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9/22 토요일 (홍대 앞 비보이 전용극장/저녁 6시 공연/친구랑 같이 감)
1. 비보이 공연 ‘쿵’
_홍대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넌버벌 댄스 뮤지컬인 비보이 ‘쿵’을 보고 왔다.
‘넌버벌 퍼포먼스'란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 즉 리듬과 비트만으로 구성된 비언어 퍼포먼스이다. 넌버벌 퍼포먼스 장르는 대사가 없기 때문에 언어장벽이 없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1990년대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유명하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역시, 쿵이 공연했던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현재 공연 중인 비보이 팀, 고릴라크루에서 시작한 공연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도 baby와 쿵이라는 무언극 작품을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 중 이다.
비보이 ‘쿵’이라는 공연의 주제는, 현실속에서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두드림, 현실적인 댄서들의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뮤지컬이라고 소개 되어 있다. 그래서 현직 댄서겸 강사로 일하는 나 역시 많은 공감을 했던 공연이었다.
춤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현실이라는 괴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대사하나 없는 춤이라는 동작으로만 표현한다. 그런 배우들의 연기가 지난번 baby공연 때보다 훨씬 더 좋았고 인상 깊었다. 스토리 전개 역시 baby때보다 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면도 많이 줄었다. 뻔한 결말의 마무리를 짓더라도 그들이 어떤 고통을 느끼고 갈등하는지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모습이 관객 입장에서는 거리감 없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런 무언극 형식의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관객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 공연을 보면서도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대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관객은 ‘배우가 이런 대사를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본다. 공연을 보고 나온 모두가 같은 결말을 알고 나오지만, 그 가운데 지나갔던 장면들은 제각기 다른 말풍선들을 가지고 공연을 보고 나온다. 그런 점이 무언극에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의 공연들은 초상권, 저작권 문제로 도중에 사진촬영을 하거나 동영상을 찍어서는 안됐었다. 하지만 비보이 공연은 다르다. 공연 시작시 댄서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주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장난스레 말을 꺼낸다. 공연내용이 인터넷에 막 올라가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하지만 절대로 걱정할 일이 없다! 두 번, 세 번을 보아도 볼 때마다 비보이 공연이라는 게 춤도 달라지고 곡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우들의 표정이나 행동도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주제일 뿐 매 공연마다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이제다시 그와 100%같은 공연은 없다.
또 재밌는 것이, 관객석으로 무작위 침투하는 배우들인데, 그들은 관객을 데리고 무대 위로 올라와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관객의 호응에 따라 춤을 추거나 연기를 하기도 한다. 배우 따로 관객 따로가 아닌 함께하는 공연인 것이다.
내가 보고 온,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색다른 공연, 비보이 ‘쿵!
2012/10/5 금요일 (세브란스 본관 로비 3층/아버지와 함께 관람)
2. 세브란스 플래시몹 공연
_10월 5일, 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에서 재밌는 공연 하나가 시작했다. 바로 플래시몹이라는 공연이다. 플래시몹이란, 이메일이나 휴대폰 연락을 통해 약속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을 일컫는다. 특정 웹사이트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폭증하는 현상을 뜻하는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스마트 몹(smart mob)'의 합성어이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세브란스 병원을 오고가며 통원치료를 계속하셔야 하는 상황이라서, 정말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된 공연이었다. 보통은 주로 클래식 공연을 했었는데, 이번에 했던 공연은 특이하고 재밌었다.
공연의 취지나 주제는 당연히 환자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려는 것에 목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안내하던 사람 둘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멈춰서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의사, 간호사, 상담원, 안내원, 수술실로 옮겨주는 간호사(남자)까지 나타나 합세해서 같이 춤을 춘다. 한꺼번에 모여든 인원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찍기도 한다.
