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타임즈의 '머지사이드 전문 소식통' 폴 조이스 기자는 지난달 30일 던컨 퍼거슨 에버튼 수석코치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퍼거슨은 이번 시즌 감독대행으로 4경기를 치뤘을 때의 소감과 뒷이야기 그리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로 근무하는 기분 등을 말했습니다.:
던컨 퍼거슨은 평상시에는 '부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퍼거슨은 평상시와는 다른 유형의 사람이 됐습니다. 리버풀시의 파노라믹 34 레스토랑에서 리버풀 시티 센터의 야경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하는 일정을 예약했을 때, 퍼거슨은 정말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죠.
이날 식사 자리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그의 아들 다비데 안첼로티 수석코치 그리고 안첼로티 감독의 딸 케이타가 참석했고, 에버튼 코칭스태프들도 합석했습니다.
식사 후, 퍼거슨은 안첼로티 감독 일행에게 근처 재즈바에서 '2차 식사'를 즐기자고 이야기했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피곤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제가 감독님한테 (바에 가서) 추가로 시간 보내자고 진짜 엄청 설득했어요. 아무래도 다른 에버튼 스태프들이랑 감독님 따님도 식사자리에 오시기도 해서 그런지 감독님이 약간 주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5분만 더 있다 가세요'라고 부탁했어요. 스탠딩 바 형식의 바로 이동했고, 그날 바에는 두 명의 가수도 있었는데 분위기 잘 타더라고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죠."
"저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위스키 한 잔씩 주문했고요. 감독님은 커피 마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초대 가수 두 명이 노래 부르면서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고요. 감독님은 결국 2시간 더 있다 가셨어요. 웃긴게 제가 부탁도 안했는데 가수들이 이탈리아어로 노래까지 불렀다니까요. 그런 분위기에서 감독님한테 갑자기 '가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뭐했고요."
이날 저녁 식사는 '비즈니스' 이야기 그리고 '사적인' 즐거움이 가득찬 자리였습니다. 퍼거슨은 식사 자리에서 안첼로티 감독에게 자신이 감독대행으로서 리그 4경기를 치뤘을 때의 소감 그리고 과거 에버튼 구단에 대한 정보들을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에버튼 선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에버튼 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전반적인 에버튼 구단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저는 감독님한테 홀리 트리니티 (하워드 켄달, 콜린 하비, 앨런 볼 등이 활약하던 에버튼의 1970년대 전성기) 시대가 어땠는지도 이야기했고요. 우리가 계속해서 '과거에는 말이야' 식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구단 내 중요한 인물들에 대해서 알려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하워드 켄달 감독님이 저한테 얼마나 대단한 스승이었는지도 말씀드렸고요. 저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님께서도 제게 '또 다른 대단한 스승'으로 가르침을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를로 감독님은 대단한 분이에요. 신사이자 매우 현명한 분이에요. 본인이 뭘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시는 축구인이고요. 감독님은 우리 팬들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제게 물어보셨고요. 어떤 축구를 팬들이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감독님께 전달할 정보를 드린다고 드리긴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이미 축구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지닌 분이잖아요. 그렇죠? 감독님은 최정상급 감독이고, 제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퍼거슨은 지난해 감독대행 시절과 달리 이제는 '스펀지'처럼 많은 것을 배워야할 때라고 말합니다. '홈그로운' 코치로서 더 성장하길 바라는 퍼거슨에게 안첼로티의 가르침을 받는 것은 최고의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날 인터뷰에서 퍼거슨은 지난해 12월 초 마르코 실바가 경질된 후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켰을 때를 회상했습니다. 퍼거슨은 구디슨 파크에서 열렸던 '프로 감독 데뷔전' 첼시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팀이 필요로 하던 승점 3점을 획득했습니다. 이날 퍼거슨은 에버튼이 골을 넣을 때마다 볼보이들을 들어올리며 자축하는 세레머니로 큰 주목을 받았죠.
그 다음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만들어낸 퍼거슨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자켓 없이 터치라인에서 선수단을 지휘했습니다. 이날 하워드 켄달의 미망인으로부터 켄달이 과거 차던 아르마니 손목 시계를 차고 선수들을 지휘한 퍼거슨은 '감독대행을 처음 맡았을 때는 긴장때문에 잠도 못 잤다'고 말했지만 맨유전 당시 코트를 벗고 있을 때는 '하나도 안 추웠다'고 덧붙혔습니다.
