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킬리만자로
2015년 겨울 나는 킬리만자로 마랑구 루트로 정상에 올랐다.
12월 초로 기억되는데 이 때는 매일 흠뻑 비를 맞았다.
출발할 때는 분명 비가 안 왔는데 걷다 보면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지고, 방수옷을 입으니 땀이 배출되지 않아 우비속의 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전기가 없는 산장에서 비에 젖은 옷을 말리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서 포터들이 이고 지고 온 짐가방을 보니 새로 갈아입어야 하는 새 옷들까지 비에 젖고 말았다.
분명 포터들이 각 개인의 짐가방을 비닐로 싸는 것을 보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중에 자세히 보니 포터가 방수한다고 덧씌운 비닐천은 오래 사용하여 구멍이 나 있었고, 가방을 집어넣고서 오므린 쪽, 다시 말해서 꼭 닫히지 않은 쪽을 (개념없이) 하늘 위 쪽으로 둘러메고 걸어서 빗물이 고스란히 다 짐가방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런 낭패가 있을 수 있나…
짐가방안에 야무지게 속옷들과 겉옷들을 비닐로 팩을 해서 넣은 00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트레킹족들의 옷들은 젖어 버렸다. 포터들이 미안해하며 옷을 주면 말려주겠다고 하여 젖은 옷을 맡겼다. 00는 등산화에까지 물이 들어가 발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부엌에서 음식하면서 난로에 말려 주겠다니 급한대로 옷을 몇 벌 보냈다. 나중에 말렸다고 가져온 옷들에서는 특유의 부엌 냄새, 튀김 기름냄새가 나서 가뜩이나 고산으로 속이 울렁울렁한데 입에 맞지 않는 음식냄새가 역하여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잠시 햇볕이 나서 얕은 나무위에 옷을 널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더 젖은 옷으로 돌아오게 된다. 할 수 없이 침낭안에 핫팩을 넣고 젖은 옷도 함께 넣고 잔다. 그야말로 야생의 생존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한 이래 몇 년째인데…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짐을 야무지게 꾸리지 못하는 내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짐을 잘 꾸릴꼬….
2023년 12월 15일 왜 이리 날씨가 좋을까…
비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했는데 비가 오기는커녕 날씨가 따뜻하기까지 하다.
분명 멤버중에 기도를 열심히 하는, 하나님과 잘 통하는 멤버가 있음이 분명하다. 첫날, 마랑구게이트에서 만다라 산장까지는 열대우림의 숲을 걷는 기분으로 걸었다. 이틀전에 아프리카에 도착하였고 어제는 아프리카 갤러리에 들러 충분히 휴식하고 즐긴 후 산행이라 기분도 쾌청! 날씨도 쾌청! 몸 컨디션도 쾌청! 이다. 따뜻하고 기운도 넘치고, 일행도 마음에 맞아 즐겁고… 아프리카로 소풍을 온 기분이다. 마랑구 게이트 1800미터에서 시작하여 2800미터 만다라 산장에서 묵는다.
모두 가뿐하게 도착하였다. 산장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산장의 지리에 훤하다. 식당은 이쪽이고 화장실은 저쪽.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화장실2칸이 더 생겼다. 숙소 가까운 곳에 더 지어 놓았으나 왠지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밤중에도 더 먼 쪽에 있는, 처음부터 알고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나중에 보니 이 두 칸 중 하나에는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 산행한 2015년 밤새 원숭이 무리들이 숙소지붕을 뛰어다니며 자신들끼리 소리지르며 패거리 싸움을 하여 무서워 화장실도 가지 못했었는데… 이 원숭이들이 다 어디갔는고… 그러나 레인저는 방문을 꼭 잘 잠구라고 주의를 준다 그렇지 않으면 원숭이들이 방에 들어가 휘저어 놓는단다. 지금 조용하기는 하지만 원숭이들이 어딘가 있기는 있는 거다.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잘 잠구자!
처음 산행에 나선 엄지가 하루 잘 걸어와 주었다. 내일 또 걷게 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4명의 여학생, 4명의 남학생, 2명의 여학생을 위한 방배정에서 엄지부부를 위하여 부부방을 따로 마련해 주기로 홍대장님, 보고파님과 상의하였다. 추가비용이 든다면 더 지불하기로 하고…
이럴수가!!
킬리만자로가 그 사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vip방이 있단다! 다름아닌 화장실이 딸린 방으로 만다라 산장에 단 2개만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이미 예약되었고 하나가 남아 있는데 약간의 웃돈을 더 내고 그 방을 빌려 엄지부부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이것은 여행내내 나의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다음날 1,000 미터를 더 올라가게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할까? 두말하지 못하고 기권하지 않게 하려는 계획이라고 할까? 평소에 등산을 하지 않는 엄지는 단지 남편을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까지 왔다. 그런데 호롬보산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일단 목표달성이라고 본다.