사실 춤이나 노래는 딱히 신나거나 참신하지는 않다. 동작도 일반인들이 금방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편.(물론 마지막에 강남스타일을 춘 것은 재밌었고 사람들도 많이 환호했지만!)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함께했다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자주 만나는 그들이 아픈 환자들을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표정도 동작도 모두 다 어설플지라도 열심히 공연했다는 점이 환자들이나 보는 이들에게 다른 때에 공연들보다 훨씬 더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짧은 공연이 끝나고, 춤추던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제각기 자신의 일을 하러 돌아간다. 그리고 짧았던 시간에 공연을 본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하기도하고, 재밌었다고 하기도하며 수근 거렸다. 다행이 공연의 목적처럼, 공연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다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아픈 사람들을 위해 했던 특별하고 마음 따뜻한 공연, 세브란스 플래시몹 공연이었다.
2012/11/1 목요일 (유니버설 아트센터/오후8시 공연/혼자 감)
3.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작품설명: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40130&tab=2>
당신에게 연인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내 사랑은 이미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올 가을, 한 남자의 사랑으로 물든다. 애절한 사랑의 대명사,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2012년 10월, 더욱 깊어진 사랑과 함께 다시 찾아옵니다.
국내최초 뮤지컬 마니아를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름다운 발하임의 무도회에서 베르테르는 맑고 순수한 영혼의 롯데를 만난다.
정열적인 감성의 소유자 베르테르는 우연히 만난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밤새 설레이는 마음으로 초상화를 그린다.
불쑥 찾아와 자신에게 그림을 선물한 베르테르에게롯데는 감사의 표시로 책과 푸른 리본을 선물하고,롯데의 마음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 베르테르는 불꽃같이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하지만 롯데에게는 완벽한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는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많이 알려진 유명 작품이다. 어렸을 적 학생들이 보기 쉽게 그림과 함께 큰 글씨로 나온 책들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괴테는 당시 자신의 실연경험과 그 때 당시에 일어났던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을 엮어, 이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없던 서간체 형식을 빌린 것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아름다운 표현 등으로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공연이 많이 되어 왔고,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0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12년째라고 한다.
1부를 보면서 굉장히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20분 정도의 인터미션이 있고 그를 기점으로 1,2부가 나눠지는데 2부보다 1부는 확실히 좀 지루했었다. 사실 작품의 특성상 유쾌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신파느낌을 깔고 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소리로 느끼기에는 김다현씨의 연기도 그다지 몰입이 안 되었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는 나아졌지만, 왠지 극을 이끌어 가는 김다현씨의 베르테르보다 그보다는 비중이 조금은 적었던 알베르트가 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듯하다. 감미로운 김다현씨의 목소리와는 달리, 절제력 있고 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베르테르 역할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르카. 이 캐릭터는 어느 극에나 있는 딱 감초 그 역할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오르카가 나올 때마다 마을 주민들하고 같이 노래 부르는데, 난 개인적으로 그 부분들이 좋았다. 눈에 익은 안무이나 익숙해도 흥겹고, 저절로 리듬을 같이 타게 되는 그런 안무들, 그리고 여럿이 화음 넣어지는 부분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2013년 1월에는 일본으로까지 진출한다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국배우들이 직접 투어를 하며 하는 공연이라는데, 어떤 배우들로 구성될지 궁금하다.
2012/11/3 토요일 (롯데월드 예술극장/오후3시 공연/과 후배와 같이 감)
4.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작품설명-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13938&tab=2>
무언극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대부분의 공연은 내용에 따라 특정한 부류로 관객층이 한정되지만,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남녀노소, 직업, 직위, 국가, 종교, 이념 구분 없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객들이 모두 뜨거운 에너지와 순수한 감성을 느끼게 되는 작품.
21세기를 상징하는 작품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각부 장관, 국회의원, 문화계, 교육계, 재계, 종교계, 사회단체 등 각계의 지도자들이 대거 관람한 공연으로 7년 동안 1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감동시킨 세계 각국의 언론과 유엔의 인권위원회가 이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인정한 공연.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며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기존의 공연 방식을 따르지 않고, 공연문화의 유형을 새롭게 바꾸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작품. 단순히 공연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구성하는 각계 각층에게 성공 해법을 일깨운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의 창작 공연.
<줄거리>
발레리나 연습실 거리에 힙합광장이 조성된다.
시끄러운 음악에 방해를 받던 발레리나 소연은 거리의 춤 꾼들과 충돌하게 된다.
