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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검찰은 이 0x500ff라는 이유코드 값을 꼬투리로 해서 도대체 어떻게 ‘비정상종료의 근거’를 주장한 것일까? 이제 잘근잘근 살펴보자.
검찰이 제시 3페이지 중 2페이지, 알맹이 없는 ‘바람잡이’
검사 측은 정경심 항소심 2차 공판 법정에서 ‘기술적 근거’라며 세 개의 PPT 페이지를 꺼내들었다. (다른 여러 페이지들도 있었지만 모두 사족으로 기술적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지난 회에서도 언급했듯이, 검찰이 제시한 3개의 페이지는 각각 ①구글에서 “윈도우 이유코드 0x500ff”를 검색한 결과, ②DELL사의 커뮤니티 페이지 내용 일부, ③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문서 내용이다.
아래는 검찰의 PPT 자료 중 첫번째 페이지인 구글 검색 결과다.
검찰이 제시한 ‘기술적 근거’ 1페이지.
화면의 왼쪽 부분은 실제 검찰이 주장하려는 내용이 아니므로 오른쪽 절반 부분만 보면 된다. 검찰은 3개의 PPT 페이지에서 공통적으로 실제 근거를 담은 내용은 오른쪽 절반에만 얹어 놓았다. 뭔가 ‘짠’ 하고 보여주는 척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이 첫 페이지의 내용에는 실질적인 기술적 설명이 전혀 없다. ‘검색했더니 이런 결과들이 나왔다’일 뿐, 이 자체로서는 유의미한 내용이 전혀 아니다.
검찰이 이 페이지에서 보여준 내용은 구글 검색엔진에서 “윈도우 이유코드 0x500ff”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이다. 그리고 보다시피 검색 결과의 가장 위의 항목이 “잘못된 종료 이유 코드 - Windows Server | 마이크로소프트 문서”라는 링크다.
(이 검색 결과 첫번째 항목이 한글 페이지라는 것을 눈여겨 봐두시라. 제목만이 아니라 그 아래의 ‘내용 미리보기’ 부분도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
이렇게 검찰이 이 페이지에서 실제로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그 아래에 큼직한 타원형 글상자로 “당시 종료 이유코드 “0X500dd”는 오히려 비정상 종료를 의미”라고 써놓았다.
지난 회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서두에서도 다시 정리했듯, 이 주장은 실소가 나올 정도로 허무맹랑한 거짓이다. 이유코드 0x500ff가 나오는 로그 항목은 단순히 그 자체가 윈도우7의 버그이고, 더욱이 비정상종료가 아닌 정상종료 때 기록되는 로그다.
그런데, 도대체 검색한 페이지를 열어본 것도 아닌 검색 결과 페이지가 무슨 ‘기술적 근거’라고 올려놓았을까?
이렇게 해서 검찰이 얻을 것은 하나 뿐이다. 실제 제시하는 내용은 없지만 일단 자신들의 주장을 미리 늘어놓아 타원형 글상자를 깔아 검찰의 억지 주장을 미리 사전 주입 시킨 것이다. 검찰의 주장이 너무도 허황된 거짓말이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까지 동원해야 했다.
쉽게 말해 이 첫 페이지에 커다란 타원형 글상자를 깔고 자신들의 주장을 올려놓은 것은, 단순히 ‘바람을 잡은’ 것이다. 사기꾼 약장수가 실제 약병을 꺼내기도 전에 미리부터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불로불사의 명약!’이라 ‘설레발’을 치고 바람 잡는 것과 같다.
한편, 이어지는 두번째 페이지는 DELL사의 커뮤니티에서 캡처한 것인데, ‘전원공급장치 과열’을 운운한다. ‘이유코드 0x500ff’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과열’이 원흉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뚱딴지’ 두번째 페이지는 다음 회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첫 페이지와 그나마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세번째 페이지부터 보자.
