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동계 베트남 북부 자유여행 >
일시 : 2018. 10. 30(화) ∼ 11. 13(화) - 14박 15일
장소 : 베트남 북부 일원
참가자 : 안창성, 한경호 (2명)
♠ 여행단 구성 (총 2명)
· 한경호(HAN KYUNG HO) : 사진, 여행 후기 작성, 경리 담당
· 안창성(ANN CHANGSUNG) : 여행 계획, 진행 총괄
< 출국 전 여행준비 >
요즘은 “trip(트리플)”이란 앱을 깔면 유명한 세계 도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여행하려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및 여러 유익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환율, 날씨, 유명 관광지나 맛집, 호텔의 위치나 길 찾는 방법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필수 앱이라 하겠다. 특히 가이드 란에는 여행지의 기초 정보, 월별 날씨나 월별 축제, 추천여행 코스 등과 입국 절차부터 공항에서 시내 가는 방법까지 상세히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한 숙소 예약을 위해 우리는 “아고다”와 “부킹닷컴” 앱을 휴대폰에 깔아두었다. 이 두 앱은 각기 장점이 있어 비교 결정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휴대폰 사용을 위해 usim칩을 현지에서 구매하거나 한국에서 예매해 현지에서 교체해야 한다.
1. 여행자료(서류)
여권, 항공권, 한국 돈, 현지화폐, 신용카드, 여행자 보험증, 가이드북, 필기도구, 카메라, 휴대폰, 충전기 등
★ 해외여행 시 여권이 가장 중요하니 보관에 유의하고, 여권 분실에 대비하여 여권의 사진 있는 면을 복사하여 여권과 다른 장소에 보관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저장. 여권용 사진 2매도 준비.
2. 여행 준비
항공권 예매(Vietjet항공 하노이 왕복 : 1인 333,700원), 휴대폰(usim칩 : 베트남 1달 6,000원으로 공항에서 바로 찾으면 된다. 트리플에서 예매 가능), 호텔 예약.
< 여행의 출발 >
♠제 1 일 (2018. 10. 30. 화) 청도 - 부산 사상
오래 전부터 한 달에 걸친 베트남 종주여행을 계획했는데 막상 닥치니 한 달이란 기간이 길기도 길고, 과연 몸이 버틸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기간도 반으로 줄이고 지역도 베트남 북부만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여행 지역은 하노이를 근거지로 해서 하롱베이와 사파, 짱안 정도로 한정을 하고 휴양을 겸해 쉬엄쉬엄 돌아보기로 했다. 자유여행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나는 왕복 비행기 예약과 우리가 처음 가서 묵을 “클래식 스트리트 호텔” 이틀 예약만 해 두었다. 나머지는 안선생님께 미루고 혹, 필요한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과 “트리플”과 다행히 베트남어 번역 기능이 탑재된 “파파고 앱” 등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건강 관련해서는, 두 사람이 사흘간 마시고 하루는 쉬자고 약속을 하긴 했는데 실행할지 여부는 모른다.
10월 30일 16시 청도역에서 안선생과 출발했는데 우리 좌석에 웬 아줌마 두 사람이 앉아 있다. 그 아줌마 표를 보니 그 좌석이 맞다. 그럼 우리 표는? 그렇다. 실제 여행이 31일부터라 나는 내일 표를 끊는 실수를 한 것이다. 승무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다시 표를 발급받았다. 우리가 탈 Vietjet 항공기는 31일 아침 8시 비행기라서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공항 근처에서 하루 숙박을 해야 한다. 얼마 전 방콕에 갈 때도 두 사람만 일찍 내려온 경험이 있어 쉽게 사상역 앞 V1 모텔에 방을 잡았다. 갈치찌개에 소주를 곁들인 식사 후 그 전처럼 소주와 맥주를 사서 모텔에서 마시고 알람을 맞춘 후 밤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제 2 일 (2018. 10. 31. 수) 부산 사상 – 하노이
나는 부산 공항이라면 김해 공항을 생각했는데 사상에도 사설 공항이 있는 모양이다. 몸부림을 치다가 잠결에 깨었더니 근처에 홍콩으로 가는 여승객이 있어 사뭇 요란하다. 홍콩에 처음 가는지 너무 좋아 꽁꽁 앓는 소리를 내며 발악을 하는데 시끄러워 죽겠다. 아하! 이래서 공항 주변은 소음이 심해 잠을 설친다고 하는구나. 알람도 없이 소음에 잠을 깬 우리는 대강 씻고 사상역으로 가 경전철에 탑승해 김해공항으로 갔다.
유심을 처음 사용해 보는 터이라 김해공항 수령 장소에서 직원에게 장착해 달라고 할 예정이었는데 사람들도 줄을 서 있고 아가씨가 ‘현지에 가서 바꾸어 꼽으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그냥 들고 왔다. 안선생 왈,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은 그냥 사진기로 쓰고 사용하지 않는 핸드폰에 유심을 꼽아 베트남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해 핸드폰 교체 후 서랍에 버려두었던 갤럭시 S4를 하나 더 들고 왔다. 나중에 생각하니 수령 장소에서 바로 usim을 교체해야 했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잇몸이 부어올라 공항 구내약국에 가 소염진통제를 달라고 했더니 약이 10알씩 든 통 두 개를 주며 하루 한 알씩 세 번 먹으란다. 여행 계속하고 싶으면 이틀 점심때까지 잇몸 질환을 나아야 한다는 말이다. 7㎏으로 제한된 짐을 부치고 보딩 패스를 받아 출국장을 거쳐 면세구역으로 갔는데 이때 안선생의 일본형사 타입의 도리구찌 모자가 사라졌다. 면세구역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사과주스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저가항공인 Vietjet항공의 VJ 981편에 탑승했다. 평상시 지연되기로 악명이 높은 항공사라는데 다행히 비행기는 8시에 정시 출발했다. 스튜어디스는 빨간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라 청도고등학교 여름 편의복 비슷하게 헐해 보인다. 우리는 미리 신청한 기내식을 먹었는데 샌드위치를 먹어서라기보다 맛 자체가 별로다. 하긴, 기내식 신청의 목적이 무료한 시간도 보낼 겸 기내식 사진도 찍는데 있었으니 별 상관은 없다. 다른 항공사는 물이라도 한 잔 주는데 Vietjet 항공은 물도 안 주고 목이 마르면 사서 마셔야 한다. 다행히 우린 기내식을 신청해 물 한 병을 얻었다.