첫눈에 비보이 석윤에게 마음을 빼앗긴 소연은 자신의 간절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발레가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연은 프리마돈나의 꿈을 접고, 길거리 댄스가 되어 석윤과의 사랑을 이룬다.
공연하는 댄서 중에 친구가 있어서 무료로 볼 수 있었던 공연! 이미 유명해져서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정기공연이 되었으니 그만큼 인기도 많은 공연이다. 원래 처음은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고릴라 크루‘라는 팀이 먼저 시작했던 공연이었다. 최초로 비보이와 발레를 접목시켜 무언극으로 만든,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이었다.
공연이 오로지 상황에 맞는 음악으로만 진행되고, 대사가 없다보니 무언극 자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더 신선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나는 사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을 두 번째로 보지만, 제일 처음 무언극으로 봤던 공연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아닌, 후속 작품 ‘비보이 배틀 baby’를 봤었는데, 확실히 원작이 더 내용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baby도 처음 볼 때는 정말 놀랐고 신선했지만, 확실히 원작을 베꼈다는 느낌을 완벽히 벗어버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비보이와 현대무용수의 사랑이야기이다 보니.)
한가지 공연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비보이라는 메인타이틀에 갇혀서 멋진 퍼포먼스를 다양하고 많이 보여주었던 팝핀이 너무 묻히는 느낌이라(마치 전쟁터에서 싸움은 a라는 용사가 다했는데, 영웅 타이틀은 b가 받는 느낌이랄까.)많이 아쉬웠다. (팝핀 공연에서는 특히 하얀 가면을 쓰고 하는 퍼포먼스가 아주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흔하디흔한 사랑이야기를 아무도 생각해보지 못한 톡 튀는 요소로(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박’을 만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 춤만 추는 줄 알았던 댄서들이 멋진 배우로 탈바꿈하며 춤도 멋진 공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시간이 된다면 또 보러가고 싶다!
2012/11/23/금요일 (LG아트센터/저녁8시 공연/혼자 감)
5. <파슨스 댄스 컴퍼니(Parsons Dance Company)>
현대 무용팀 이라고 해도 중간에 힙합이나 팝핀 요소가 들어가서 더 신선하게 느껴졌던 공연.
시작 6분 동안 공연되는 'caught' 는 데이비드 파슨스의 안무방식중 하나인 스트로보 라이트를 사용한 대표적 작품으로, 스트로보라이트는 빛을 주기적으로 깜빡거리며 비추는 조명효과이다. 이 작품은 운동적요소가 보이는 점프와 스트로보 라이트 효과가 만나 전자음악에 맞추어 중력에 반항하듯 스테이지 위를 날아다는 솔로 댄서를 돋보이게 했다. 6분 안에 이뤄지는 이 퍼포먼스에서 솔로 댄서는 무려 100번이 넘는 점프를 한다고 한다. 28년 이상 전 세계에서 수백 번 공연된 '코트'는 평론가들에게서 "가장 위대한 이 시대의 안무 중 하나"로 평가되어진다고 한다.
특히 (조명)빛을 이용한 공연 인만큼, 움직임이 하나하나 컷으로 분할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작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긴다는 틀을 깨고 마치 캡쳐 된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공연 도입부에 이런 강한 임팩트를 넣음으로써 관객들을 긴장시키고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랑, 열정, 죽음 그리고 부활까지. 모두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예술의 테마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데이비드 파슨스의 'Remember me'에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고전적인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 라인과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이스트 빌리지 컴퍼니의 라이브 음악, 그리고 데이비드 파슨스의 오리지널 안무. 더불어 의상, 조명디자인, 비디오 프로젝션, 시각효과를 총체적으로 구성한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 '카르멘'과 '라보엠의 락버젼 같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삼각관계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스트 빌리지 오페라 컴퍼니(East Village Opera Company)
이스트 빌리지 오페라 컴퍼니는 수많은 오페라 속의 유면한 아리아들을 현대악기로 새롭게 편곡, 구성하여 재탄생 시켜온 단체로 유명하다. <Old School>이라는 앨범으로 2008년도 그래미상 클래식 크로스오버 부문 후보까지 오른 실력 있는 이 뮤지션들은 전통과 현대를 락밴드와 현악기로 절묘하게 엮어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전달한다. 지금까지 세장의 앨범을 발매한 이스트 빌리지 오페라 컴퍼니는 왕성한 월드투어를 통해 클래식의 새로운 장르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전파하였다. 공동 창립자 피터 키이스 월터는 본 그룹의 음악이 "잘난 체 하던 오페라가 위풍당당한 락을 만난, 혹은, 거만하던 락이 웅장한 오페라를 만난 케이스"라고 표현하였다.