검찰,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 ‘뽀샵질’로 조작
검찰의 PPT에서 세번째 페이지는 이번 검찰 야바위질의 백미다. 이 한 페이지에 검찰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야바위질이 대부분 망라되어 있다.
검찰이 제시한 ‘기술적 근거’ 3페이지.
이 화면 역시, 왼쪽 부분은 무시하고 오른쪽 절반 정도만이 실제 검찰이 제시한 ‘기술적 근거’다. 상단에 영문 Microsoft라는 로고가 있고, 그 옆으로 사이트 메뉴, 그리고 그 아래로 ‘Symptoms’(증상)이라는 큰 글씨가 보인다.
지난 회를 꼼꼼히 보신 분이라면, 검찰이 여기서 제시한 웹 페이지가 어디선가 본 듯할 것이다. 맞다. 필자가 ‘이유코드 0x500ff’를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제시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문서다.
그런데 내용과 의미를 떠나, 모양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필자가 보여드렸던 그 기술문서에는 상단에 ‘Symptoms’가 나오기 전에 뭔가 긴 제목이 있었고, 그 아래로 개요에 해당하는 설명이 있었고, 그 아래에서야 ‘Symptoms’가 등장했다. 그런데 검찰이 제시한 이 화면에는 그 윗부분이 다 빠졌다. 이게 뭐지?
아래는 필자가 지난 회에서 보여드렸던 해당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다.
실제 기술문서의 내용.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 캡처.
위 문서 이미지에 필자가 붉은 색으로 표시한 사각형을 잘라 조합하면 아래와 같이 검찰이 내놓은 문서 페이지와 완벽하게 똑같아진다. 한번 비교해보시라.
검찰이 제시한 ‘기술적 근거’ 3페이지는 앞서 문서 화면의 붉은색 부분을 잘라내어 조합한 것이다.
감이 오시는가. 검찰은 ‘기술적 근거’라며 기술문서를 제시하면서 원래의 내용 그대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여기저기 잘라서 붙이는 이미지 편집 작업, 소위 ‘뽀샵질’을 한 것이다.
결과물을 봤을 때 검찰의 1차적 의도는 문서의 상단 상당 부분을 삭제하고 ‘Symptoms’ 부분 이하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보는 사람이 그 위에 있던 제목 등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기 쉽다.
그래서 검찰은 원래 기술문서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와 ‘상단 사이트 메뉴’, 그리고 그 아래의 현재 위치 표시 부분(‘Docs / Troubleshoot…’) 등을 잘라서 본문의 ‘Symptoms’ 이하 부분과 짜맞췄다. 그 결과 원래 기술문서의 본문 상단 부분을 다 지워버린 사실을 직관적으로 눈치채기 어렵게 된 것이다. (도박에 비유하자면 ‘밑장빼기’를 한 셈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문서의 제목 부분이 사라졌는데, 그럼에도 그 위에 ‘기술적 권위’를 상징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제목이 없어져버린 사실을 바로 눈치채기 어렵게 됐다. 권위의 상징을 이용해 보는 사람의 인지 능력을 제한한 것이다.
원본 제목, 개요 삭제로 문서 내용을 알아채지 못하게
이처럼 검찰이 기술문서 내용을 잘라붙여 원본 문서에 조작을 한 것은 명백하고, 그러면 이번에는 검사들이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잡범 수준 뽀샵질’까지 해야 했는지를 따져보자.
검찰이 ‘뽀샵질’을 통해 없애버린 문서의 상단 부분은 ‘제목’과 ‘개요’ 부분이다. 다른 모든 기술문서와 마찬가지로 이 문서에서도 ‘제목’과 ‘개요’가 해당 문서의 내용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이다. 그걸 삭제하고도 들통나지 않으려 ‘뽀샵질’을 한 것이다.
검찰은 원본 문서에서 ‘뽀샵질’을 통해 문서 제목과 개요를 삭제했다.
