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런던아저씨는 겁나 좀 바빴습니다.
오래 전부터 런던양아치 한놈하고 싸우다, 한달 전부터는 그 양아치들의 본거지인 런던무당파 본산 앞마당에
독고다이로 침투해서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런던닌자가 런던양아치들 두목과 싸우러 간 건 아니었습니다.
런던무당파 총두목한테 그 런던양아치의 양아치스러움을 호소하고, 무림의 법과 질서, 정의와 아름다움(아 이런 -_-)이
넘치는 그런 무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총두목은 더한 양아치였던 것입니다.
갑자기 그 총두목이 칼을 빼어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런던무당파 본산 앞마당에서 칼싸움이 벌어진 셈이었지요.
그러니가 사실 '침투'란 말은 정확한 용어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런던무당파 총두목까지 해서 4대 1로 싸우다, 최근엔 한 놈이 또 나왔는데 보니까 그놈도 무당파의 쌍두마차 두목이더군요...
보니까 마지막 그놈은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던게 분명한데, 총두목한테 목숨을 의탁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온
모양입니다. 결국 5대 1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도 조무래기들이 아니라,,,제일 아랫놈이 무당파 행동대장이고,
두목이 두놈이나 낀 상대들하고...당연히 만신창이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어쨌거나 외롭고 지리했던 이 싸움도
조만간 끝날 것 같긴 합니다. 애초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현재로서는 처음 의도나 예상과는
달리 총두목의 목을 확실히 베거나 런던닌자가 목을 깨끗이 베이거나 둘 말고는 초이스가 없는 듯 합니다.
암튼, 조금만 실수하면 바로 끝인 상황인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왔습니다. 살아남으면 말할 것도 없지만,
장렬히 전사하더라도 런던닌자는 런던무림사에 전무후무한 아름다운(이런 된장! 이 단어가 입에 붙어버렸어요..ㅋㅋ)
역사를 하나 새로 쓰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미 싸움의 시작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역사였으니까요...
그래서 런던닌자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쪼곰 두렵습니다..ㅜ,ㅜ;)
마지막 승부수로 런던닌자는 왼팔 하나를 적들에게 통째로 내어주고, 적들이 사정권 내에 들어와 런던닌자의 왼팔을 베는
동안 보이는 그 짧은 순간의 빈틈으로 마지막 비수를 꽂으려고 합니다..아마도 그게 마지막이 될 듯 합니다...
(아, 제가 써놓고도 멋진 구절이네요..ㅋㅋ...사실 이 전술은 황석영의 <장길산>에 나오는 마지막 결투 부분과 비슷합니다..
거기서는 주인공이 허벅지를 내주고 허벅지에 칼을 받지만, 다리를 자르도록 내주지는 않습니다..런던닌자는 더 극적인
승부수를 던집니다..아, 아름, 아 된장, 멋진 런던닌자..ㅋㅋㅋ)
어쨌거나, 이런 싸움의 와중에서도 '주말은 쉽니다' ㅋㅋ
작은 빗방울들이 분분히 날리고 있네요..인간세에서는 온갖 욕망들이 뒤섞여 진흙탕 속에서 더럽고 처절한 전투가 진행중임에도,
자연의 변화는 여전히 아름다움(이런 된장!) 그 자체고 신비로움(아, 계속 된장! ㅋ)입니다...
머리 짜르러(아,,,머리카락으로 정정...ㅋㅋ) 잠깐 밖에 나갔다가 빗방울 몇개 얼굴에 맞고 나서 떠오른
시 하나 보내드립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연애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절대적 홀로됨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와 소통의 근원적인 문제를 인지하게 되는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 시는 일전에 런던아저씨가 시에 대한 정의에서 거론한 '구체성'과 '보편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시적 화자에게 발생한 연애로 생각되는 어떤 현실속의 구체적인
사건입니다. 비슷한 단어나 구절의 반복으로 중반부까지는 상당히 경쾌하고 씐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마지막 연은 그 경쾌함이 결국 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어떤 비루함(비루비루비루비루비..ㅋㅋ)이나 절망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전반부의 경쾌함으로 인해 마지막의
그 비극성은 배가됩니다.
두번째는 이러한 타인과의 구체적인 관계 문제를 통해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양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는 사연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온전히 소통되지 않고, 충분히 닿을 수 없는 타자성에 대한
공허한 독백, 공허한 외침, 심지어 처절한 절규로도 읽힙니다. 저 소리들은 수신자에 닿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울리기만 하고 있군요...수신자에 닿지 못하는 언어는 결국 언어가 되지 못하고, 그저 연속적이고 무한한 진동 주파수대
중의 한 주파수대역에 그칠 뿐이군요...
(여기까지 짧게! ㅋㅋ,,,
하려고 했으나,
끝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시에서 쓰이는 모든 소재는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시적 진실을 말하는 도구가 됩니다. 이 과정이 은유화의 과정인 셈입니다.
소재중, '빗방울'
어느 소설인가 유행가에 이런 게 있습니다. "빗방울처럼 난 늘 혼자였다."
