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최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2월 25일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 월 120만 원의 종신연금을 줄 수 있도록 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의 국회 표결 때 의원 191명 가운데 유이(唯二)하게 반대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두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당신의 양심에 감동받았다’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글이 약 90건씩 올라왔다. 자신들도 수혜 대상이 될 종신연금에 반대하는 양심 투표를 했으니 의인(義人)이 따로 없다.
전직 의원 종신연금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지만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여당이 하는 일이면 사사건건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웬일인지 조용하다. 비판에 놀라 뒤늦게 헌정회법 개정안을 낸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양심이 남아 있는 정당이다. 나머지 여야 정당들은 종신연금을 없앨 뜻이 없어 보인다.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의 70%가 종신연금 폐지에 반대한다는 말도 들린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요즘 80대 중반까지 사는 건 보통이다. 전직 의원이 65세부터 80대 중반까지 약 20년 동안 월 120만 원씩 받으면 종신연금 총액은 3억 원 정도가 된다. 국회의원 당선의 보너스가 3억 원짜리 로또복권 당첨인 셈이다. 직장인이 월 120만 원 정도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약 30년 동안 내야 한다. 자기 부담금이 전혀 없는 전직 의원 종신연금이 얼마나 큰 특혜인지 알 만하지 않은가.
의원들로서는 그동안 지급해오던 걸 법제화했을 뿐인데 안 된다니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도 수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한통속이 됐을까. 전직 의원 종신연금 법제화는 의원 자신들의 노후대책을 위한 입법권 남용이다.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공정(公正)과도 거리가 먼 전직 의원 종신연금은 이번 기회에 없애는 것이 옳다. 헌정회는 컨테이너에서 살 정도로 어려운 전직 의원들이 있어 종신연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박영록 전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2003년부터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컨테이너로 만든 집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그는 쫓겨날 염려가 없는 자기 집에 산다. 그의 사정이 딱해도 국민 세금으로 돌봐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더구나 전직 의원 종신연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연금’이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연금이나 수입이 있어도 상관없다.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재산과 호화주택에 사는 전직 의원이라도 국민 세금으로 종신연금을 받는 것이 공정할 수는 없다. 전직 의원도 보통 사람처럼 저축도 하고 국민연금이나 개인보험으로 노후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국회의원이 되면 100가지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현직 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과 특혜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전직 의원에게 종신연금을 주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세금 횡령이다. 의원들이 세금으로 받는 종신연금이 보장돼 있는 한 정의나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
의원들은 이번 연휴에 고향이나 지역구에서 전직 의원 종신연금에 대한 민심을 듣게 될 것이다. 국회에 돌아온 뒤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시도의회가 불우한 전직 시도의원들을 위해서 ‘전직 시도의원 연금법’을 만들겠다고 나설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