"감독대행 자리를 처음 맡았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솟아나서 잘 수가 없더라고요. 그 때는 진짜 밥도 안 먹었고 잠도 못 잤어요. 아드레날린이 너무 넘쳐서 그렇기도 했고, 당시 상대하던 팀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때문에 걱정도 됐거든요. 저는 솔직히 (경기 중에) 우리가 괜찮게 플레이할 때도 걱정했었어요. 그러니 만약 팀이 졌으면 제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아졌었겠어요."
"저는 그냥 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 볼보이들 안고 들어올리던 상황에 대해 자세히 기억도 안 나요. 그 때 경기 영상 다시 돌려보고나서야 '맙소사 내가 저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맨유전에서) 제가 자켓 처음 벗었을 때도 별 생각 없이 벗었던 거거든요. 그 당시에는 (경기에 몰입한 탓에) 비를 맞고 있는건지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누군가는 '그때 추위는 느꼈을 걸'이라고 말했는데 그때는 전혀 안 추웠어요. 정말 별 생각 없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본능 탓이겠죠. 하지만 여러분께 축구계 인물들이 얼마나 미신을 많이 믿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자켓 벗었을 때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자켓을 다시 벗는 장면을 만들자는 생각도 했었어요."
"상황에 따라서 비난 받았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일부러 (큰 동작을 보이면서) 내가 이 팀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를 비롯해서 우리 선수단, 팬들이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단합하기를 원했었거든요."
퍼거슨은 선수 시절 에버튼에서 두 번이나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골도 많이 넣었지만 레드카드도 많이 받은 '스코틀랜드의 거친 사나이' 이미지를 가진 선수였습니다. 어쩌면 감독대행으로서 보인 큰 행동은 선수 시절의 면모 덕에 더 돋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빌 켄라이트 회장은 지난달 구단 정기 주주 총회에서 마르코 실바가 경질된 날 퍼거슨이 어떻게 전술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금방 실전에 나설 선수단에 적용시켰는지 언급했습니다. 실바가 경질된지 불과 48시간도 안되서 열린 첼시전, 에버튼은 (이전의 4-2-3-1 전술이 아닌) 4-4-2 전술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퍼거슨이 프로 감독 데뷔전에서 사용한 이 전술은 성공적인 성과를 이끌어냈죠. 이어 열린 맨유전에서는 선수단 부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센터백인 메이슨 홀게이트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는 변칙 운용이 돋보였습니다.
"저는 모두가 어떤 방향으로 지켜보는지도 생각하고, 선수 시절 기억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에버튼 시절 주장 완장을 차고 세 명의 다른 감독들 밑에서 뛴 경험이 있거든요. 만약 여러분이 제가 에버튼 선수로 뛸 때의 감독님들한테 '퍼거슨이 어떤 선수였나' 물어보면, 감독님들이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선수였다'고 답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감독대행 당시) 팀의 장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했던게 뭐였을까요? 저는 두 명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세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미닉 (칼버트-르윈) 그리고 히샬리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팀 내 최고 공격수인 두 선수를 적절한 위치에서 기용해 이들 중심으로 경기를 운용하는 걸 택했죠. 어쩌면 (이전의) 다른 감독들은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못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제가 전술을 '너무 단순하게' 운용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4-4-2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그리고 그 체제에서 뛰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당시 우리는 지역 라이벌인 리버풀에게 2-5로 박살난 뒤 (tonked) 홈 경기를 치루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단순 팀 토크와 기도에 의존했다면 같은 전술에 같은 라인업으로 첼시전에 나설 수도 있었겠죠."
"첼시는 좋은 팀입니다. 당시 첼시의 리그 순위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었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전술을 구사 중이었죠. (사실 전술을 바꿨음에도) 중원에서 2명이 3명을 상대해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꽤나 위험을 안고 싸워야하는 상황이었죠."
에버튼은 이 수적인 열세를 적극적인 태클 구사와 엄청난 활동량으로 극복했습니다. 이날 에버튼은 근 10년 중 한 경기 최다 태클 성공 (37회)을 기록했고, 첼시전 승리는 단순 90분 축구 경기에서 이겼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리였습니다.
"현 시대의 축구를 고려할 때, 만약 제가 감독대행으로 치룬 4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향후 코치 경력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제가 만약 감독 대행 첫 경기에서 패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이 두번째 경기도 지휘봉을 잡아야한다'고 밀이줬을까요?"
