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이야기(완)
산나물 이야기2023-07-17
천연 항생제로 주목받는 ‘쇠비름’쇠비름은 야생 기질이 강하다. 풀밭이나 농경지·빈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콘크리트 갈라진 틈이나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발에 무수히 밟혀도 죽지 않고 멀쩡한 모습이다. 야생초다운 강한 생명력은 집안 내력이다. 쇠비름은 생물학적 분류상 석죽과 쇠비름속에 속하며 여러해살이풀이다. 또한 수분을 많이 지니고 있는 다육식물이다. 그래서 가뭄과 고온 등의 환경 스트레스에 아주 강하다. 웬만해서 죽지 않는다. 뿌리가 뽑히거나 줄기가 잘려 나가도 끄떡하지 않는다. 뿌리와 줄기에서 새 뿌리를 내리고 보란 듯이 잘 자란다. 일부 지방에서는 먹성 좋은 돼지와 말에 비유해 돼지풀 또는 말비름이라고 한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도둑풀이라고도 한다. 농경지에서 자라며 농작물에 가야 할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씨앗은 땅속에서 수년간 썩지 않고 생명력을 유지한다. 토양의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면 잽싸게 싹을 밀어 올린다. 생육 속도 또한 엄청 빠르다. 비가 자주 내리고 무더운 여름엔 눈 깜짝할 새 자란다. 줄기는 10~30㎝ 자라며 밝은 자주색을 띤다. 땅바닥을 기는 듯이 자라다가 차츰 비스듬히 일어선다. 줄기 끝에서 가지를 많이 치고 그 끝마다 꽃봉오리를 맺는다. 꽃은 6~9월 3~5개씩 모여 노란색으로 핀다.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낮에 입술처럼 오므린다. 꽃잎은 타원형으로 고추 씨앗 정도로 작다. 수술은 7~12개이며 암술을 보호하듯 빙 둘러 감싸고 있다. 줄기와 잎은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두루 쓰인다. 생약명은 마치현(馬齒莧)이다. 예부터 먹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장명채(長命菜)라고 한다. 또 줄기와 잎 등은 저마다 효능이 있어 오행초(五行草)라는 별칭이 있다. 뿌리·줄기·잎·꽃·열매 등 모두 버릴 게 없는 셈이다. 한의서에 따르면 종기·치질·사마귀·이질 등에 치료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맛은 시고 성질이 차다. 온갖 부은 것과 피부가 헐어 아프고 가려우며 곪는 것을 낫게 하는 데 쓴다. 또 쇠붙이에 상해 생긴 상처를 치료한다.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최근 연구 결과 항균·항염·항종양·진통·상처치유·면역조절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추출물은 비만·고지혈증 예방과 장염 치료 효과가 있어 천연 항생제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쇠비름은 성질이 차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몸이 차고 설사를 자주 하거나 혈압이 낮은 사람은 자주 먹는 것을 삼간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 가치가 있다. 생것은 다진 마늘과 참기름 등을 넣고 무치거나 데쳐 요리하면 맛있다. 상추·깻잎 등과 함께 샐러드로 요리하면 맛이 더욱 좋다. 진액이 흘러 나와 약간 끈적거림이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 이번 호는 ‘산나물 이야기’ 마지막 호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7-10
