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수술해서 얼마나 고쳤소?
전홍준(前조선대 의대교수)
내가 여러가지 의학체계와 치료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건강과 질병을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게 된 데는 나름데로 그럴 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습니다.
나는 한때 개인 클리닉을 열기도 했고 그후 대학병원에서도 일한 적이 있지만 환자를 보면서 수련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에 부딪치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배운 지식과 실제의 간극을 절감하며 서양의학의 한계 같은 곳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는 내가 받은 교육이 서양의학이고 다른 의학은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 서양의학만이 최고라고 생각 했지요.
수술받은 암환자가 재발되어 다시 병원을 찾는다든지, 우리나라에 흔한 골 관절통 환자들에게 진통 소염제와 물리적 치료가 별 도움이 안된다든지, 만성 간 신장질환,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만성 퇴행성 질환에 서양의학의 치료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던 중 1984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방문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서양의학으로는 별 도움이 안되는 만성 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해 자연환경이 좋은곳에 작은규모의 요양원을 세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단식, 물치료, 부항, 맛사지, 식이요법 등 다양한 대체의료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공식적인 의료외에는 의료라고 생각할수 없었던 당시의 내게는 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서양의학의 치료법이 약과 수술 중심이라면 그곳의 치료법은 그러한 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체의료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자 그곳 관계자는 일본의 의료 전문가인 마나까 요시오 선생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당시 이분은 기따사또 대학 동양의학 총합연구소 주임교수 였는데 침술을 크게 발전 시킨 공로로 일본의 최고 의학상을 세번이나 받으 경력이 있었습니다. 이분 역시 50대 초까지는 외과의사로 일하다가 서양의학에
한계를 느끼고 대체의료와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특히 침구분야에 많은 연구업적을남겼습니다.
나를 향한 마나까 교수의 첫질문은 "외과의사라는데, 그래 암환자를 수술해서 얼마나 많이 고쳤습니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내가 크게 회의하고 있던 질문이었는데 그 역시 같은 문제로 고민했다면서 나를 위해 특별히 대체의학과 동양의학의 개요에 대해서 강의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흥미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자료용 슬라이드와 비디오를 통해서 보여준 것 가운데 귀에 침을 놓기 전과 후의 변화에 관한것도 있었는데, 침을 놓은 한시간 후에 그 이전에는 없었던 미세혈간들과 특별한 화학물질이 새로 생성되었으며 혈구수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서양의학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가느다란 침을 하나 꽂은 것만으로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위하수 환자에게 침, 생약, 식이요법 등을 써서 방광부위까지 죽 늘어졌던 위를 4주만에 배꼽 위에까지 끌어올려 놓은 것을 비교한 엑스레이 필름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위하수는 서양의학적 방법으로는 특별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밖에도 완전탈모나 난치성 안과질환들이 대체의학적 방법으로 치유된 데이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나까 선생은 자신이 원래 서양의학 전공자임에도 다소 극단적인 비유를 들어 서양의학의 맹점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질병은 전기불이라고 비유할때 그 전기불을 끄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 서양의학은 보자기로 전기불을 싸서 가리거나 , 아예 몽둥이로 전구를 깨버리는 것과 같다면 대체의학이나 동양의학은 시간이 더디더라도 스위치를 찾아내서 살짝 누르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전자가 증세 그 자체만을 억압하고 제거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전일적(全一的)통찰을 통해 증세의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당시 마나까 선생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수는 없었으나 어쨌든 이분을 만나면서 의학을 바라보는 데는 여러가지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체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자 선생은 먼저 한국의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동양의학을 꼭 이해할 것을 당부했고, 일본의 임상의사들 중에 대체의료를 활용하고 있는 여러 분을 소개 해 주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한의사 뿐 아니라 모든 의사들도 읽어야할 글이군요. 침의 숨은 비결이 입체오행임을 또 알아야 할텐데. 안타까움이...
살려면 현대의학을 따르고 건강하게 살려면 동양의학을 따르라..............세균과 골절은 서양의학이 앞서고, 내분비계열은 동의학이 앞선다..........고 합니다. 의미있는 게시물 감사합니다.
동감합니다.
해외의 많은 침술관련 번역본들이 직역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입체 오행으로의 고전의 의역이 필요한 시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