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는 호남정맥[12]
☞ 장고목재-삼계봉-노적봉(땅끝기맥분기점)-국사봉-곰재-
봉미산-숫개봉-군치산-큰덕골재 ☜
- 염불보다 잿밥 : 노천박물관 화순 운주사 -
♣ 산행개요 ♣
■ 산행지 : 호남정맥[12] 봉미산 구간
■ 일시 : 2007. 2. 2.(금)/3.(토)[무박산행]
■ 날씨 : 맑음
■ 종주경로 : ☞ 장고목재(348m) → 삼계봉(503.9m) → 노적봉(바람봉)/땅끝기맥분기점(430m) → 깃대봉(448m) → 국사봉(499.1m) → 곰재(웅치, 290m)/839번지방도 → 봉미산(505.8m) → 숫개봉(496m) → 군치산(414m) → 큰덕골재(290m) ◀
■ 산행시간/코스 :
□ 04:35 병동리 월곡마을 출발
□ 04:53 장고목재/[→삼계봉 1km, →국사봉 4.3km]
□ 05:07 450m/삼계봉 이정표[←가지산 2.8km, →곰치휴게소 6.7km →국사봉 3.3km]
□ 05:20 삼계봉(503.9m)/삼각점(청풍307, 복구2001.6)
□ 05:30 450m
□ 05:45 430m/노적봉 표석/땅끝기맥 분기점/바람재3거리 이정표[←삼계봉 1.4km, ↑바람재 0.2km, →곰치휴게소 5.3km →국사봉 1.9km]/10분 휴식
□ 06:00 헬기장
□ 06:20 깃대봉(448m)
□ 06:30 국사봉(449m)
□ 06:40 백토재
□ 06:55 475m
□ 07:00 벌목지대 안부 통과
□ 07:10 476m/국사봉 이정표[←가지산 6.1km, →곰치휴게소 3.4km]
□ 07:40 340m
□ 07:48 곰치/839번지방도/호남정맥등산로 입구 표지판[←삼계봉 6.7km, ↑곰치휴게소 0.1km]/47분 아침식사 및 휴식
□ 08:35 곰치 출발
□ 09:03 헬기장 터
□ 09:10 봉미산(505.8m)/삼각점(청풍 314, 재설 2001.6)/헬기장
□ 09:20 봉우리
□ 09:24 491m/헬기장
□ 09:35 임도 통과
□ 09:50 391.5m
□ 10:05 숫개봉(496m)/10분 휴식/우 내리막
□ 10:28 벌목지 임도
□ 10:48 386m
□ 11:05 420m
□ 11:10 431m
□ 11:15 뗏재
□ 11:20 군치산(414m)
□ 11:30 골 안부
□ 11:35 380m
□ 11:45 416m
□ 11:50 봉우리
□ 12:00 임도/좌측 임도따라 진행
□ 12:07 큰덕골재/산행종료
□ 12:30 상초방리 대덕마을 도착
□ 13:20 대덕마을 출발
□ 14:00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운주사 이동
□ 14:50 운주사 출발
□ 15:10 도곡온천 미송호텔대온천장
□ 16:00 화순군 도곡면 원화리 색동두부집
□ 17:10 화순 출발
□ 20:50 양재역 도착
■ 산행거리 : 14km + 상ㆍ하행 어프로치 2.8km
☞장고목재-0.8km-삼계봉-1.6km-노적봉/땅끝기맥분기점-1.2km-국사봉-2.9km-곰재/839번지방도-1.1km-봉미산-2.2km-숫개봉-3.2km-군치산-2km-큰덕골재 ◀
■ 산행시간 : 7시간 55분(상ㆍ하행 어프로치 및 아침&휴식 포함)
■ 형태 : 德七이 합동산행[이희미 회장, 록정, 창암, 밤안개, 오르고파, 무흠, 대왕, 윤비, 천사, 돌범, 나푸른솔, 페메, 경로, 허공, 흑기사, 범털, 토끼, 들꽃, 산시조, 돌쇠, 주유천하 : 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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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뒷산 불사바위에서 보는 운주사 전경]
♥ 山과 詩 ♥
나이 들어갈수록 대소사 많아지는 것이
자질구레한 쓰던 것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름없는 고만고만 산봉우리들
