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105]孤雲선생7절 留別西京金少尹(유별서경김소윤)
원문=고운집 제1권 / 시(詩) 留別西京金少尹【峻】(유별서경김소윤준) 서경 김 소윤 준 과 작별하며 남겨 준 시
相逢信宿又分離,(상봉신숙우분리) 愁見歧中更有歧。(수견기중경유기) 手裏桂香銷欲盡,(수리계향소욕진) 別君無處話心期。(별군무처화심기) 만나서 두 밤 자고 다시금 이별 갈림길에 또 갈림길 시름겹기만 소진되려 하는 손안의 계수 향기 헤어지면 누구와 속마음 얘기할지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9
信宿(신숙)=두밤 잔다. 信=左氏傳에 하루를 묵으면 舍, 이틀을 묵으면 信.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 一宿爲舍,再宿爲信...左氏傳) 歧=갈림길 기, 힘쓸 지. 동자(同字)岐, 跂 更=바꿀경.더욱경. 銷=녹일소,사라질소.
[주-D001] 서경(西京) …… 시 : 김준(金峻)에 대해서는 일생이 미상인데, 《삼국사기》 권46 〈최치원열전(崔致遠列傳)〉에 이르기를, “당나라 소종 경복 2년(893)에 납정절사(納旌節使)인 병부 시랑(兵部侍郞) 김처회(金處誨)가 바다에서 죽었으므로, 곧바로 추성군 태수(橻城郡太守) 김준을 고주사(告奏使)로 삼았다.” 하였는데, 이 시에 나오는 김준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주-D002] 소진되려 …… 향기 : 중국에서 과거에 급제하며 떨쳤던 예전의 그 화려한 명성도 이제 와서는 점차 시들해져 간다는 말이다. 계수(桂樹)는 과거 급제를 비유하는 시어(詩語)이다. 현량 대책(賢良對策)에서 장원을 한 극선(郤詵)에게 진 무제(晉武帝)가 소감을 묻자, 극선이 “계수나무 숲의 가지 하나를 꺾고, 곤륜산(崑崙山)의 옥돌 한 조각을 쥐었다.”라고 답변하였는데, 월궁(月宮)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전설을 여기에 덧붙여서 과거 급제를 ‘월궁절계(月宮折桂)’로 비유하기도 한다. 《晉書 卷52 郤詵列傳》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9
원문이미지=孤雲集 卷一 / 詩 東文選卷之十九 / 七言絶句 留別西京金少尹峻
相逢信宿又分離。 愁見歧中更有歧。 手裏桂香銷欲盡。 別君無處話心期。
留別西京金少尹峻(유별 서경 김소윤 준) 서로 만나 수일 만에 또 헤어지게 되니 / 相逢信宿又分離 갈림길에 또 갈림 있는 것이 시름겹구나 / 愁見岐中更有岐 손 가운데 계향은 다 녹으려 하는데 / 手裏桂香銷欲盡 그대와 이제 헤어져 마음 얘기 나눌 기약 없구나 / 別君無處話心期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68
위 시는 최치원이 태산군으로 나간 891년(진성여왕5)경이나 그 뒤 김준과 같이 하정사로 가기 전의 부성군 태수로 부임한 892년경에 지은 것이다. 이 시기의 신라는 889년 농민 봉기 이후 혼란이 확대되면서 후삼국 시대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최치원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착잡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갈림길을 뜻하는 ‘기(岐)’를 거듭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치원에게 선택의 기로가 중요한 화두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치원은 당나라에 있던 시절부터 진로 선택과 관련된 글귀인 ‘기로(岐路)’와 ‘문진(問津)’을 자주 사용해 왔는데, 이는 그가 그 당시에도 힘든 역경 속에서 지내 왔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귀국한 뒤에도 위의 시에 나타난 것처럼 그는 계속해서 진로 선택의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는 ‘지기(知己)’가 사용되었음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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