검찰이 삭제한 원래의 제목은 ‘An incorrect shutdown reason code written to SEL on user initiated shutdown’이다. ‘사용자가 (시스템을) 종료했을 때 시스템 이벤트로그에 잘못된 종료 이유코드가 기록된다’는 것이다.
삭제된 개요 부분의 내용도 비슷하다.
This article provides a resolution for the issue that an incorrect shutdown reason code written to SEL on user initiated shutdown.
(이 문서에서는 사용자가 시작한 종료 시 SEL(시스템 이벤트로그)에 잘못된 종료 이유코드가 기록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설명합니다.)
기술 문제라서 금방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IT 기술 경험이 좀 있는 사람에게는 단번에 이해되는 명백한 내용이다. 즉 검찰이 꼬투리로 내세우고 있는 0x500ff라는 이유코드가 ‘잘못된 이유코드’라는 것이다. 이런 제목과 개요로부터 검찰이 주장하려는 ‘비정상 종료’와는 상관 없는 전혀 뚱딴지 같은 내용의 문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렇게 ‘비정상 종료’ 주장과는 전혀 무관한 엉뚱한 기술문서를 보여주면서, 그 실질적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제목과 개요를 숨긴 한 것이다. 이 부분들을 그대로 보여주면 자신들이 ‘야바위질’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사기극은 한두 군데를 못보게 하는 정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대로 사기를 치려면 사기 당할 사람들의 눈을 현혹해 눈앞에 있는 진실도 보지 못하게 하고 상식적인 판단력이 마비되도록 관련 사실들을 꼼꼼하게 감추거나 반대로 과장해야 하는 것이다. 검사들은 이런 사기수법의 정석을 제대로 실천했다.
없애버린 제목 대신 허위주장으로 덮고 시각적 강조
다음으로 검찰이 조작한 내용은 이 문서 영역을 절반 가까이나 차지하며 올려져 있는 큼직한 타원형 글상자의 문구다.
"Microsoft社는 비정상 종료(System Failure) 문제로 명확히 규정"
큼직한 글상자의 허위 주장이 삭제된 기술문서의 제목을 대체.
이 문구의 내용이 검찰이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전혀 황당무계한 엉터리 주장으로서, 근거라고 내세운 기술문서의 내용은 이와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거짓말이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검찰이 근거라고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의 내용은 전혀 딴 애기이고, 비정상 종료와 아무 상관도 없다. 이건 종종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수준이다.
더욱이 ‘비정상 종료’와 ‘System Failure’는 같은 의미이기는 커녕 비슷하거나 직접적으로 연관된 용어조차도 아니다. 특수부 검사들이 사용하는 번역 서비스에서는 ‘System Failure’라고 입력하고 한글로 번역하면 ‘비정상 종료’라고 나오는가?
PC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다고 무작정 ‘비정상 종료’ 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알림 메시지 정도만 보여주고 그대로 동작한다. 블루스크린이 뜨거나 하면서 비정상 종료 되는 경우가 오히려 극소수다. 이건 뭐 ‘약국에서 파는 약은 모두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는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엉터리 정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근본없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검찰은 ‘시각적 사기술’을 활용했다. 이 문구는 보다시피 이 문서의 어떤 글자보다도 더 큰 폰트로 되어 있다. 글자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문서 영역을 점령하듯 떡 하니 차지한 큼직한 원형 글상자를 올려놓고 그 안에 배치한 덕분에 이 문구가 더욱 시선을 확 잡아끈다.
당연히 검찰이 조작한 이 세번째 페이지를 보는 순간, 누구라도 다른 어떤 내용보다 이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기술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제목과 개요를 없애버린 사실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검찰의 허위 주장 문구가 문서의 제목과 개요의 역할을 사실상 대체해버린 것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당시 검사들이 얼마나 결사적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지 않는가.