모두 넘어가야 하는 내 팔자 같아 혼자 버겁다
문병하고 문상하고 넥타이를 고쳐 매고
돌잔치 친목계 동창회 어쩌다가 수상식 출판기념회
이런 데 가는 것이 왜 갈수록 고달파지는지
왜 갈수록 쓸쓸해져서 먼저 발길 돌리는지
나도 나를 잘 몰라 몸 휘청거린다
예전에는 산도 나와 한몸임을 알았는데
요즘은 이빨처럼 생겨 덤벼드는 산들 무서워라
햐얀 이빨 아니라 검게 솟은 침묵의 아가리
내 가슴은 어느덧 공동(空洞)이 되어
사랑을 삼키고도 덤덤하구나
- 이성부, “대야산 내려가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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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남정맥 제11구간의 포인트 : 염불보다 잿밥
놀고먹는 호남정맥 제11구간은 장고목재에서 땅끝기맥 분기점을 지나 곰재(웅치)를 경유하여 봉미산-숫개봉-군치산을 지나 큰덕골재까지 이어지는 약 14km의 정맥길이다. 구간 거리가 다소 짧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화순 운주사를 둘러보기 위하여 큰덕골재에서 구간을 끊기로 한다.
이 구간에는 국사봉이나 봉미산, 숫개봉, 군치산 등 이름이 붙은 산봉우리가 있기는 있으나 거의 무명봉에 가깝고, 고도표를 보니 높낮이가 거의 없는 운동장 코스로 여겨졌으나, 고만고만한 찐빵 봉우리들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그냥 놀고먹을 만한 정맥길은 아니었다.
이번 구간의 포인트로는 삼계봉을 지난 지점의 노적봉에서 땅끝기맥(土末岐脈)이 분기한다는 점을 눈여겨볼만 하다. 땅끝기맥은 바람봉(노적봉)에서 분기하여 선왕산-차일봉-활성산-월출산-두륜산-대둔산-달마산-사자봉을 거쳐 땅끝(土末)마을로 이어지는 120여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이 구간에는 월출산과 두륜산 등 명산들이 포진하고 있어 기맥 중에는 한강기맥, 영산기맥, 진양기맥(남강기맥)과 함께 반드시 타보아야 할 기맥줄기이다.
[땅끝기맥 개요]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서
이번 구간 산줄기는 그저 그런 무명봉 줄기를 따라 요리조리 휘어지는 정맥길에 나의 발도장을 찍어본다는 의미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구간에는 정맥길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간을 마치고 화순 운주사를 탐방하고 도곡온천에서 온쳔욕을 즐긴 후 총무님이 발굴한 색동두부집에서 뒤풀이 시간을 갖는데 더 관심이 있다. 이른바 정맥이라는 염불보다 운주사라는 잿밥에만 마음이 있고,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잿밥이라도 잘 챙겨먹어야 한다. 이게 삶의 한 방편일 수도 있다. 너무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을 탓하지 말라. 젯밥은 제삿밥의 준말로 제상에 차려놓은 밥 또는 제사를 지낸 뒤에 먹는 밥(메)을 말하고, 잿밥은 불공을 드릴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을 말한다. 젯밥의 제는 제(祭)이고, 잿밥의 재는 재(齋)로 다르다.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는 것은 맞아도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염불은 부처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므로 젯밥이 아니라 잿밥과 어울려야 한다. 이제 염불이나 제사에는 관심이 없이 잿밥과 젯밥을 얻어먹으러 호남정맥으로 떠난다.
