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며 달 속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살고 있다고 여겼다.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사람들은 보름달을 향하여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풍습이 지금도 나이가 든 어른들에게는 전해져 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 보름달 가운데서도 음력 정월보름에는 마을마다 산봉우리에 달맞이 불을 놓으며 보름달에 온 마을 사람들이 소원성취를 빌었다. 찬 겨울의 보름달에 까만 부분이 계수나무고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이 있다기에 보름달을 보면서 토끼의 모습과 계수나무의 모습을 찾느라 열심히 달 관찰을 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인해 지금도 달을 보면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옛 시절의 꿈에 젖어 든다. 당시는 해에게 소원을 비는 이는 거의 없었지만 달에게 소원을 비는 경우는 허다했기에 어떤 면에서는 숭배의 대상을 넘어 신앙적인 면으로도 여겨졌으나 흐르는 세월은 풍습마저도 바뀌어 최근에는 극성 서러울 만큼 해돋이를 나서서 떠오르는 해에다 소원을 비는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
지금부터 40여 년 전 우리나라는 가난을 면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가득 차 있는 때였는데 부자가 되게 해 달라, 건강하게 해 달라, 장가들게 해 달라 등 많은 소원들을 달에게 빌었다. 당시 막강의 힘을 지닌 강대국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과학의 경쟁을 벌이면서 미국이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발사하여 1969년 7월20일 달에 사람을 착륙시켜 인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 시절 우리나라의 형편은 자그마한 흑백TV가 군(郡) 단위로도 몇 대 씩 뿐이라 달 착륙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를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볼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이 시점에서 달에는 공기도 물도 아무런 생명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과학의 힘에 의해 달 속의 계수나무도, 토끼도 모두 마음에서 떠나버린 시점이었다고 여겨진다.
윤극영님의 동요 ‘반달’의 노래는 달을 보면서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였는데 노랫말처럼 서쪽나라로 모두 가버린 것이다. 지금은 초등3학년에 벌써 달 모양의 관찰과 달 탐사의 내용들이 나오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계수나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나무는 계피나무와 월계수는 물론 달나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나무이며 상상속의 나무도 아니고 약으로 쓰이는 나무도 아니다. 일본 원산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일제 강점기인 1900년대에 수입하여 심기 시작한 일본의 나무이다. 계수나무 과의 계수나무 속으로 나무의 껍질은 붉은 갈색이며 세로로 얇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고 잎은 둥글고 심장형이며 마치 박태기나무의 잎과 비슷하다.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끝 쪽에 액체를 분비하는 선점이 있다. 초봄에 잎이 피기 전에 박태기나무처럼 붉은 꽃이 먼저 피는데 암꽃, 수꽃 모두 꽃잎과 꽃받침이 없으며 암술과 수술만 있는 이상한 꽃이 피는 특징이 있다. 꽃이 만발하면 나무 전체가 꽃향기로 그윽하다.
중부이남 지방에서 관상수로 잘 심는 계수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고 깨끗해 보이며 곧고 바른 줄기에 많은 가지들이 가지런히 붙어있다. 가을에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데 노랗게 단풍이 든 잎은 향기가 난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광합성의 양이 줄어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띠게 되는 것을 말하며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계수나무의 잎을 노랗게 물들인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은 잎으로부터 양분 받는 것을 막고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는데 그 기간 동안에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양분(녹말)이 당분으로 바뀌면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향기를 갖고 있다. 향기는 나무마다 다르기에 각각의 냄새를 갖는데 계수나무의 잎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이 있어 낙엽으로 떨어진 다음에도 일정기간 동안 휘발성 물질의 향기가 계속 나온다.
하트모양의 잎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의 단풍잎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가을에 노랗게 물든 계수나무의 잎을 주워서 전해봄도 좋으리라.
우리 주변에서 계수나무가 자생하는 경우는 본 일이 없으나 나무의 관상적 가치가 높은 탓으로 새롭게 지은 아파트나 공원, 수목원에서 조경수로 심어진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을 여행시 쿠루베 협곡을 갔는데 노거수의 계수나무들이 곳곳에 많이 자생하여 숲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곳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대구에는 마을의 이름을 상징하는 나무를 심은 곳이 있는데 계산 성당 앞의 작은 교통섬에 계수나무가 몇 그루 심어진 적이 있다. 뜨거운 도심바닥에서 몇 해 가지도 못하고 없어졌는데 마을 이름과 나무이름을 함께하는 상징성의 발상이 참 좋았는데 계산동에는 계수나무, 도원동에는 복사나무, 이천동에는 배나무를 심어 마을 숲을 조금씩이라도 조성한다면 시민들은 심어진 나무의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 애향심이 다른 마을보다 더 크리라 여기며 의미 있는 나무심기의 발상이라고 여겨졌는데 성공은 하지 못한 걸로 보아진다.
과학이 삶의 질을 이끌어가는 것이 분명하지만 달도 TV에서 뜨고, 도깨비도 TV속에서 살아 움직이기에 귀중한 꿈이며 상상력, 낭만들이 영상에 의해 자꾸만 밀려나는 것이 아쉽다.
첫댓글 대백프라자 앞 버스 정류장 딋 편에 겨수나무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 계수나무가 꽤 여러그루 있습니다.
가을에 노랗게 물들고 달콤한 초코렛향이 났던거 같습니다.
잎이 하트모양이라 예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