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한 국민행복을 국정지표로 자리매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이 작년 8월 말 대전을 찾아 ‘지역문화 활성화 토론회’를 가진 이래 ‘지역문화 및 생활문화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문화예술 현장의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9일 다시 대전을 찾았다. 김 위원장과 함께한 작년의 토론회에서 나는 지역문화 활성화의 제도적 기반 마련 선행을 강조한 바 있고, 작년 말 우리 문화예술계의 오랜 숙원이던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니 다행이다.
이번 좌담회에선 의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문화를 통한 국민행복을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밀착형 정책 ‘문화가 있는 날’이 성공적으로 정착돼 국민들이 삶의 멋과 여유를 기본적 권리로 누리길 진심으로 빌며 그런 입장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시민들에게 무료 혹은 감면금액으로 공연이나 이벤트 전시 등을 제공하는 중앙정부의 방침은 시민들이 문화적 권리를 누리게 하려는 좋은 의도이지만 지방자치단체나 문화기관들이 매우 제한된 예산으로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시민 대다수가 영화 관람이나 프로야구 등 대중스포츠에 몰리면서 각종 국·공립 문화시설이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는 양질의 인문학적 프로그램이나 순수예술공연 등으로 이에 맞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업적인 대중예술과 경쟁하면서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신한 프로그램 계발이 쉽지 않아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기존의 문화시설 운영이 오히려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문화가 있는 날’이 비예산사업으로 진행되는 데 따른 태생적 한계로 보인다. 국·공립 문화시설은 순수 문화예술기관이라는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대중적 프로그램 계발이 쉽지 않은데 예산마저 지원되지 않는다면 기존 프로그램으로 무료 개방하는 데 그쳐 ‘문화가 있는 날’은 결국 반쪽자리 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우려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으로 활동하는 도종환 의원이 ‘문화가 있는 날’ 시행 세 달을 맞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영화 관람객 수와 매출액 관련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잘 드러난다. 문화가 있는 날 할인제도를 실시하자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또 다른 수혜자가 된 셈이다. 문화융성위원회가 제시한 8대 문화융성정책 중 첫째가 바로 ‘문화융성을 이끌 인문가치 정립’인데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교양을 배우고자 하는 일부 시민들의 욕구를 국·공립 문화시설에서 수렴해 인문학이나 순수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적극 뒷받침해야만 ‘문화가 있는 날’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달 마지막 날 대전문학관에서 열리는 ‘김성동 작가 초청 토크 콘서트’는 주목되는 행사다. 대전문학관이 4월의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주최하고 대전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최근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출간으로 김성동의 작가생활 40년을 결산한 그의 육성을 직접 듣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현재의 모습으로 떠다박지른 아버지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꿈과 좌절을 역사 속에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작업을 이번 책 출간으로 1차 마무리했다. ‘만다라’ 이후 한동안 산내 구도리에서 살았던 그에게 대전은 고향이나 진배없으며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대전문학관에서 열린 대전작가회의 기획전에 그의 육필원고 4000매가 전시돼 시민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그의 삶과 문학, 그리고 대전과의 인연이 문학평론가 김정숙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진지하고 편안하게 진행되며, 특히 그의 고향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대전의 무형문화재인 동초제 판소리의 명인 고향임 선생과 그의 수제자인 소리꾼 경찰 김갑보가 특별 출연한다 하니 그야말로 김성동의 문학과 역사, 판소리가 어우러진 ‘문화가 있는 토크 콘서트’가 될 듯하다. 이런 문화행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의 지원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