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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과 메시지 보내기가 일반화된 요즘의 스마트폰 시대에는 시들해졌지만 우리에게는 새해를 맞으면 두루미가 그려진 연하장을 주고받는 오래된 미풍양속이 있었다. 천연기념물 202호인 학(鶴)은 隺(높이 날 확)과 鳥(꼬리가 긴 새)가 결합한 형성문자로 높은 새를 뜻한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자료 제46호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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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鶴)은 뚜루루루’ 울어서 두루미(많은 새들이 그 울음소리에 따라 이름 지어지는 것은 동서양이 비슷하다)라 불린다. 학은 장수와 행운, 선비나 학자, 푸르고 맑은 선비 등을 상징하며 고귀한 새로 상찬 받아 왔다. 두루미는 또 신선이 타는 새로 고귀하고 우아한 새로 알려지기도 했다. 두루미는 잡식성이지만 오리나 청둥오리처럼 들판의 썩은 야채는 먹지 않는 고고함이 있다고 한다. 먹이를 앞에 두고도 깨끗함을 찾는 두루미의 습성은 매력 포인트의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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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은 군자의 상징이었고, 임포축학(林逋蓄鶴)이나 매처학자(梅妻鶴子)란 말(군자의 나무인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고 산다)처럼 남다른 풍류를 가진 은둔하는 선비들의 벗이었고, 무용과 미술 작품 등으로 승화되어 인기를 모았다. 동양에서도 두루미는 조류들 가운데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관복, 혼례복에 수놓아졌다. 병풍, 족자, 문과 벽, 장식품, 공예의 주요 소재로 묘사되었고 동네 이름이나 사람의 이름에도 붙여졌다. 학동, 학여울, 청학동, 송학동, 백학저수지, 학소, 학봉, 학야리 등의 지명이 전국에 많고 무학(舞鶴), 청학(靑鶴)이라는 상표나 학춤 등에서 보듯이 두루미는 우리의 역사와 생활과 깊고 넓은 관련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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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에는 배가 지난 자취를 찾기 어렵고 (滄海難尋舟去跡)/청산에는 학이 날아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靑山不見鶴飛痕). -박지원(1737~1805), 《열하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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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에서도 조정 문관의 의상, 흉배 등에 장식되었으며 많은 문화유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십장생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학을 행운과 장수의 상서로운 새로 생각하는 전통이 우리에게는 강하다. 십장생(十長生)은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사슴, 학 등 오래 사는 것으로 여겨진 10가지를 말한다. 백학(白鶴)은 천년이 지나면 푸른색의 청학(靑鶴), 다시 천년이 지나면 검은 색의 현학(玄鶴)이 된다고 우리 선조들은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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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로 더욱 유명해진 <백학>이라는 노래는 전선에 나간 병사들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것을 읊은 매우 슬픈 노래다. 인터넷의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번역 아닌 번안된 가사는 매우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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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그들은 죽어서 백학으로 변한 것 같아/그들은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네./그리고 우리를 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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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고대(鶴首苦待)는 학이 머리를 빼고 기다리는 것처럼 간절한 기다림을 표현한다. 또 종이학을 접는 마음에는 종이학의 슬픈 사연이 있다.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에는 종이학을 접는 소녀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사사키 사다코라는 어린 소녀는 원자탄의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기 전에 수 백 마리 이상의 종이학을 접었다고 한다. 1000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지금도 믿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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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학려(風聲鶴唳)는 바람소리와 학 울음소리에도 놀란다는 뜻으로 별 일 아닌 일에 겁을 먹고 놀라는 것을 말한다. 출처는 《진서(晋書)》 <부견재기(苻堅載記)>. 동진(東晋) 부견의 군대는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적의 추격병이 아닌가 하고 놀라 겁을 먹었다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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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고기가 없을지언정(可使食無肉) 집에 대나무가 없을 수 있겠느냐(不可居無竹). 세간에 어찌 양주학 얘기가 있겠느냐(世間那有揚州鶴). 소동파(1037~1101)의 <녹균헌(綠筠軒)> 일부다. 여기에 등장하는 양주학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십만관(十萬貫)의 돈을 허리에 두르고, 학의 등을 타고, 양주자사로 가면 좋겠다.” 세상에 양주학은 없다는 말도 있으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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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하기도 해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다 가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당대의 시인 백거이(772~846), 두목(803~853) 등과 교우했다는 당나라 때의 장호(생몰 시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음)는 <회남땅을 이리저리 떠돌며>라는 글에서 “한 번 인생 양주에서 끝내도 좋으리(人生只合揚州死)”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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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학창의(鶴氅衣)를 입은 제갈공명의 모습을 여러 차례 묘사하고 있다. 문무(文武)를 겸한 호한하고 높은 기상을 보여준다. 학창의는 과거 선비들이 입었던 것으로 소매가 넓고 뒷솔기가 갈라진 웃옷으로 목둘레에서부터 앞단·도련·소매 끝에 5~6cm 정도의 검정색 선을 둘렀다. 덕망 높은 학자가 연거복(燕居服)으로 입었다. 창의는 조선 후기(영조 이후)의 벼슬아치가 평상시에 입던 웃옷. 학창의는 최근에 각종 학교의 졸업식 등에서도 등장,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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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창(宕氅)은 탕건(宕巾)과 창의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음식은 나를 위해 먹지만 옷은 남을 위해 입는다는 말이 있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은 옷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성공하기 전에 성공한 사람처럼 옷을 입어라. 성공한 후(after)가 아니라 성공하기 전(before)에 옷을 잘 입어야 한다(People should start dressing for success before they’re successful not after)’는 카네기의 처세훈은 패션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친구는 오래된 친구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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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학발(鷄皮鶴髮)은 피부는 닭의 살갗처럼 거칠고 머리칼은 학의 날개처럼 희다는 뜻으로 노인(老人)을 이르는 말이다. 인간은 너무 빨리 나이가 들고, 너무 늦게 현명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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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으니, 젊은 때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경계함이 여색에 있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강하므로 경계함이 싸움에 있고, 늙어서는 혈기가 쇠하므로 경계함을 얻는 데 있다. -《논어》 <季氏(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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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삼계(君子三戒) 중에서 노욕(老慾)을 경계하는 것이 으뜸이다. 부귀(富貴)를 가볍게 여기고, 문장(文章)을 가볍게 여기고, 재색(財色)을 가볍게 여기면 처세를 잘 했다고 할 수 있다. 술과 여자, 재물, 벼슬에 대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대장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대중(1732~1809), 《청성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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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사람들이 새삼 그립다. 필자의 몇몇 오래된 벗들은 팍팍하고 험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여전히 고고하고 청아한 학처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득도한 학림(鶴林)이나 열심히 공부하는 학부(學府)에는 백학의 자세와 인품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평생을 아주 깨끗하게 늙어가는 인물들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깊은 못에서 학이 우니, 그 소리 들판에 울리네
-《시경》 <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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