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차: 뇌 신경센터 MRA
2013년 7월 2일 화요일. 아침부터 비. 장마시작 예보.
분당 서울대병원에 들어서면 신축한 건물에 「암 병원. 뇌신경 병원」이란 간판이 붙어있다. 중증전문 병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일 테지만 어제는 암센터 오늘은 뇌신경센터를 찾는 나를 대상으로 한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좀 그렇다.
최근에 각 대학병원마다 독립된 암센터건물들을 경쟁적으로 건립하는데 그 건물들을 보면 '중증환자가 우리의 VIP입니다.' 라며 유혹하는 이미지로 와 닿는다.
작년 12월 12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종합건강진단을 했을 때 진단 결과표에 '경동맥 초음파상 내 경동맥 부위에 다수의 석회화된 죽상판 관찰되며 경도의 혈관이 좁아진 소견 관찰됩니다. 내 경동맥 병변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위해 의사 상담바랍니다.' 라고 기록한 이 소견이 불을 지폈다.
‘병을 너무 알아도 병’이란 말이 이 경우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내 나이에 이 정도 병변이 없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암 치료에만 전념하겠다 작정하고 집에 왔지만 영 개운치 않았다. 할 수 없이 그 병원 신경과 이 아무개 교수의 진료를 받았다. 그는 경동맥초음파 사진을 쓱 훑어보더니 MRA를 찍어보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너무 비싸 쉽게 결정 못했다.
수납에서 MRA 하나 찍는 데만 130만원인가 내라고 했다.
골수검사, PET-CT 다 하는데도 20만원이 넘지 않는데 무슨 130만원이나, 싶어서 포기했다.
집에서 가까운 데다 주차장이며 시설이 보다 나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 그렇고 해서 옮겼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는 MRA뿐 아니라 MRI까지 두 가지를 찍고 1,145,400원 100% 비급여를 일부급여로 전환하여 현금 741,340원을 환불받았다. 40만 원에 두 가지를 했으니 공짜로 한 거나 다름없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 교수는 항암치료 시 채혈된 혈액검사 결과를 보더니 백혈구, 호중구, 혈소판의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 했다. 그러면서 한 달 반 후에 다시 보자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고지혈증약과 아스피린 계열의 혈전용해제. 혈액이 정상이라는 내 몸의 상태가 마치 의사의 큰 은덕 때문인 양 여겨져 고마웠다. 집으로 오면서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준비해 갔던 질문을 깜빡한 것이었다.
1. 나의 병변 상태는 내 연령층에서 있을 수 있는 보통 정도 아닌가.
2. 항암 약만 해도 간, 신장, 위 부담이 되는데 혈전용해제는 항암치료 끝나고서 복용하면 안 되는지.
3. 항암제와 병용했을 경우 부작용은 없는지. 등등….
이 내용은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에게 해야 하는 질문이다. 열심히 메모를 해 갔는데 잊고 말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한 속담은 어떤 위기에도 당황하지 말고 냉철하게 대응하라는, 즉 이성적으로 사리판단을 하라고 강조한 말이다.
오늘 환불받은 일에 너무 들떴다. 흥분하면 이성을 잃게 되어있다. 중요한 질문을 빼먹은 오늘 일에 대해 깊이 통찰하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입천장은 회복되었고, 체중이 59㎏ 대로 떨어졌다.
첫댓글 올해 처럼 칠월 초가 장마철 이였군요.
하나도 놓차시지 않으시려는~
정신력이 대단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병원가기전에는 궁금한 것 생각하며 이번엔 꼭 물어봐야지 하면서
집에 돌아올땐 못물어보았네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아요.
항상 건강 주의하세요.
존경합니다..
꼼꼼하게 메모된 일기!
세월이 지나 추억하면
더욱 건강의 소중함이 느껴질듯합니다~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