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수업72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습니다 #고요함의느낌 #확정적외로움
'고요함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인식의 중요성'
마. 섭심(攝心)하기가 수승하다
8:34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관을 메고 가는 네 사람이
이 몸을 옮기기 전에(=죽기 전에)
나는 고요한 적정처의 숲으로 들어가리라.
8:35 친한 이도 미워하는 이도 없이
나 홀로 조용히 적정처에 머무르면서
이미 죽은 사람처럼 여긴다면
죽어도 슬퍼할 이 아무도 없으리라.
#고요함의느낌
고요함은 평화인가요? 저주인가요? 당신에게는 고요함이 어떻게 경험되나요? 어떤 대상이든 주관적 경험은 해석의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전부 다르게 느낍니다. 세상 최악의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감옥은 독방이라고 하지만, 선정의 지복을 누리는 수행자가 독방에 들어간다면? 최고의 무문관이 될 것입니다. 안 그래도 요즘 무문관 예약이 밀려서 들어가려면 예약하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고요함을 즐길 수만 있다면, 고요한 곳은 죽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물론 살기도 좋은 장소이죠. 전제는 고요함이 평화로움으로 경험된다면 말입니다. 만약 고요함이 두려움, 외로움, 적적함 등으로 경험된다면?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은 좁디 좁은 독방과 다름 없는 고독지옥으로 경험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정신적 경험은 의존성 없이 평화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고요함을 즐기는 힘입니다. 아직 정신적인 성숙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경계가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외롭고 두려우니 죽음도 누군가의 곁에서 맞이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이란 이처럼 경험 주체에 따라 상대적입니다.
#확정적외로움
죽음은 확정적입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우리는 외로워질 것입니다. 이것은 예정되어 있는 과정입니다. 다음생에 어떤 몸을 받을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50%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마음이 바로 최후심입니다. 그 순간이 삶의 종점이라면, 그 종점으로 달려가는 우리는 마지막이 오기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안심을 연습해야 합니다. 최종 평가의 순간 얼마나 안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첫째, 삶의 끝인상을 바꿀 수 있고 둘째, 내생의 질을 바꿀 수 있으며 셋째, 불성의 밝은 빛이라는 열반의 기회를 잡을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강조하자면 끝도 없이 중요한 것이 바로 최후심 속 안심입니다.
안심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죠. 마지막 순간, 혼자 고요히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누군가가 곁을 지켜줬으면 좋겠나요? 저는 아직도 혼자 있으면 조금 쓸쓸합니다. 물론 금방 적응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내게 남은 시간이 있다면, 그 동안 혼자 있는 연습을 할 것입니다. 고요함을 즐거움 그리고 평화로 경험할 수 있도록 탈의존성을 연습할 예정입니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확정적 죽음의 순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거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담담히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순간 마음을 뒤흔드는 타인의 눈물과 슬픔이라는 방해 없이 홀로 최후심을 안심으로 채우려는 노력입니다. 전 혼자 죽고 싶고, 그럴 예정입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공부합니다. 마음을 훈련합니다. 안심의 힘을 키웁니다.
8:36 적정처에 그렇게 혼자 머물면
내 죽음을 슬퍼하거나
방해할 사람도 없을 것이니
나는 부처님과 다르마만을 생각할 수 있으리라.
#안심은하얀도화지
죽음은 이생의 종착역입니다. 하지만 펼쳐 놓고 본다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매듭의 순간이죠. 항상 이 매듭의 순간이 중요합니다. 이 순간의 마음이 슬픔과 두려움, 집착과 광기어린 번뇌로 얼룩져 있다면 매듭 이후의 새로운 시작이 어떠할까요? 뻔합니다. 사람들이 인간 몸을 한 번 잃으면 다시 받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최후심이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면 축생 예약이요, 집착과 탐욕이 그득하다면 아귀 예약일텐데... 인간 몸을 어떻게 받습니까? 어렵고 또 어렵죠.
안심은 곧 하얀도화지 같은 마음입니다. 내가 그리고 싶은 미래를 그릴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더럽혀진 천 위에 그림을 그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가능성은 너무나도 줄어들었고, 원하는 선택의 여지는 적습니다. 그 마음의 얼룩을 안심의 힘으로 지워냈다면, 그래서 하얀도화지를 만들었다면 불성의 밝은 빛이 내 고요한 죽음을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광기어린 번뇌라는 방해물이 사라졌으니까요.
오늘, 고요함이 외로움으로 경험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짐할까요? 희망을 품을까요? 기도할까요? 안심은 정신이 성숙하는 정도와 비례합니다. 의존성에서 벗어났다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안심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고요함이 두렵더라도, 아직은 걱정하지마세요.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두려움의 얼룩을 지워낼 기회가. 남아 있는 인생을 전부 투자하여 지우고 또 지우세요. 번뇌에 물들어가는 삶을 그만두세요. 꼭 안심하세요. 다시 말하지만 희망을 품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희망을 위해 올바로 정진할 때 정신은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붓다스쿨의 공부는 첫째, 온전한 인간되는 공부입니다. 육체의 건강과 정신의 성장을 위해 공부하세요. 둘째, 당당한 어른이 되는 공부입니다. 스스로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공부하세요. 타인의 수명을 빼앗아 먹는 삶을 그만두세요. 셋째, 선남자선여인이 되었다면 인간완성으로 나아가는 보살의 공부입니다. 내 삶을 책임지는 범위를 넓혀 지인과 주변 그리고 세상을 돕는 삶을 살아가세요.
주의하실 점은 보살의 공부가 멋있어 보인다고 겉넘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온전한 인간이 되지 않은 이가 어른의 공부를 하기 어렵습니다. 보살공부는 당연히 어렵겠죠? 당당한 어른이 되어야 인간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니, '인간->어른->보살'은 일종의 순서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정신이 성숙해지는만큼 안심의 힘은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입니다. 안심은 공짜로 획득할 수 없다는 점, 기억하시길_()_
"당신에게 고요함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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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혼자 죽고 싶고, 그럴 예정입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공부합니다. 마음을 훈련합니다. 안심의 힘을 키웁니다. '
저도 스님 이말씀처럼 되고 싶습니다. 알려 주세요. 따라 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