빗방울은 서로 온전히 소통될 수 없는 '세계내존재'들의 비극성을 의미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시인에 따르면 이 세계 안에서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빗방울'들일 뿐입니다.
둘째는 '유리창'입니다.
흥미롭게도 '유리창'이란 단어, '유리창을 열어둬'란 구절이 두번이나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리창의 은유는 워낙에 다양한데, 그냥 크게 두가지만 생각해보면,,, 하나는 외부의 각박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온하고 보호된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는데, 이 시에서는 반대로 시적
화자와 타자와의 관계를 가로막는 어떤 실존적이고 필연적인 존재 조건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소재에 있어 참 흥미로운건,
빗방울과 유리창 모두 '투명'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투명해서 그 너머가 다 보이는데도
결국 근원적인 소통과 가닿음은 불가능하다는 이 아이러니란...
첫댓글 아라써요. 유리창 열어둘께요... (스talker versio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한량님은 유리창 안열으셔도 됩니다...ㅋㅋㅋㅋㅋ
@런던아저씨 저기요... 열면 안될까요? 전 답답해서 유리창은 열어야하는디.. 참 비루한 인생 !!
아 왜 열어라마라 참견이에요? 내원참 ㅋㅋㅋ
@한량 ㅎㅎ그러시던지...ㅋㅋㅋ...글고 한 가지 사실관계를 정정합니다..제가 그 런던양아치 행동대장한테 하도 사실관계를 살짝씩 왜곡한 거짓말로 많이 당해서리...ㅋㅋ...물론 한량님은 그런 목적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잘못 이해를 하신거겠지만,,,암튼,,,런던아저씨는 한량님께 '열어라마라' 참견한 적은 없습니다...'안열으셔도 됩니다.'라고, 즉, 가능태로 말씀드렸습니다..그러니까 유리창을 여시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한량님의 자유라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럼을 명백히! 말씀 드리느 바입니다...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네 감사합니다...그런데 다시 보니, 제가 좀 겁나게(?) 쓰긴 했군요...사실 다 저렇다기보담은 무협 스타일로 좀 쓰려다 보니...ㅋㅋㅋ
창문 열어둔 이에게 비가 되어 적신다....그것도 흠뻑!
창 안의 여인이 흠뻑 적는다....
생각만 해도 너무 야한데...
저만 그런가... ㅋㅋ
오늘처럼 비내리는 아침... 잘 읽었습니다. ^^
ㅋㅋㅋㅋㅋ이런 분 여럿 있을 줄 알았어요...애마부인 세대시군엽...ㅋㅋㅋ...그나저나 런던아저씨가 이미 여럿 있을 줄 알고 있었다는 뜻은??? 흐~~~
@런던아저씨 런던아저씨가 이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게 고맙기까지...ㅎㅎ^^;
한번 떠오른 생각은 떠나질 않으니...
저번에 '쇠망치'들고 사찰에 뛰어든 어느 취객이 떠오르는군요...ㅋㅋ
@어깨동무 ㅋㅋㅋ설마 망치 들고 흠뻑 비에 젖은 여자가 열어놓은 유리창으로 뛰어들진 않으시겠죠..음 근데 그것도 나름 영화같네여..비에 흠뻑 젖은 긴 머리의 여자가 빗속에 창문을 열고 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그 앞 뒷뜰에 있는 돌탑앞에 빗속에서 취객이 쇠망치를 들고 서있다..ㅋㅋㅋ
시 잘 읽었습니다. 저는 태생이 이과라 여쭙습니다. '온다구'는 구어체 같은데요, 이렇게 경쾌하게 시작되어 느낌이 유지되다가 마지막 연에 와서 갑자기 '소중한 이여'라는 구절로 진행이 되서여, '침울한'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전 그 전구절에서 느낌이 약간 갑작스럽고 미숙한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것을 부르는 용어도 있나요? 마치 로맨틱 영화가 막판에 갑작스럽게 감동모드로 넘어가는 느낌같은...
그냥 여러 모양으로 생각을 해보다보니 드는 생각입니다~
글쎄요..온다구! 는 거의 악다구니, 처절한 절규같지 않으세요? 미숙한 느낌은 아닌거같고요, 감정이 죽 고조되다가 그 고조의 원인이 마지막에 제시되는거죠..그 대상이 '침울'하기 때문에 앞부분들이 그랬던 것임을 독자들은 끝에서 알게 되는거죠..원하시던 부분이 아닐 수도 있으나 마지막의 이런 걸 전문용어로 '반전'이라고 하죠ㅋ 궁금하신걸 혹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봐주시면 좀더 같이 생각해볼 여지가 많을거같습니당
@응답바람 ㅎㅎ네 여기는 그런 '자유연상'을 아무리 해도 주위사람한테 핀잔을 듣지 않는 곳입니다..ㅋ
@런던아저씨 그렇군요^^ 전체적인 느낌이 악다구니.. 그러니까 처절한 느낌의 '온다구!'였군요^^
@응답바람 저 개인적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시적화자의 대상이 되는 존재의 '침울'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내용처럼 그게 타인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사실 자기 자신일 수도 있죠. 정신분석도 어쩌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타인'이거나 자신에 대한 '타자성' (내가 나를 모르는데~~ㅋㅋ)에 둘러싸인 존재라는 기본 명제를 깔고 있는 셈입니다. 어쨌거나, 그 '침울'은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일반적인 '침울'과는 좀더 깊은 차원의 문제처럼 저에게는 보입니다. 그래서 이 시를 볼 때마다 늘 그 '침울'이 과연 무엇일까 계속 머릿 속이 복잡해져요..ㅋ
@응답바람 저도 응답바람님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경쾌한? 로맨틱한 느낌의 '비가 온다구!'였는데, 마지막에 가서, 아.... 그게 아니었구나. 정말 반전이었죠. 멋진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특히 영화를 보면 무슨 반전 강박들을 가지고 있는 느낌인데, 이 시는 그런 억지 강박이 아니라, 마지막 두 줄로 전체의 분위기를 사~악 전환하는......