"저는 한동안 리버풀시 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던컨 퍼거슨은 에버튼에서 뭘하는거냐? 걔가 에버튼에서 하는게 뭔데?" 글쎄, 이제 그 사람들도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게 됐겠죠. 그동안 사람들은 제가 선수 시절 이름값때문에 에버튼 1군 코치 직위를 잡고 벤치에만 앉아있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다른 팀 1군 코치 중에서 터치라인에 나서서 감독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1군 팀 코치는 감독이 지시한 사안을 따라서 수행하는 역할입니다. 가령 감독이 훈련장에 드리블 훈련할 수 있는 환경 (드리블 콘 설치)을 만들라고 하면 그 일을 해야하고요. 감독이 골 결정력 향상 훈련, 점유율 훈련, 패스 훈련 등을 진행할 것을 요청하면 이에 맞춰 훈련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믿어주세요. 지난 10년동안 저는 훈련장에서 에버튼 코치로서 수행해야하는 모든 훈련 진행을 맡아왔어요."
"몇 몇 감독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훈련을, 몇 몇 감독들은 평상시보다 더 적은 훈련을 요구하는 편입니다. 1군 팀 코치가 경기 중 터치라인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신 적은 없을 거에요. 그건 1군 코치가 할 역할이 아닙니다. 그래서였을지 몰라도, 저는 (감독대행 시절) 우리 팀이 꾸준히 승점을 따내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부 사람들의 입을 닥치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저는 제가 적은 몇 경기에서나마 우리 팀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요. 우리 구단과 팬들은 누군가가 팀을 정말로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모든 일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상황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인생에서 첼시전 승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에요. 저는 그날 구디슨 파크에 있던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 이제 저는 앞으로 계속 배워가고 싶습니다."
에버튼 U12, U14, U16 그리고 U18팀 코치 역할을 모두 수행했던 퍼거슨은 1군 팀에서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현 벨기에 대표팀 감독), 로날드 쿠만 (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샘 앨러다이스 그리고 실바 밑에서 코치 역할을 수행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현재 에버튼의 사령탑인 안첼로티는 퍼거슨과 같이 4-4-2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하지만, 전술적으로 '새로운 측면을 제공했다'고 퍼거슨을 말합니다. 60살의 이탈리아 명장은 훈련을 이끌면서 수비 움직임과 공격 패턴 등을 관찰하고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플레이를 찾습니다.
물론 지난달 FA컵에서 리버풀에게 충격패를 당했을 때처럼 '힘겨운 순간'도 있었고, 이때는 퍼거슨도 경기 후 선수단에게 '험한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지난달 말 뉴캐슬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2실점을 내줘 어이없이 2-2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도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었죠. 하지만 퍼거슨은 이 때의 상황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아직 감독님이 부임한지 얼마 안되긴 했죠. 하지만 카를로 감독님이 얼마나 차분히 팀을 잘 이끌고 있는지 잘 파악되실 거에요. 감독님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팀을 지휘하는지도 눈에 들어오실 거고요."
"감독님은 정말 매력 넘치는 분이에요. 때로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분이고요. 그리고 (책상을 치면서) 감독님이 이렇게 뭔가 말하면 선수들은 곧장 집중하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왜냐하면 감독님이 말씀하시니까요. 안 그런가요? 카를로 감독님은 선수 시절에도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냈고, 감독으로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분입니다."
"감독님은 매일 훈련장에 모습을 보이며 직접 선수단을 능숙히 관리하시는 분이고요. 우리는 에버튼에 월드 클래스 감독이 부임하기를 원해왔습니다. 그리고 맙소사 정말 현실이 됐잖아요. 카를로 감독님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들 중 한 명입니다. 웬만한 우승 트로피는 다 들어본 분이고요."
"우리 축구 클럽에 카를로 감독님 같은 분을 모실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영광입니다. 저는 감독님께도 에버튼이 (명순간을 만드는) 영광스러운 구단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https://www.thetimes.co.uk/article/duncan-ferguson-when-carlo-ancelotti-says-something-the-players-jump-to-attention-and-so-do-i-5xrzk2jqn
첫댓글 크으.. 인터뷰 하나하나가 근본력 MAX...
이런 분이 수석코치라는 게 참 든든합니다..
어려운 일정을 대행으로서 정말 잘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 다시 한번 하고 싶네요.
선수로도..스태프로도 레전드..
든든하네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선수들 기강 잘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켄달이 차던 아르마니 시계를 차고.. 와.. 뭔가 영화같네요
저는 정말 던컨 퍼거슨 코치님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다 합쳐도 퍼거슨 코치에게 가장 애정이 큽니다. 다른 팀에게는 악몽일지 모르겠지만, 우리팀에게는 너무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그가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언젠가는 꼭 에버튼에서 성공적인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에버튼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버튼을 사랑하는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이에요!
던컨짱 근데 박찬호 냄새가 ㅋㅋ
진짜 너무 멋있습니다 ㅜㅜ
파도 파도 미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