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부만 완공하고 8년째 올스톱 상태 내분 해결,
의대 설립등 돌파구 마련돼야 가능성
경기도 동두천 시내에서 광암동 방면으로 넘어가는 부처고개 근처. 우뚝 솟아 멀리서도 절로 눈길이 가는 하얀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북부 지역에서 가장 클 뿐더러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병원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동두천 제생병원이다. 그러나 착공 15년째를 맞았지만 개원조차 못하고, 지도에는 여전히 '공사중' 표시로만 남아있다. 진입로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장례식장 건물 근처에는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개원 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진의료재단이 1995년 착공한 동두천 제생병원(지행동 산 27번지 일대·부지면적 13만9770㎡)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경기북부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해결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특히 대순진리회 종단이 각별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양방·한방병원에다 1500병상 규모로 서울대병원(1667병상)과 맞먹는다. 양방병원은 지상 21층에 1308병상, 한방병원은 지상 12층에 215병상을 갖추게 된다. 연구동(지상 7층), 의과대학(지상 10층)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었다.
대순진리회에서는 의료사업을 위해 1992년 대진의료재단을 설립했다. 동두천 제생병원은 1995년 1월 기공식을 가졌다. 분당 제생병원과 거의 동시였다. 분당 제생병원(670병상)은 1998년에 개원해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동두천 제생병원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골조·외벽공사는 완료돼 겉모습은 갖췄다. 그러나 설비·전기 등 내부 공사는 30%가 진행된 상태에서 손을 놓았다.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는 공사가 전면 중단돼 벌써 8년째 인적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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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95년 착공해 건물 외관은 완공했으나 개원하지 못하고 8년째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동두천 제생병원./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동두천 제생병원 개원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순진리회의 종단 분규 때문이다. 또다른 전제였던 의과대학 설립도 성사되지 못했다. 대순진리회는 의대 설립을 염두에 두고 분당과 동두천에 종합병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착공 이듬해인 1996년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교주가 사망하면서 내분이 발생했고, 제생병원 건립은 뒷전에 밀렸다. 병원 개원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나 해법이 쉽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추진한 강원도의 고성 제생병원도 동두천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 의대 설립도 난항을 거듭했다. 대순진리회가 동두천에서 가까운 포천에 1992년 설립해 운영해 온 대진대학교에 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병원이 첫삽을 떴던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전망이 괜찮았다. 규제 개혁 차원에서 대학 설립도 자유화하고 의대도 선인가·후시설을 앞세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국에 9개 의대가 설립됐다. 대진의료재단도 경기북부를 거점으로 대형 병원과 함께 의대 설립에 나섰다. 그러나 1996년에 개교한 차병원의 포천중문의대(올해 차의과학대로 교명 변경)에 밀려 설립이 좌절됐다.
대진의료재단은 2006년에도 재차 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의대를 신설하고 2009년부터 500개 병실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법에 따라 기존 의대의 이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동두천시로서도 제생병원은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작년 1월 동두천시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관건으로 제생병원 개원을 꼽은 응답자가 23%나 됐다. 34%가 공여지 반환과 개발, 24%가 제2지방산업단지를 꼽았다. 동두천시는 일단 300~500병상 규모로만 개원하더라도 900~1000명의 고용창출과 부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생병원의 조기 개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창 시장은 대순진리회 종단측과 접촉하며 개원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간부들과 만나 제생병원 문제를 빨리 해결해 줄 것을 부탁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종교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지만, 개원을 추진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대진의료재단은 "현재로서는 의료 인력을 수급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이 설립돼야 일부 개원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개원을 위해서는 막대한 시설과 의료진, 관련 인력이 필요하지만 의대가 없이는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순진리회 종단의 분규 해결과 자금 지원, 의대 설립 등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개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첫댓글 정말 빨리 개원했슴좋겠네여...동두천살면서 가장 아쉬운부분이 의료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하루 빨리 개원하길....
대진재단은 돈도 많을텐데 개원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 동두천에도 종합병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조선일보가 신경써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