산뜻한 향기의 토종 허브 ‘배초향’배초향은 예부터 식재료와 한약재로 쓰인 토종 허브다. 최근 피부 미용 기능성이 밝혀져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꽃말이 공교롭게 향수다. 향기가 꽃말답게 산뜻하다. 꽃이 필 무렵 더욱 진하게 난다. 달콤한 꿀을 지니고 있어 밀원식물로 알려졌다. 잎과 줄기는 주로 음식에 쓰인다.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추어탕이나 매운탕 같은 민물고기 요리에 없어서 안 될 식재료다. 해물전·부추전 등을 부치거나 쌈을 싸 먹을 때 곁들이면 음식의 풍미를 더한다. 요즘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티백 제품과 천연 방향제로 개발돼 인기다. 추출물은 피부 노화 방지와 보습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약명은 곽향(藿香)이며 특히 소화기에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은 약간 따뜻하며 맛은 맵고 독이 없다. 체증과 설사를 낫게 하고 소화불량으로 인한 구토와 구역질을 낫게 하는 데 중요한 약재다. 생것 100g당 회분(무기물) 1.84g, 단백질 4.87g, 식이섬유 6.4g, 탄수화물 11.13g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마그네슘 64㎎, 인 69㎎, 칼슘 237㎎, 칼륨 625㎎ 등 무기질이 적잖다. 그 밖에 라이신 331㎎, 아스파르트산 302㎎, 발린 5227㎎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생물학적 분류상 꿀풀과 배초향속에 속하며 여러해살이풀이다. 배초향 하면 고개를 갸웃하지만 방아풀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 방아잎·방아풀·방애잎·중개풀·깨풀 등 지방마다 전해 내려오는 별칭이 여럿이다. 초지와 산기슭·도랑 근처 등 전국에서 자란다. 서식지는 토양수분이 적당하고 해가 드는 곳이다. 물 빠짐이 나쁜 토질은 꺼린다. 계곡 근처같이 약간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반양지성 식물이다. 잎은 자라는 동안 거듭 변신한다. 어릴 땐 연한 자주색을 띠다가 차츰 녹색으로 변한다. 잎끝이 점점 뾰족하고 잎맥이 무늬처럼 뚜렷하게 나타난다. 뿌리잎은 달걀 모양이고 줄기잎은 마주나고 긴 달걀 모양이다. 줄기 단면은 네모 모양이며 높이 40~100㎝로 자란다. 윗부분에서 가지를 치며 그 끝마다 꽃봉오리를 층층이 맺는다. 꽃은 7~9월 자주색으로 핀다. 간혹 흰색 꽃이 있다. 수술과 암술이 모두 꽃잎 밖으로 길게 나온 모습이 앙증스럽다. 수술은 4개이며 그중 2개는 짧고 2개는 좀 더 길어 이채를 띤다. 암술은 짧은 수술 2개와 길이가 비슷하고 수술의 호위를 받는 모양새다. 꽃이 아름다운데다 향이 나 집 안 화단이나 텃밭에 심으면 제격이다. 꽃이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해 원예종 못지않은 관상가치가 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7-03
7~8월 피는 꽃이 아름다운 ‘겹삼잎국화’겹삼잎국화는 탐스럽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 최근 식용 가치를 인정받아 나물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겹삼잎국화가 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것은 2021년 5월이다. 2년에 걸친 농촌진흥청·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심사 등을 통과한 것이다. 심사 결과 잎과 줄기 건조물은 탄수화물 44%, 조단백질 31%, 조지방 6%, 무기질 11% 등의 영양소로 구성돼 있다. 어린잎과 줄기는 생나물과 묵나물로 손색이 없다. 생나물은 부들부들한 식감이 좋아 쌈용으로 제격이다. 데친 다음 참기름과 다진 마늘, 간장 등을 넣고 무쳐 먹거나 말려 묵나물로 이용해도 좋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며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한국귀화식물원색도감>에 따르면 1912~1945년 원예종으로 도입돼 재배되던 중 전국 들녘으로 퍼졌다. 이역만리 바다를 건너와 낯선 환경에 적응한 셈이다. 여름국화·키다리국화·미국국화·단국화 등 별명이 많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별명이 전해지고 있다. 꽃이 국화를 닮은 데다 여름에 피고 줄기가 높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줄기는 곧게 150~200㎝ 자란다. 