2. 들머리 : 장고목재
2007. 2. 2. 밤 호남정맥으로 가는 길이다. 벌써 2월, 어영부영 하는 사이 세월은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덕칠이와 함께 호남정맥길을 이어갈 지 자신이 없으나 가는데 까지는 가보는 거다. 지난 주 사다리팀과 같이 무등산 구간을 다녀왔으니 나로서는 12번째 호남정맥길이나, 덕칠이로서는 제11구간이다.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오랜만에 회장님과 록정님, 창암님, 경로님 등을 만나 뵙고 인사를 나누는데 바로 우리들의 전용버스가 도착하여 자리를 잡는다. 서고문님이 참석하지 못하여 산행 후 특별히 고문님을 위하여 준비한 회갑기념 세레모니는 록정님과 창암님이 대신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는데 깊은 잠이 들지 않는다. 중간의 휴게소에서도 잠은 깨었지만 내리기도 싫고 뒤척거리기만 한다. 그 동안 무박산행을 하면서 대간이나 정맥 등 장거리산행을 떠날 때가 1주일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밤중에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현지에서 새벽 서너 시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고행이었으나, 이에 길들여지다 보니 오히려 당일산행으로 훤한 대낮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힘든 지경이 되고 말았다.
2007. 2. 3. 토요일 새벽 4시 버스는 지난 구간 날머리인 병동리 월곡마을에 도착하였다. 정맥길 지도를 따로 비치할 정도로 우리들의 전용 기사님의 프로정신으로 우리들의 정맥길 들머리 날머리는 훤하게 꿰뚫고 있어 들머리 날머리 진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전에 낙동정맥을 종주할 때는 정맥길에 눈이 어두운 까막눈 기사들 때문에 흑기사님이나 범털 총무님이 이만저만 애를 먹은 것이 아니었다.
정맥길 들머리 입구에 도착하면 여지없이 적막을 깨트리며 짖어대는 것이 개들이지만 이 마을은 개도 짖지 않고 한없이 조용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마을을 환히 내리비치는 보름달은 교교하다 못해 몽환적이다. 밤하늘의 구름색깔이 연회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달이 구름 밑을 슬슬 주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달빛] 고성능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라면 휘황한 모습을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날이 그리 춥지도 않다. 혹시나 산에는 눈이 있을지 몰라 스패츠를 착용해둔다. 유격조교 흑기사님의 선도로 체조를 할 때도 나는 그냥 달빛만 바라보며 어슬렁거리기만 하는 농땡이 학생이 되어 있다.
체조를 마치고 새벽 4시 35분 장고목재를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환한 달빛으로 랜턴불빛은 힘을 잃었다. 짖지 않던 개들이 정맥꾼들의 웅성거림에 잠을 깨고 잠시 짖어댄다. 배추밭도 지나고 지난번 내려올 때 걸었던 길은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번 장고목재에서 내려올 때 중간에 있는 샛길을 놓치고 임도를 따라 빙 둘러왔던 쓰라림을 기억하는지 임도 중간에서 바로 우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장고목재로 오른다. 눈이 살짝 덮인 낙엽길 오르막을 올라서니 바로 장고목재로 이어진 임도이다.
3. 노적봉? 바람봉? : 땅끝기맥 분기점
장고목재에서 이정표상 1km로 되어 있는 삼계봉 방향의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겨울산이라기 보다는 늦가을 산과 같은 모습이다. 묘 2기를 지나 야트막한 오르막 봉우리를 넘어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오른다. 로프가 매어진 오르막을 따라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에 삼계봉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현위치 삼계봉 이정표]
그러나 이곳의 위치는 450m봉으로 삼계봉이 아닌데 이정표가 잘못 세워져 있다. 장흥군에서 최근에 세운 것으로 보이는 이정표는 지난 구간의 가지산도 그렇고 앞으로 진행할 국사봉도 그렇고 제대로 제 위치에 세워지지 않았다.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곰치휴게소까지 6.7km로 되어 있는데 삼계봉에서 곰치까지 도상거리는 5.7km이다.
450m봉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섰다가 급경사의 로프지대 오르막을 올라서면 삼각점(청풍 307, 2001.6.복구)이 있는 진짜 삼계봉이다. 삼계봉(503.7m)임을 알려주는 ‘준ㆍ희’ 표찰이 달려있다. 이런 표찰은 지난 구간 용두산에서도 보았고, 앞으로 진행할 봉미산에도 달려있다. 이번 구간에는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는 산은 한 군데도 없고 이런 안내 표찰만 나무에 매달려있다.
[삼계봉 삼각점]
[삼계봉 표찰] 누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으로 ‘북쪽 7분후 삼계봉’이라고 잘못 써놓았다.
