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영어교육과 12152557 안새미
<항저우의 迷路>
필자는 지금부터 여행도중 길을 잃는 뻔하다면 뻔한 여행기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해외든 국내든 시간과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떠나고 본다. 2016년도 2학기 본인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여행을 준비하고 떠난 날들이 더 많았다. 다음해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 학점에 대한 부담도 없었고, 당시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이렇게 여행을 다니게 될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2016년도 2학기를 온전히 여행에 바치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 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무작정 상하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상하이는 가장 먼저 계획했지만, 가장 늦게 출발한 여행지이다. 그 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하지만 역시나 본인은 중학교 3학년때 중국어 선생님이 해주신 칭찬 하나만 믿고, 별다른 언어적 준비를 하지 않고, 일정 짜기에 만 바빴다.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오늘은 항저우에 관해서만 적어볼 것이다. 사실 이 여행은 상하이 여행이다. 상하기 여행을 계획하던 중, 항저우라는 도시도 알게 되었고, 이곳에 있는 인공 호수 ‘서호’가 아름답다는 글을 읽고 하루는 항저우를 위해 할애를 했다.
항저우는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더 달려야 있는 곳이다. 처음 항저우를 생각했을때는 상하이 주변을 작은 소도시 인줄 알았지만, 사실 이 도시는 우리나라의 어떤 광역시와 비교해도지지 않을 만큼 크고 정리가 잘된 도시였다.
위의 사진은 항저우의 기차역중 하나이다. 공항도 아니고, 메인 가차역도 아닌 여러 개의 기차역 중 하나일 뿐인데도 상당한 규모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당시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시간은 밤 10시였다. 사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직관적 거사를 치르고 지친 가운데 수많은 인파를 보고 놀라서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깔끔한 인상을 받은 항저우 기차역에서 내린 뒤,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호’로 향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록 한자는 읽을 줄은 모르지만 알파벳으로 되어있는 한어병음과 한자를 그림이라고 생각해서 마치 똑같은 그림 찾기를 해가며 ‘서호’가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왔을 때, 마치 이곳이 홍콩의 명품거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사방이 명품샵들로 둘러싸여져있고, 상하이 못지않게 깔끔하게 정리된 대로가 항저우의 웅장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대변해주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리고 ‘서호’를 찾아가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무모한 행동 중에 하나는 바로 로밍을 하지 않은 것인데, 생각보다 중국에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아서 거의 인터넷의 도움 없이 여행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지 못한 채 ‘서호’를 찾아가야했다. 다행히 ‘서호’는 항저우 최대의 관광지여서 대로 곳곳에 푯말이 있어서 큰 무리 없이 화살표를 따라 ‘서호’를 찾아 갈수 있었다. ‘서호’를 가는 도중 여러 쇼핑몰에 이끌려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서호’의 모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서호‘를 보자마자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호숫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중간에 벤치에 앉기도 하고, 마치 뜨거운 해를 삼키는 것과 같은 ’서호‘를 보며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항저우 迷路>의 원인이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항저우 미로가 아닌 서호 미로라고 해야 더 정확한 것 일수 도 있겠다. 이 ’서호‘는 중국의 10대 명승지 중 하나이며, 이렇게 넓고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다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만든 인공 호수이다. 호수는 둥그런 타원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호숫가를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을 거란 생각에 무작정 아름다움을 좆아 항저우의 미로 속에 갇히게 된 것이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보니 사람들이 모인 다리를 발견했다. 이 다리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호숫가의 경치를 구경하며 계속 걷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다리여서 금방 도착할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은 중국이었다. 대륙의 스케일을 무시하고 걸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걷다보면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걷거나 이륜차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거리였다. 그것을 무시하고 걷다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다리는 다리대로 아프니, 돌아가는 길은 단지 왔던 길을 따라가면 되겠거니 하고 걸었다. 