대사 없이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가수가 직접 나와서 배경음악을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심지어 노래를 부르는 가수(남자, 여자 두 명)들 역시 극의 흐름에 따라, 배우들과 그 사이에 섞여 음악과 춤이 따로 아닌, 하나가 된 모습으로 보였다. 한 장르의 춤이 아닌, 여러 장르(재즈, 힙합, 팝핀 등)의 춤을 선보이며 동작하나하나가 굉장히 깔끔하고 유연하게 흘러갔다. 흔한 전통적인 사랑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대사가 없기 때문에 더욱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12/11/25 일요일 (LG아트센터/오후5시 공연/혼자 감)
6. 피에르 로랑 에마르
Pianist Pierre-Laurent Aimard
현대 피아노 음악의 수호자
메시앙, 리게티, 불레즈, 아이브즈 등 거장 작곡가들의 곡을 빼어나게 해석하는 현대 피아노 음악의 수호자이자 모든 시대의 음악을 두루 섭렵하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프랑스의 피에르 로랑 에마르(Pierre-Laurent Aimard)가 처음으로 한국 팬을 만난다.
일찍이 16세에 올리비에 메시앙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메시앙이 아끼는 연주자로 그의 곡을 초연하기 시작하였고, 세계 정상급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을 창단한 피에르 불레즈의 초청으로 이 앙상블의 첫 피아노 솔리스트가 되어 18년간 활동하였다. 또한 그는 작곡가 진은숙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죄르지 리게티와의 15년간의 작업을 통해 20세기 연습곡의 표본이라 할 그의 에튀드를 비롯한 피아노곡 전곡을 녹음하는 등 ‘20세기 피아노 음악 연주의 교과서’로 통하고 있다. 에마르의 레퍼토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해석으로 찬사를 받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위시하여 바흐의 ‘푸가의 기법’, 모차르트, 슈만, 브람스, 리스트. 바르토크 등 전 시대를 망라한다.
쇼팽, 슈만, 리스트, 드뷔시, 리게티의 연습곡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등 시대와 양식을 꿰뚫는 깊은 통찰력과 균형감이 돋보이는 프로그래밍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에마르의 첫 리사이틀은 많은 피아노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것이다. <출처: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32003&tab=2>
프로그램)
하인츠 홀리거 (1939- ) : "엘리스"- 3개의 녹턴 Elis: 3 Nocturnes for Piano
로베르트 슈만 (1810-1856) : 교향적 연습곡 Op.13 Symphonic Etudes (including the opus post.)
클로드 드뷔시 (1862-1918) : 6개의 프렐류드 6 Préludes from Book 2
죄르지 리게티 (1923-2006) : 6개의 연습곡 6 Etudes
게오르크 트라클 (1887-1914)의 '시집'에서 영감을 받은 문구로 각 녹턴의 제목을 삼았다는 홀리거의 엘리스는 너무 짧아서 아쉽기도 했는데 참 독특했다.
각 제목이 멋져서 적어보자면 이런 것.
엘리스, 검은 숲에서 검은 새가 부르는 것, 그것이 너의 몰락이다.
엘리스의 수정 같은 이마에 흐르는, 차게 식은땀을 밤마다 마시는 푸른 비둘기.
엘리스, 금빛 거룻배가, 외로운 하늘에 맞닿은 너의 심장을 흔드는구나.
짧지만 강한 곡으로 연주를 시작하신 피에르 로랑 에마르.