三界峰(503.9m)이라면 세 지경의 경계점이라는 뜻일 텐데 지도상은 이 지점이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의 경계가 되는 곳이기는 하나 3개군의 경계는 되지 않는다. 땅끝기맥 분기점이 있는 바람재 3거리가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 화순군 청풍면의 경계가 되는 三界点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이 산 봉우리에 내린 비가 세 방면으로 흐르는데, 하나는 영산강으로 또 하나는 탐진강으로 또 하나는 보성강으로 각각 세 갈래로 흐르는 봉우리라 하여 삼계봉이라 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계봉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450m봉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서 완만한 산죽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최근에 정맥길 주위의 산죽을 잘 깎아내었는지 길이 뻥 뚫려 진행에 애로가 없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계속하다 보니 넓은 공터에 노적봉 표석이 세워져 있는 땅끝기맥 분기점이다. 대왕님이 노적봉표석을 배경으로 일행들의 영정사진을 박아주고 있다.
[노적봉 표석]
이 봉우리에서 땅끝기맥 줄기를 따라 북쪽으로 200여m 내려간 지점의 고개이름이 바람재라고 해서 이 봉우리를 바람봉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노적봉(露積峰)이라면 노적가리 노적봉이 아니라 이슬이 쌓이는 露積峰이다. 어쨌든 이 지점이 땅끝기맥 분기점이니 앞으로 이곳에 다시 올 덕칠이들도 꽤 있으리라.
산줄기의 매력과 마력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산줄기를 찾게 된다. 개별 산만을 타는 것은 어딘가 성이 안차고 미진함을 느끼게 된다. 대간과 정맥줄기를 마친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 사람처럼 급기야 이런저런 기맥과 지맥줄기를 찾게 된다.
물론 생업이 있는 사람은 평생을 다녀도 다 다니지 못하고 결국은 산을 그리워하다 죽게 되겠지만. 어쩌면 이것도 산줄기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속이라면 구속이다.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훨훨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른다. 산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인생에도 정답이 없다.
[바람재 3거리 이정표]
내가 계속 서울에 살았더라면 땅끝기맥 줄기로 밟아보았을 텐데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인생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므로 땅끝기맥은 아쉬운 대로 머릿속에만 남겨둘 수밖에 없다. 10분간 이 분기점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국사봉 방향을 향하여 자리를 뜬다. 아직도 새벽어둠은 풀리지 않았고 달빛만이 세상에 가득하다.
4. 깃대봉과 국사봉의 오리무중
바람재 3거리에서 내리막으로 내려섰다가 완만한 길을 가는데 바로 헬기장이 나온다. 평탄하게 진행하던 길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서 안부에서 10여분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지도상의 깃대봉(448m)으로 보이는 봉우리다. 그러나 이 봉우리가 깃대봉임을 알려주는 표석이나 표찰은 보이지 않는다.
깃대봉에서 내려서서 역시 완만한 산길을 걷다보니 깃대봉과 높이가 엇비슷한 국사봉(449m)이다. 그런데 국사봉도 국사봉임을 알려주는 표석이나 표찰이 없어 긴가 민가 한다. 국사봉에서 내려서니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니 임도가 나오는데 이곳이 백토재이다. 백토재에서 좌측으로 가면 화순군 청풍면 이목동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장흥군 장평면 병동리로 가는 길이다.
백토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른 봉우리에서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듯 하다가 오르막을 오르는데 서쪽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흡사 월출의 정경을 보여준다. 이제 아침 7시가 되어가면서 달빛이 힘을 잃으며 슬슬 여명이 밝아온다.
[月出이 아니라 月沒의 시간]
올라선 봉우리에서 좌측방향으로 마루금을 잇던 길의 정점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이어서 벌목지대 도로로 떨어지고 넓은 안부를 통과한다. 한 야트막한 봉을 지나 눈길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가 지도상의 475m봉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편한 길을 가는데 476m지점에 국사봉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국사봉 이정표] 그런데 국사봉은 이미 지났는데 이 이정표도 잘못 세워져 있다.
