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걸고 빵 만든다, 곤트란 쉐리에 셰프 된장 사브르 쿠키·나물 파이…韓佛합작품 기대하세요
■ 프랑스 베이커리 名家 '곤트란쉐리에 블랑제리' 곤트란 쉐리에
그 어느 때보다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이제 요리사는 일반적인 서비스 직종이 아니라 예술가이자 혁신가, 나아가 기업가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크루아상 맛집'으로 알려진 베이커리 브랜드 '곤트란쉐리에'를 만든 프랑스 출신의 곤트란 쉐리에(Gontran Cherrier) 셰프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2010년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일본 도쿄, 호주 멜버른, 대만 타이베이 그리고 한국까지 6년 만에 6개국 40여 개 매장을 갖춘 베이커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4대가 제빵사인 집안에서 태어난 쉐리에 셰프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빵집 형태를 고수한 부모 세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자신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빵이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길 바랐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각 나라 고유의 재료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 역시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는 프랑스 블랑제리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모던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포용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곤트란쉐리에 매장에서 일본 미소된장을 이용한 빵 등 이색적인 빵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곤트란쉐리에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각 지역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손을 잡은 덕분이었다. 곤트란 쉐리에 셰프는 세계 각국을 돌며 제품 품질을 관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장 운영과 홍보 등 경영 업무는 현지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담당한다. 각 나라의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게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현지 경영진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신메뉴가 출시되면 각국의 경영진은 해당 신메뉴가 그 나라의 시장에서 잘 팔릴지를 판단하고 출시 시기 등을 조정한다. 프랑스 정통 블랑제리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아시아 시장을 파고든 것 역시 성공적이었다. 곤트란쉐리에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매장에 제빵을 위한 작업장을 설치하고, 프랑스 정부의 품질 인증(Label Rouge)을 받은 최고급 밀가루만을 사용한다.
쉐리에 셰프는 열여섯 살에 요리 학교 '에콜 페랑디(L'Ecole Ferrandi)'에 입학했고 이후 '파리 제빵제과 학교(L'Ecole de Boulangerie et Patisserie De Paris)'를 거쳤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아르페주(L'Arpege)와 뤼카 카르통(Lucas Carton)에서 파티시에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책과 방송 등 미디어 진출 역시 그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2005년 'a croquer'라는 요리책을 시작으로 제과 레시피를 담은 책을 연달아 냈고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랑스에서 셰프로서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쉐리에 셰프를 만나 베이커리 경영과 제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새 매장 오픈을 앞두고 둘러보려고 왔다. 이번에 새로 오픈한 매장은 제빵 수업을 함께할 수 있는 매장이라 특히 관심이 간다. 한국에 곤트란쉐리에 브랜드를 론칭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1년에 4번쯤 방문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것은 2010년, 파리를 시작으로 6년 새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세계 곳곳에 매장을 열었다. 빠르게 확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 각 국가와 지역에서 활동해 온 비즈니스 파트너와 손을 잡았기에 가능했다. 꼭 많은 나라에 진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비즈니스 제의가 들어오면 열린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를 검토한다. 내가 일일이 경영 전반을 챙기지는 않는다. 그 나라 특성에 맞게 경영을 할 수 있는 경영자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단 중요한 결정들은 함께 내린다. 한국에서도 한국지사의 대표가 한국 매장에 대한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앞으로 매장을 최소 5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다른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보통 백화점에 매장을 낸다. 반면 곤트란쉐리에는 백화점 입점도 있지만 로드숍도 많다. 왜 다른 형태의 매장을 추구하나.
▷좀 더 프랑스의 전통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에서는 빵집이 빵을 만드는 넓은 작업장과 판매를 하는 매장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전통이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작은 공간에서 판매만 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장을 갖추고 있기가 힘들다.
―왜 작업장과 매장이 같이 있는 게 좋은가.
▷품질 유지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블랑제리가 작업장과 판매 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다. 빵이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바로 판매되어야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좋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이런 매장 구성에 대한 고집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 있는 곤트란쉐리에 매장도 모두 작업장과 판매장이 함께 있는 형태다. 백화점에 들어선 매장의 경우 오븐 작업장을 갖추고 있다.
―4대가 제빵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게 본인이 추구하는 점이 있다면.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게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파리 외곽에서 작은 규모의 빵집을 운영하는 걸 고수했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빵집의 모습을 지킨 거다. 나는 좀 더 모던하고 세계 각국에서 맛볼 수 있는 빵집을 만들고자 한다. 규모도 더 크고, 레스토랑과 빵집을 넘나드는 새로운 콘셉트의 빵집을 추구하고 싶다.
― 레스토랑과 빵집을 넘나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어 어떤 빵을 어떤 요리와 함께 먹어야 좋은지 발견해서 고객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또 다양한 향신료와 어떤 빵이 결합했을 때 더 맛있는지 탐색해보고 싶다. 레스토랑에서도 제빵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브런치 메뉴 등 빵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재료들과 결합한 형태의 요리를 추구한다.
