기자가 BMW 325i를 타는 이유다. 앞으로 다른 차를 산다면 또 다른 판단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서두가 길어졌다. 정작 기자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BMW의 옹고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자는 개인 취향상 BMW와 궁합이 맞는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껏 만났던 수많은 BMW 관계자와 그들의 DNA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독일 본사의 BMW 구성원은 골수 BMW 팬으로 마치 기자를 세뇌교육(?)하듯이 이런 저런 자신들의 특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 BMW가 달라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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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 공식 데뷔한 3시리즈 컨버터블(E93)을 살펴보자. BMW 최초로 전동식 하드톱을 얹었다. BMW는 1975년 처음 등장한 3시리즈(E21)가 4세대(E46)로 진화할 동안 3가지 컨버터블을 내놓았다. 그동안 소프트톱만 고집해오다 5세대 3시리즈(E90)에 기초한 4세대 3시리즈 컨버터블에 이르러 처음 전동식 하드톱으로 교체한 것이다. BMW가 기술력이 떨어져 소프트톱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BMW의 소프트톱 제조업체는 독일 부품 업체 에드샤(Edscha)다. 에드샤는 2000년 9월 파리 모터쇼에 이태리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와 공동 개발한 전동식 하드톱을 출시하며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BMW는 2002년 데뷔한 Z4는 물론 2003년 등장한 6시리즈에 모두 소프트톱을 얹었다. 다른 메이커야 접어두고 영원한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가 SLK, SL 등에 전동식 하드톱을 달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2005년 스페인에서 열린 3시리즈 론칭 행사 때 본지 후배 기자에게 BMW 개발진이 정색을 하며 밝힌 내용이다. 그는 “전동식 하드톱은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차체 무게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앞뒤 5:5의 무게비를 고집하는 BMW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터보 엔진도 마찬가지다. BMW는 양산차에 터보차저 시스템을 달지 않았다. 물론 휘발유 엔진에 해당한다. 이에 관한 답변은 2004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M5 론칭 행사에서 기자가 만난 BMW M사 프로젝트 매니저 지크프리트 프리드만에게 직접 들었다. 그는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살리면서도 더 높은 파워를 뽑아내기 위해 터보차저 대신 엔진의 최고회전수를 높이는 방법을 쓴다”고 했다. 터보차저는 구조적으로 응답성이 떨어져 자연흡기 엔진보다 둔감하고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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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와 동석했던 M사 사장 울리히 브루흔케도 BMW의 DNA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를 남겼다. 그와 나눴던 이야기 가운데 BMW의 네바퀴굴림 모델인 xi와 관한 것도 있다. ‘SUV인 X5와 X3야 어쩔 수 없지만 승용 세단과 왜건에 xi 모델을 두는 것은 뒷바퀴굴림 구동계만 고집했던 BMW답지 않다’는 기자의 견해에 그는 “그것은 스칸디나비아용 BMW다”라고 답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오너를 위해 개발한 BMW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그들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기자는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 현장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BMW 부스에 휘발유 터보 엔진이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70호 본 코너에서 밝혔듯이 BMW는 이제 터보차저가 달린 휘발유 엔진을 양산한다. 국내에 막 출시된 335i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BMW가 그들의 DNA를 버린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드톱의 경우 기술 발달로 오픈할 때와 닫았을 때 차체 앞뒤 무게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 터보 엔진도 마찬가지다. 프레스용 BMW의 공식 자료에 ‘터보차저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명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 팬으로 최근의 변화가 아쉽다. 이러다가 ‘BMW만의 직렬 6기통 엔진도 V6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실제로 이미 잃어버린 BMW의 전통이 있다. 바로 모델명이다. 1972년 5시리즈가 데뷔하며 차체 사이즈와 엔진 배기량으로 모델명을 표기해오던 BMW다. 다시 말해 325i의 경우 2.5ℓ 엔진이 얹힌 3시리즈라는 뜻이다. BMW 고유의 모델명 표기 방식은 과거 자동차광으로 유명했던 이건희 회장이 삼성차를 만들 때 참고했고 그 결과 초기 SM 5시리즈는 520, 525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 BMW의 모델명도 분명 달라졌다. 최근 국내 시장에 데뷔한 328i, 335i를 보면 각각 3.0ℓ, 3.0ℓ 터보 엔진을 얹고 있어 모델명과 엔진 배기량이 맞지 않는다. 이미 1998년 등장한 4세대 3시리즈(E46)의 320i가 2.2ℓ 엔진이 달리며 무너지기 시작한 룰이다. 2001년까지 판매된 3세대 7시리즈(E38) 역시 후기형 740i(4.4ℓ), 750i(5.4ℓ)이 모델명과 배기량이 달랐다. 2003년 데뷔한 5시리즈(E90)는 더 심하다. 530i(3.0ℓ)를 제외한 520i(2.2ℓ), 523i(2.5ℓ), 525i(3.0ℓ, 유럽형은 2.5ℓ 였음)가 배기량과 모델명이 맞지 않는다. 이제 차급과 엔진 배기량으로 표기한 BMW 고유의 모델명은 사라질 것인가? 애착이 큰 만큼 아쉬움도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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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부는 지금까지 진정한 경쟁 모델을 대상으로 비교 시승을 진행했다. 