바로 이어진 슈만의 에튀드는 정말 감동이었고, 인터미션 후 이어진 드뷔시의 프렐류드, 그리고 피에르의 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리게티의 곡. 마지막으로, 앵콜 네 곡. 단호하고 객관적인 듯, 하면서도 무척 서정적이고 정말 정확한 듯 유연하고 유유하고. 피에르 로랑 에마르 피아니스트는 무엇보다 20세기 및 21세기 음악에서 보여주는 능수능란함이 돋보이는 피아니스트라는 문구가 왜 그런지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1부 슈만 심포니에튜드 때이다. 약간 처음에 울렁거린다 싶었지만 이내 새로운 해석에 신선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울렁거림이 아니라 따뜻함이라는 것을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 자꾸 떠오르는 음악에 곱씹어 보며 느낄 수 있었다.
2012/11/29 목요일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오후8시 공연/혼자)
7.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작품설명 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41865&tab=2>
살아있는 뮤지컬계의 신화, 대한민국 뮤지컬의 자존심!
셜록홈즈 “내게 사건을 줘. 나의 뇌를 깨워 줄 사건다운 사건” 송용진, 김수용, 김도현
제인 왓슨 “셜록! 이 사건은 뭔가가 있어. 특별한 뭔가가.” 김은정, 문혜원
루시 존스 “알아, 넌 바보고 난 나쁜 사람이라는 거“ 신델라, 선우
에릭 앤더슨 “너의 행복이 중요해, 그게 내 전부야” & 아담 앤더슨 “감히 니가 나한테!” 고세원, 이경수 더욱 강력해져 돌아온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 최종 업그레이드 판!
치밀한 구성! 날카로운 추리력!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완성도를 높인 매혹적인 무대!
당신의 두뇌를 자극하고, 심장을 사로잡을, 숨막히는 이야기!
새로운 캐스트로 더욱 더 강력해진 무대! 올 연말, 대한민국을 강타할 단 하나의 명작
두방의 총성, 사라진 한 여인. 진실을 파헤치는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19세기말, 런던. 끈적 끈적하고 습한공기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지는 폭우,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영국 최고의 가문 앤더슨가에서 울린 두 방의 총성. 그리고 사라진 한 여인. 보름 후, 거액의 사례금과 ‘셜록홈즈’ 사무실을 찾은 앤더슨가의 세 남자. 앤더슨가의 장자로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아담 앤더슨’ 형의 그늘에 가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남자 ‘에릭 앤더슨’ 그리고 숨겨진 욕망을 가진 두 형제의 숙부 ‘포비앤더슨’ “루시 존스를 찾아주시오!”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셜록홈즈’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앤더슨가’ 주변의 인물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알기로 가장 많이 영화화, 드라마화 된 작품이 셜록홈즈라고 알고 있는데 그 네임밸류만 봤을 때는 어딘가 외국에서 들어온 뮤지컬 이겠거니 했던 셜록홈즈 뮤지컬은 놀랍게도 창작 뮤지컬이다. 루팡과 더불어 셜록홈즈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앤더슨가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영국의 유력한 재벌가문의 장자인 아담의 약혼녀였던 루시가 크리스마스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미스테리를 담고 있다. 쌍둥이 형제인 아담과 에릭, 그리고 그룹의 회장 자리를 노린 삼촌 포비가 각자 다른 이유로 루시의 실종사건을 홈즈에게 해결요청을 하게 되고 우리 홈즈씨는 왓슨과 함께 사건을 해결 하게 되는데,
보통의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 많이 보듯이 이 뮤지컬의 초반부는 셜록홈즈의 능력이나 캐랙터를 나타내주기 위해 간단한 사건을 보여주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예 뮤지컬의 사전정보를 보고가지 않아서 초반엔 혹시 이 사건이 나중의 사건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헷갈리기도 했었다.
셜록홈즈의 뮤지컬이 좀 특이한건 대부분의 뮤지컬들에 비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보통 단선적이 형태를 지니는 다른 뮤지컬에 비해 플롯이 복잡하고 스토리텔링이 충실하다는 점이다.앤더슨가의 비밀은 미스테리 추리 장르이면서도 애절한 멜로라인도 잘 살려져 있어서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이날 공연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만석.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시나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들어오면서 사건을 알려주며 다음 후속 시리즈가 있음을 알린다(무려 잭더리퍼!)