둘째날 만다라 산장(2,720미터)에서부터 호롬보 산장(3,720미터)까지 올랐다.
고산약을 먹지 않은 나는 이날 힘들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기에 빈속이 쓰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고산에서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돌을 씹는 기분이라서 밥도, 성의껏 준비해온 반찬도, 대장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대원들의 컨디션을 맞추어 줄 비상식량 안동 찜닭도… 형식적으로 입에 댈 뿐이다. 그래도 이번 트레킹에서는 많이 나아져서 조금씩은 먹었다. 저녁식사때에도 활기찬 모습의 팀원들이 부러웠다. 나는 식탁위에 엎어져 있는 태도불량의 여학생이다. 산장에서 미소년 같은 한국청년을 만나서 여행이야기를 들었다. 혼기를 앞둔 딸이 있는 윤슬의 관심을 많이 산 청년이다. 그럴 수 밖에… S대에 재학중이며 군대 갔다 왔고 세계 여러 나라를 몇 달째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혼자 오래 여행해서인지 아줌마들과 한국어로 대화 나누는 것을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저녁식당에서 만나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준비부족으로 정상에 다녀오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운동화를 신고 킬리만자로에 오다니… 동네 뒷 동산쯤으로 알고 왔나 보다.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호롬보 산장에서는 2일을 묵는다. 고산적응을 위해서다. 예전에 왔을 때 자이언트 세레지오 킬리만자로가 군락을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호롬보로 올라가는 길에는 장관이 펼쳐진다고 일행들에게 이야기하며 왔는데… 이번에는 도통 보지를 못했다. 2년전에 불이 나서 온통 나무들이 피해를 입었단다. 그러고 보니 호롬보 산장에 우리가 묵었던 hut이 주춧돌만 남고 다 타버렸다. 아까울지고… 그래서 산장은 검게 그을린 예전산장과 새로 지은 신박한 새 산장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변한 것은 이 것뿐이 아니다. 태양열판을 설치하여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산장에 희미하게나마 전기가 있고 휴대폰 배러리를 충전할 수 있으니 이제는 정상에서 배러리가 부족하여 인증 사진을 못 남기는 일은 없겠다. 가이드들도 휴대폰을 모두 들고 다니며 연락하고… 발전이 되어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하루 쉬면서 보니… 저쪽 시멘트 포장이 조금 있는 길로 짚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가방도 싣고 사람도 타고…. 이게 어쩐 일인가? 차량이 호롬보(3,720미터)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별로 위급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짚차에 짐을 싣고 떠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많이 변했네… 만다라 산장에는 vip 룸이 생기고, 호롬보에 짓고 있는 높은 뼈대도 vip 룸을 짓는 거라고 하니… 킬리만자로가 money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나?
화장실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예전에도 별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새로 지어 더욱 깨끗하고 한 명의 청소아줌마가 있어서 한두사람이 들어갔다가 나와도 바로 걸레질을 하여 발자국을 지워 놓으니 청결도가 좀 과장하여 호텔급이다. 여성 화장실4칸중 그래도 1칸은 양변기라서 사람 없는 시간에 골라서 가서 앉아있으면 화장실에서 스도쿠도 할 수 있다.
4명 사용하는 방을 웃돈을 더 내고 2명씩 사용하니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비수기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성수기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2층 침대에 꽉채워 인원을 받으니 예전에는 젖은 옷을 펼쳐 놓을 공간이 없어서 애를 먹었던 일들이 다 옛날일이 되고 말았다.
이튿날 얼룩말 스톤을 보러 나간 새에 호롬보산장에 있으니 대장 가이드 보니가 내게 주방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보니를 따라가니 넓은 주방을 2팀이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된 구조에 먹을 것이 하나 가득이다. 무엇보다 싱싱한 토마토와 오이, 당근 등등 야채들 …. 어휴 음식을 못 먹는 나는 토마토 한 개만 내게 주면 속이 풀릴 것 같았는데…. 공평과 어긋나니 끝끝내 그 말은 하지 못하고 눈으로 구경만 하고 왔다. 요리대신 생으로 하나씩 주면 더 좋겠건만… 성의껏 해 주는 그 요리들을 먹지 못하니… 이 몸으로 어찌 정상에 가려나… 걱정이 앞선다.