‘아니야’ 주어를 확대 강조해 정반대 의미로 악용
그런데 검찰은 이런 정도로는 안심이 안되었는지, 검찰은 문서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Event 0x000500FF (System Failure)” 문구를 또 한번 크게 확대해서 화면 아래쪽에 좌우로 가득 채워 놓았다.
부인한 주어를 거꾸로 진실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강조.
여기서 “Event 0x000500FF (System Failure)” 를 강조한 것 역시 또다시 ‘사기’다. 이 기술문서에서는 이 이유코드를 ‘시스템 오류’라고 설명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반대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단순 거짓말이 아닌 ‘사기’인 이유가 있다. 이 문서에서 이 문구가 등장하는 부분은 이대로 끝이 아닌, 그 뒤로 내용이 더 이어지는 '문장'이었다.
Event 0x000500FF (System Failure) is written to the SEL (System Event Log) even if a different shutdown reason was provided by the user who initiated the shutdown.
(시스템 종료를 시킨 사용자가 다른 종료 이유를 지정해도 시스템 이벤트 로그에는 이벤트 0x000500FF(시스템 장애)가 기록됩니다)
따라서 원문의 이 문장 하나만 읽어봐도 검찰의 주장이 황당한 어거지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눈치챌 수 있다. 검찰이 꼬투리 잡으려는 ‘이유코드 0x000500FF’가 진정한 내용이 아닌 잘못 기록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잘못된 것이라고 명시한) 주어 부분만 잘라서 크게 확대해 강조함으로써,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스템 오류라고 판정한 것처럼 또다시 ‘시각적 사기’를 쳤다. ‘이거 아니야’라고 써놓은 주어 부분을 오히려 큼직하게 확대해 강조함으로써 해당 문장의 내용과 정반대로 호도한 것이다.
게다가 얼마나 간절히 강조하고 싶었으면, 검찰은 PPT 화면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 오른쪽 절반 영역에서만 조작을 하던 것을, 이 문구 하나만은 좌우로 쫙 펼쳐서 아래쪽을 가득 채웠다. 정말 필사적이지 않은가.
이 검사들은 법정에서 판사들을 상대로 버젓이 이런 야바위짓들을 벌이고도, 과연 사기꾼들을 처벌하라며 법원에 기소할 자격이 있을까?
선택적 문구 강조로 문서 의미 또 한번 호도
여기에 더해,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는 비교적 소소한 조작들도 더 있다. 화면상의 문서 내용 중 몇 군데에 박스 표시를 해서 문서의 다른 부분보다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허위 주장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들만 골라 박스 처리로 강조.
검찰이 박스 표시를 한 부분들은 ‘Reason Code: 0x500ff’ 부분, ‘Event 0x000500FF (System Failure)’ 부분, ‘Microsoft has confirmed that this is a problem’ 등이다. 즉 이 PPT 페이지를 보는 재판부의 눈에는 검찰이 제시한 위 글상자의 허위 주장이 먼저 들어온 후에, 이어서 친절하게 박스 표시를 해놓은 부분들이 눈에 띄게 된다.
이로써 마치 이 기술문서의 전반적 내용이 검찰의 허위 주장을 입증하는 내용인 것처럼 시각적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술문서의 실제 의미는 ‘이유코드 0x500ff’ 로그 항목이 기록된 자체가 윈도우의 버그’라는 것이었음에도, 검찰이 조작한 화면을 보고는 이 문서가 마치 검찰의 황당한 허위 주장을 증명하는 내용인 것처럼 속아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이전 회에서 이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의 의미를 따로 먼저 설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당 기술문서의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작은 의심이나 미련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낱낱이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배경 지식까지 모두 설명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 검찰이 조작한 화면만 본 독자들로서는 또다시 검찰의 의도에 넘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IT전문가라도 마찬가지다. 그럴 정도로 치밀하고 조목조목 조작해 놓았다.