자고 일어나면 몰라볼 정도로 생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줄기 마디마다 가지를 치고 새잎을 불쑥 내민다. 또 줄기 끝에서 잔가지를 많이 치고 그 끝마다 꽃봉오리를 맺는다. 꽃은 7~8월 줄기와 가지 끝에서 1~3개씩 탐스럽게 핀다. 수많은 꽃잎이 겹겹이 중심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열매는 가을에 익지만 있는 둥 마는 둥 하다. 번식은 씨앗보다 뿌리로 한다. 뿌리가 새끼를 많이 치며 한해만 지나면 자리를 잡고 터전을 넓힌다. 뿌리가 깊이 내려 가뭄에도 끄떡없이 자란다. 여름 내내 쉴 새 없이 무성하게 자랄 만큼 더위에 강하다. 토질을 까탈스럽게 가라지 않고 비옥한 토질에서는 2m 이상으로 자란다. 해가 드는 곳을 좋아하는 양지 식물이다. 그러나 키 큰 나무 밑 그늘도 마다하지 않는다. 잎은 긴 잎자루가 있으며 반들반들 윤이 난다. 가장자리는 둔한 톱니 모양이고 털이 없어 매끈하다. 뿌리잎은 5~7갈래로 갈라지고 꽃이 필 무렵이면 말라 죽는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3~5갈래로 갈라진다. 잎과 줄기가 가을까지 끊임없이 자란다. 전원주택 화단이나 빈터·절개지 등에 안성맞춤이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무리를 지어 잘 자라므로 풀이 얼씬도 못 하게 하는 제초 효과가 있다. 겹삼잎국화와 생김새와 이름이 비슷한 식물엔 삼잎국화가 있다. 삼잎국화는 잎이 겹삼잎국화보다 얕게 5~7갈래로 갈라진다. 또 꽃은 진한 노란색을 띠며 꽃잎이 해바라기꽃처럼 관 모양의 중심 꽃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6-26
다양한 요리로 먹을 수 있는 ‘머윗대’머위는 꽃을 먼저 피우고 곧이어 새싹을 내민다. 특히 줄기인 머윗대가 가을까지 계속 올라와 자라므로 거의 연중 먹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여름 내내 싱그러움을 잃지 않는다. 푹푹 찌는 듯한 한낮에는 잎을 축 늘어뜨리지만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세를 바로잡고 싱싱하게 자란다. 땡볕과 무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늘진 나무 아래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란다. 웬만한 풀들은 줄기가 가늘고 잎이 작지만 머위의 자람새는 거침이 없다. 석축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밀어 올린다.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 가장자리에서는 더욱 왕성하게 자란다. 이같이 흙살이 깊고 토양수분이 많은 곳을 좋아해서다. 머위는 씨앗과 뿌리줄기로 번식한다. 둘 중엔 씨앗보다 뿌리로 훨씬 빠르게 후손을 퍼트린다. 뿌리줄기는 엄지손가락만큼 굵고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다. 웬만큼 토막이 나거나 상처가 나도 죽거나 썩지 않고 새싹을 밀어 올린다. 잎은 연근이나 토란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 소낙비가 내릴 때 우산이나 햇빛을 가리는 양산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머위의 속명은 차양이 넓은 모자를 뜻하는 페타소스(Petasites)로 이는 머위의 넓은 잎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라는 국화과 머위속 식물은 머위와 개머위다. 개머위는 높은 산 바위에서 자라며 나물로 가치는 떨어진다. 이름이 비슷하고 주로 섬에서 자생하는 털머위는 국화과 털머위속으로 혈통이 조금 다르다. 머위는 민속 채소 중의 하나다. 머윗대는 탕·국·샐러드·무침·조림 등 요리법이 다양하다. 들깨를 갈아 넣고 탕이나 국으로 끓이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요리하거나 양념을 넣고 무쳐 먹어도 맛있다. 돼지고기나 고등어 등을 요리할 때 고사리나 시래기처럼 머윗대를 넣으면 잡내를 잡아주고 국물의 깔끔한 맛을 더한다. 머윗대는 얇은 겉껍질을 제거해야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다. 데친 다음 찬물에 담그면 겉껍질이 감쪽같이 잘 벗겨진다. 꽃봉오리는 약용과 식용 가치가 있다. 