배기량, 성능, 값 등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려해 대상 차종을 선별, 가치를 진단했다. 한마디로 아무 모델이나 견주지 않았다. 이런 고집은 각 업체 홍보 담당자들에게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장벽이었다. 조금이라도 해당 브랜드와 수입 모델을 더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그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트라다>는 늘 정도를 지켰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본지는 혼다 어코드 V6와 포드 파이브헌드레드의 비교 시승을 기획한 적 있다. 벌써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두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단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라이벌이다. 혼다 어코드는 미국 중형차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 모델이다. 소형차 시빅보다 큰 3도어 해치백 스타일로 1976년 등장했고 1979년부터 4도어 세단 스타일로 변신했다. 출시 당시 그저 그런 싼 차였던 어코드는 1982년 2세대 모델이 등장하며 선풍적 인기몰이에 성공한다. 2세대 어코드 출시 1년 뒤에는 토요타가 캠리로 미국 중형차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어코드는 지금까지 7세대로 진화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카로 입지를 굳혔다. 포드 파이브헌드레드는 토러스의 후속으로 2005년 데뷔했다. 토러스는 1986년 포드가 사활을 걸고 개발한 중형 세단이다.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리던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로보캅이 타던 경찰차로 널리 알려졌고 쌍둥이 모델 머큐리 세이블이 기아자동차를 통해 정식 수입되기도 했다. 토러스는 포드의 의도대로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와 미국 ‘최고의 인기차’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너무 자신했기 때문일까? 1996년 등장한 3세대 모델이 ‘시대를 너무 앞선 엽기적인 디자인에 차값마저 너무 비싸졌다’는 악평을 받으며 무너지고 만다. 이처럼 파이브헌드레드에 바통을 넘기며 단종된 토러스지만 내년 초 다시 부활할 전망이다. 최근 포드 경영진이 파이브헌드레드의 변형 차종으로 다시 토러스를 내놓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혼다 어코드와 포드 파이브헌드레드를 비교해보겠다는 본지의 기획은 누가 봐도 타당했다. 파이브헌드레드의 수입원 포드코리아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혼다코리아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혼다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어코드의 라이벌은 렉서스 ES’라며 본지의 비교 시승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렉서스 ES가 토요타 캠리와 플랫폼이 같기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절대 보편타당하지 않는 라이벌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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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추론이지만 ‘수입차=고급차’라는 인식에 따라 해당 임포터가 마케팅 포커스를 온통 그쪽으로 잡다 보니 벌어진 촌극 같다. 자동차는 그 어떤 소비재보다도 저마다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바탕으로 오너의 취향이 반영된다. 타고 다니는 기능만 생각한다면 롤스로이스 팬텀과 현대 에쿠스도 비교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물론 100% 해당 임포터의 잘못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기획을 잡거나 동의해 이슈화시키는 언론이 더 문제다. 창간 이후 본지의 자체적인 비교 시승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아우디 A4 1.8T vs BMW 320i vs 메르세데스-벤츠 C180K’(62호), ‘캐딜락 STS 4.6L vs 인피니티 M45 vs 렉서스 GS430’(64호), ‘미니 쿠퍼 S vs 푸조 206RC’(65호), ‘아우디 A6 2.4 vs BMW 523i’(79호)다. 모두 국내 수입차 시장의 진짜 라이벌로 차종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랐다. 섭외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진행 과정은 더 힘들었다. 각 메이커 구성원들이 3~5년 가까이 최선을 다해 개발한 모델을 반나절 뚝딱 시승하고 우열을 가리는 ‘희대의 사기극’을 범하지 않기 위해 편집부 자동차 담당 기자 전원이 2~3일 동안 합숙하며 1천km 가까이 주행한 뒤 결론을 내렸다. 본지 ‘로드테스트’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1대가 아니라 2~3대씩 동시에 진행하는 비교 시승은 정말 더 힘들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본지 비교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회사 대 회사로 충돌하는 과정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여담이지만, 지난 2월호에 본지 편집부로부터 우위를 인정받는 아우디 A6 2.4의 경우 기사가 나가자마자 경쟁자를 물리쳤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라이벌 BMW 523i를 제친 것은 물론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로 올라섰다. 이런 판세 역전이 ‘<스트라다>의 파워’로부터 모두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지의 시선이 오너들의 판단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한다. 또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 수입차 구매의 ‘바이블’인 <스트라다>의 명성을 지켜나가겠다. 독자들의 성원 부탁드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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