만약 충분한 설명 없이 검찰의 화면을 먼저 봤다면, 그 이후에 실제 의미를 조목조목 설명하더라도 이미 시각적으로 현혹된 상황에서 검찰의 주장이 쉽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기만 할 것이다.
‘복잡한 실체적 진실’은 ‘명쾌한 시각적 사기술’ 앞에서 너무도 무력하다. 사람은 누구든 본능적으로 더 직관적이고 명쾌한 해석을 보고 싶어하고, 당면한 일이 지루하고 복잡해지고 이해에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래서 더 쉬운 길을 찾아 혹하기 쉽고, 이 세상에 여전히 사기가 통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사기’의 본질을 유감없이 활용했다.
한글문서 찾고는 영문 문서 제시, 형소법 위반
마지막으로, 검찰이 이 세번째 PPT 페이지에 동원한 꼼수가 하나 더 있다. 일부러 이 기술문서의 ‘영문 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살펴봤던 대로, 이 PPT 자료들의 첫 페이지에서 검찰은 구글 검색 결과를 보여줬었고, 그 결과에서 첫번째 검색 결과가 바로 지금까지 살펴본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였다. 그런데 그 검색결과는 영문 지금까지 살펴본 원본인 영문 버전이 아닌 ‘한글 버전’ 문서의 링크였다.
검찰의 PPT 중 첫 페이지에서 보여줬던 구글 검색 결과에서 첫번째 항목이 바로 해당 기술문서의 한글문서였다.
이 검색결과를 클릭하면, (당연하게도) 아래와 같은 한글 버전 문서가 나온다. 앞서 살펴본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와 완벽하게 동일한 내용인데 단지 한글로 번역된 것이다. (제목 부분 위에 있는 지구본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한글-영문 버전 문서들 사이 전환도 된다.) ☞ 사용자가 시작한 종료 시 SEL에 기록된 잘못된 종료 이유 코드
해당 마이크로소프트 문서의 한글 버전 문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문서 캡처.
이 한글 버전 문서는 기계번역 된 것이어서 번역의 질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번역이 잘못된 정도는 아니고 적어도 영문 문서보다는 보기가 편하다.
즉 검찰이 구글 검색을 통해 이 기술문서의 한글 버전을 찾아낸 사실이 검찰 스스로의 자료로 확인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굳이 다시 따로 검색을 더 해서 영문 버전 문서를 찾아낸 후 법정 제출 자료에 올린 것이다. (물론 대대적으로 조작해서.)
이것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검찰의 의도된 장난질이다.
형사소송법 제182조는 “국어 아닌 문자 또는 부호는 번역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영어 등 외국어 문서는 번역해서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번역을 하고 말고 이전에 한글 문서가 있는데도 일부러 영문 문서를 찾아 제시한 것은, 형소법 제182조를 단순히 위반한 정도가 아니라 형소법 취지를 정면으로 농락한 수준이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소설이나 에세이 등 가벼운 내용이 아닌 전문 기술문서는 영문으로 되어 있으면 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단지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 문제다.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판결문 같은 법조계 문서를 보면 ‘외계어’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검찰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기술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제목과 개요를 삭제하고, 큼직한 글상자를 얹어 눈길을 뺏고, 거기에 가장 큰 글씨로 명백한 거짓 주장을 늘어놓고, 사실이 아니라는 주어 부분을 확대해 사실인 양 왜곡하고, 문서 내용에서 엉뚱한 부분에 주목하게 만들기까지 하고도, 굳이 한글 아닌 영문 버전의 문서를 제시함으로써, 문서의 명백한 내용을 더더더욱 알아보기 힘들게 한 것이다.
영화 <기생충>보다 더 악랄하게 조작한 검찰
검찰은 2019년 9월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하고 얼마 후 영화 <기생충>처럼 위조했다고 대대적으로 언플했던 바 있다.
2019년 9월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기생충처럼 위조했다'며 대대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채널A 방송 화면 캡처.