식용유에 튀기거나 된장을 넣고 무쳐 먹으면 맛이 좋다. 예부터 기관지염과 인후염·편도선염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두루두루 쓰였다. 잎은 손바닥 크기일 때 쌈용으로 알맞다. 성숙한 것은 질길 뿐 아니라 쓴맛이 강해 먹지 않는 게 좋다. 머위는 생것 100g 기준 회분(무기물) 1.31g, 식이섬유 2.7g, 단백질 2.3g, 탄수화물 2.7g 등을 함유하고 있다. 또 루신 101㎎, 글루탐산 160㎎, 아스파르트산 178㎎ 등의 아미노산과 마그네슘 18㎎, 인 50㎎, 칼슘 103㎎, 칼륨 530㎎ 등의 무기질이 적잖다. 또 비타민C 2.46㎎과 비타민K 322.8㎍ 등이 들어 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6-19
흙냄새 머금은 듯한 향과 맛의 ‘비름’돈 한푼 안 들이고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몸에 이로운 들나물이 전국 들녘에서 자라고 있다. 비름은 그중 여름 내내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 들나물이다. 여름 내내 끊임없이 새싹을 밀어 올리며 빨리 자라서다. 우리나라 들녘에서 자라는 비름과 비름속 식물은 비름·청비름·눈비름·개비름·털비름 등 10여종 남짓 된다. 모두 유럽이나 아메리카 원산이며 부지불식간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한 귀화식물이다. 이중 나물 가치가 높은 것은 비름과 청비름이 꼽힌다. 특히 비름은 잎과 줄기가 크고 맛이 가장 좋다고 해서 참비름으로도 불린다. 비름 줄기잎은 넓은 달걀 모양으로 길이 4~12㎝ 너비 3~7㎝다. 깻잎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 줄기에서 길게 자라는 잎자루도 깻잎을 많이 닮았다. 줄기는 곧게 80~150㎝ 자란다. 자고 일어나면 몰라볼 정도로 생장 속도가 빠르다.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에는 더욱 빨리 자란다. 무더위와 땡볕에서 쑥쑥 자랄 만큼 더운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웬만한 가뭄에도 잘 견딘다. 뿌리가 나무처럼 튼튼해서다. 원뿌리와 곁뿌리·뿌리털이 흙을 움켜쥐듯이 땅속 깊이 내려 태풍이나 비바람에도 끄떡없다. 토질이나 환경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길가나 빈터·농경지 등이 주요 서식지다. 토질이 비옥한 곳에서는 무리를 지어 자란다. 줄기 끝에 뭉쳐 있는 듯한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이 채취 적기다. 잎과 줄기는 털이 없고 부드러워 식용 가치가 높다. 또 쓴맛이 적어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흙냄새를 머금은 듯한 향과 맛이 나고 야생초다운 풍미가 난다. 데쳐서 참기름과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무쳐 먹으면 맛있다. 보리밥과 함께 풋고추와 고추장·된장국 등을 넣고 비벼 먹으면 제맛이다. 살캉살캉 씹히는 식감이 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찾아준다. 시금치와 비슷한 맛이 나서 국을 끓일 때 넣어도 좋다. 한방에서는 찬 성질이 있어 무더위에 오른 열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줄기와 잎을 달인 물을 하루 세번 마시면 해열과 해독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먼지같이 작은 씨앗은 설사를 멈추게 하고 부종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요 영양소는 생것 100g당 탄수화물 6.5g, 단백질 5.8g, 회분 2.6g 등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 172㎎, 인 52㎎, 철 2.3㎎ 등의 무기질도 적잖다. 그밖에 비타민C 23㎎, 니아신 3.1㎎, 비타민A 155㎍, 베타카로틴 1859㎍ 등 비타민류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좋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6-12
