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구는 가지고 누구는 가지지 못하는가”
조직에서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권력의 정의와 방법론
17-18세기의 도덕철학자들은 ‘자기애’라는 보편적 감정에서 생겨나는, 이익을 향한 각 개인의 감정은 사회적으로 무해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권력 추구의 욕망’ 같은 감정은 유해한 것으로 보았다. 개인의 이익 추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권력 추구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 아니며, 심지어 해로운 것이라고 여기는 이런 생각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권력’이란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 일부 개인, 즉 있거나 가진 자들이 추구하는 것으로 여긴다. 개인의 행복을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라도 하면 권력은 항상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치권과 재벌가의 권력 다툼 소식은 차치하더라도 매일매일 직장에서 줄 서기 바쁘다고 한탄하는 비즈니스맨의 무수한 행보나 명절이며 기념일에 권력자들에게 날아드는 선물 같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페퍼가 편견의 대상이던 ‘권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을 하고 나섰다. 신간 『권력의 기술(원제: The Power)』을 통해서이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권력 추구를 향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권력은 더 이상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닌 ‘사느냐, 죽느냐’를 가늠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과 그를 둘러싼 조직이 존재하는 한, 조직 내 권력 싸움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권력의 본질을 인지하고, 동시에 권력 추구에 대한 욕망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정치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 높은 업무 평가를 받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어떻게 조직 내에서 권력을 거머쥘 것이며, 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낱낱이 소개한다.
인재경영의 창시자,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페퍼가 밝히는 권력자의 조건
“똑똑한 사람이 권력자가 되지는 않는다. 정상에 서는 사람의 자질에 주목하라!”
이 책 《권력의 기술》의 저자 제프리 페퍼는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로 인재 경영의 창시자이자 조직행동, 리더십, 인사관리 등 경영학의 핵심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역할모델이자 우상으로 꼽히곤 한다. 이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가 경영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놀라운 연구 성과를 내놓으며 기존 경영학 이론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당시를 풍미하던 리더십 이론에 반기를 들며 리더십의 개념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리더십과 조직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기업 조직에서의 인재 경영, 구성원의 상호 관계, 즉 권력 구조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해오고 있다. 그에게 있어 경영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조직 내에서 상호작용하는가는 제프리 페퍼 권력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이처럼 인재와 리더십, 즉 조직 내에서 권력 구조와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자에 대해 연구해온 제프리 페퍼 연구 성과의 정수만을 모아놓은 결정체이다. 이 책에서 그는 당위적으로 ‘권력’이 무엇인지, 혹은 권력을 왜 가져야 하는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권력의 법칙을 탐구하고, 관심의 초점을 ‘성공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는가?’, ‘권력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권력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맞추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제안은 상당히 구체적일 뿐 아니라 실제적이다.
- 왜 권력을 탐해야 하는가?
제프리 페퍼는 기본적으로 세상이 호락호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다. 권력을 외면하고 자세를 낮추어 그저 주어지는 것에만 만족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고, 조직 내에서 경쟁이란 피해갈 수 없는 당면과제이며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쟁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프리 페퍼는 권력을 가지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어 건강도 좋아지고 수명도 늘어날 뿐 아니라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금전적인 능력도 생기고, 명성도 높아지고,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고 말한다. 설사 현재 자신이 누리던 지위를 벗어나도 권력과 권력을 통한 지명도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유명인들이 자신을 브랜드 내세워 상품을 론칭하거나 책을 써서 인세 수익을 내는 것 등이 모두 권력의 영향력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권력은 리더십의 일부일 뿐 아니라 스스로의 발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라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권력을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실력이나 실적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제프리 페퍼는 ‘실적이 높으니까 괜찮다’거나 ‘권력에 야합하지 않아도 나 혼자 할 수 있어’, 혹은 ‘내가 똑똑하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며, 그런 생각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며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예컨대 홈데포Home Depot를 설립해 대형 주택 개량 전문회사로 키워낸 아서 블랭크와 버나드 마커스가 핸디댄에서 해고된 바 있고, 애플Apple의 공통 설립자로 지금은 신화처럼 여겨지는 스티브 잡스도 존 스컬리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애플에서 쫓겨난 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 어떻게 권력을 얻을 것인가? 제프리 페퍼가 말하는 권력자의 7가지 자질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권력을 거머쥘 수 있을까? 제프리 페퍼는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자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키를 탈 줄 몰랐더라도 배우면 탈 수 있는 것처럼 꾸준한 노력과 학습을 통해 그런 자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 연구 결과 권력자에게서 다음과 같은 7가지 핵심 자질을 발견해냈다.
·야망 - 집요할 정도로 한 가지 목표를 완수하고자 노력하는 의지.