< 6,000원짜리 기내식. 따뜻했지만 향과 식감이 별로라 남기고 말았다. >
비행시간은 약 5시간 소요가 되어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3시 05분이되, 시간은 2시간 앞당겨져 베트남 시간으로 11시 05분에 착륙을 하였다. 내리니 날씨는 살짝 더울 정도이며 화창하다. 이제 막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아마 여행 중 몇 번은 비를 맞을 것이다. 내리기 전에 usim칩을 뜯어 갤럭시 S4에 꼽으려 하니 칩이 커서 들어가지 않는다. 침착하자. 다시 생각을 하니 가는 금을 본 듯하여 다시 열어보니 과연 가는 금이 보인다. 손가락에 힘을 주니 더 작은 칩이 되었다. 꼽으니, 어라? 이젠 너무 작다. 일단 핸드폰에 꼽아서 작동을 하니 되는 것 같았다.
입국심사는 간단히 끝났는데 수하물을 찾는데서 30분 이상 걸렸다. 전날 비행기의 수하물이 잘못되어 이제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짐과 짐이 걸려 컨베이어 벨트가 돌지 않는다. 그래도 공항 직원이나 베트남 아이들은 구경만 할 뿐 아무 액션이 없다. 성질 급한 한국 관광객들이 몇 바퀴가 돌아도 찾지 않는 캐리어는 전부 빼어 한 군데 둔다. 겨우 짐을 찾아 입구의 환전상에서 200달러를 바꾸니 4,657,000동을 준다. 그래봤자 50만동 9장에 10만동 1장, 5만동 1장, 5천동 1장 1천동 2장하니 14장의 지폐로 끝이 난다. 나는 50만동은 따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함께 보관해 혹 실수로 50만동을 다른 돈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했다. 왜냐하면 모든 화폐는 호치민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크기와 색깔도 비슷해서 헛갈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1달러는 대략 2만동으로 계산했고 동을 1/20로 나누면 \(원)이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1$ = 1,000\ = 20,000vnd가 되는 것이다. 실제 환율은 1$ = 1135\ = 23,285vnd이기 때문에 달러를 주는 것보다 동으로 계산하는 것이 조금 유리하다고 하겠다. 돈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1,000vnd 이하는 무시하는 편이다. 화장실 사용료가 2,000vnd 이니까 서로 받지도 주지도 않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 아니, 1,000vnd 이하의 화폐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500vnd이나 100vnd을 본 적이 없다.
점심때가 된지라 공항 내 식당에서 4 extra beef ball이 들어간 소고기 쌀국수 2개에 Evian 0.5L짜리 2개를 주문했더니 436,000vnd라고 한다. 쌀국수 1그릇이 150,000vnd이고 생수 한 병이 68,000vnd이라는 이야기. 단위가 커서 겨우 셈을 해보니 쌀국수는 7,500원이고 생수는 3,400원이라는 결론. 물가가 싸다고 하더니 비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항에서만 비싼 것이니 조금 참고 시내에 나가서 식사를 하면 쌀국수가 50,000vnd, 생수가 20,000vnd이니 세 배나 비싼 공항에서는 사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바깥의 2,500원 짜리 쌀국수와 차이가 없으니 가급적 사 먹지 않도록 한다. >
공항을 나와 우리는 86번 버스를 탔다. 차비가 가이드북에는 3만동이라 적혀 있었는데 여자 차장은 35,000동이라고 한다. 그새 5,000동이 오른 모양이다. 그래도 차장이 영어를 잘 하여 오페라 하우스에 내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 차장은 시내 오더니 운전수와 같이 내려 다른 버스로 가버리고 다른 운전수와 차장으로 교체되었다. 오는 도중 버스에서 방송을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자세히 들어보니 베트남어로 다음 정류장을 한번 안내하고 다음에 영어로 안내하는 듯했다. “오페라 하우”란 말이 들리기에 남자 차장에게 “오페라 하우스 스톱”이라 했더니 이번이 “오페라 하우”란다.
< 공항을 나와 좌측으로 3분 정도 걸어가면 86번 정류소가 있다. >
내려서 바로 택시를 탔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트리플”에 있는 “클래식 호텔”의 주소를 보여주니 알아본 눈치다. 얼마 안가서 복잡한 시내 한가운데 차를 세워 주는데 요금이 12,000동이다 우리 돈으로 600원, 아유! 착한 택시.
< “22.0”이라고 적혀 있는데 22,000동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돈으로 1,100원. >
“클래식 호텔”에 체크인하고 206호 방을 보니 그런대로 깨끗한데 욕실에 샤워 커튼이 없어 물이 좌변기에 다 튀게 생겼다. 일단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나왔는데 오토바이와 사람과 차가 뒤섞여 요동을 친다. 하지만 엉킨 실이 풀리듯 그리저리해 모두 제 갈 길을 가는데 우리는 갈 길이 없이 방황하다가 여행카페에서 본 적이 있는 한인 여행사라고 적힌 “Remember Tour”를 발견했다. 들어가 기다린 끝에 머리가 부스스한 중년의 보스인 최병철 씨를 만났다. 여행카페에 어느 여자가 적은 여행 후기에 이 가게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말이 적혀서 인사만 대강하고 나와 다른 한인 여행사를 찾았으나 그 사이에 망했는지 찾지 못하고 결국 모든 여행에 필요한 투어를 “Remember Tour”에 맡기기로 했다. 일단 11월 2일에서 3일까지의 하롱베이 크루즈 투어를 신청했는데 여러 가지 크루즈 투어 중 우리는 3.5성급에 해당한다는 크루즈 투어를 1인 135$에 신청하고 여행에 필요한 몇 가지 정보와 괜찮은 마트를 소개받은 후 항베 골목의 길거리 쌀국수 집에서 1그릇 5만동짜리 쌀국수로 저녁식사를 했다.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어색했지만 베트남 젊은 남녀는 맛이 있는 것처럼 잘도 먹는다. 슈퍼에서 30° 베트남 보드카 2병과 종류대로 캔맥주 6캔, 망고 3개를 구매해 호텔로 돌아왔다.
< 항베 거리 왼쪽에 “리멤버 투어”가 보인다. >
< 베트남에서의 첫 길거리 좌판 쌀국수. 고수는 없고 우리나라 미나리 같은 채소를 넣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
< 30° 보드카 350㎖와 500㎖, 노란 하노이 맥주, 흰색 333맥주, 초록의 사이공 스페셜, 그리고 베트남 지폐 >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욕조도 없고 샤워 커튼도 없어 좌변기는 물론이고 욕실 전체가 물게락이 되었다. 트윈베드에 직원들도 친절해서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데 욕실이 문제다. 그래서 내일 조식을 보고 하롱베이에서 돌아와 이 호텔에 다시 투숙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샤워 후 오는 입었던 셔츠를 빨아 놓은 후 술을 한잔하고 뻗었다.
