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김성원 기자] 22미터 높이의 조형물 해머링 맨(Hammering Man)은 여전히 그 커다란 망치를 위-아래로 흔든다. 기자의 착각일까. 흥국생명 본사를 장식하는 거대한 장식물의 망치가 잠시 멈춘다. 숙녀 7명이 등장하자 그랬다. 우루루 정문 앞을 서성이다 모두 손을 잡고 행진하자 이번에는 지나가던 차들도 잠시 정지. 황사가 거세게 몰아치던 지난 주말 광화문 풍경. 2005-2006 KT & G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패권을 차지한 흥국생명 여전사 7명의 봄철 수다가 시작됐다. 챔프 결정 전쟁도 이제 끝. 오늘부터 우리들의 에너지가 터져 나온다.
명동으로 달려간 그녀들
3승2패. 피말리는 싸움 끝에 트로피를 차지한 여전사 6명은 다음날 곧바로 명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원하는 머리를 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코트에서 보던 머리와 무척 다르다"고 아는체 하자 맏언니 구기란이 미소 짓는다. 막내 김연경은 `케케케`하고 선머슴 웃음을 짓는다. 진혜지는 가수 심은진 사진을 들고가서 `이렇게 해주세요`라며 미용실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챔피언 결정전이 종료되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본사 1층 로비에서 과일 쥬스와 샌드위치를 시켜놓은 이들은 기자의 사진 취재 요청에 `우이씨`하며 일어난다. 밖으로 나가니 아직은 쌀쌀한 바람. 그러나 언제 투덜댔냐는듯 양 손을 서로 마주잡더니 기분좋게 웃는다. "오늘은 배구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엔 미녀 군단 이야기 들었을때 좀 창피했어요. 지난해 성적이 꼴찌(3승13패)였는데 미녀라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웬지 속도 상하고… 그런데 이제는 뭐, 우승도 했고 실제로 이쁘고 그렇지 않나요?" 이거 봐라? 우승 확정뒤 맏언니로서 커다란 눈에 눈물 고여가며 `끄억 끄억` 대던 구기란이었다. "맨날 꼴찌하던 시절이 생각나 서럽다"고 했던 그녀 아닌가. 이젠 프라이드도 만만치 않다. 실력이 늘고 성적이 좋으니 당연한 결과다.
아직은 저녁 6시, 그래도 신데렐라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근육이 붙을 곳은 붙었고 들어갈 곳은 들어갔다. 이쁜 얼굴 보려면 보통의 신장을 가진 남자들도 고개를 들어야 한다. 남자친구 있는 이는 이영주뿐이다. 역시 주장은 뭐든지 솔선수범. 선수들 모두 너무 이뻐서 접근을 못하는 걸까. 아니다 시간이 없다. 시즌을 언제 마쳤는가 싶은데 10일부터 벌써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예년같으면 휴가(보통 시즌 종료뒤 2주 정도)가 더 길었을텐데 오는 20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치러지는 한-일 V-리그 톱매치에 우승팀으로 나서 일본팀(?)과 승부를 겨뤄야 한다. 벌써 집합이다. 대개 외출이 허락됐던 월요일도 최근에는 시간이 줄어 오후 3시간 휴식을 주고 다시 3시부터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참, 거 남자 만들기 쉽지 않네.
이영주의 남자친구는 지난해 프로야구 두산 소속인 이재우다. 3년전 대학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홀드왕을 차지한 실력있는 중간계투다. 다행히 지난해보다도 더 시간이 많이 난다. 평소 같으면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돼 원정경기도 다니고 바쁠 터. 지난 겨울 군사훈련 4주를 받은뒤 현재 공익근무중이다. 연락할 기회가 더 많다고 한다.
단군이래 이래 최고의 찰떡 호흡
단군 이래로 이렇게 발랄한 운동팀이 있었을까. 맏언니 구기란의 답이 그럴듯 하다. "제가 처음 입단했을때만 해도 집합이 있었어요. 선-후배간 체벌도 있었고요. 지금은 전부 말로 해요. 그렇게 해도 충분히 되는걸 다들 알고 있죠. " 막내 김연경을 잘못 보면 선머슴의 건방기가 그대로 묻어 나온다. 껄렁껄렁 하다. 김연경이 입을 열면 선배들이 까르르 웃는다. 공통된 질문에 함께 대답하는 것도 척척이다. 흥국생명은 여자 배구단중 유일하게 신인 김연경부터 최고참 구기란까지 모두 머리 염색을 할 수 있다. 승리에 대한 투쟁심과 화합은 억압과 규제에서 나오는게 아님을 몸소 터득한 선수들이다. 다른 팀이 우승했다면 시상식장서 꼭짓점 댄스를 준비할 수 있었을까. 7명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면 화음을 이뤄 합창단이다. 스스로를 아끼고 보듬는다. 그래서 가족이다. 꼴찌에서 우승엘리베이터를 탄 흥국생명 배구단이 그렇다.
첫댓글 선 후배간 체벌이라... 77년생 까지도.... 예전엔 오죽 했을까....가엾은 우리 선수들...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