인원이 적은 팀은 작게 나누어진 주방을 사용한다. 주방이라고 해야 타일로 된 선반이 전부다. 난로불과 연료 개스, 그릇, 재료 등은 모두 팀에서 포터들이 머리에 이고 지고 온다. 그러나 주방은 깨끗하다. 산쥐들이 들어가지 않게 방비만 잘하면…
4일째 되던날 : 호롬보 산장(3,720미터) 에서 키보산장(4,720미터)까지
이날 처음으로 비를 맞았다. 그렇게 센 비도 아니었건만… 나의 방수바지는 너무 오래 입어 방수기능이 떨어졌는지 젖기 시작한다. 방수바지는 이것 하나밖에 안 갖고 왔는데… 정상에도 이 옷을 입고 가야 하는데… 보고파님이 두르는 방수천을 빌려주셨다. 나는 아직까지 장비부족이구나… 자신감만 있을 뿐 장비 하나를 제대로 실한 것으로 챙겨오지 못했으니… 이제는 더 등정할 고산도 없는데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필요없는데… 늘 자신의 부족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바지는 산행을 시작한 초기에 산 바지이니 15년도 더 된 옷으로 세탁도 많이 하여 방수기능이 저하되었던 것이다. 무엇이든지 오래 사용하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새 옷을 가끔 구입하기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런 다짐이 지금 뭔 소용인가? 2015년 사진을 보면 지금과 똑 같은 바지와 똑 같은 자켓이다. 대청봉 옷만 사고 내 옷은 사지 않았나? 대청봉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실제로 구입하는 주체는 ‘나’이건만 애꿎은 이를 원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내 방수 바지 좀 챙겨주지…’
키보산장에 도착하니 몇시더라? 아뭏든 여학생은 1층, 남학생은 2층 침대에 들어가 눕는다. 한방에 다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몇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 밤11시 출정을 떠날 수 있다. 저녁은 8시에 먹겠다고 그렇게 일러 놓았건만… 5시가 되니 저녁먹으라고 깨운다. 그사이 곤한 단잠에 들었었는데…. 취사반에서는 준비하고 치우는 그들의 스케쥴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인가 조금 먹었다. 다시 침낭에 들어가 토막잠을 잔다. 이렇게 잠을 자 두어야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밤 11시부터 시작해서 동틀녂까지 산에 오르고 또 정오까지 내려오려면 지금 잠을 자 두어야 한다. 비를 맞으며 피곤하게 올라왔기에 침낭에 다시 들어가자마자 금방 잠이 들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올라갈 시간이라고 한다. 모두들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처럼 장비를 챙기고 울러맨다. 고맙게도 사랑님이 단팥빵과 크림빵을 주신다. 나는 크림빵을 받았는데…이게 웬 떡이람? 이곳까지 포터에게 지워 갖고 올라오신 한사랑님께 감사한다. 이 마저도 몇 입 못 먹었다. 식욕이 제로다. 나중에는 배가 고파서 못 올라갈 수도 있겠다. 먹던 크림빵을 베낭에 넣는다. 9명이 올라가는데 가이드가 6명이다. 전에는 1인당 가이드 한 명씩 붙여 주었는데(그 때 내 가이드는 포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우리 실력이 좀 좋아보였나 보다. 그렇다면 내게 한 명의 가이드가 붙을 수 있을까….
2015년보다 출발 컨디션이 좋다. 내 체력이 더 좋아진건가? 사실 그것이 궁금하여 3번째로 도전해 본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친구부부가 와서 함께 오기도 하였지만, 아래에서 같이 놀고 있을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꾸준히 그동안 주말산행을 하였으니 내 체력이 좋아졌을까? 나이가 더 들었으니 체력이 떨어졌을까? 바로 그것이 궁금하였었는데… 시작은 일단 좋다. 화산재들이 얼어서 올라가기 좋다. 이것이 얼지 않았다면 자꾸 미끄러져서 올라가는 속도가 붙지 않을텐데… 그래서 이 밤에, 추울 때에 올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손이 시리다. 핫팩을 거의 다 써서 장갑에 넣을 핫팩이 없다. 열이 나는 장갑이지만 밧데리를 아끼느라 약하게 틀고 올라간다. 손이 동상걸릴 것처럼 아프다. 정상에 올라간들 동상에 걸려서 손끝이 까맣게 죽으면 어떻하나… 손가락 장갑을 갖고 온 것을 후회한다. 벙어리 장갑이라면 자기 손끝끼리 비빌수도 있겠건만…
손이 동상에 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대장님이 손을 비벼주신다.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 이렇게 손을 맞잡아도 되나?’ 내외가 심한 ‘나’이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청봉은 어디있는 거야?’ 아까 뒤에서 풍경님과 같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에릭의 정상에 빨리 가고픈마음이 풍경을 뒤에 놓아둔채 선두그룹에 서서 가고 있다. 보고파를 챙기는 대장님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대청봉이 그 뒤에 선 것 같다. 에릭은 ㅎㅎ '풍경을 챙기다가는 해가 다 떠버리겠네^^' 하고 생각하고 냅다 앞으로 가는 것처럼 내 눈에 보였다. 한사랑님은 고산증으로 구토가 심하신 것으로 보인다. 나도 전에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대청봉은 후발대랑 같이 오고 있었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올라가는 중이고… 대장님이 장갑을 바꿔주신다. 벙어리 두툼한 장갑이다. 내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 올라가다 보니 장갑이 커서 스틱을 잡을 때 불편하다. 이제는 손이 시려운 것보다 돌과 비탈이 많아 스틱을 잘 사용해야 하므로 다시 내 장갑을 찾아서 바로 꼈다. 이제부터는 한걸음 한걸음 조심하며 올라가야 한다. 선두의 까치, 에릭, 로렌에게 메인 가이드1명이 붙었으므로 3번가이드 조엘은 내 차지가 되었다. 한사랑님도 2번 가이드 조슈아를 차지했다.^^
길만 포인트를 지나서 스텔라 포인트로 접어드니 선두의 3사람이 내려온다. ㅎㅎ 내가 4번째로 올랐다. 곧 보고파님을 가이드하는 홍대장님이 오시고 대청봉이 왔다. 대청봉이 풍경님과 한사랑님은 길만스 포인트(5,685미터)에서 돌아간다고 전해준다. 그러면 모두가 완등이나 마찬가지다. 길만스 포인트부터 인증서가 발급된다. 어찌나 날이 푸근하고 좋은지 정상에서 간식을 꺼내서 먹고 햇볕을 즐겼다.