♠제 3 일 (2018. 11. 01. 목) 하노이 관광
7시에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음식은 많지는 않아도 간이 맞고 깔끔하다. 오늘은 하노이 시내관광과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짠 후 그에 맞게 숙소를 예약할 생각이다. 또 리멤버에 들러 유심카드를 헌 휴대폰이 아닌 새 휴대폰에 뽑아줄 수 있는지도 물어볼 생각이다. 접속 불량이라든지, 뭔가 제대로 작동하는 같지 않아서이다.
< 음식은 뷔페식으로 채소와 단백질, 탄수화물 등이 골고루 나왔고 죽이 입에 딱 맞았다. 푸딩과 요구르트까지 있어 더 좋았다. 게다가 계란요리를 바로 해주어서 스크램블을 주문했더니 식탁까지 배달해 주었다. 음식의 깔끔함이 욕실의 불편함을 덮을 정도라서 문묘를 다녀온 후 숙소를 재계약하기로 했다. >
9시 경 택시를 불러 타고 문묘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택시비가 5만동 나왔는데 잔돈이 3만4천동밖에 없어 50만동짜리 고액권을 주었더니 잔돈이 없다며 성질을 낸다. “달러로 받을래?” 했더니 온 지갑을 다 뒤져 겨우 거스름돈을 준다. 앞으로는 적당히 잔돈을 준비해 다녀야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문묘(Văn Miếu, 文廟)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1070년에 세워졌으며, 1076년에는 베트남 최초의 대학으로 유학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경내는 벽을 경계로 모두 다섯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운데 문은 왕만이 출입했고, 좌우측 출입로는 일반인들이 출입했다. 경내 좌우에는 거북 머리 대좌를 한 82개의 진사제명비가 있고, 여기에는 1442년~1787년간 과거에 합격한 사람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는 하노이시의 문화적 상징이며 베트남 사람의 호학정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입장료가 3만동인데 호수가 있고 그늘진 산책길이 있어 그저 한가하게 거닐고 온다는 생각으로 들어가면 되겠다.
< 거북머리 대좌에는 진사시험 과거 급제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
< 정문에서 들어가면 1805년에 건축된 규문각(奎文閣)이 있는데 옛날에 유학자들이 규문각에 올라가 시문(詩文) 창작, 담론 등의 활동을 하였다 한다. >
문묘를 나와 호안끼엠 호수에 있는 응옥선 사당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에 있을 때 우리 활동의 중심지이며 거리를 찾는 기준점이었다. 하루에 거의 두어 번은 이 호수 주변을 배회했다. 게다가 토, 일요일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여서 차와 오토바이 피하기에 진저리치는 일 없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어 좋았다.
< 응옥선 사당 입구. 입장료는 3만동이고 지나치게 짧은 옷을 입은 사람은 긴 치마를 두른 후 입장이 가능하다. >
응옥선 사당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호안끼엠 호수의 북쪽에 위치한다. 몽골의 침략을 무찌른 13세기 베트남의 전쟁 영웅 쩐 흥 다오(Tran Hung Dao)를 비롯해 문(文)·무(武)·의(醫)의 세 성인을 모신 곳이다. 쩐 흥 다오가 전쟁에 이긴 후 검을 거북이에게 돌려주었다는 전설이 있어 이 호수를 환검호(換劍湖)라 불리기도 하며, 건물 내부에는 1968년에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몸길이 2m가 넘는 거대한 거북이가 박제되어 있다.
< 등갑으로 보면 거북이가 아니라 자라인 듯한데 자라를 영어로 “snapping turtle”이라고 하니 거북이의 한 종류로 자라를 보았다면 틀린 것은 아니나 호안끼엠 호수가 민물호수이니 우리 식으로는 자라가 맞고 자라라면 정말 큰 놈이다. >
나와서 탕롱 수상인형 극장에 가서 3시 30분 공연의 15만동짜리 표 2장을 예매하고 옆 카페에서 안선생은 커피를, 나는 망고주스를 주문해 마셨는데 망고주스가 엄청나다.
< 주스는 7만동, 커피는 6만동인데 망고 과육이 그대로 살아있다. >
어제 리멤버 투어에서 추천받은 Vin mart을 찾아 보드카 565㎖ 1병 223,600동, 맥주 10캔 158400동, 말린 과일 칩 1개 62,500동, 감자칩 43,000동 해서 481,000동을 계산했다. 맥주가 많은 이유는 내일 하롱베이에 가서 배 위에서 마실 것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술을 쟁여 두고서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분짜로 유명한 “분짜항만점”으로 택시로 가서 분짜와 맥주 1병씩 해서 16만동을 계산했다.
< 쌀국수를 엄청나게 주고 돼지고기 숯불에 구운 것과 자소엽, 고수 등 이름 모를 채소도 한 그릇을 준다. 앞에 앉은 베트남 아줌마는 식욕도 좋다. >
다시 걸어서 클래식호텔에 와 숙박관계를 물으니 11/3∼4일은 방이 없다고 한다. 아! 난관. "리멤버 투어"에 가서 11/3∼4일 간의 숙박을 의논하니 근처 "아만다 호텔"이 있다고 한다. 리멤버 사장과 함께 직접 가서 물으니 방이 있는데 지금이 시즌의 시작이라 하루 60$란다. 이틀이면 우리돈으로 12만원이니 엄청 비싸다. 그래서 리멤버 사장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아고다앱”으로 들어가면 값이 싸다고 했다. 이참에 휴대폰을 내어 유심 칩을 이야기하니 바로 유심 칩을 새 휴대폰에 갈아 끼워 주었다. 그래서 "아고다 앱"을 깔고 "아만다 호텔" 예약에 들어가니 2박에 64,219원이었다. 바로 카드 결재를 하고나니 마음이 놓인다. 아마 일본 “그린 게스트 룸”에서의 더러운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11월 5일 아침 7시 하노이→ 사파 Express와 9일 오후 4시 사파 → 하노이 Express를 64$에 예약을 했다. 사파의 숙소 문제를 의논하니 사파는 한창 공사 중이어서 여기서 잘못 계약을 하면 옆 건물 공사로 시끄러워 잠을 못 잘 수 있으니 직접 가서 보고 계약을 하라고 했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이 깔렸으니 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했다. 환전을 물으니 여기서 환전이 된다며 200$를 23,200동으로 계산해 주었다. 어려운 모든 일이 리멤버 사장에게서 다 해결이 되니 객지에 나가 믿을 사람은 역시 내 나라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도움을 준 리멤버 사장에게 감사하며 혹 이 글을 볼 하노이 여행객은 반드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리멤버 투어를 찾기 바란다. 물론, 사무실에 그는 늘 없으나 여자 사무원이 전화를 하면 부스스한 얼굴로 이층에서 내려와 당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다.
