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영역 외 1
이 향 희
동파(冬破)된 청춘을 만나
얼듯 말듯한 목소리 깔고 앉아
잘될 거야
당연히 잘될 수 밖에 없는거지 토닥이면서
댕댕댕 지나가는 오후에 기대어
안경 몇 번 썼다 벗었다하고
기침 몇 번 펄럭펄럭하다가
꽁꽁 언 청춘에게 에스프레소는 너무 써
달달한 핫초코 한 잔 건네주면서
엄혹한 이 겨울 덤벙덤벙 건너가보자는 이 말까지
만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흐의 귓 조각
저 기막힌 패러독스로 인하여
당분간 지옥은 없는 것으로 되어 버렸지만
저토록 나무의 귀가 달구어질 때까지
나는 이 천국에서 무얼하였는가
마음속 갈피 19쪽에
‘오늘의 치명적인 귀’라 하여 넣어 둔 일 외에는
그리고
동생 테오가 형님의 귀를 찾고자 왔을 때
창녀께서 걸어 두신 귀가 저기 있다고 말해준 일 외에는
이향희
시대문학신인상 등단. 시집 <간이역에 내리는 비>,<내 핸드백 속에는(문예진흥기금 수혜)>,<해는 여전히 짖지 않았다> 있음
한국문인협회,국제PEN 한국본부,동국문학인회,서초문인협회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