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 년 동안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주말 공동 농장을 같이 했왔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거, 먹거리, 잘거리, 그리고 놀거리 등을 직접해결해 보자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여기 귀농사모에서 이러저리 정보도 모으고 목공도 배우고, 농사도 배우고, 집짓는것도 배우면서.... 물론 무수한 시행착오와 함께...
여태 농장의 중고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다가..지난해 부터 준비해온 집 설계와 시공을 지난 가을 부터 하게 되었답니다.
그 과정을 작업 후기로 모임까페에서 기록하고 있는바, 이를 공유해 봅니다.
=== 기초공사 ===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CEC3F5045CB1A17)
1.터 잡기: 요기다 집을 짓겠다 하는 표시입니다.
개들은 개다리 들어 오줌으로 표시하지만 사람은 비니루 끈으로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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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진입로 정비:무거운 자재를 실은 차들이 들어오도록 공투 포크레인이 진입로를 정리하며 올라옵니다.
세상에 자기 갈 길을 자기가 닦으며 올라가는 차는 포크레인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귀히 여겨 배울 일입니다.
참고로 '공투'라고 하는 것은, 끝에 달린 주걱 같이 생긴 것에 흙을 0.2루베 담을 수 있는 크기라는 뚯이랍니다.
처음 02나 제로 투라 부르지 않고 공투라고 부른 자가 누굴까 매우 궁금합니다.
존나, 졸라, 열라, 나아가 욜라까지 창조해낸 이와 같은 뇌를 가졌으리라 생각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463445045CC581E)
3.터고르기:집터의 무성한 잡초를 제거하고 평탄하게 고릅니다. 그동안 땡볕에 돌 골라내고 밭으로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무참히 기름진 흙을 긁어내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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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터 북돋우기:집 지을 자리에 흙을 더 부어 도톰하게 만들고 다집니다. 뭐든 도톰한 게 이쁩니다.
납작해서 좋은 게 빈대떡 밖에 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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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터파기:기초 벽을 쌓을 자리를 팝니다. 카메라를 몹시 의식하는 사나이는 비록 그 모습이 꺼벙해보이나
철근을 다루는 기술자로 인제 현지의 원주민입니다. 앞으로 인제에서 살아가려면 잘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75E9405045CF442E)
6.방습하기:나중에 방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와 늙마에 삭신 쑤실 일 없게 집 터에 단디 비닐을 씌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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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벽체배근:사람이나 집이나 하초, 아니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기초벽에 들어갈 철근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석에 집터를 오염시키는 자세로 쪼그려 앉은 눈뗑그란 사내는 이 작업의 팀장입니다.
미꾸라지도 키우고 집도 짓고 농사도 짓는 멀티플레이어 입니다. 그러니 색시 절대 굶길 일 없을, 아직 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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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거푸집 패널조립:배근 후 거푸집 패널을 조립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거푸집 패널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저만 그렇게 부릅니다. 이 바닥에서는 반네루 라고 불러야 고수 처럼 보입니다.
이러니 왜넘들이 독도를 지들 땅이라 하는 겁니다. 하긴 패널이라고 부르면 미국넘들이 지들 땅이라 그러겠죠?
흠...거푸집이라고만 불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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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물탱크 매립:그러는 동안 한 쪽에서 물탱크를 땅에 심습니다. 물 좋은 술집에도
꼭 물 흐리는 자가 하나 있듯이 물 좋은 서화리에도 물이 마를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대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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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관들: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저 부러운 넘들은 상하수도 배관입니다.
물이 들고 나가는 배관은 원래 저렇게 꼿꼿이 선 채 들어와 집안에서는 옆으로 기울어 욕실로 부엌으로 갑니다.
집에 들어오면 뭐든 다 그렇게 되어버리는 게 자연의 이치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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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전선 매립:얘는 전선 매립용 주름관입니다. 주름관은 원래 저렇게 부드럽게 잘 휩니다.