쑥쑥 자라는 왕성한 성장력의 ‘왕고들빼기’왕고들빼기는 씨를 뿌리거나 물을 주고 가꾸지 않아도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토종 먹을거리다. 소와 토끼 등 가축도 좋아한다. 특히 토끼가 잘 먹는다고 해서 일부 지방에서는 토끼풀이라고 한다. 왕고들빼기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시상추·두메고들빼기·산씀바귀·상추 등과 함께 국화과 상추속 식물이다. 이중 가장 큰 키로 높이 1~2m까지 자라므로 왕고들빼기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고들빼기는 갯고들빼기속 식물로 왕고들빼기와 혈통이 완전히 다르다. 왕고들빼기가 상추속 식물 가운데 으뜸으로 꼽힐 만한 이유는 더 있다. 쑥쑥 자라는 생장력이 웬만한 풀을 압도한다. 웬만한 풀은 무더위나 가뭄에 몸을 비틀며 몸살을 앓지만 왕고들빼기는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 번식력 또한 놀랍다.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발아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땅에 떨어지면 곧바로 새싹을 틔운다. 봄부터 여름까지 발아한 것은 가을에 말라 죽고 가을에 발아한 것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자라난다. 주요 서식지는 풀숲이나 빈터·유휴지 등이다. 들녘은 물론 산기슭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제방이나 길가 같은 곳에서 잘 자란다. 또 해가 잘 드는 곳을 좋아하는 양지 식물이다. 뿌리 모양 또한 눈길을 잡아끈다. 굵고 짧은 뿌리가 두세개다. 토실토실 살이 한껏 오른 모양새다. 왕성한 성장력과 번식력은 이같이 실한 뿌리에서 비롯된다. 잎은 아무렇게 찢어 놓은 것처럼 불규칙한 모양이다. 가장자리는 무잎처럼 깊게 갈라지고 둔한 톱니같이 생겼다. 강한 비바람에 찢어지거나 떨어질 염려가 없는 구조다. 야생초의 생존 전략이 지혜롭다. 줄기와 잎은 자르면 절단면에 흰색 유액이 금방 맺힌다. 유액은 약간 쓴맛이 나고 점착성이 있다. 한방에서 쓴맛은 스트레스로 심장에 쌓인 화를 풀어주고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예부터 상비약으로 이용했다. 잎을 짓찧어 상처가 나거나 모기에게 물린 곳에 붙이면 지혈이 되고 잘 아문다고 한다. 또 위장병에 좋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항암·항염·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숙취로 인해 손상된 간 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 것은 뿌리째 먹으면 좋다. 고들빼기처럼 묽은 소금물에 살짝 절인 다음 김치를 담그면 맛이 일품이다. 생것은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살강살강 씹히는 식감이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게 한다. 부드러운 잎은 생나물로 제격이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씁쓰레한 맛이 입맛을 되살려준다.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등을 넣고 무쳐 먹어도 맛있다. 쓴맛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6-05
꽃대 나오기 전 채취…나물로도 가치 높은 ‘명아주’명아주는 오래전부터 우리 밥상에 올랐다. 최세진이 1517·1527년 각각 펴낸 <사성통해>와 <훈몽자회> 채소편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 뒤 여러 문헌에서 길러 먹었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명아주는 농경지에서는 골치 아픈 잡초로 취급되지만 안전한 먹을거리다. 전국 들녘에서 병충해 없이 저절로 싱싱하게 자라서다. 최근 들어 요리 연구가들에 의해 자연 건강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길가나 빈터, 묵정밭 같은 데서 잘 자란다. 한번 터를 잡으면 금방 무리를 지어 자랄 정도로 군집성이 강하다. 