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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판사(푸른 향기)와 그녀(설악아씨)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킬 수가 없었다.
푸른 향기, 설악아씨와의 약속은 책을 받으면 일빠(?)로 서평을 올려주기로 했는데...
[함께 히말라야]를 예약 주문을 해 두었기에 일반 구독자보다 조금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주하는 곳이 지방이라 수도권보다 하루 늦게 배송이 되었다. 책을 받기 전에는 책이 손에 들어오면 한 번에 다 읽어 내려 갈 것 같았는데, 목차와 저자의 프롤로그, 제1일차를 읽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저자가 걸은 시간대로 41일에 걸쳐 비스타리(네팔어로 천천히)하게 숙독을 하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꼭 읽고 싶어 했던 책은 밤을 새워서라도 한 방에 읽곤 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읽은 책들은 여운이 오래가지 않았다. 속독보다는 정독, 아니 완독으로 독서의 패턴이 바뀌었고 그렇게 천천히 읽은 내용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 속에 남으며 현의 울림과 같은 진동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배가 고플 때, 기다리고 있던 맛있는 음식이 배달되었는데, 허겁지겁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고 나면 그 뒤에 올 공허함을 알기 때문에 [함께 히말라야]도 곁에 두고, 천천히 아껴가면서 천천히 읽었다. 그녀의 트레킹 속도에 그대로 맞추지는 못해도 하루에 2~3일차의 속도로 읽어 오늘에야 책을 받은 지 15일 만에 완독을 마무리하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네팔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녀의 트레킹 속도와 맞출 수는 없었지만 실제 트레킹보다 더 힘든 집필 작업을 한 저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감사 표시가 아닐까 혼자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책의 본론 파트로 들어가지 전, 집 책장에 있던 칸첸중가, 마칼루, 쿰부 히말라야 지도를 벽에 걸어놓고 그녀가 간 코스를 지도에서 따라가며 읽다보니 책의 글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 상황들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녀가 힘들게 올랐던 낭고 라, 룸바 숨바, 세르파니 콜, 웨스트 콜, 암푸라차 등에서 거친 숨소리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무립고원의 히말라야 설산에서 비박과 링반데룽 등을 읽는 대목에서는 본인이 예전에 경험한 그 추위와 공포감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였다.
[함께 히말라야] 서평을 남기는 본인도 저자인 설악아씨만큼은 안 되겠지만, 제법 오랫동안 히말라야에 미친(?) 적이 있었다. 첫 장에서부터 네팔 여행자로서의 느낌보다는 그들과 어울리며 파트너 쉽을 공유하려는 그녀의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대부분의 네팔 트레킹 후기에서는 잘 표현하지 않는 네팔리들의 고유 호칭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다이, 디디, 바이, 버히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르는 삼촌, 이모처럼)
네팔리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는 다이(오빠나 형을 지칭), 나이가 적은 남자는 바이(남동생을 지칭), 나이가 많은 여자는 디디(누나나 언니를 지칭), 나이가 적은 여자는 버히니(여동생을 지칭)라고 부른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상대방의 호칭을 한방에 해결하는 곳이 네팔 말고 또 있을까? 네팔에 가서 상대방을 부를 때, 위의 4가지 단어만 알고 있으면 누구든지 부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간편한 호칭 시스템일까?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우리나라의 산행이나 트레킹과 차별되는 것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로 히말라야 산들은 우리나라 산들과 높이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해발고도 2000m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경험하게 되는 산의 해발고도는 기본이 3,000m ~ 4,000m 정도이고, [함께 히말라야]의 경우 네팔 히말라야 동부 지역 국립공원이 칸첸중가, 마칼루, 쿰부 지역으로 난이도가 상위급으로 트레킹 고수들만이 시도하는 코스이다. 특히 몇 몇 고개는 해발고도가 6,000m 가까운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 대단히 힘든 코스이다. 해발고도가 높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소 증세를 겪기도 하고 심해지면 고산병으로 인하여 트레킹 자체를 망치게 할 수도 있고 더 심하면 생과 사를 달리 할 수도 있다. 고산병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고산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예방책이 있기에 오늘도 많은 분들이 히말라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트레커들이 가장 하기 어려운 비스타리, 비스타리.(우리말로 천천히, 천천히) ‘빨리 빨리’가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천천히 천천히’는 정말로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이런 말이 있다. 백두대간을 완주하였거나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사람일수록 고산병으로 트레킹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들은 천천히 걷는 게 익숙하지 않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만 간다면 누구든지 해발고도 5,000m 까지는 도달할 수가 있다고 한다. 약간의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만약 히말라야에 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천천히 올라가면 고소증세와 고산병과는 친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루에 올라가는 해발고도보다 저녁에 잠을 자는 수면고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통 300m가 적정한데, 500m까지는 큰 무리가 없는 편이다)
