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강에 뜬 달 서강월(西江月), 인생무상과 남녀의 애정을 노래하다. 2편>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앞글에 이어--
3) 서강월[西江月 중양절(重九)] / 소식(蘇軾 1037~1101)
點點樓頭細雨 누각 밖에는 방울방울 가랑비 흩날리고
重重江外平湖 강 건너 호수에는 안개비가 가득하네.
當年戲馬會東徐 그때는 서주(徐州, 東徐)의 희마대(戲馬臺)에서 모였는데
今日淒涼南浦 오늘은 홀로 남포(南浦)에서 처량하게 지내네.
/莫恨黃花未吐 국화꽃이 덜 피었다 한탄하지 말라
且教紅粉相扶 잠시 가인(歌人)에게 연지와 분을 부축시킴만 못하네.
酒闌不必看茱萸 술판이 끝난 후 수유(茱萸)를 볼 필요는 없다네.
俯仰人間今古 인간 세상 지금이 옛날 되기는 순식간일 뿐이니.
[주1] 중구(重九) :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9일의 명절로서, 액운을 막기 위하여 주머니에 수유를 넣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있다. 9월9일은 9가 겹치므로‘重九’라고 하는데, 九가 양(陽)의 수(數)이므로‘重陽(중양)’이라고 한 것이다.
[주2] 서하루(栖霞樓) : 송나라 때 황주의 4대 명루 중의 하나로 적벽 위에 지은 누대를 말한다.
[주3] 희마(戲馬) : 희마대(戲馬臺). 서주(徐州) 호부산(户部山) 정상에 있다.
[주4] 수유(茱萸) : 운향과(芸香科)의 낙엽 교목, 그 열매. 중양절(重陽節, 음력9월9일)에 높은 산에 올라 이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악귀(惡鬼)를 쫓는다 함. <풍토기(風土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9월9일에 수유(茱萸)를 차고 쑥떡을 먹으며 국화주를 마시니 사람을 장수하게 한다.[九月九日 佩茱萸 食蓬餌 飮菊花酒 令人長壽]”라 하였다. 장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는 뜻(不必看茱萸)
[주5] 부앙(俯仰) : 아래를 굽어봄과 위를 쳐다봄. 고개를 한 번 숙였다 드는 짧은 시간.
● 다음 ‘元’ 운의 악부사(樂府詞) <서강월(西江月) 망월대(望月臺)>은 조선말기 학자 녹리(甪里) 고성겸(高聖謙 1810~1886)의 쌍조(雙調) 50자 사(詞)이다. 달을 구경하는 대(臺) 망월대(望月臺)에 올라 멀리 바라보니 때마침 항혼이 깃드는 푸른 서쪽 강에 밝은 달이 떠 있다. 버들 숲 너머 하천에는 돛단배가 돌아오고 숲 가의 외딴 마을엔 밥짓는 연기가 걷히니 맑은 가을밤에 사람들이 모여 둥글고 밝은 보름달을 구경한다.
4) 서강월[西江月] 망월대(望月臺) / 고성겸(高聖謙 1810~1886)
石逕穿雲通屐 뚫은 돌길엔 구름이 나막신까지 잇닿았고
檜陰移日臨門 회나무 그늘을 따라가니 태양이 문 앞에 이르렀네.
荒臺客去自黃昏 황폐한 대에 객이 떠나가니 황혼이 깃드는데
秪有蒼江明月 때마침 푸른 강에 밝은 달만 떠 있네.
/柳外川晴歸帆 맑게 갠 버들 숲 너머 하천에는 돛단배가 돌아오고
林端烟盡孤村 숲 가의 외딴 마을엔 밥 짓는 연기가 걷혔네.
秋宵如水定人喧 물처럼 맑은 가을밤에 사람들 모여 떠들썩한데
唐突雙淸誰喝 당돌하게도 누가 맑은 달에 견주어 말했더냐.