476m봉에서 내려서서 좌측방향으로 휘어지는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가 340m봉이다. 멀리 곰치모텔의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내리막을 내려서면 476m에서 휘어져 내려온 모습이 조망되는 묘가 있는 둔덕이 나온다.
[곰치 가는 길]
[묘 앞에서 476m 조망]
이곳을 지나 산불흔적이 있는 지대를 지나는데 봉미산 산줄기 뒤로 울긋불긋 일출의 힘찬 기운이 펼쳐지고 있다. 묘1기가 있는 곳에서 참암님이 쉬시다가 이곳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여 뒤에 오던 록정님이 경악한다.
[일출의 기운]
묘가 있는 곳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여흥민씨 묘비가 있는 곳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거창하게 세워진 여흥민씨 묘비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들어서면 83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곰치가 나온다. 장흥군에서 세운 이정표와 ‘호남정맥 등산로 입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장흥군에서 세운 정맥길 이정표는 이곳에서 끝난다.
[곰치로 내려가는 길]
[여흥민씨 묘비]
[곰치]
[839번 지방도] 이곳에서 사진의 우측으로 화순방향으로 100m쯤 가면 곰치모텔과 휴게소가 나온다.
5. 중간급유 : 곰치
곰치를 가로지르는 839번 지방도를 건너 우측에 어떤 건물이 있는 곳의 넓은 공터에서 아침밥을 먹고 가기로 한다. 원래 일정에 의하면 봉미산쯤에서 아침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분위기가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하고 버너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아침식사 중]
대왕님과 돌쇠님을 중심으로 준비해온 찌개거리로 식사준비를 하는데 모두들 한가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수저와 입만 가져와 눈치를 보다가 자리를 잡았는데 야전에 강한 돌쇠님 옆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착오로 자리를 잘못 잡는 바람에 찌개에다 햇반에 라면까지 짬뽕으로 섞어 넣은 개밥도 아니고 꿀꿀이죽 비슷한 것을 먹게 되었다. 산에 오니 이런 것을 먹지 집에 있다면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재미는 정맥길이니 가능한 것이다.
[정맥길 망중한]
식후에 누룽지에 커피까지 구색을 갖추어 마심으로써 일단 식사를 마친다. 오늘 구간 거리가 짧다고 모두들 널널한 기분이다. 너무 쉬다보니 땀이 식고 한기가 몰려와 약간 추운 기운을 느끼며 일어서기 시작한다.
6. 봉황의 꼬리, 봉미산(鳳未山, 505.8m)
곰치에서 50여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아침 8시 35분 곰치를 출발하여 봉미산으로 오른다. 곰치에서 봉미산까지는 1.1km로 3~40분이 소요된다. 표지기가 달려있는 둔덕 위로 올라서니 약간의 잡목지대를 지나 절개지 능선 위로 올라간다.
[뒤돌아본 곰치]
[우측으로 휘어지는 마루금]
정맥길은 ⊂방향으로 휘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오르막에서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내려섰다가 잠시 오른 후 내려선다. 이어 솔숲 오르막을 오르는데 사면에는 눈이 쌓여있다. 오르막 정점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는 헬기장터이고, 이곳에서 완만한 둔덕 비슷한 봉을 하나 넘으면 봉미산이다.
넓은 봉미산 정상은 헬기장이고, 삼각점(청풍 314, 재설 2001.6)이 있다. 봉미산임을 알려주는 표찰이 달려있고, 좌측으로 화학산 일대가 조망된다. 봉미산(鳳未山)이라면 봉황의 꼬리라는 뜻일 터인데 여기서는 봉황의 머리인지 꼬리인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겠다.
[봉미산 정상 삼각점과 표찰]
[봉미산에서 보는 화학산 줄기]
날씨는 완연히 봄날씨다. 겨울다운 겨울을 보내지 못하고 내일(2월 4일)이 立春으로 올겨울은 겨울이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꽃샘추위라고 해봐야 별 볼일 없을 것이다.
7. 숫개봉과 군치산
봉미산에서 내려섰다가 우측으로 휘어지는 오르막을 오른 봉우리에서 다시 우측으로 휘어진 봉우리는 헬기장(491m)이다. 이곳에서 급경사의 내리막을 5분 정도 내려오면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통과하여 솔숲 오르막을 오른다.