결국 비슷한 풍경을 걷다보니 여러 개의 출구를 보고도 서로 구분을 하지 못하고 돌아왔던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서호‘의 저녁풍경을 감상하며 상하이로 돌아가는 일은 뒷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실이 삼십분, 한 시간이 지나 해가 완전히 지게 되니 순간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곳은 대륙 중국이고, 필자가 아는 중국어라고는 얼마인가요, 너무 비싸요, 안녕하세요 밖에 하지 못했다. 택시를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고, 한시간 만에 잡힌 택시 운전기사님은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고, 지하철을 중국으로 뭔지 미리 알아올걸 후회만하고 있었다. 대체 뭘 조사해 온건지 모르겠다는 후회와, 이 낯선 땅에서 국제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필사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우선 처음은 내렸던 지하철역의 이름의 한자를 그림처럼 외워서 주변 이정표에서 찾으려고 했다. 바로 보이지는 않았고, 계속 걷다보니 완전히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약간 변형된 형태의 글자모양을 띄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그 이정표를 따라서 무작정 걷다보니 더욱 외진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글자가 비슷하다고 같은 뜻을 가진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도 확실하게 알지는 모르지만, 아마 동대문과 서대문이 완전히 반대되는 다른 방향을 띄듯 그 이정표에서 표시하는 곳도 필자가 가려던 곳과 완전히 다른 곳 이었던 것 같다. 상하이로 돌아가는 기차시간은 임박해오고, 어쩌면 영원히 상하이가 아니라 한국땅으로도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같이 동행했던 친구 또한 옆에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재촉하는 탓에 나또한 확신하지 못했다. 우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숙박업소, 음식점, 가게 등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 보았다. 상하이에서도 통하지 않는 영어를 항저우에서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다시 지나가는 택시를 공략하기로 했다. 한번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계속 묻다보면 우리의 뜻을 알아주시는 기사님이 계실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방법 역시 무리였다. 상하이로 가는 기차의 막차를 바로 앞에둔 지하철을 타려면 딱 10분채 남지 않았다. 순간 아이폰이 떠올랐다. 다른 휴대폰 기종은 다룰지 몰라도 아이폰은 다룰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따라서 아이폰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휴대폰을 집중하여 길을 걷다가, 다행히도 아이폰을 보고 보도를 걷는 젊은 여성을 발견했다. 중국어를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애절한 표정으로 말을 거니, 그 여성도 직관적으로 우리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느껴서 바로 깨달았다. 그리고 선뜻 아이폰을 빌려주고, 중국어로 뒤 덮힌 아이폰 속에서 구글맵을 발견했다. 한참을 한자속에서 헤메다가, 도저히 한자로는 지하철역을 찾을수 없을것이라고 판단을 했고, 지도에서보이는 철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눈에 바로 보이는 가장 가까운 붉은 색의 철로를 확인해보니 필자가 있던 장소에서 2블럭 떨어진 곳에 지하철이 있었다. 그렇지만 가는 길이 방향을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느 곳에서 꺽어야하는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에, 눈으로 지도를 읽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급히 한 후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기억해둔 지도를 따라 가다 방향을 바꿔야하는 부분에서 지도와 실제 도로를 비교해야하는데, 방향감각이 부족한 나는 그 자리에서 두 번째로 길을 잃게 되었다. 마지막 지하철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은 급하고, 다리는 어디를 향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친구가 지도에 의하면 오른쪽으로 향항자고 했으나, 본인은 순간 사람들이 많은 왼쪽으로 향해야 하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실랑이 후, 사람들이 많은 방향으로 향하자 지하철 푯말을 마침내 세 시간만에 발견하게 되었다. 지하철역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달려가 겨우 지하철을 타고 상하이를 향하는 마지막 기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숙소에 가서 검색을 해보니 친구가 말한 오른쪽으로 가는 방법은 지도가 알려준 합리에 의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지나가던 길에 선뜻 아이폰을 빌려준 분에게는 감사하지만, 구글맵이 제시한 길을 따라 갔더라면 그 이후의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침내 지하철을 타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세상을 바라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전두환‘이라는 한글이 새겨진 가방을 들고다니는 여성도 보이고, 세상이 유쾌해 보였다.
이렇게 항저우의 미로 속에서 벗어나 보니, 지금은 무용담이 되었지만 아찔했던 이 경험이 나의 직관력이 없었더라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낳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때로는 위급한 상황속에서 머리가 복잡하고 사고가 막힌것같을 때, 지금까지 살아왔던 본인의 경험을 믿고 직관을 따르는 것이 때로는 이렇게 도움이 될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