탕롱 수상인형극장에 가서 에어컨이 빵빵한 가운데 베트남의 민속극을 보았다.
< 이야기들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물 안에서 펼칠 수 있는 기예를 중심으로 한 것이기에 단편적이었다. 그래서 우스꽝스런 낚시질부터 위에서 이야기한 쩐 흥 다오 장군이 거북이에게 검을 돌려주는 이야기라든지 봉황이 알을 낳아 부화하는 이야기 등이 베트남 고유의 음악과 노래와 함께 펼쳐졌다. >
마치고 클래식 호텔로 돌아와 쉬면서 내일 하롱베이로 갈 가방을 꾸리고 보드카를 플라스틱 병에 옮기는 등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사파에서 돌아오는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간 숙소를 "아고다 앱"을 통해 약 10만원에 "아만다 호텔"로 예약했다. 저녁 먹을 일만 남아 어디서 먹을까를 생각하다가 이제 길바닥표 쌀국수도 지치고 해서 아예 우리가 묵고 있는 클래식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려가 저녁식사가 되느냐고 물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 클래식 호텔 메뉴판. 괜찮은 식당의 경우 메뉴판을 찍어가지고 다니면 상당히 유용하게 쓰인다. “k”라 적힌 것은 “천”을 의미한다. 그래서 49k는 49,000동이란 의미이다. >
우리는 왼쪽 메뉴판의 대항목 중 두 번째 메뉴인 “VIETNAMESE HOT POT” 중 Seafood(shrimp, fish, squid and clam – 새우, 생선, 오징어, 조개) 중에 small(for 2pax) 470k를 주문했다. 아마 medium(for 4-5pax) 790k는 중간 사이즈 4-5인분 78만동이란 의미일 것이고 우린 작은 2인분을 주문한 것이다. 47만동이니 23,500원으로 가장 비싼 요리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 첫 번째 “TOFU” 중 “Chinese style tofu“를 주문 후 맨 끝에 있는 디저트 중 두 번째 ”Mixed fruit yogurt“를 2개 주문했다. 569,000동에 서비스 차지가 있으니 한 60만동 정도. 우리 돈으로 3만원이니 1인분에 1만5천원이다.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VIETNAMESE HOT POT” 아래 잔글씨로 “Served with Fresh Mushroom, Tofu, Rice Noodle & load of Fresh Seasonal Vegetables”(즉, 신선한 버섯과 두부, 쌀국수와 신선한 계절채소 한 묶음이 서비스됨)가 있는 것을 못 본 것이었다. 그걸 보았다면 이 음식의 규모를 예측하고 포기했을 것인데 실수였다.
< 실수의 결과 엄청난 양의 재료들이 상을 가득 메웠다. 반 쯤 넣은 후 사진. >
<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라면 사리 두 개는 넣기를 포기하고 반 정도 먹고 그만 두었다 >
< 두부요리가 나오지 않아 과일종합 요구르트를 먼저 먹었는데 이 호텔에서 식사할 때마다 주문하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
이제 부른 배를 달래며 중국스타일의 두부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기다려도 두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슬쩍 계산서를 달라고 했더니 두부 값이 계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아직 안 나왔으니 취소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하며 죄송하단다. 주방장이 실수로 잊은 모양이라는데 주방장의 실수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54만동을 지불하고 방으로 들어와 가벼운 술판을 벌였는데 Vin mart에서 보드카 중 가장 비싼 금가루 들어간 보드카를 샀는데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 우리 힘으로 못 따고 결국 주방장이 따 주었다. 이래저래 고마운 주방장이다. >
♠제 4 일 (2018. 11. 02. 금) 하롱베이 관광
< 베트남 북부 지도, 우리의 주요 여행지가 동그라미 쳐져 있다. >
< 하롱베이 관광 관계로 6시 50분 호텔 뷔페로 아침을 먹으려다 계란 굽는 아가씨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처음 자유여행을 떠난 기념이랄까? 클래식 호텔은 직원들 교육이 잘 되어 있어 빈 그릇도 재빨리 치우고 손님의 원하는 것을 빨리 알아 처리해 주니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
아침을 가져다 놓고 호텔 투숙객들 이 사람, 저 사람 보다가 깜짝 놀랐다. 키는 대략 1m75㎝ 정도인데 가슴이 35인치에 허리가 28인치, 히프가 무려 55인치 정도가 되는 백인 여자가 나타났다. 히프만 비장상적으로 거대한 체형이어서 깜짝 놀랐다. 도대체 저 여자는 여기 어떻게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좌석에 그녀의 저 거대한 엉덩이는 도저히 끼울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에 저런 경우 좌석 2개를 예약해야할 것 같았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그저 후리하게 마른 체형이었는데 괜히 그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걱정이 되었다. 서양여자들의 덩치를 보면 나는 절대 성폭행의 가해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니 가급적 서양여자들과의 교제를 피해야겠다.
백인 여자들은 대부분이 과체중에 과비만인데 지방덩어리가 피부 아래서 결정체를 이루어 30세를 겨우 넘긴 여자들도 허벅지와 팔뚝에 투실투실한 금이 나있어 보기 흉했다. 인도 여자들은 윤곽은 뚜렷하고 좋은데 나이가 드니 눈 아래 다크 서클이 눈동자보다 검다. 그래서 눈썹과 눈과 다크 서클이 하나의 검은 무늬가 되어 갈색 톤의 피부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그건 그녀가 입고 있는 옷처럼 답답하고 더워 보인다. 동남아 애들은 체형이 마르고 골격이 가늘어 전체적으로 날씬한 편이다. 그러나 얼굴형이 사각이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코볼이 발달하여 몸에 비해 얼굴이 과체중처럼 보인다. 사파에서 본 고산족 여자들은 원래 씨종이 그런지 키가 1m 45㎝정도에 몸무게는 35㎏ 이하로 보인다. 물론 자기들도 속살이 쪄서 40㎏이 넘는다고 할지 몰라도 우리의 초등학생 3학년 정도의 체격이다.
