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in time 투어를 마친후 휴식으로 머리를 식힌 아이언 메이든은 에섹스에 있는 스티브
해리스의 집에 모여서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로 창작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꽤 많은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애드리안 스미스같은 경우는 특별히 브루스 디킨슨의 집에 놀러가서 그와 개
별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실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첫 싱글로 공개된 Can I play with
madness는 브루스가 자신의 집에서 피트 타운젠드의 리프를 통기타로 연주하는 것을 본 애드리안이
코드 변화를 주고 그럴듯한 멜로디 라인을 입혔는데 이에 삘받은 브루스가 즉석에서 가사를 붙힌 것
이다. 물론 이곡은 최종적으로 스티브 해리스의 손에 넘어가 그의 탁월한 어레인지로 인해 많이 바뀌
게 되긴 하지만~~ The evil that men do라든가 Moonchild같은 곡들은 브루스와 애드리안의 콤보
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처음에 이 앨범은 컨셉트 형식으로 만들려고 한 작품은 아니었다고 한다.
Orson Scott Card의 소설 Seventh Son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타이틀곡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을 만들면서 조금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The Prophecy, The Clairvoyant까지
확장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앨범 전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만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Can I play with madness??같은 경우는 상업적인 성공(제2의 Run to the hills를
꿈꾸며)을 위하여 만들어진 곡으로 seventh son의 스토리와 그리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은 아니지만
약간의 배열을 조정함으로 컨셉트 앨범의 조각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변신했다.
Moonchild 역시 알레이스터 크라울리의 동명소설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원래는
seventh son과 그리 큰 연관이 있는 곡이 아니었지만 가사의 일부를 수정함으로 자연스럽게 앨범의
스토리를 여는 서장으로 변모시켰다. 앨범을 녹음할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니코 멕브레인의 드러밍
이었다고 한다. 이 앨범에서 아이언 메이든이 중점을 준 것은 드라마틱하면서도 투명하고 명쾌한 사운
드였는데 니코 멕브레인은 녹음 내내 특유의 미친듯한 해머질을 연발해 멤버들과 프로듀서 마틴 버치
로부터 개쿠사리를 먹었다고 한다. Infinite Dreams같은 곡을 연주할때 멤버들은 니코에게 특별히
부드럽게 연주하라고 간청했다고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이 시점에서 메이든이 헤비메탈 맹공주의에서
탈피하여 보다 진보적이고 다양한 요소를 수렴하려 노력했던것 같다.
또한 세간에 알려진 것 과는 달리 아이언 메이든은 이 앨범에서 기타와 베이스 신서사이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이 신서사이저 기타를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보다 선명한 키보드의 음을 얻기 위해서라
고 한다. 물론 아이언 메이든은 정식 키보드 주자를 기용하진 않았으며 심지어 세션도 부르지 않았다.
앨범에서 사용되는 키보드 연주는 애드리안 스미스와 스티브 해리스에 의해 녹음되었다.
아이언 메이든은 이 앨범에서 전통적인 헤비메틀 밴드 답지 않게 성가대 합창단 음원을 샘플링하여
코러스로 사용하기도 했다. B면에 수록된 곡들을 들어보면 이런 샘플링 음원을 빈번히 들을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 시점에 아이언 메이든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파워'라기 보다는 '드라마틱'이었
던것 같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수 있는데 멤버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강공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보다 다양한 음악적 성취감을 맛보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고, 당시 부인과 이혼하고
단칸방(단칸방은 아니지만 락커치곤 꽤나 초라한 집에서 기거했던)에서 외롭게 지냈던 브루스 디킨슨
의 다운된 가창력(부인의 내조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본앨범에서 브루스의 보컬은 어딘가 모르게 매가
리가 없다 - ㅜ 물론 곡에 맞게 멋지게 부르긴 하지만.....)에 맞추어 사운드를 전반적으로 약화시킨 것
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작인 Somewhere in time에서 단 한 곡도 참여하지 못했던 브루스는 인터뷰
를 통해 당시 심기가 많이 불편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실제로 그 시기에 브루스는 많은 곡들의 가사를
썼으며 직접 노래를 만든 곡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단 한 곡도 관철되지 않자 아주 많이 언짢
았다고 고백했다. 스티브의 말에 의하면 당시 브루스가 만들었던 곡들은 다음 앨범에서 사용되기로 했
다고 하지만 정작 본작에서 썸웨어 시절 브루스가 만들었던 곡들은 사용되고 있지 않다.
브루스 입장에선 상당히 언짢을만한 문제이긴 하나 브루스는 스티브와의 갈등을 현명하게 풀었다고
한다. 어떻게 풀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시사하고 있지 않지만 세븐쓰 손 앨범에 수록된 브루스의 보컬을
들어보면 대략 어떻게 화해했는지 상상이 간다.