씨앗은 모래알처럼 작지만 땅속에서 30~40년간 생명력을 유지할 만큼 끈질기다. 새싹이 봄부터 여름까지 거의 끊이지 않고 자라난다. 무더위와 가뭄에도 끄떡없다. 채소는 말할 것도 없고 풀조차 가뭄이 들면 몸을 비비 틀다가 말라 죽지만, 명아주는 여름 내내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 긴 장마도 잘 견딘다. 생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원뿌리와 잔뿌리가 땅을 움켜쥐듯이 땅속 깊이 넓게 내린다. 여느 풀과의 영양분·수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모양새다. 줄기는 식물도감에 따르면 60~150㎝ 길이로 곧게 자란다. 줄기에는 녹색 줄이 세로로 나 있다. 이 녹색 줄은 아주 단단해 줄기가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한다. 줄기는 예부터 지팡이로 쓰였다. 나무처럼 단단하고 가벼워서 안성맞춤이다. 16세기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펴낸 <본초강목>에서는 명아주 지팡이가 중풍 예방 효과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명아주 지팡이는 청려장이라고 한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청려장을 하사했다고 한다. 10월2일 노인의 날에 100세가 되는 장수 노인에 청려장을 선물하는 행사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자라는 명아줏과 명아주속 식물은 명아주·버들명아주·가는명아주·바늘명아주·둥근잎명아주 등이 있다. 이중 명아주의 나물 가치가 가장 높다. 꽃대가 나오기 전 채취 적기다. 잎과 줄기 끝의 밀가루 같은 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털어내는 게 좋다. 데친 다음 찬물에 담가 뒀다가 무쳐 먹으면 깔끔한 맛이 난다. 쓴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 묵나물로 이용해도 좋다. 물에 불린 다음 콩가루를 넣고 무치거나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부들부들한 식감이 입맛을 돌게 한다. 또 고기 요리할 때 넣으면 고깃기름을 빨아들여 음식의 깔끔한 맛을 더한다. 민간에서는 예부터 잎을 약으로 이용했다. 벌레 물린 데 짓찧어 붙이면 상처가 낫는다고 한다. 또 말린 잎 20g을 달여 하루 세번 나눠 마시면 중풍·고혈압·인후통·대장염·설사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5-29
직접 산에 가야 맛 볼 수 있는 ‘왜우산풀’왜우산풀은 누룩치·누리대·개반디·개우산풀·왕우산바디 등 다른 이름이 많다. 왜우산풀보다 실제로 누룩치나 누리대로 많이 알려졌다.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왜우산풀로 등록돼 있다. 왜우산풀은 저장기간이 짧은 산나물 중 하나다. 신선도가 금방 떨어지고 저장성이 거의 없어 시장이나 마트에서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산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생산농가에서 구입해야 맛 볼 수 있는 셈이다. 값비싼 귀한 산나물로 취급된다. 해발 800~900m 이상 높은 산에서 자란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경기 북부와 강원도, 경북 북부 지방 높은 산이 주요 서식지다. 햇빛과 토질, 비옥도 등 환경을 많이 따진다. 해가 적당히 드는 반그늘이어야 한다. 토양은 비옥하면서 토심이 깊어야 한다. 또 가뭄이 들지 않도록 토양수분과 공중습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생김새는 여느 산나물이나 풀과 비슷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뿌리잎이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민다. 연한 녹색을 띠고 끝이 뾰족한 날개 모양이다. 잎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처럼 생겼고 깊게 갈라진다. 뿌리잎은 긴 잎자루 끝에 3개씩 달린다. 