[임도로 내려가는 길] 앞에 숫개봉이 보인다.
묘1기를 지나 391.5m를 앞둔 지점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10여분 오르막을 올라서니 391.5m이다. 이곳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편한 길 오르막을 꾸준하게 오른다. 바로 숫개봉인줄 알았는데 3마디 오르막을 올라서야 숫개봉이다. 표고는 얼마 되지 않지만 오르막이 꽤 짭짤하다. 고도표상은 거의 평지같은 길인데 직접 와보니 싱겁지 않게 제법 Up-Down이 있고 고도표라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
[숫개봉 표찰]
[숫개봉 표찰]
숫개봉을 한글 자판을 치면 수캐봉으로 정정되어 뜨는데 어디 암캐봉이 있어 수캐봉인지는 모르겠고, 국토지리정보원은 숫개봉은 ‘지형이 쪼빗하게 솟았다고 하여 숫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쪼빗’이라는 말이 수캐의 그것과 같이 뾰족 솟은 말이라면 ‘쪼뼛’이 제대로 된 말일 터이다. 어쨌든 이 산은 수캐의 그것과 같이 뾰족 솟은 산이라는 뜻이다.
숫개봉에서 1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섰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길이 급한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벌목지대 임도로 떨어진다. 아마도 묘지를 개설할 목적으로 층계를 냈는지 둔덕이 몇 차례 이어진다. 임도 우측으로 따르다 좌측 숲으로 진입하여 오르막을 오르는데 다시 임도를 만나 오른다.
우측으로 확 트인 개활지가 펼쳐지면서 좌측 오르막을 오른다. 우측으로 멀리 제암산의 임금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한가로운 남도 산하의 모습이 펼쳐진다.
[풍경] 멀리 제암산이 보인다.
좌 능선 오르막에서 내려섰다가 오른 봉우리에서 다시 오른 386m봉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는데 이번 정맥길에서는 제일 험한 길이다.
[앞으로 진행할 정맥길] 좌측 뒤가 군치산
내리막에서 오측 오르막을 오른 420m봉에서 다시 431m봉으로 오르고 이어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안부인데 이곳이 지도상의 뗏재이다. 지도에는 뗏재를 가로지르는 길이 임도 같이 확연한데 이곳에 와보니 희미한 길이고 뚜렷하지도 않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 상의 묘 2기를 지나 오른 봉우리에서 계속 올려치면 군치산(414m)이다. 군치산은 숫개봉 북쪽 능선에 위치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왜 군치산인지에 관하여는 설명이 없다.
[군치산]
8. 날머리 : 큰덕골재
군치산에서 큰덕골재까지는 2km, 4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군치산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고 골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이곳에서도 능선길이 ⊂방향으로 휘돌아 오르막으로 올라가고 있다. 380m봉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는데 멀리 수인산줄기도 보이고 바로 산줄기 사이로 복흥마을이 아늑하게 자리를 잡은 모습이 그림과 같은 풍경이다.
[풍경] 멀리 가운데 수인산 줄기, 아래 마을은 복흥마을
[풍경] 명감나무
5분 단위로 봉우리 두 개를 넘어 솔숲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임도가 나온다. 직진방향으로는 나뭇가지로 길이 막혀있고, 정맥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임도] 이곳에서 직진하지 말고 좌측 임도를 따른다.
임도를 따르다보니 묘2기가 있는 곳의 전망이 좋다. 역시 명당 터이다. 멀리 제암산이 계속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묘지 풍경] 좌측에 멀리 제암산
임도 끝지점에는 죽산안씨 묘비가 세워진 큰덕골재이다. 이것으로 이번 구간 종료, 임도 좌측으로 상초방리 대덕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정맥길만으로는 하루 일당에 못 미치고 어프로치로나마 간신히 하루일당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다.
[큰덕골재 죽산안씨묘]
副護軍이라면 종4품 무관직에 있던 벼슬이다.