7시 30분에 캐리어를 끌고 데스크에서 체크아웃을 하니 1,606,000동이고 달러로는 66.94달러란다. 부킹닷컴에서 하루 765,000동에 예약을 했는데 1,530,000동이 아니라서 자세히 보니 Service charge가 하루 38,250동이 더 붙어 있다. 부킹닷컴은 예약 시에 결재를 하지 않고 현지에 와서 숙박 후 결재를 하니 현지 화폐나 달러 중 계산이 가능하나 이런 서비스 차지가 붙을 수 있다. 그 대신 아고다는 예약 시 바로 카드결재를 하는데 원화 결재를 하면 나중에 일부 수수료가 붙게 된다. 그러나 예약과 함께 결재를 해버리니 Service charge가 붙을 여유가 없다. 맞는지 모르겠고, 어느 것이 나은지 모르겠지만 대강 내가 알기로는 그런 차이를 느꼈다. 다음 여행 시에는 차이를 분명히 알아 두 사이트를 비교해 보고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8시 20분경에 하롱베이 투어 픽업이 와서 버스에 탑승 후 4시간 정도 버스를 달려 12시 30분에 하롱베이에 도착해 크루즈 배에 승선을 했다. 방(203호)은 좁지만 냉장고 외에 있을 것은 다 있다. 곧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모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어느 자리에 앉을까를 고민하다가 전부가 가장 합리적이며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자릴 선택해 앉았다. 2명씩 온 젊은 아가씨 2쌍이 같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그 옆 6명자리는 1명의 인도여자와 1명의 외톨이 서양청년과 2쌍의 부부가 차지했다. 그리고 우리 옆 6명 좌석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부부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미국인 부부가 앉고 우린 뉴질랜드에서 온 마우리족 부부와 함께 앉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유색인종끼리 남녀와 싱글과 가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좌석을 스스로 배정한 것이다. 이 배정은 하선할 때까지 지켜졌다.
< 선실의 모습, 창밖으로는 작은 베란다와 탁자가 있어 두 사람이 밤바다를 즐기며 한 잔하기 좋은 구조이다. 이런 베란다 유무에 따라 선실 요금이 달라진다. >
< 점심은 코스 요리로 나왔는데 게살스프부터 각종 해산물 요리와 튀김, 채소 볶음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식전에 종업원이 무얼 마시겠느냐고 물어 나는 맥주, 안선생은 망고 주스를 시켰다. >
식후에 잠시 선실로 돌아와 쉬다가 작은 배를 타고 석회암 동굴을 관람했는데 석회암 동굴은 어느 나라의 것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배는 들어가는 입구에 사람들을 내려놓은 후 반대편의 나오는 입구로 가버렸다. 문득 몇 년 전 터키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사원에서 늙은 어머니께 효도한다고 모시고 와 사원 입구 의자에 앉혀두었다가 다음 코스에서는 아예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는 버스에 앉혀 두고 두루두루 돌아다니던 젊은 부부의 효도관광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갈 길은 하염없이 먼데 입구에서 얼마가지 않아 벌써 퍼들어지는 할머니 무리를 보니 저 사람들 내일 장례 치르는 게 아닐지 염려되었다.
다시 배를 타고 Titop섬에 내려 일부는 해수욕을 하고 일부는 하롱베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정상까지 갔지만 우리는 피곤해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해변에서 편을 갈라 축구시합을 하는 것을 보며 그냥 해변에서 쉬었다.
< 내가 얼마나 당신을 배려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사진. 여러 사진 중 유일하게 해변에 어울리는 장면을 찾은 것이 겨우 이 사진 한 장이다. >
< 이것이 일반적인 해변의 모습. 앞 사진의 등장한 여성의 1.5배의 등짝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꾸밈없는 진실이다. >
< 큰 배가 있고 작은 배가 한 척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섬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경우 본선은 바다에 있고 작은 배에 옮겨 탄다. 이 배의 경우 우리 배와 동급이거나 0.5성급 아래의 3성급의 배로 보인다. >
다시 크루즈 선으로 온 우리는 저녁식사 전 가볍게 선실에서 소맥 한 잔을 하고 오늘 저녁의 발코니에서 진하게 마시기로 했다. 날씨는 청명하고 바람도 없어 정말 호수보다 잔잔한 바다다. 그러나 밤하늘에 별은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별을 보기 위해 몽골이라도 가야할까 보다.
< 저녁도 코스 요리가 나왔는데 분위기를 위해 주방장이 각별히 신경을 쓴 모양이다. 오른쪽은 스프링 롤(춘권)인데 기름에 튀겨 느끼하다. >
< 보이지 않는 크루즈 선까지 치면 200척 이상이 될 것 같아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
< 인생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이제 하롱베이 크루즈 선 난간에 의지한 안선생 >
발코니에서 가지고 간 맥주와 보드카를 간해서 마시니 “참! 세상은 좋은 곳이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평생을 살며 훈훈한 바람이 부는 밤에 깨어 그림자만의 산을 보며 그 바람을 느낄 날이 며칠이 될까. 그 며칠 안 되는 날 중에 정신을 흐릴 여자가 곁에 없이 오롯이 술기운에 더욱 자연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날은 또한 얼마가 될까. 이 밤은 내 삶에 있어 작은 기적 같은 밤이다. 가지고 간 술을 다 마시고 더 이상 자연을 느낄 수 없게 되었을 때야 잠자리에 들었다. 좋은 밤이다.
♠제 5 일 (2018. 11. 03. 금) 하롱베이 관광 – 하노이
< 어둠이 땅과 물 위에 스미듯 내려앉았다가 품었던 만상을 깨끗이 씻어 다시 빛에게 돌려주는 아침, 아침 풍경은 어제 풍경보다 더 차분하고 맑아진 느낌이다. >
< 아침은 뷔페식인데 아침 해장으로는 깔끔한 쌀국수가 그만이다. >
식사 후 부속선을 타고 동굴 앞 선착장에 내려 카약 체험과 동굴 탐험을 한다는데 안선생은 어제 체험 때 무리하게 걸었는지 왼쪽 엉치뼈 쪽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짱안”에서 이런 체험을 할 것이기에 굳이 배에서 가장 연장자가 손수 카약을 저을 필요를 못 느끼는 걸로 하고 선착장에서 쉬기로 했다. 체험을 마치고 곧 배로 돌아와 짐을 꾸린 후 체크아웃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쿠킹 클래스라고 월남쌈 싸는 요리교실에 참석한 후 뷔페식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음으로써 크루즈의 모든 활동이 끝이 났다.