헤비메탈 밴드에 속한 보컬리스트 입장에서 라우드한 소리를 뽑아내지 못하면 멤버들에 대한 발언권
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당시 브루스는 부인과 이혼하여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인데다 혼자 살면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던 시절이기에 당근 이전처럼 크고 강한 목소리를 쉽게 뽑아내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브루스는 프로중의 프로이니까 자신의 현재 성량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보컬을 표출했겠지만
레코딩 과정에서 결코 멤버들에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정리를 해보자면 브루스의 약화된 성량이 오히려 밴드의 위기를 막아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인데, 이런 걸 보면 아이언 메이든이 확실히 현명하고 큰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브루스와 스티브의 사이가 이런 식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무렵 다른 곳에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
하고 있었다. 당시 애드리안은 솔로 앨범을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었는데 다른 멤버들은 그가
메이든을 탈퇴하여 솔로 활동을 계획할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듯 싶다.
88년 당시 브루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애드리안이 솔로 앨범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
만 그는 결코 아이언 메이든을 떠나서 솔로 아티스트의 길을 걷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는데~~
말이 씨가 된다구 결국 애드리안은 메이든을 탈퇴하여 자신만의 밴드 ASAP를 결성하게된다.
1988년 4월 11일 공개된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은 아이언 메이든의 7번째 앨범으로
클래식 라인업(브루스 디킨슨, 애드리안 스미스, 데이브 머레이, 스티브 해리스, 니코 멕브레인)의
마지막 앨범이자 그들 최초의 컨셉트 앨범으로 여러가지 의미를 띠고 있는 작품이다.
앨범은 영국 차트 넘버 원을 기록하고 전세계적으로 많이 팔려나가긴 했지만 미국에서는 골드에 그치
고 말았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이 앨범 역시 미국에서도 백만장 넘게 팔려나가긴 했지만~~
전작에 비해 확실히 판매고가 부진한건 사실이다.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게 된다
Moonchild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탄생에 관하여 다룬 내용으로 달의 정기를 받으며
신비스러운 예지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탄생 과정을 그렸으며
악마가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영혼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또한 묘사했다
Infinite Dreams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성장하면서 무서운 꿈을 꾸게 되고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Can I Play With Madness?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보는데
그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알 게 된다
The Evil That Men Do - 초장에 언급된 악마가 다시 등장해서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영혼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노래한다
악마는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예지능력을 악하게 사용하고 싶어한다
Seventh Son Of A Seventh Son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드디어 그의 힘을 발견하고
그 힘이 나날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는 그 힘들을 어떻게 조율해야할지 커다란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The Prophecy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그의 예지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그의 마을에 재앙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알 게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 재앙의 위험에
대하여 경고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The Clairvoyant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그의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며 한 가지 의
문에 봉착한다
그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알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창조주를 만나고 싶어하며 그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인가요??
Only the Good Die Young -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
게 되고
자신이 해야 할 일 또한 인지하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데 그 임무란 다름 아닌 세계의 종말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아이언 메이든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지 않다.
단지 대략적인 스토리만 언급했을뿐 정확한 이야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엄밀히 분석하자면 처음부터 스토리 라인을 명징스럽게 정하고 만든 게 아니라
하나의 곡에서 주제가 도출되어 기존의 곡들의 내용을 변화시킨 것으로부터 발생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조금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 앨범을 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의미로 해석할수도 있는 것 같다.
그건 니가 아이언 메이든 개빠도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니냐구 태클을 걸면 할 말이
없기도 한데 ㅋㅋ
이 앨범은 열린 내용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리스너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같은 경우는 이 앨범의 주제를 순환 내지 윤회로 생각하고 있다.
단순한 종말이나 악마주의가 아니라 순환으로 해석하는 이유는 바로 7 이라는 숫자에 있다.
서양인들은 7이라는 숫자를 순환,반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나의 친구인 John (뉴욕에서 헤비메틀 DJ 하는 녀석)의 말에 의하자면 아이언 메이든이 이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기 보다는 어떠한 운명에 의해 살아가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시 태어나서 또다른 운명을 맞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즉 순환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그 말이다.
이것은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맨 마지막 곡인 온리 더 굿 다이 영 후반부가 존의 주장을 뒷받
침하고 있다.
온리 더 굿 다이 영 후반부에 교묘하게 연결되는 문 차일드의 인트로는 인생의 끝과 시작이 동일함을 의
미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브루스 디킨슨은 자조하듯 시니컬한 웃음을 흘리는데 이것이 어떤 키가 아닐
까 생각된다.
근데 아쉽게도 Snake로부터 선사받은 음반에는 이 부분이 삭제되어있다.
같은 엘피여도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앨범에는 이 부분이 확실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엘피에는 해설지가 없는데 반해 snake버전에는 88년
의 해설지가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담겨 있다.
그나저나 오늘 흥미로운 사실 또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B면 두번째로 수록된 The prophecy라는 곡 자세히 들어보니까 Fade out으로 끝나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Somewhere in time 앨범에 수록되었던 Stranger in a strange land만 페이드 아웃
으로 끝나는줄 알았는데 이거 자세히 들어보니 페이드 아웃으로 끝나는 곡들도 몇 개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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