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샷으로 KLPGA 무대를 달구고 있는 유소연 프로. 그녀는 묘하게 타이틀리스트 볼에 돼지 얼굴을 그려 넣는다. 지난주 제주에서 막을 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밸런타인챔피언십에서 노장 투혼을 발휘한 강욱순도 마찬가지. 볼의 숫자 옆에 십자가 두 개를 습관처럼 그린다. 강욱순의 볼 마킹은 흔들림 없는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최면을 불어넣는 의식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런 `독특한 마크` 마케팅을 내세워 홍보 대박을 터뜨렸다. 재작년 `숫자 마케팅`에 이은 대박 2부작이다. 숫자 마케팅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숫자를 내세운 것. 예컨대 PGA 스타 애덤 스콧을 위해서 타이틀리스트는 9번 볼을 특수 제작하거나 비제이 싱은 요일마다 숫자를 달리해 친다는 내용을 TV 광고에 담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세계적인 브랜드 풋조이 역시 마찬가지. 풋조이는 주문 제작형 골프화인 마이조이 골프화를 올해 선보이면서 `패션 아이콘` 이언 폴터를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폴터는 경기를 앞두고 옷을 주문 제작한다. 이때 자신이 신는 마이조이 신발 색상까지 고른다는 것. `커스텀 골프화`의 의미를 제대로 홍보로 연결해 활용한 것이다.
골프용품 업체의 `선수 마케팅`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클럽을 쓰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이 그 제품을 어떻게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지를 그대로 노출해 홍보에 활용한다. 나이키나 테일러메이드처럼 옷이나 제품에 아예 특정 선수 라인을 만드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골프의류 및 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골프는 후원 선수인 LPGA 스타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의 핑크 이미지를 활용해 캐디백 등에 핑크 색깔을 넣어 `폴라 크리머`라인의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이키골프는 소속 선수인 타이거 우즈를 제품 제작에 참여시킨 뒤 우즈의 승리 색상 `빨간색`을 부각시켜 VR(Victory Red)라인 제품군을 2009년형 신제품으로 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일본과 PGA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 `꽃남` 이시카와 료 덕에 입이 벌어진 곳은 요넥스다.
요넥스는 일본에서 `료군 마크`로 불릴 정도. 덕분에 매출은 4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대 골프용품쇼 중 하나인 도쿄골프페어 때는 이시카와의 사진 20장을 게재한 팸플릿 3000부가 순식간에 동났을 정도.
여자프로 26명과 무더기 계약을 체결한 투어스테이지는 우승 제조기 서희경 덕에 2009년형 신제품 볼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된 경우다.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이 스핀과 컨트롤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G플러스(X01 G+)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골퍼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소속 프로 26명에게 모두 이 볼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한보 테일러메이드코리아 대표는 "단순히 소속 프로가 우승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마케팅에서 능동적으로 선수를 활용하는 마케팅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며 "소속 프로들도 일체감을 더 느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