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도봉구 창동 반지하 주택에서 두 손자를 키우며 살아가는 장점분 마리아 할머니. |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마음껏 간식을 못 사 먹이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 밤 11시가 넘어야 집에 오는 고등학교 2학년 손자가 출출할까 싶어 빵이라도 사두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부모가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할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면 급식만 먹이는 게 미안하다.
장점분(마리아, 81) 할머니는 서울 도봉구 창동 반지하 주택에서 중1, 고2 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 아들네가 갈라서면서 할머니가 아이들을 떠맡은 지 7년쯤 됐다. 그나마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어떻게든 살림이 꾸려졌는데 지난해 9월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3남 1녀를 뒀지만 다들 살기가 어려워 딱히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태다. 아이들은 커 가는데 돈이 들어올 곳은 없어 할머니는 하루하루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다.
세 식구 앞으로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50만 원. 중1 손자 앞으로 들어오는 장학지원금 10만 원에 할머니 노령연금 20만 원, 노인 일자리 수급비 20만 원이 전부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는 월 20만 원을 벌기 위해 노인 봉사에 나선다. 주 3회 이웃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하는데 걸어서 서너 군데를 방문하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특히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엔 자신도 쓰러질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여러 군데서 들어오던 도움의 손길도 줄어들면서 한 푼이 아쉬운 실정이다.
할머니의 희망은 바르게 자라준 두 손자다.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는 고2 손자 자랑에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벽에 수두룩하다. 남들 다 하는 과외나 학원 한 번 보낸 적 없어 미안하지만 큰 손자는 단 한 번도 불평불만 없이 착실하게 공부에만 열중해 왔다. 비좁은 집에서 매일 밤 불을 밝히고 공부하는 형을 위해 동생은 군말 없이 방을 내주고 거실에서 잠을 청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고 우애 깊게 자라 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한 번씩 그래요. 밖에 나가면 기가 죽는다고. 집이 이렇다 보니까… 용돈을 쥐여줘도 안 쓰고 가져 와요. 주변 친구들 보면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게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이야기를 안 해요. 휴대전화나 옷이나 뭐나 해 달라고 투정 한 번 안 부리는 거 보면 기특하다가도 너무 철들어 버렸나 마음이 안 좋아요.”
수학 교사가 되고 싶다는 큰 손자가 무사히 대학에 가는 것이 요즘 할머니의 첫 번째 꿈이다. 할머니는 모처럼 집을 찾은 성당 이웃들에게 직업으로 선생님은 어떤지, 요즘같은 세상에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며 오로지 손주들 생각뿐이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5년 전 주민센터를 통해 성당과 인연을 맺은 장점분 할머니는 지난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주일 미사에 나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할머니를 위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부탁합니다.”
후견인/김동근 프란치스코(서울창5동 빈첸시오회 부간사)
※장점분 할머니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23일부터 2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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