[다음 구간 들머리]
9. 상초방 대덕마을
후미가 도착하지 아니하였지만 먼저 대덕마을로 내려간다. 큰덕골재에서 대덕마을까지는 20여분이 걸린다. 내린 눈이 햇빛을 받아 녹아가면서 질퍽거린다. 『사람과 산』의 지도에는 큰덕골재를 잇는 도로가 843번 지방도로 포장도로인 것처럼 표시되어 있으나, 비포장이다.
널널하게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대나무 숲이 나타나면서 일순 녹색지대가 눈을 간지럽게 한다.
[녹색지대]
[대덕마을로 내려가는 길]
[대덕마을] 멀리 포장도로 끝지점에 우리들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큰덕골재에서 20여분 만에 대덕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입구의 정자인 凉風亭에는 이름에 걸맞게 벽걸이 TV와 선풍기까지 달려있다.
[凉風亭]
[이 집은?]
쇄락한 모습의 이 집은 무슨 집이었을까? 솟을 대문이 거창하고, 향교 아니면?
한적한 마을에 승객이라고는 없는 군내버스가 와서 정차하고 있고, 우리들의 버스로 가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낸다. 버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는데 후미가 생각보다 늦다. 원래 일정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지는 바람에 운주사, 도곡온천, 색동두부집 중 하나를 빼야 하는데 먹는 것은 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운주사와 온천욕 중에 하나를 생략해야 하는데 이심전심으로 목간을 생략하고 운주사를 보기로 한다.
아직도 못다버린 이별/김연숙
첫댓글 삼계봉이 혹시 '三鷄峰' 아닐까요?(돌쇠님 생각^^*) 멀리서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던데... 계속 이어지는 찐빵봉우리땜시 회장님께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갈수록 편안해지는 산행기, 점심먹고 여유롭게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삼계탕의 삼계는 三鷄가 아니고 蔘鷄임. 닭 세마리란 뜻이 아니라 이 산 봉우리에서 보성강, 탐진강, 영산강 세 갈래의 물길이 나눠진다고 해서 삼수령 비슷하게 삼계봉이라는 군요.
정리해 주신 산행기 다 읽기 조차도 힘이 든디 준비해 주시는 주천님!은 월매나 뺑(?)이를 치실까? 워쨌든 고마워요!
힘들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남의 글 읽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읽기조차 힘든게 아니라 어떤부분은 사진과 같이 봐도 내가 저곳을 지나왔나? 싶은곳도 있습니다.(치매 걸리면 안되는데...) 산행기 이곳 저곳에 이별노래가 너무 구슬퍼요...덕칠님들 슬프면 안되는데...
읽기조차 힘들게 해드려서 역시 죄송합니다.
짜꾸 산행기에 눈길이 머무는것은 아마 주천님의 산행기를 아쉬워하는 맴 아닌가함니다. 산행기가 쭉~~이어지기를 희망함니다.
오르고파님께서 하시는 사업 더 쭈~욱 번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그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것들도 이제는 서서히 추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남정맥은 가능한 한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같이 산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좋은 산행기 감사드립니다. 이 까페가 풍성해 지도록 계속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바라고 담 구간에 뵙겠습니다.
역시 대단한 산행기 즐감하고 많이 배웁니다..아직도 배울것이 많은데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 무척 아쉽군요...하지만 그곳도 인터넷은 있을터인즉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배움을 기대해 봅니다...늘 건강하세요...
영영 이별은 아니니 염려마이소. 아침밥 얻어먹으러 돌쇠님 귀찮게 할지도 모릅니다.
근데 우째 자꾸만 이별이 어쩌고 저쩌고들 하시는지 지는이해가 안가네요.. 주유천하님은 분명히 뱅기타고(자비로) 오셔서 호남을 이어가실건데, 자꾸들 그러시면 덕칠이가 뱅기값 대주면서 오시라고 사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선생 월급은 얼마 안되고 뱅기값깨나 들겠는데 고민입니다.
산행마치고 구수한옛날애기 기다리는 낙으로 살앗는데 계속이어질꺼죠?
무등산까지는 이어놓아야 다음에 남은 구간 땜빵하기기 좋은데 고민입니다.
근디 어디가유? 주유천하님!!!오랫만에 들어오니까 무슨 초상집 냄새가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