잎자루는 뿌리와 가까울수록 연한 갈색을 띠고 가운데 홈이 있는 ‘U’ 자형이다. 왜우산풀과 생김새가 비슷한 구릿대와 참당귀·강활 등도 산에서 자란다. 구릿대는 주로 약초로 이용되고 잎이 날개 모양 겹잎이고 뒷면은 흰빛이다. 또 참당귀는 약초와 산나물로 이용되며 잎자루는 각이 지고 갈색을 띤다. 강활은 독초로 분류되며 잎자루가 갈라지는 부분이 자주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왜우산풀의 맛을 보면 다른 산나물이나 독초와 쉽게 구분된다. 왜우산풀은 약간 구릿한 맛이 난다. 방아풀이나 고수와 맛이 조금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빈대 같은 누린내가 난다고 한다. 쓴맛은 산나물 중 약한 편이다. 줄기는 털이 없고 둥근 모양이다.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높이 50~100㎝ 자란다. 줄기 끝에는 6월 무렵 꽃봉오리가 맺힌다. 꽃대가 발생하기 전 20~30㎝ 자랐을 때 연하고 맛이 좋다. 먹고 나면 소화가 잘된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산나물이다. 싱싱한 잎과 줄기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줄기는 수분이 많아 식감이 좋다. 비빔밥에 넣거나 양념을 넣고 무쳐 먹어도 일품이다. 맛과 향이 거북살스러울 경우 데쳐 찬물에 담가 뒀다가 양념을 넣고 무쳐 먹으면 된다. 꽃망울이 맺힐 정도로 많이 자란 것은 된장이나 고추장 항아리에 박아 뒀다가 먹으면 맛이 좋다. 미나리나 부추처럼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 특유의 향과 맛은 열에 약해 데치거나 가열하면 줄어든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5-22
데치면 미역처럼 미끌미끌한 ‘미역취’취나물이란 말이 널리 쓰이지만 이는 공식적인 식물 또는 산나물의 이름이 아니다. 미역취·참취·수리취·곰취 등 ‘취’ 자로 끝나는 산나물이 대개 시장이나 마트에서 취나물로 통용되고 있다. 미역취는 최근 관심을 끄는 산나물 가운데 하나다. 운송 수단 발달로 품질 좋은 울릉도산이 많이 출하되고 있어서다. 울릉도산은 육지 것과 종이 다르다. 우리나라 자생 국화과 미역취속 식물엔 미역취·산미역취·나래미역취·울릉미역취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산나물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미역취와 울릉미역취다. 울릉미역취는 특히 잎이 부들부들해 식감이 아주 좋다. 게다가 잎의 길이가 10~15㎝, 너비는 7~10㎝로 미역취보다 좀 더 커서 상품성이 있다. 밭 언저리나 산속을 가리지 않고 돌이나 바위가 많은 척박한 토질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역취는 육지의 산에서 자란다. 토양 수분이 적당하고 토심이 깊은 곳이다. 씨앗에 낙하산 같은 날개가 있어 멀리 날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자란다. 잎은 길이 7~9㎝, 너비 1.5~5㎝로 긴 타원형이다.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생겼다. 줄기잎은 뿌리잎보다 훨씬 작고 줄기 위쪽으로 갈수록 더욱 작다. 또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미국미역취가 전국에서 자라고 있다. 밀과 옥수수 등 식용과 가축용 곡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외래식물이다. 미국미역취는 높이 1m 이상 자랄 정도로 생육이 왕성하다. 무리를 지어 자라고 번식력이 강하다. 잎은 미역취나 울릉미역취보다 너비가 좁고 버드나무 잎과 비슷한 모양이다. 식용 가치가 높은 것은 울릉미역취와 미역취다. 데치면 미역처럼 미끌미끌하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데쳐 무치거나 말려 묵나물로 이용하면 맛이 좋다. 꽃은 튀겨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묵나물은 물에 충분히 불린 다음 들기름을 넣고 볶아 먹으면 구수하고 은은한 향이 난다. 비빔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미역취는 데치고 말리면 잎자루와 줄기가 희끄무레해진다. 