둘째로 차이가 나는 것은 히말라야 산군을 트레킹하자면 히말라야에 최적화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가이나, 포터, 쿡, 키친보이 등 이른바 트레킹 헬퍼들이다. 낮선 환경의 히말라야 산군을 트레킹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트레킹 조력자들이다.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트레커이지만 관계는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가 아니고 서로 챙기고 협력하는 조력자의 관계인 것이다. 제한 지역에서의 트레킹은 가이드 고용이 필수이고 포터 고용도 필수 불가결한 문제이다. 롯지가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캠핑으로 이동을 해야 하며 식사도 직접(?) 해결해야 한다. 즉 요리사인 쿡과 쿡을 보조하는 키친보이, 그리고 주방 팀의 살림살이를 운반하는 주방팀 포터들이 필요하다. 일부 구간에서는 고개를 넘을 때, 전문 등반이 필요할 경우도 있으므로 클라이밍 셀파의 고용이 필요할 때도 있다. 보통 한 명의 트레커를 위해 5명의 헬퍼들이 필요하다. 두 명일 경우엔 10명까지는 아니더라도 8~9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험한 고개 길을 넘지 않을 경우엔 트레킹에 필요한 짐을 운반하는 포터 대신에 야크나 당나귀를 이용하기도 한다. [함께 히말라야]에 등장하는 칸첸중가, 마칼루, 쿰부 지역을 횡단할 경우엔 당나귀가 짐을 옮길 수는 없다. 길이 험해서 당나귀가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레커를 돕는 헬퍼들과 어울려 원만한 트레킹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와는 살아온 습관과 문화와 생활 스타일이 상이한 그들이기에 함께 지내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제법 많아서 의견이 상충될 때가 생긴다. 물론 가이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레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트레킹 헬퍼들이 트레커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고 젊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를 따져서 서열을 정하기도 하고 또 자신들이 고용을 했다는 고용주의 묘한(?) 관습이 있기에 대부분의 트레킹 팀들은 이럴 경우에 헬퍼들에게 ‘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막을 오를 때, 힘든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다.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면 되돌아오는 것 또한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 “뿌린 대로 거둔는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그간 수많은 트레킹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트레킹에서 최고 힘든 것이 트레킹 조력자인 이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해 나가는 기술(?)이다. 역시 사람을 다루는 것은 우리나라의 회사나 조직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히말라야 트레킹 팀에서도 똑 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나 고용된 짐꾼으로서가 아니고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이루어간다는 사고방식과 실천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히말라야 트레킹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를 알게 된다. 우리 속담에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트레킹 조력자들에게 진심에서 나오는 동반자 관계의 파트너 쉽을 발휘한다면 그들 역시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사력을 다해 트레커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 쏟을 것이다.
그녀의 책 [함께 히말라야]에서 나오는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 일명 GHT(Great Himalaya Trail)는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아니고, 많은 시간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열정,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마음, 그 마음 속 결정을 과감하게 확 저지를 수 있는 용기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부러우면 잘 기억해 두었다가 따라 하면 되는 것이다. [함께 히말라야] 설악아씨의 GHT는 따라 하고 싶어도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는 어마무시한 것이라서 GHT가 God Himalaya Trail 이라고 부르고 싶다. 범인들이 도저히 흉내를 낼 수도 없는 오직 신들만이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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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네요
백두산님. 히말라야 트레킹 카페를 비롯해 SNS, 블로그, 예스24, 출판사 블로그까지... 그 많은 곳에 이렇듯 멋진 서평을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정과도전이 일궈낸 함께 히말라야 ~
참 아름다운 일인것 같습니다.^^
늘푸른나무님과 함께 걸었던 GHT도 제게는 잊지못할 고운 추억이지요.^^
항상 감사해요♡♡
에구에구~어제에 이어 오늘또
잘쓰려고 고심고심 실컷 써논게 근무중이라 다급했는지 잘못 눌러져가꼬 지아졌어요ㅠㅠ
막연히 동경만했고, 그곳은 정해진 트래커만 갈수있겠지... 나같이 저급체력 저급실력은 꿈조차도 꾸면 아니되옵니다 했었는데...
"함께, 히말라야" 와 함께하면서 마법같은...
꿈 꿔 볼수있게 해줬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설악아씨님~
"함께, 히말라야" 2쇄~ 3쇄~ 쭈욱 가는거야~!!!^^♥
당근 2쇄, 3쇄는 주욱 가겠지요.
그나저나 '네팔 빈마음빵집'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무애행
앗~반갑습니다
잘지내시죠
저도 북토크 가고싶었는데ㅠㅠ
많이 아쉬웠습니다
세상에나
네팔프로젝트 기억해주시다니 기쁘네요^^
그러게요
그날이 선뜻 오질않네요
그러나 오겠죠 분명~
건강히 잘 지내시구요^^
또 잘못누를까바 어찌나 조심조심했는지ㅎㅎ
정성들이는 자신이 우스워서 실컷 웃었습니다ㅎㅎ
이 말쌈인즉슨 아씨님을 좋아하는 팬심이 마카 이맘이라...ㅎㅎ
요즘 "함께, 히말라야" 자랑질 마구마구 하는거 잊지마시고 바쁘고 힘드셔도 힘내세요
아자!!아자!!
아이쿠. 빈마음님.
조심조심 쓰셨다는 말씀에 제 마음도 조마조마 해졌어요.ㅎㅎ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렇듯 늘 마음을 보내주시는 카페의 회원님들 덕분에 정말 든든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이런 글은 산에 대한 , 아니 히말라야에 대한 내공이 깊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난 북토크에 다녀온 후 3일만에 책을 다 읽었는데, 첫장부터 천천히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무애행님은 오랫동안 제 블로그를 보셨기에 새로운 느낌은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관심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 책을 읽고 나면 히말라야 트레킹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를 알게 된다
백두산님 께서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아니 정답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GHT를 Great Himalaya Together로 부르고 싶은데요 괜찮것쥬!
정말이지 백두산님, 티스코님은어쩜 이렇게 멋진 제목을 생각해내시는지 정말 존경스러워요^^
히말라야 를 사랑하는 사람 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글 입니다.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회원님들이 계셔서 정말 든든하고 행복하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아이고!
와 이리 좋노!!!
그저 웃지요~요~~요~~~
잇힝~ 마음 애 잔님!! 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