그런데 검찰의 이런 조작질은 검찰의 <기생충> 운운보다 훨씬 더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조작질이다. 보다시피 매우 의도적으로, 또 대대적으로 조작했다.
그런데 이런 검찰의 주장은, 해당 표창장 파일이 과연 누가 만든 것이냐 문제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다. 검찰의 모든 증거를 통틀어 표창장을 만든 사람이 ‘정경심’이라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조작 및 과장된 증거들을 끌어모아 정 교수가 만든 것처럼 몰아갔을 뿐이다.
필자는 이 표창장을 만든 사람이 정 교수가 아님을 각종 증거들로 입증했고 이후 이 증거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지만, 그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생각해보자. “위조 과정이 기생충 영화와 똑같다”라며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이, 재판에서 자신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기가 막히게 조작하고 법정의 판사들을 대놓고 속였다.
논의의 기계적 형평성을 위해, 백만 번 이상 양보해 일단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치자. 이 표창장이 위조라고 하더라도, 부산대 의전원 입학 과정에서 실제 영향은 미미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반면 검사들은 앞서 살펴본 일련의 조작 행위들로 유죄 판결을 얻어냈다.
도대체 누구의 죄가 더 큰가. 정 교수인가, 검사들인가.
그런데 여기까지가 전부도 아니다. 검찰이 법정에서 PPT로 제시한 ‘기술적 근거’ 총 3페이지 중 두번째 페이지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또다른 ‘기술적 야바위질’이 펼쳐져 있다. 다음 회에서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자.
출처 : 검찰, PC '비정상종료' 근거라며 '뽀샵' 문서조작 < 조국 사태의 재구성 < 기획·연재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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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0x500ff 라는 오류코드 보다 영장없이 PC를 강제회수 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증거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 재판 관련 어느 영상에서
포렌신 기법을 활용하면 PC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을 봤는데, 포렌식 기법을 알면
수정, 삭제, 편집, 조작
역시 가능합니다. 저 자신이 포렌식 전문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포렌식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 있는 정도인데, 그런 특성을 가진 저장장치를 영장도 없이 가져갔다? 그리고는 우긴다? 한마디로
지는 암것도 몰라유!
라는 뜻입니다. 요즘 컴퓨터가 무슨 도스(DOS) 컴퓨터줄 알아... 머저리들...
PC가 네트워크 상의 한 가지가 된 것이 이미 수십 년 전인데...
모든 파일마다 해쉬값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각의 PC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떤 PC에 저장된 파일은 고유의 해쉬(HASH)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일이 변조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한 수단이지요. PC 회수하면서 쓰기방지 락(Lock)도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 검찰이 스스로 개망신을 자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하드디스크를 그냥 버리지만, 미국 군사조직이나 행정조직 또는 기업에서 하드디스크를 버릴 때는 보안등급에 따라 하드디스크를 확실히 지운 다음에 해머 같은 기계로 파손시켜 폐기합니다. 제가 알기로 그 보안등급이 7단계로 알고 있는데, 하드디스크 하나 버리겠다고 최고 보안등급으로 하드디스크를 삭제하려면, 하드디스크 연결해놓고 숱하게 반복하는 작업이 가령, 0 이라는 값으로 하드디스크 전체를 덮어씌우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요즘 하드디스크 용량 단위가 GB급도 넘어 TB급이지요? 그 어마무시 방대한 용량을 0으로 모두 채우는 과정을 반복하려면 몇날몇일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최근의 추세는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SSD로 넘어왔으므로 전기적 특징, 온도, 습도 등의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저장장치는 포렌식 기법을 알면, 포렌식 기법을 안다는 이유로 저장장치 내의 모든 기록들을 수정, 편집, 삭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국 교수와 정경심 교수 사건이 한참 언론에 도배될 때, 두 사람이 가엾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존재가 참 쪽팔리기도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