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청 파장 野" 초유의 안보참사" 대통령실 "필요시 美 합당조치 요청"
정유선 기자입력 2023. 4. 10. 16:12
한국 정부를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의혹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2주 가량 앞두고 터진 돌발악재에 대통령실과 여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빚은 초유의 보안 사고이자 안보 참사라며 맹폭을 가했다.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논의를 비롯한 국가안보실의 대화 내용까지 소상히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일단 미 국방부와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 보안 점검과 강화를 포함해 자체 대응 방안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브리핑에서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며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들 대부분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내용들로 자료 일부가 수정·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 세력의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과정은 한미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며, 이번 사건을 과장 또는 왜곡해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초유의 안보 참사라며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동맹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상호 존중이어야 한다”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실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보도가 사실이라면 양국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을 졸속으로 이전하면서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 각종 장비에 도·감청 장치들이 묻어 들어갔을 수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거에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일부 국가는 국빈 방문도 취소한 적도 있다”며 한미정상회담 개최 재고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NSC (국가안전보장회의)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사 보안은 대통령실 이전해 올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정기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NSC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 벙커보다 오히려 여기(용산)가 더 낫다”고 반박했다.
김병주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김영배·김병기·김의겸·무소속 김홍걸·이재정·윤건영·김병주·김경협 의원.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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