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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창밖에 시리도록 눈부신 담쟁이덩굴 잎새가 걸려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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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가을이면 우리들도 물든다. 노랗게 물들어 올라 빨갛게 타오른다. 가을이면 우리의 그리움도 물든다. 추억도 물들고, 보고 싶은 얼굴도 물든다. 가을이면 자꾸 몸이 달뜬다. 낙엽 하나에 우리의 몸을 실어 보고, 떨어지는 그리움에 사무친다. 길을 가다가도 발길에 스치는 낙엽 하나를 밟지 않으려고 순간의 동작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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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덩굴이 물들면 우리들의 추억도 물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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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여섯." 존시는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 있어--- 사흘 전에는 백 개나 있어서 다 세려면 골머리가 아팠는데--- 하지만 이제는 훨씬 쉬워졌어. 아, 또 하나 떨어지는구나. 이젠 다섯 개만 남았다." "뭐가 다섯이란 말이야?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렴." "저 잎 말야. 저 담쟁이덩굴에 붙은 잎새.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드디어 나도 가는 거야. 삼 일 전부터 난 쭉 알고 있었어.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지?"
-오 헨리 소설 <마지막 잎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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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덩굴 잎새가 우리들의 마음까지 달뜨게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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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실어 나르는 낙엽이 담쟁이 잎새이다. 낙엽에 의지하여 꺼져 가는 목숨을 세고 있는 '존시'라는 소녀, 그 생명을 소생시키려는 '수우'라는 소녀의 노력. 지난밤 세찬 비바람이 불고, 드디어 창문의 커튼을 열어야만 하는 절망감, 아 소년시절 가슴을 쥐어짜게 했던 마지막 순간.
잎새는 그렇게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잎새,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존시, 꺼져 가는 생명에 다시 불이 지펴지고 있었다. 그래, 존시는 살아났어. 낙엽 하나에 목숨을 묶었던 존시의 생명이 다시 타오르고 있었어. 존시의 얼굴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빨갛게 빨갛게 물들고 있었어. 타오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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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마지막 잎새가 우리들의 생명인가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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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교정을 가득 담쟁이 덩굴이 감싸고 있는 학교가 있어서 가을이면 화제다. 광주에 있는 중앙중과 중앙여고의 건물을 가득 담쟁이 덩굴이 감싸고 있다. 1959년 개교 이래 45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이 학교는 원래 시내 중심지인 양동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광주에서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 공원 근처에 있는 운암동으로 1984년 이전하면서 교실 건물마다 담쟁이 덩굴을 심어 뻗어 올라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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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벽을 타고 오르는 저 붉은 추억이 하늘까지 뻗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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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담쟁이 덩굴은 돌담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에 붙어서 자란다. 줄기는 길이 10m 이상 뻗는다. 덩굴손이 잎과 마주나고 갈라지며 끝에 둥근 흡착근이 있어 담 벽이나 암벽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일종의 보조뿌리인 부정근(不定根)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이용해 벽이나 나무를 타고 오른다. 더구나 담쟁이 덩굴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담쟁이 덩굴은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봄철 피어나는 담쟁이 덩굴의 잎은 그 연녹의 순수함이 가슴에 그대로 스며들게 했다. 유독 색이 순하게 보이는 담쟁이 덩굴의 새잎은 생명이 쑥쑥 늘어가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창문을 열고 담쟁이 덩굴의 잎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마음도 연한 녹색의 순수함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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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마음에 줍고 있는 광주중앙여고생 예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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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우리의 1년은 담쟁이 덩굴과 함께 시작돼요. 파릇파릇한 싹이 나오면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여름에 학교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 덩굴의 푸른 모습과 함께 우리의 생활도 무르익어 가죠. 벽돌보다 조금 더 붉은 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담쟁이 덩굴 잎은 우리를 낭만에 젖게 하고, 겨울의 건물 벽을 감싸 쥔 앙상한 줄기를 보면서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질 준비를 해요. 근데요, 여름에는요, 벌레들이 교실로 자꾸 날아들어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중앙인에게 담쟁이 덩굴은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의 꿈과 추억,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전초롱(광주중앙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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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중앙중학교 건물을 온통 뒤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불타기 시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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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여름이면 그 시원함이 대단하다. 더위에 지친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온통 푸르게 감싸고 있는 담쟁이 덩굴을 보면 저절로 더위가 가시는 것이다. 자라나는 줄기의 생명력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도 덩달아 커나가는 것이다. 자연을 가장 가까이 놓아두고 동화되어 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담쟁이 덩굴은 가을에 더 돋보인다. 온통 빨갛게 물들어 가는 교정을 속에서 보내는 하루는 학창 시절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담쟁이 덩굴 잎새 하나하나에 담아 기록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베어맨 아저씨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되살아나는 마지막 잎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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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담쟁이덩굴이 가득한 창문을 통하여 희망을 날려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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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이 학교에서는 담쟁이 덩굴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파고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을이면 학교의 축제를 갖는데, 이름이 ‘넝쿨제’이다. 담쟁이 덩굴을 축제의 상징으로 내걸고 학생들이 동화되게 이끌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노경수(56) 선생은 담쟁이 덩굴이 중앙중학교의 상징이라도 말한다.
“1984년 학교를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주는 삭막함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기 위해 담쟁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번식력이 강한 담쟁이 덩굴은 몇 년 후 교사(校舍) 전체를 뒤덮게 되었죠. 한때는 건물 부식과 벌레들 때문에 잘리기 직전의 위기까지 맞았지만,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은 우리 학교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담쟁이 덩굴을 보면서 생활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착한 인성을 지니게 된 것 같습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학교축제인 ‘넝쿨제’의 명칭도 이 담쟁이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아무튼 담쟁이는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많은 추억과 낭만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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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베어맨 아저씨의 그 숭고한 사랑이 가득 붙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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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지역사회의 주민들도 아침저녁으로 학교에 산책을 온다. 중앙중학교와 중앙여자고등학교, 금호고등학교, 금파공업고등학교의 네 학교가 넓은 공간에 같이 자리잡고 있어서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다. 특히 축구부가 있는 금호고등학교 운동장은 널찍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가을이면 학교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붉은 담쟁이 덩굴이 지역사회 주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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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푸른 하늘에 붉은 추억을 기록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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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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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이 이 가을에 톡톡히 한몫 하는걸요^^ 여고생의 손길이 가을을 그리는 화가의 손 같습니다 담쟁이 덩굴을 다른이름으로 '지금상층단'이라고 하던데.. 혹 그 뜻을 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