·에너지 - 건강한 신체를 만들고, 더 열심히 일할 시간을 만드는 힘.
·초점 - 특정 분야, 직무, 스킬에 집중한다.
·자기 이해와 반성 - 자신을 체계적으로 돌아보고 학습함으로써 성장한다.
·자신감 - 자기 주장에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밀어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공감적 이해 능력 -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서로 윈윈하여 실리를 얻어낸다.
·갈등을 인정하는 능력 - 힘겨루기를 해야 할 때 이성을 잃지 않고, 위축되지 않는다.
파워 게임에서 똑똑하게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
“권력에 대한 삐딱한 시선부터 거둬라!”
제프리 페퍼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구하면서 권력이 가진 보편적 특질, 어떤 조직에서든 권력을 거머쥐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전략이 몇 가지 형태로 모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거머쥐는 기술을 찾아냈다.
그가 제시하는 지침은 이외로 단순하다. 그 처음은 앞서 밝힌 것처럼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버리는 것’ 즉 권력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핵심 자질을 습득하고, 권력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데 흔히 회계나 재정, 인사 등 조직 내의 중요 부서만을 선호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더 탁월한 경쟁자들이 많으며, 빛나는 별들 중에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다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부서, 혹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부서일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를 날카롭게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미있는 것은 ‘모난 돌이 되라’는 전략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에서는 ‘튀지 않는 것’이 미덕인 양 여겨지지만 그의 조언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무엇보다 두려워하지 말고 대담하게 접근하라고 말한다. 흔히 상사에게 무언가 부탁하거나 요구해야 할 때 망설이지 말 것을 조언한다. 부탁을 하면 상사는 부하직원이 자신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훨씬 호의적이 된다고 한다.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으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반면 무언가를 두고 경쟁하거나 싸움을 벌여야 할 때는 거침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한마디를 날리라고 말한다. 쭈뼛쭈뼛 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이 외에도 어떻게 해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장악할 것 수 있는지, 좋은 이미지와 평판을 쌀을 수 있는지, 자원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수세를 공세로 만드는 위기 대처법은 무엇인지 등을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소개해준다.
한 사람만 예를 들어보자. 한 벤처회사의 여성 CEO 이야기다. 그녀가 CEO가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제프리 페퍼가 말하는 권력으로 가는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MBA 출신인 그녀는 동료들이 공대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을 때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가지고 공대의 각 프로젝트 팀을 인터뷰해 가능성을 포착해냈다. 다면화된 인터뷰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새로운 팀에 소속된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계속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팀의 홍일점으로, 기술자가 아닌 유일한 인물이었기에 팀원들은 그녀를 무시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십분 보여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다. 시장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팀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 하지만 그녀는 맞서지 않았다. 대신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팀원들 스스로 깨우치게 만들었다. 그런 뒤에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서 마침내 투자를 받아냈다. 한편 앤은 경영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 사실은 넌지시 팀원들에게 알렸다. 그런 한편으로는 엔지니어들에게 프레젠테이션 준비, 재무계획 등을 세워보게 하였는데 자신이 능숙하게 처리해온 일을 해보게 함으로써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은 앤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팀이 회사를 설립했을 때, 결국 CEO가 되었다.
이 책에는 권력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자신을 홍보하고, 구성원들의 신임을 얻음으로써 권력을 움켜쥘 수 있었던 앤의 사례처럼 각 전략에 따라 성공을 거둔 이들이 어떻게 권력을 거머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의 실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한편 제프리 페퍼의 내공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권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그는 권력을 가진 뒤에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균형감각에서 주변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정점일 때 권좌에서 내려옴으로써 더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전 GE의 CEO인 잭 웰치가 퇴임 후 칼럼니스트, 작가, 경영학 강사로 활약하는 것, 메드트로닉의 전 CEO 빌 조지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경력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파티가 끝나기 전에 떠나라’고 말하면서 품위 있게 자리에서 물러나면 두고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외에도 절대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라는 조언을 통해서는 당신이 가진 권력을 노리는 사람들을 예의 주시할 수 있는 방법, 그리하여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제프리 페퍼는 권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보다 효율적인 유일한 방법은 실천이라는 사실을 덧붙인다. “배웠으면 실험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라. 소개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즉 권력자를 모델로 삼아라, 배운 것을 실천함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천성으로 만들라.”
이 책 『권력의 기술』은 이런 저자의 말처럼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과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지침서이다. 당신이 지금 피우지도 않는 담배연기를 맡아가며 사람들의 대화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실적 쌓기에만 연연하고 있다면 혹은 입사동기보다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도 승진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며, 가장 훌륭한 멘토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