2012/11/30 일요일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저녁5시 공연/가족과 함께 감)
8. 러브 인 뉴욕-올 댓 재즈
(Love in New York-All that Jazz)
<작품설명-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40022&tab=2>
- 2010년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작곡상, 안무상-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LOVE IN NEW YORK” [All That Jazz]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높인다. -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안무상 수상!!
안무와 연출을 맡았던 서병구가 2010년 한국 뮤지컬대상 안무상 수상하면서 “LOVE IN NEW YORK” [All That Jazz]만의 특성을 공식적으로 입증 받았다. - 200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최다 관객 동원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관객 호응도가 가장 높았던 작품
“LOVE IN NEW YORK” [All That Jazz] 더욱 업그레이드된 쇼,
화려해진 무대로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 뮤지컬 러브 인 뉴욕 [All That Jazz] 2012’ 스타일리쉬를 말하다
JAZZ에 젊음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느낌과 모습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 작품이다. 젊음과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엇인가를 위해 달려가고 그래서 상처받고 때론 좌절하지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젊음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뮤지컬 “러브 인 뉴욕”은 뉴욕과 재즈라는 스타일리쉬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러브 인 뉴욕” 을 표현하는 모든 요소들,
무대 안에서 흐르는 음악, 춤, 드라마, 감정 모든 것들은 감각적이다.
뉴욕이라는 화려함과 그 속의 어두운 단면을 JAZZ의 매력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눈과 귀와 심장을 사로잡을 것이다.
처음에 당연히 무언극이라고 생각하고 갔던 공연인데 배우가 춤과 노래를 같이해서 조금 놀랐다. 한국에도 이런 재즈댄스 공연이 있구나 생각했는데, 기대를 너무 한 탓인지 조금 실망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분명 훌륭한 공연이지만, 춤도 진부하고 스토리도 진부한편이었다. 특히 더 이상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뻔 한 스토리에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지 않았다면 더 보기 힘들었을 것 같다. 차라리 대사가 없는 무언극 형식이었다면 더 멋진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첫 시작에는 네 곳의 공간에서 따로따로 댄서들이 춤을 추며 관객들을 긴장과 설렘으로 만들었으나, 극의 중반부분에서부터 핸드폰을 하는 사람들과 중간 중간 대화하는 사람들,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는 사람들까지. 정신이 없어서 공연에 집중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만큼 공연도 따분함 속으로 가고 있었다. 사실 한명의 배우와 비치는 반투명 유리 뒤에 있는 댄서들이 마주보고 춤을 추며 마치 배우가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듯한 연출이나,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뉴욕에 있는 거리, 혹은 커다란 술집(bar)에서 보는 재즈댄스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연출은 매우 훌륭하고 색달랐지만, 아무래도 역시 대사가 첨부됨으로써 엄청나게 특별할 수 있었던 공연이 타 뮤지컬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신나는 재즈음악과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 덕분에 나처럼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은 지루하지 않게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아버지 분들은 빵빵한 스피커소리에 졸지 못해서 아주 좋았다!
2012/12/2 토요일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오후2시 공연/강사들끼리 감)
9. Guinness World Record <B-boy 500,6'>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중앙 분수광장에서 한국 비보이 500명이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비보이 500,6'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기존 세계 기네스 기록인 일본의 244명, 5분 16초를 넘어서 한국 비보이 500명이 광장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6분간의 파워풀한 군무를 통해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출처: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4856776>
사실 이 날 플래시몹이 하는지 모르다가, 당일에 같이 일하던 강사 분들과 함께 자리를 옮기다 알게 되었다. 일층부터 층마다 빼곡하게 서있는 댄서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펼치며 공연을 했고, 비보이 뿐만 아니라 팝핀 하시는 분들도 오셨는지, 팝핀도 함께 추는 정말 멋진 장관이었다.