두번째 등정(2016년)때에는 위스키 코스라고 불리는 마차메 루트로 왔는데… 길도 험할 뿐 아니라 롯지가 없어서 텐트를 치고 잤는데…. 바람이 불어 모래가 텐트로 들어와 자고 나면 콧구멍과 입가에도 모래투성이였다. 텐트의 지퍼가 고장 나서 잘 아물어 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비가 오면 얼굴로 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지막 등정일에 그 바람만 그렇게 세지 않고 추위가 좀 약했더라면 정상에 올랐을 것을… 바람부는 모습이 어찌나 사나운지 “너를 이 산에서 떨어트리고 말거야!” 하는 악마의 바람처럼 춥고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무게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런 바람은 생애 두번째인데 한번은 오레곤의 크라운 포인트에서 그런 바람을 맞은 적이 있다. 날아갈까봐 계단 난간의 쇠기둥을 붙잡고 꼼짝 못한 적이 있었다. 자동차의 문이 떨어질까 봐서 바람의 방향을 가름해서 차를 갖다 대면 겨우 문을 열고 차를 타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산에서 떨어뜨릴꺼야!’ 하며 소리치는 바람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을 뚫고 홍대장님과 회원 한분은 정상에 올랐다. 나와 대청봉은 스텔라포인트 인증서를 받은 것 같은데… 이게 지금 어디 있나?
오늘(2023년 12월 21일) 은 날씨가 더 좋을 수 없을만큼 좋은 날이다.
감사한 날이다.
나의 마지막 킬리만자로 산행이다.
이제 충분하다.
그만 오련다.
혹, 몇 년 후 내가 기억을 상실하여 또 가려고 한다면 저를 꼭 말려주세요.
첫댓글 햇살님의 추억여행에 함께 할수 있었다는것이 꿈만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제 인생의 베스트였습니다. 기회가되면 다시한번 꼭 가도록하겠습니다.
요요님 같이갑시다 ㅎㅎㅎ
단연코 생애에 가장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날씨도 등산하기에 너무좋았고요.
대장님 보고파님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
같이하신 모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번에 처음 산행에 참여하신
엄지 까치님 부부 처음임에도 잘 적응하시고
우리들에 기쁨과 활력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에릭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불편하여 자연히
한국말을하는 사람끼리 대화를하여 에릭은 대화에서
소외되어서 미안하였는데 끝까지 내색하지 않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산은 항상 거기에 있습니다.
이번 탄자니아 여행은 특히나 즐거웠습니다. 대장님과 보고파님께서 계획을 너무나도 잘 세워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팀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사랑님의 골고루 준비하신 반찬들과 간식들, 핫팩들, 특히 풍경님으로부터 비상약들...의 도움으로 좋은여행으로 기억될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원팀으로 서로 서로 도왔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함께 여행하신 한분 한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킬리만자로등정을 다시하고 온것같음니다. 우리는 원팀임니다. 모두 수고하셨슴니다. 함께하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림니다.
햇살님 어쩜이리 한 순간도 놓지 않으시고 완벽한 기록을 남기시네요. 아주 오래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그 날로 다시 돌아간듯 눈에 선 합니다.
저로서도 잊지못할 시간였고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여행 경험이었습니다. 순간순간 힘을 모아 주신 우리 팀원 여러분들 다시 1번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앞으로도 좋은 경험 같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꼼꼼하게 기록 남겨 주신 햇살 님 감사드립니다.
대장님. 보고파님 팀원들 이끄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