그래야 전선을 넣기 좋지요. 그러니 빳빳한 놈만 쓸모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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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바닥배근:기초벽 배근에 이어 바닥도 배근이 끝났습니다.
방에서 널뛰기를 해도 구들장 꺼질 일은 없겠지요? 물론 살사,탱고를 추셔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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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집수정 설치:그러는 사이 바깥에서는 집수정을 설치 합니다. 끙아와 쉬를 배출하는 관과 구별해
주방 싱크나 세면기의 하수를 따로 모아 잠시 머물렀다 가게 합니다.
집수정에 고인 물이 악취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는 거죠..
인제군 어느 마을에 암내가 심해 40이 되도록 장가 못간 총각이 어느 날 선녀 같은 처녀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처녀가 축농증환자였더라는 믿지 못할 전설이 있습니다. 그러니 축농증 걸린 사람은 굳이 돈들여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설비 중 하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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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정화조 매립:이 늠름하고 터프한 자태의 시커먼 물체는 평소 문화적인 교양인이라면
본 적이 없거나 보았어도 짐짓 아는 체 하지 않는, 그러나 '화조'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물건입니다.
진작에 이것이 나타났더라면 베르사이유 궁전 바닥이 공작새 깃털 부채 흔들며 다니는
아녀자들의 오물로 가득차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업수히 여겨 집 터에 뚝 떨어진 저 아래쪽 구석자리에 묻어버립니다.
교양의 본질입니다.
자, 다음 공정을 기대하시고 이만,
아, 그리고 아래 사진은 우리 집 기초 뿐 아니라 인제의 기초를 만드는
인제의 사나이들입니다. 맨 왼쪽의 밤송이 머리에 장비 같은 바늘수염을 한 빨간 티샤쓰의 사나이는 외모와 달리
새색시 바느질 하듯 섬세하고 꼼꼼하게 삽질하는 포크레인 기사입니다. 척 보면 산적인데 웃으면 천진한 아이 입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하고, 이 사진 들고 다니면 적어도 인제 인근 30키로 내에서는 건드리는 자가 없을 것 같아 찍었습니다.
혹시 그 쪽 가실 일 있으신 분은 한 장씩 복사해 지니고 다니시면 도움 되실 겁니다.
시비 거는 자가 있으면 사진 보여주며, "얘들 알어?" 한마디만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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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조 공사 ===
지난 8~9 월 동안 잦는 태풍과 비 때문에 순연되어 오는 골조공사가 지난 주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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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뒷산에 송이와 산삼이 많이 난답니다. 틈틈이 따서 점심시간에 반찬에 곁들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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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공의 설움과 위험도을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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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천장이라 향기가 좋은 미송합판으로 우선 깔고, 그 위에 OSB 집성합판을 설치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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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층 거실 내부입니다. 천장을 블로킹으로 해서 격자 문양으로 그대로 노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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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강아지인지 자꾸 찾아오는걸 보니
저 강쥐도 새로 짓는 집이 아주 맘에 드는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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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도우사 7일 내내 일기가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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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깃털 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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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하늘에 저리도 환상적인 구름이 펼쳐진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멤버들..^^
=== 보리수 수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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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몇그루 심은 보리수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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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수확에 한창이군요. 무위자연님의 영향을 받아 저도 효소를 담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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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이지만 표정은 행복한 모습들...
=== 새집 짓기 ===
처음 보는(?) 새들이 농장에 많습니다. 이넘들과 좀더 가까이 지내고자 새집을 지어 무상 분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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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 금방 짓고 나니, 나름 노하우가 생겨 또 한 채 금새 짓고....
두 채 지어 올렸어요. ㅎㅎ
새들아 어서 날아와서 맘 편히 쉬렴~~^^*
앞으로, 외벽 공사, 인테리어, 방통, 조경, 닭집, 거름창고, 농기구 창고...할일이 태산이군요.. 천천히 해 나갈 요량입니다.
첫댓글 넘 부럽네요 행복이 넘치네요
야, 참! 어쩜 글이 이처럼 맛깔나나요. 집의 맛이 그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