< 우리가 탄 “Apricot Premium”호. 우리방인 203호는 2층 4개의 선실 중 뒤에서 3번 째 선실이다. >
< 끔찍한 경고문을 보았으나 우리는 별 일없이 넘어 갔다. 그러나 다음 여행객들은 참고할 내용이다. >
모든 짐을 복도에 두고 식당에 앉아 있으니 부속선이 도착해 다른 크루즈 선을 탔던 사람들을 우리 배로 데리고 왔다. 그들은 콜라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카운터에 계산을 했다. 나는 ‘이 배의 승객이라 그냥 마셨는데 다른 배의 승객이라 돈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계산서가 내 앞에 내밀어졌다. 식사 때마다 “ What kind of drink. coffee? beer? juice?”라고 물어 서비스인 줄 알고 줄기차게 “Beer”라고 외쳤는데 그게 전부 계산해야 할 음료였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 배에 탔을 때 승선을 축하하는 서비스라는 걸 강조하며 “ What kind of drink. coffee? beer? juice? 라고 해 그 때부터 제공되는 음료수는 『Free』라고 오해하도록 한 후 하선 때 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정산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직 난 순수하다. 그리고는 종업원이 팁 봉투를 내밀었다. 우리 테이블의 마오리 족 부부는 맞은편 테이블의 부부에게 물어본 후 20$를 봉투에 넣었다. 그러나 이미 20$의 계산서를 받은 우리는 10$를 봉투에 넣음으로써 소박한 복수와 함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해 반 정도의 만회를 했다. 어쨌든 다음에는 2박 3일 크루즈를 신청해야겠다.
선착장에 내려 12시 50분경에 버스에 탔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렀다가 오후 4시 50분에 항베거리에 내렸다. 바로 “리멤버 투어”로 가 11일의 “짱안 투어”를 66$에 결재하고 사파에 다녀온 후 숙소를 “아만다 호텔”로 결정했다. 바로 아고다에서 11월 9일 check in해 12일 check out하는 예약을 한 후 E-mail을 출력하고 다시 200$을 환전했다. 모든 일은 “리멤버 투어”에서 해결이 되어 별로 친절해보이지 않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보스 최가 고마웠다.
우리는 11월 3-4일을 묵을 “Amanda Hotel”로 갔다. 603호실을 주는데 비록 루프 뷰이긴 해도 창문이 커서 “클래식 호텔”보다 밝고 좋았으며 우선 욕실이 낫다. 짐을 두고 오늘은 토요일이니 야시장 이 서는 날이라 호텔을 나섰다. 그러나 아직 시작도 안 되었는데 너무 혼잡해 이틀을 느긋하게 정신줄 놓고 지낸 우리에겐 무리였다. 그래서 그만 밥 먹고 쉬자고 했더니 바로 찬성이란다. 클래식 호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99k의 “오징어 광시곡(Squid extravaganza)” 이란 어마어마한 이름의 오징어 요리와 밥, 그리고 화이트 스노우 샐러드와 디저트로 과일종합 요구르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샐러드 전체가 안 된단다.
< 비참한 운명에 빠진 3사람의 서양인. 이런 동병상련의 장면을 바로 구경할 줄이야! >
그런데 미리 와 있던 서양인 3사람 중 머리가 허연 남자가 나에게 오더니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Little.”이라고 했더니 자기들이 음식을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 그러니 같이 먹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힐끗 보니 아악! 바로 어제 우리가 주문한 “VIETNAMESE HOT POT” 중 Seafood(shrimp, fish, squid and clam – 새우, 생선, 오징어, 조개) 중 medium(for 4-5pax) 790k을 주문한 것이었다. 우린 2명이 2인분이었는데 이들은 3명이 4-5인분짜리니까 기겁할 양이 식탁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단호히 손을 저으며 “Yesterday evening we ate it. It’s too much, terribly sorry.”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며 연민에 찬 나의 눈길을 받으며 자기 자리로 갔다. 우울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고 조리를 기다리는 식재료로 가득한 그들의 식탁을 보며, 누군가를 데려왔으면 하는 두 여인의 애절한 소망의 눈망울을 보며 어제 아마 누가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고 이 자리에 있었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보였으리라는 생각에 ‘데자뷔’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걸 다 먹고 갔다면 이들이 언제 자기들 숙소에 갔을지는 짐작할 수가 없다.
♠제 6 일 (2018. 11. 04. 일) 하노이 관광
6시 30분경에 일어나 샤워커튼이 있는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하니 클래식호텔의 욕실과 정말 비교될 정도로 깔끔하고 좋다. 대충 씻고 앞으로 5일을 먹어야 할 조식이기에 큰 기대를 갖고 일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식당 한켠에 마련된 가방 두는 곳에서 자기 가방을 찾아 각자의 여행지로 떠나고 있었다. 왁자지껄, 게다가 식탁 위에는 빈 그릇과 찻잔과 사용한 휴지와 양념통이 뒤섞여 뒹굴고 있었지만 치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중 제일 깨끗한 식탁을 찾아 내가 옆자리로 그릇들을 대강 밀어놓고 앉아 음식을 보니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일차 식사가 끝나고 이차 식사가 준비되지 않은 어중간한 시간대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아주 일찍 식사를 하든지 아니면 8시 30분 이후에 식사하기로 했다.
어쨌든 내려왔으니 식사는 해야 할 것 같아 접시를 잡고 식기를 찾으니 식기가 없다. 마침 reception 여직원이 보여 스푼이 없다고 했더니 식탁 위의 숟갈 둘을 들고 주방에 가서 씻어 온다. 헐! 도대체 호텔 전체 스푼이 몇 개인지 궁금했다. 있는 음식 중 대강 골라 먹는데 reception장 아가씨는 계란을 굽는다. 그러다가 주방에 갔다 오는 동안 계란은 타버리고 아가씨는 계란을 버린 후 reception장으로 가버렸다. 그러자 주방에서 주방장이 나타나 비로소 식탁 위 그릇을 치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계란 프라이를 주문했더니 구워 주고는 다른 음식을 진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마 설거지를 하겠지. 인건비도 싼데 왜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호텔을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식당의 절대인원이 부족하여 서비스는 차후문제고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를 않는다. 보니 주방장 혼자 식당 전체를 책임지고 있었다.