평소 플래시몹 공연 자체를 매우 좋아하고 영상도 따로 찾아 볼 만큼 관심이 많던 나에게 이번 합정동 비보이 플래시몹 공연을 보게 된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플래시몹 공연을 많이 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지도도 별로 없는 상태여서 다른 분들은 그저 길거리 공연이라고만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기네스에 도전하는, 일본을 누르고 그것도 2배가 넘는 인원으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영화 <스텝업 4>의 한 장면인 플래시몹을 보는 기분이어서 내가 서있는 곳이 한국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을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
2012/12/7 금요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오후2시 공연/동생이랑)
10. 나쁜자석 OUR BAD MAGNET
9살에 만나고, 19살에 사랑하고, 29살에 내 인생이 되었다.
9살, 스코틀랜드 남서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거반(Girvan). 아홉 살. 프레이저와 폴, 앨런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다. 대장 역할을 하는 프레이저와 그를 숭배하고 따르는 2인자 폴. 바보인 척하며 사람을 웃기려는 뚱뚱한 아이, 앨런. 그 무리에 전학을 온 고든이 합류하게 된다. 웃지 않으며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어색한 고든을 그들은 기글스라 부르며, 무리에 끼워준다. 자신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타임캡슐에 묻으며 놀던 그들은 고든이 쓴 ‘하늘 정원’이라는 동화를 듣게 된다. 프레이저는 고든의 동화에 감동을 받고 그와 함께 폐교에 가게 된다. 고든은 그곳에서 복화술사인 아버지, 아버지의 인형인 ‘휴고’에 대해 프레이저에게 털어놓고, 프레이저는 고든의 오랜 슬픔과 분노를 마주하게 되는데...
19살, 한 동네에서 자란 열아홉 살의 프레이저, 폴, 앨런, 고든은 밴드를 결성하여 유명인이 될 꿈을 꾼다. 그러나 우울하고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든을 밴드에서 탈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앨런이 그 이야기를 고든에게 전해버린다. 담담하게 행동하던 고든은 폐교에 불을 지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폐교는 큰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에 휩싸인다. 고든의 장례식. 프레이저는 밴드에서 탈퇴하고, 세 친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29살, 십년이 흐른 후, 스물아홉의 프레이저, 폴, 앨런이 해후한다. 폴은 출판사에 근무하며 고든의 동화들을 출판해왔는데, 그 글들이 인기를 얻자 전 세계적으로 출판하려고 결심한다. 폴은 인세를 나누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려 하고, 엔지니어인 앨런 역시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한다. 세 친구의 오래간만의 만남은 그들을 과거로 데려간다. <출처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40664&tab=2>
이 연극은 영국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의 작품으로 3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작품이라고 한다. 네 소년의 아홉 살, 열아홉 살, 스물아홉 살의 성광 과정을 좇으며 그들이 공유한 비밀과 기억의 단편을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 방식이 관객으로서 썩 친절하진 않다. 무수한 속내가 내포된 극 중 대사와 배우들의 눈빛, 몸짓에서 관객은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알아채야 하는데, 연극이 마치고 나면 마치 커다란 숙제를 한 아름 껴안은 것처럼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느 숙제와 달리 ‘나쁜자석’이 관객에게 제시하는 의문은 인간의 관계와 외로움, 쓸쓸함 따위와 맞닿아 있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다. 일상을 살아가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극 중 고든이 쓴 두 편의 동화 ‘하늘정원’과 ‘나쁜자석’은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듯, 느낌을 준다. 풀어내고 눈치 채며 비로소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것 같다. 귀여웠던 어린 시절부터 방황하는 학창시절에서 선보이는 록밴드의 카리스마, 사회인이 되어 만나는 장면의 깔끔한 수트 정장까지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비주얼을 감상하는 것도 사실 꽤 즐거웠다.
연극 ‘나쁜자석’의 특별함은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극의 시작을 알리는 록밴드의 공연에서 관객은 얼핏 이 공연의 장르가 연극이었는지, 혹 뮤지컬이 아닌지 듣는이로 하여금 의심하게 된다. 강한 비트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가 배우들의 프로적인 가창력에 힘입어 무척 훌륭하기 때문이다. 각 장면에 적절히 삽입된 배경음악은 감동의 극대화를 이루기도 한다. 인간의 내면을 관통하는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한 직시, 살면서 누구나 가슴에 품음직한 무수한 의문의 시작과 끝이 연극 ‘나쁜자석’에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온 연극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