제 느낌은, 런던아저씨님의 처절함 쪽보다는 약간 가벼운 느낌? 소중하지만 침울한 연인에게 여전한 사랑으로 다가가려는 마음, 혹은 그러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느껴지는 애잔한 슬픔?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응답바람 마지막 연에도 불구하고(불구하고라는 표현은 한량님 때문에 오염되었습니다. 이런 된장.) 저에게는 예쁜 느낌을 주는 시입니다.
@empathy ㅎㅎ역시 영화 전문가이신 언제였드라옛쥔장님은 반전을 좋아하시는군엽...전 반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리...ㅋ..암튼, 이 시는 볼 때마다 참 궁금 & 가슴이 먹먹해지는 십니다...
ㅎㅎ저는 옛쥔장님한테 아름다움(이런 된장ㅋ)이라는 표현에 오염되고, 옛쥔장님은 한량님때문에 불구하고(저런 된장.ㅋ)에 오염되셨군엽...ㅎㅎ..말씀대로 '처절함'은 좀 오버고요, 다만 저는 앞의 그 경쾌함에 대한 대비때문에 그런지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가벼움과 처절함의 딱 중간쯤이 제가 느끼는 느낌이에요...ㅋㅋㅋㅋ
그럼 저는
두분의 중간 느낌으로 할께여
그게 fair한 것 같아요 따악 중간 ...
오염의 중간 ㅋㅋㅋ
된장의 중간 ㅋㅋㅋ
근데 아름다움의 논의는 함 언젠가 해보고 싶네요..
저 역시 '침울한'이 마음에 안드네요. 흐름은 좋은데. 제 느낌은 이거였슴다- 나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침울한은 너무 침체되어있는게.. 그게 목표인가aa 혹시 런던아저씨라면 침울 말고 다른 단어 떠오르시는건 없으신가요..?
ㅍㅎㅎㅎ두비두비두비루비루비둡님이 혹시 남자셨던가요??? ㅋㅋㅋ...근데 저도 늘 궁금한데요,,,앞부분으로부터의 전개와 대비로 볼 때 '침울'은 우리가 보통 얘기할 때, '나 좀 침울하다'의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아요...훨씬 더 깊은 어떤 감정이나 힘든 상황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걸 무겁게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의 깊이 면에서 덜하면서도 애매한 정도의 '침울'이라는 단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더 많은 궁금증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목표,,,비슷한 말 같긴한데,,그러니까 '침울'이라는 단어 선택에 일정 정도는 시인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셈이지요...
@런던아저씨 침울이란 단어가 적합하려면 제게 떠오르는건 죽은 연인입니다. 흙속에서 싸늘하게 식은 연인이면, 전 이렇게 이해도 됩니다. 비가 오면서 드디어 화자가 울 수 있게 된겁니다. 그래서 연인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이세상 사람이 아닌데다, 게다가 연인의 죽음때문에 우는거란 말이죠. 비가 지하로 스며서 차가운 시신을 적시고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등장인물은 두사람이지만 죽은사람 상대이므로 사실상 감정은 한사람의 것입니다. 축축한 지하라고 보면 침울한 이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것같슴다.
@ruby 아...저도 죽음은 미처 생각 못했는데 충분히 그럴수 있을거 같으네요..꼭 죽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죽음에 준하는 어떤..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실제로 죽음과 관련된 시도 있군요..계속 이해 안가던 수수께끼같던 느낌이 조금 더 풀리는 느낌입니다
금요일 오전, 토요일 오전은 좀 헐렁해지고 싶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브런치 카페에서 땡땡이치고 싶은 맘을 누루고 정상출근하여 이곳에서 한시간 넘게 이렇게 놀고 있습니다. 점심도 안먹으면서~~~
금요일 오전, 토요일 오전은 좀 헐렁해지고 싶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브런치 카페에서 땡땡이치고 싶은 맘을 누루고 정상출근하여 이곳에서 한시간 넘게 이렇게 놀고 있습니다. 점심도 안먹으면서~~~
ㅎㅎ오늘 잘 놀았나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