―브랜드를 많은 나라에 확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레시피를 통해 탄생한 빵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수익을 얼마큼 내겠다는 목표가 있기보다는 빵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너무 좋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 제빵은 사실상 내 삶의 전부다.
―해외에 진출하면 품질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나.
▷그래서 매장이 있는 국가들을 자주 방문한다. 프랑스에서처럼 작업장과 매장을 직접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도 품질 관리다. 경기도 성남으로 센트럴키친이 이사를 해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하고자 한다. 센트럴키친은 제품 중 중요 품목을 생지 형태로 만들어 각 매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장에서는 발효를 거쳐 생지를 구워 내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해외에 진출하면 제빵사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처음 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때는 각국에서 일할 셰프들을 프랑스에 보내 일정 기간 교육을 받게 했다. 하지만 아시아에 매장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아시아 상주 헤드 셰프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헤드 셰프가 평소에는 대만에 있다가 어느 아시아 지역에 새 매장이 문을 열면 가서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유럽·미국이 아닌 아시아 대륙에 많이 진출한 이유는.
▷유럽은 경기 침체 때문에 매장 확장을 미루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쪽에 매장 오픈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아시아에 진출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아시아의 음식문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미국과 아시아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시아 지역이 제가 추구하는 바와 더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아시아 진출을 선택하게 됐다.
―아시아 음식문화의 어떤 점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나.
▷개인적으로 미국은 식문화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시아는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를 사용한 독특한 요리가 많다. 특히 차 문화와 야채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많아서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은 모든 사람들이 식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앞으로 해외에 더 진출할 계획이 있나.
▷올해 여름 태국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층이 있나.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는 젊은 층을 좀 더 공략하려고 하지만 매장이 들어선 동네별로 타깃 소비자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주변에 학교와 학원이 많은 동네라면 주부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고유의 식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빵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퓨전 레시피는 무엇인가.
▷일본 된장인 미소가 들어간 빵이다. 이 빵은 프랑스 굴 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푸아그라와도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또 소금에 절인 벚꽃 잎과 크림치즈를 이용한 빵도 있다. 이렇게 이질적인 식재료들이 독특하게 어우러지는 결합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한 빵들을 프랑스에서도 팔고, 한국에서도 파는 등 다양한 나라에서 맛볼 수 있게 한다. 나는 맛있는 걸 찾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과정들이 정말 재미있다.
―한국 식재료 중에서는 무엇이 가장 흥미롭게 여겨졌나.
▷깻잎, 쑥갓 등 한국 고유의 채소와 된장이 흥미로웠다. 이전에 깻잎을 이용한 캉파뉴(Campagne)를 만든 적도 있다.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새 레시피를 구상한 것이 있나.
▷된장 사브르 쿠키라든지 나물을 이용한 파이를 구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레시피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독특한 재료를 이용해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빵과 결합해보고 싶다.
―프랑스에서 빵 레시피 책을 내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런 경험들이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도움이 됐나.
▷프랑스에서는 성공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처음 방송 출연을 한 건 2007년이었는데 이후 3~4개 방송 프로그램에 더 나갔다. 가장 인기를 많이 얻은 프로그램은 프랑스 M6 방송사에서 했던 'La Meilleure Boulangerie de France(프랑스 최고의 빵집)'다. 말 그대로 빵집들을 방문해서 먹어보고 맛집을 찾는 프로그램인데 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름을 많이 알렸다.
―개인적으로 롤모델이거나 존경하는 셰프가 있나.
▷피에르 에르메 셰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매장 디자인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을 챙기고 컨트롤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고객의 반응을 직접 반영하고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피에르 에르메 셰프는 크루아상과 같은 비엔누아스리(viennoiserie·비엔나풍 페이스트리) 제품을 만든 경험도 있고 프랑스 파리 유명 제과점인 라 뒤레(La Duree) 셰프로 일한 경력도 있다.
라 뒤레 셰프로 일했던 당시 피에르 에르메 셰프를 보면서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해외 진출 브랜드를 만든 셰프들의 모임에서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등 개인적인 유대관계도 이어가고 있다.
―곤트란쉐리에가 어떤 브랜드가 되길 원하나.
▷빵을 기본으로 해서 여러 가지 카테고리의 식문화를 끌어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빵에는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프랑스어에서 코팽(copain)이라는 단어는 친구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함께 나눈다는 언어적 기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빵을 기본으로 다양한 식문화를 많이 나누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 He is…
프랑스 출신의 곤트란 쉐리에 셰프는 4대가 제빵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요리 학교 '에콜 페랑디(L'Ecole Ferrandi)' 와 '파리 제빵제과 학교(L'Ecole de Boulangerie et Patisserie De Paris)'에서 공부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르페주(L'Arpege)와 뤼카 카르통(Lucas Carton)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베이커리 브랜드 '곤트란쉐리에'를 론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