식사 후 택시를 요청해 “못꼿사원(一柱寺)”으로 갔다. 가기 전, 여행 가이드북에 있는 “못꼿사원”의 사진과 주소를 찍어 운전기사에게 보여주니 바로 출발한다. 우리 생각에 “못꼿 사원”이라고 발음을 하면 알아듣지 싶어도 그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내린 곳은 주변에 호치민 박물관, 호치민 묘소, 바딘광장, 호치민 관저, 주석궁 등 호치민과 연관된 곳들이 이웃하고 있어 관람객들이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운전기사가 내려준 곳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호치민 묘소 참배객들이 대부분이라 그 줄이 엄청나게 길어 호치민에 대한 사랑이 세월이 가도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모든 지폐에 그의 얼굴이 인쇄되어 하루라도 호치민을 보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베트남의 국부(國父)로서 아직도 엄청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호치민은 내가 싫어하는 공산주의자이지만 그 삶 전체로 판단하건대 충분히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일부 국민 중 과거에 공부를 당한 이후로 그것만 진실로 믿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국부인 이승만이 저지른 여러 가지 파렴치한 행위로 그를 판단해 나도 그를 국부(局部)라 생각한다.
우리는 쉽게 “못꼿사원”을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쉽게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행인에게 물어 조금씩 가까이 갔다. 핸드폰의 구글 지도에서 길 찾기를 보았으나 아직 훈련이 덜 되어 그런지 가는 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마침 길가에서 관람객 행렬을 돌보는 순경인지 군인인지 모르지만 군복 비슷한 제복 입은 사람이 있어 몇 번을 물어서야 겨우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호치민 박물관 옆이었고 입장료는 없었다.
“못꼿사원”은 베트남 국보 1호이며, 하노이 대표 고찰로 1049년 리(李) 왕조의 창건자인 리 따이똥이 건설했다. 그는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만나는 꿈을 꾼 후 사내아이를 얻었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연꽃 모양을 본떠 이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기도한다. 사원의 주춧돌 직경은 1.25m에 달하고, 목재로 된 연꽃 모양을 한 이 사원은 1954년 프랑스인들이 철수하며 파괴하여 훼손되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복원되어 그런지 기둥이 시멘트 같다.
< 사진 왼쪽 아래 부부는 아내의 왼손 위치로 보아, 금슬은 좋은 듯하지만 두 사람 모두 뱃살을 빼야 잉태의 소식이 있을 것이다. 나의 쓸데없는 헛소리는 대강 무시하고 “못꼿사원”의 유일무이한 형식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
호치민 박물관이 옆에 있었지만 베트남 국민들이야 볼 것이 있고 감동스런 유물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야 별로 의미 있는 것을 볼 것 같지 않아 박물관 옆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다. 안선생은 엉치뼈가 회복이 되지 않아 걷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듯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내 잇몸은 약을 세 번 먹은 후 가라 앉아 약 먹기를 그만 두고 혹 몰라 남은 약은 보관하고 있다. 여행 시에 가장 곤란한 것은 배탈이다. 배가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라 토사곽란(吐瀉癨亂)에 걸리면 이는 지옥을 맛보는 것이니 그 원인은 첫째가 물을 갈아서, 둘째는 배를 차게 해서, 셋째는 음식은 섭취하지 않고 과음한 다음날 더위를 만나 땀으로 몸의 미네랄 밸런스가 무너지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 반드시 생수를 사서 마셔야하고, 술을 마셔도 저녁식사 후 마셔야하고, 잘 때 에어컨을 틀어도 배에 이불을 덮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출구에 카페가 있어 커피를 주문했는데 베트남 커피는 우선 너무 진하여 뻑뻑한 느낌이 날 정도다. 호텔 조식 후 커피 잔에 커피는 1/3 정도 따르고 온수를 부어 희석해 마셔도 진한 느낌이다. 커피 반 잔에 연유를 섞거나 우유를 섞어 마셔야 쓴맛이 조금 가시는데 G7커피도 그 양이 우리나라의 일반 믹스커피보다 많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G7 한 봉지를 따서 커피 두 잔을 만들면 적당했다. 카페를 나와 재래시장 구경을 하는 관광객들 뒤를 따라 다니며 다니며 놀다가 돼지고기 파는 정육점에 보니 돼지 옆구리 살(삼겹살과 갈비 부분)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두께가 약 7㎝밖에 안 되어 저 고기를 요리하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올 때는 요리 가능한 숙소를 빌리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급 피곤하여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의 명함을 보여 주었다.
숙소에 도착 후 기력이 떨어졌음을 느껴 점심은 한식을 먹기로 했다.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숫가 빌딩 4층에 서울식당이 있어 베트남 음식에 지친 여행객을 잠시나마 고향으로 보내준다. 165,000동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시키고 155,000동의 참이슬도 한 병 시켰다. 전망도 좋고 날씨도 좋고 특히 된장찌개가 제대로다. 두 사람이 가면 두 가지, 세 사람이 가면 세 가지 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것저것 먹어가며 품평하는 것도 재미있고 잘못 선택해 폭망하는 비율을 줄일 수도 있다. 대강 계산이 50만동 나왔으니 쌀국수 10그릇 값이다. 주변의 베트남 청춘남녀를 보나 특별한 이벤트로 찾은 듯하다. 그만큼 한식이 비싼 편이다.
< 콩나물과 양념김치와 백김치, 나물무침, 감자전 등과 함께 물병이 나오고 물수건이 나온다. 베트남 식당은 물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 물수건은 요구를 하면 주되 돈을 받는다. >
넉넉히 먹고 내일 사파에 갈 준비를 위해 Vin mart에 갔다. 보드카 5병과 깍두기 김치 1봉, 오이, 종이접시 등을 535,000동에 구매해 호텔로 돌아와 보드카는 병이 무거우니 미리 준비한 패트병에 옮겨 담고 낮잠도 한숨 잤다.
5시경에 나가 거리 산책 중 괜찮아 보이는 모자를 4$에 사고 폴리코사놀이 많아 성인병에 좋다는 사탕수수 즙을 1잔에 2만동에 사서 마시며 시장 구경을 다녔다. 그런데 어제 “못꼿사원” 구경 후 시장에서 보았던 기괴한 식재료를 여기서도 팔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먹는 것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살 것도 아니면서 시장 아줌마에게 묻는 것이 부담이 되어 그만 두었다.