참취와 곰취 등의 묵나물은 대개 거무스름한 색을 띤다. 한방에서는 말린 미역취 전초(있는 그대로의 풀포기)를 감기와 두통·진통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이용한다. 또 말린 미역취 꽃은 건위·이뇨·해독·진해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른 전초를 넣고 끓인 물을 마시면 감기로 인한 두통과 목구멍 통증이 낫는다. 주요 영양소는 생것 100g당 회분(무기물) 1.5g, 단백질 3.7g, 탄수화물 9.6g 등을 함유하고 있다. 또 철 3㎎, 나트륨 20㎎, 인 77㎎, 칼슘 93㎎, 칼륨 669㎎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그 밖에 비타민C가 32㎎으로 <온주> 밀감에 든 30㎎보다 더 많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나물 이야기2023-05-15
단풍나무 잎을 닮은 ‘단풍취’산나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풀과 나무가 산에 우거지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농산촌의 땔감이나 퇴비로 쓰이던 풀과 나무가 석유·가스·비료 등으로 대체되면서,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키 작은 산나물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단풍취는 해가 잘 들지 않는 산속을 마다하지 않는다. 음지 적응성이 뛰어나 키 큰 나무 밑에서도 탈 없이 자란다. 산중턱 이상의 산에서 자라는 고산식물이다. 토심이 깊고 토양 수분이 적당한 곳에서 무리를 지어 자란다. 추위와 가뭄에 강해 여느 풀보다 일찍 새싹을 밀어 올려 눈길을 끈다. 단풍취의 새싹은 신비스러운 자태를 지녔다. 솜 같은 털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빛을 발산하는 듯 반짝반짝 빛이 난다. 털에 싸여 있어 한몸 같던 새싹은 줄기와 잎으로 분리된다. 줄기는 비스듬히 누운 모습에서 허리를 펴듯이 곧게 자란다. 뿌리 가까운 쪽은 짙은 자주색을 띤다. 잎은 줄기 끝에 2~5개가 모여서 난다. 잎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다시 세개로 얕게 갈라진다. 전체 모양은 삼각형 또는 단풍나무 잎과 비슷하다. 단풍나무 잎을 닮았다고 해서 단풍취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이 피기 직전이나 필 무렵 맛이 가장 좋다. 이때 식감이 부드럽고 쌉싸래한 향과 맛이 적당하다. 전국에서 자라는 국화과 단풍취속 식물은 단풍취와 가야단풍취 두 종이 있다. 가야단풍취는 잎 가장자리가 단풍취보다 얕게 갈라지는 게 차이점이다. 주로 가야산에서 자란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단풍취류는 최근 원예용으로 육종되고 있다. 잎이 녹색과 미색 등으로 무늬를 그려 넣은 것처럼 아름다운 신품종이 판매되고 있다. 화분이나 전원주택 화단에 심어 기르는 관상용으로 알맞다. 또 그늘에서 별 탈 없이 자라므로 지피식물로 손색이 없다. 꽃은 7~9월 흰색으로 핀다. 지름 1~1.5㎝로 작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꽃대는 35~80㎝ 자라고 끝에서 가지를 치고 그 끝마다 흰색 꽃을 피운다. 가느다란 혀 모양 꽃잎이 개성 넘치는 모습이다. 잎은 쌉싸래한 맛이 나고 쌈을 싸 먹거나 데쳐 양념을 넣고 무쳐 먹으면 맛있다. 데쳐 말려뒀다가 국을 끓일 때 넣어 먹어도 된다. 데치면 더욱 푸르스름한 색깔을 띠어 눈으로 보는 맛까지 더해준다. 억센 것은 장아찌를 담가 먹어도 좋다. 쌉싸래한 맛은 세스퀴테르펜 락톤 성분에 따른 것으로 숙취 해소와 항염증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관절통·근육통·타박상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상북도 산림자원개발원에 따르면 단풍취 추출물은 피부 미백 효과가 있어 화장품 소재로 가치가 있다. 또 최근 연구 결과 추출물이 알코올 대사 효소와 종양 세포에 유의미한 효과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