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Andrea del Castagno, 1423-1457)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근교 산 마르티노아 크렐라에서 태어나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피렌체의 화가이다.
그는 인물상에 있어서 조각적인 양감을 표현하고,
극적 긴박감이 넘치는 표정이나 생동감이 넘치는 몸짓의 표현으로
움직임에 대한 독자적인 양식을 완성하였다.
그는 1447-49년에 피렌체의 산타 아폴로니아(Santa Apollonia) 봉쇄수도원 식당에
<최후의 만찬>을 프레스코로 제작했다.
봉쇄수녀원은 수도회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고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다.
그 결과 동시대 화가들은 물론이고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19세기와 20세기에는 석고로 한 겹을 덧발랐고,
최근에야 석고를 벗기고 원작을 볼 수 있었기에
거의 완벽할 정도로 처음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게 되었다.
카스타뇨는 천장과 타일에 원근법적 요소와
건축의 투시도법을 사용하여 마치 건물의 한 벽면 안에 새로운 공간에서
최후의 만찬이 거행되는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하였다.
특히 배경에 사용된 벽장식용 대리석은
당시 피렌체에서 묘비에 사용하던 대리석과 유사한데,
이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암시할 뿐 아니라
수도원 생활이 자신을 버리는 죽음의 삶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식탁 아래에는 사도들의 이름이 친절하게 적혀 있다.
중앙에 앉아 계신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고 계시고,
예수님 오른쪽에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토마스와 필립보가 앉아 있으며,
예수님 왼쪽에는 요한과 안드레아와 바르톨로메오와 타데오와 시몬이 앉아 있다.
그리고 옆으로 앉아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두 사도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마태오이다.
그런데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만 식탁 바깥쪽에 앉아 있다.
예수님 반대편에 선 사람이 사탄이기 때문이다.
유다의 검은 머리색과 깊은 미간으로 말미암아
그가 곧 예수님을 팔아넘길 것임을 예감한다.
식탁위에는 빵과 유리로 된 포도주병과 유리잔이 있고,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화가는 예수님의 폭탄선언에 놀라고 동요하는 제자들의 반응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고 하고 묻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자고 있는데,
그가 바로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인 사도 요한이다.
반대편에 있는 시몬 베드로가 고개를 내밀며 요한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고 있다.
베드로 곁에 앉은 야고보는 눈을 감고 배신자가 누구인지 깊이 묵상하고 있고,
그 곁에 있는 토마스는 손을 턱에 괴고
하늘을 바라보며 배신자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곁에 잇는 필립보는 깜짝 놀라며
다른 사도와 손짓으로 스승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다.
예수님 품에 기대어 자고 있는
사도 요한 곁에 앉아 있는 제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요한 옆에 있는 안드레아는 칼과 빵을 쥐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르톨로메오에게 그가 누구인지를 묻고,
나중에 피부가 벗겨지는 순교를 당하게 될 바르톨로메오는
감당할 수 없이 엄청나게 크게 벌어질 일을 앞두고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그의 옆에 있는 타데오도 근심어린 눈빛으로 두 손을 들며 놀라고 있고,
시몬도 얼굴을 가리며 고민에 잠겼으며,
옆으로 앉아 있는 다른 제자 역시 두 손을 흠칫 올리며 깜짝 놀라고 있다.
요한이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요한 13,25) 하고 묻자,
요한복음에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요한 13,26) 하고
예수님께서 대답하셨고,
마태오복음에서는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3) 하고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님처럼 오른손을 들고 있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셨다.(마태 26,25)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