< 왼쪽 오징어 아래 있는 것이 궁금하다 그 옆의 망에 있는 것은 개구리, 그 옆은 가물치. 그 위에 도마의 칼로 바로 잡아 기본 손질은 해준다. >
< 꼼질꼼질 움직이는 것이 갯지렁이 새끼 닮은 모양인데 낚시 미끼라면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팔진 않겠지. 옆에 있는 바가지로 되어 파는 모양이다. 혹 이게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식은 공유해도 줄지 않아요. >
저녁을 먹으러 클래식으로 가는 길에 안 그래도 좁은 인도를 이젠 아예 검은 장막을 쳐서 막아 둔 것이 보였다. 참 심하다. 베트남은 인도와 차도 사이의 도로 연석이 비스듬히 되어 있다. 이는 오토바이가 인도에 올라오기 좋도록 배려한 듯 보이는데 그 자체가 웃기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인도의 4/5는 오토바이 주차로 쓰고 1/5는 사람이 다닐 수 있게 조금 비워 두었는데 저녁 장사시간이 되면 이마저도 식당의 일부로 활용해 식탁과 의자로 막아 버린다. 길 가다가 저녁 먹는 사람이 길을 막고 있대서 비켜달라고 할 수 없으니 차도로 내려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도는 불법주차한 차 때문에 아예 사람이 중앙선 넘어 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차도는 차와 오토바이와 사람이 뒤섞여 사소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보름 정도의 여행 중 오토바이끼리 부딪혀 넘어진 사건을 두 번이나 본 것을 생각하면 사소한 접촉사고는 수도 없이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번 모두 큰 부상이 아닌지라 상대방과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툴툴 털고는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사파에서는 뒷좌석에 탄 사람이 땅바닥에 넘어졌음에도 별 일이 아닌 것처럼 3분 후 도로는 정상을 회복하였다. 여기는 그렇게 사는 모양이다.
이야기가 조금 딴 길로 흘렀는데 나는 이러한 여러 비정상적 교통 현상들의 원인이 베트남의 가옥 구조와도 관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끼는 궁금증 중 하나가 베트남의 집은 같은 구조라는 것이다. 도로 쪽 폭이 약 4m로 대부분 2,3층으로 도로의 뒷면으로의 길이는 길고 옆면은 창문이 없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모두 도로 앞쪽에 집짓기를 원하여 똑 같은 혜택을 주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한다. 앞 면적을 두 배로 하면 세금을 몇 배 더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두 개의 가옥을 따로 올려서 2-3층에서 연결하여 한 집으로 쓴다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클래식 호텔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앞면을 똑같이 나누어 주어도 가족이 많은 가구에는 뒷면을 더 길게 나누어 주기 때문에 주거에는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날이 덥고 습하기 때문에 천장이 높다.
집의 1층은 철문(자바라)로 막아 주방이나 거실로 쓰기도 하고 동내 카페나 상점으로 쓰기도 한다. 2-3층은 거실과 침실이고 제일 위층은 조상신을 모시는 장소로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2층이나 3층의 경우 베란다가 반드시 있고 이 베란다에 화분을 몇 개 키우는 것이 보통이다. 옥상은 지붕이 있는 트인 공간이 많았다. 집의 앞면으로만 창문이 나 있고 긴 옆면에는 창문이 거의 없다. 또한 대부분의 집은 앞면만 페인트로 칠하지 옆면은 시멘트벽 그대로다. 왜냐하면 어느 때 옆집에서 바로 붙여 집을 증축할지 모르는데 남의 집 벽을 향해 창을 내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칠을 할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물론 이런 제약은 도로변만 적용받는다니까 도로를 벗어나면 아무 제한 없이 집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 왼쪽의 건물은 벽면에 창이 없고 도색도 되어 있지 않다. 앞면이 좁고 길이가 길며 천장이 높은 베트남 건물의 특징적 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기를 대비해 지붕을 길게 내고 지붕 아랫부분은 베란다로 만들었다. 완성이 되면, 아마 베란다를 화분으로 장식할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두 집으로 보인다. 밝게 불이 켜진 건물이 클래식 호텔 입구인데 어두운 부분은 반 지하로 Spa실 입구이다. 입구가 아주 좁지만 신 투어리스트 건물 뒤쪽은 클래식 호텔 주방과 식당으로 쓰이고 이층부터는 클래식 호텔의 객실로 쓰인다. 앞면은 두 집이되 앞면의 뒷부분과 2층부터는 한집으로 쓰이는 것이다.
< 왜 길을 가로 막았나 했더니 초상이 났다. 초상과 결혼식의 경우 이렇게 길을 막고 행사를 치른다. 집이 좁으니 서로 양해를 하는 모양이다. >
< 이런 집 구조에 차를 집 안에 주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예 인도에 줄을 긋고 주차장으로 이용하는데 이게 합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
<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데 다행히 오토바이의 연료에 대한 규제를 하는지 매연이 심한 오토바이는 없어 숨 쉬는데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 이 시간은 아침이라 거리가 한적한 편이다. 오토바이와 노점상이 인도를 차지해 사람이 겨우 다닐 공간만 남겨 두었다. >
처음에 하노이에 와서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보고 길을 건널 엄두를 못 내었는데 이틀이 지나니 신기하게도 전혀 두려움 없이 길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운전자 쪽을 보며 내가 멈추든 가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상대가 알아서 피해 가는 것이다. 중앙선을 건너와서 이제 오른쪽 차를 주의하고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내 왼쪽에서 오토바이가 나타나 내 앞을 빠르게 지나가 놀란 적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모두 젊은 여자 운전자였다. 중앙선의 개념이 전혀 없어 내 뒤로 가야함에도 내 앞 쪽의 공간이 있으면 바로 밀어 넣는 것이다. 내가 만약 내 앞으로 올 것을 알았다면 그냥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가끔, 아주 가끔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다 건너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니 횡단보도의 불빛을 무시하거나 아예 횡단보도가 아닌 곳도 자연스레 건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거나 적응을 넘어 더 진화하기도 한다.
클래식에 도착해 저녁식사가 되느냐고 했더니 종업원이 식당 한 구석에서 좌석을 모아 놓고 자고 있는 “멍 주방장”을 깨운다. 키 큰 주방장은 멋쩍게 웃으며 화장실로 가 세면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연어 샐러드와 볶음밥, 과일 요구르트를 주문해 먹고 다시 “아만다 호텔”로 돌아와 여장을 정리하고 술 한잔하면서 내일은 아침 6시 30분까지 근처에 있는 Sapa – Express 앞 정류장에 가야하니 가지고 간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 2편으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