[주1] 망월대(望月臺) : 중국 유사(遺事)에 “현종(玄宗)이 8월 15일 밤에 귀비와 함께 태액지(太液池)에 나와 난간을 기대고 달을 구경하다가 달이 제대로 보이지 않자 내심 불쾌하게 여겼다. 이에 측근에게 ‘태액지 서편 언덕에 백 척 높이의 대(臺)를 따로 만들어, 명년에 내가 귀비와 함께 달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라.’ 명하였다. 그러나 안녹산의 병란을 겪은 뒤로는 다시 설치하지 않고 그 빈터만 남아 있다.”하였다. 우리나라 만월대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 있었던 고려왕조의 법궁(法宮) 터를 부르는 말이다. 원래 태조 왕건이 태어난 집터 자리로 고려 태조 2년(919)에 창건되었다. 만월대는 원래 궁궐 터를 의미하지만 현대에는 궁궐 자체를 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주2] 회음(檜陰) : 전(회)나무 그늘. 회음(會陰). 회계(會稽)의 산음(山陰) 유학(儒學)의 전통.
● 다음 ‘麻’와 ‘禡’를 통운한 악부사(樂府詞) <서강월(西江月) 어부(漁父)>는 조선후기 학자 백하(白下) 황반로(黃磻老 1766~1840)의 쌍조(雙調) 50자 사(詞)이다. 채색배 띄워 유랑하는데 갈매기 모래밭에서 평온하고 붉은 여귀와 갈대꽃이 아래 위로 흩날린다. 마침 어부(漁父)가 홀로 낚시하며 비단 같은 달을 보며 몇 마디 어부가를 부른다.
5) 서강월[西江月] 어부(漁父) / 황반로(黃磻老 1766~1840)
汎鷁隨流移浦 채색배 띄워 곧바로 포구로 유랑하는데
輕鷗澹夢凝沙 경쾌한 갈매기는 모래에 엉겨 꿈꾸듯 평온하네.
靑蓑綠篛雨飛斜 참깻잎은 푸르고 대숲엔 비낀 비에 요란하고
紅蓼蘆花上下 붉은 여귀와 갈대꽃이 아래 위로 흩날리네.
/獨釣爭如伴釣 홀로 낚시하는 어부는 다투듯 낚시와 짝이 된 듯,
有家輸似無家 마치 집사람이 없는 사람처럼 집으로 실어 보내네.
數聲欸乃月如紗 비단 같은 달을 보며 몇 마디 어부가를 부르니
浮宅去輕來乍 떠났던 댁의 남편이 유쾌하게 곧 돌아오리다.
[주] 애내(欸乃) : 어기여차, 어부가 노를 젓거나 고기를 잡으며 부르는 노랫소리
● 다음 ‘微’와 ‘尾’를 통운한 악부사(樂府詞) <서강월(西江月) 늦봄(暮春)>은 조선중기 문신 이재(頤齋) 조우인(曺友仁 1561~1625)의 쌍조(雙調) 50자 사(詞)이다. 늦봄(暮春)에 밤새 비바람 불더니 꽃 지고 새가 운다. 섬돌 작약보다 길가 장미를 찾아 보자. 봄날이 간다고 슬퍼하지 말자. 청춘도 즐거움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6) 서강월[西江月] 늦봄(暮春) / 조우인(曺友仁 1561~1625)
昨夜顚風急雨 어젯밤 소나기 쏟아지고 세찬 바람 불더니
今朝綠暗紅稀 신록 짙어지고 꽃 떨어져 듬성하네.
透簾香霧濕霏霏 주렴을 궤뚫은 향기로운 안개가 펄펄 날려 축축한데
萑葉漸舒鸞尾 무성한 풀숲에는 서서히 난새 꼬리를 펼치네.
/莫戀翻階芍藥 섬돌에 나부끼는 작약꽃 좋아하지 말고
徑尋滿架薔薇 길에서 줄기 뻗어 한껏 자란 장미를 찾으시게.
直須終日醉扶歸 모름지기 곧바로 취한 몸 붙들고 돌아오는데
百歲歡娛能幾 백세 동안 기쁘게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꼬.
● 다음 ‘庚’과 ‘敬’ 운의 잡체시(雜體詩) <서강월(西江月) 만흥(漫興)>은 조선중기 문신 양서(瀼西) 이광윤(李光胤 1564~1637)의 쌍조(雙調) 50자 사(詞)이다. 이 악부사(樂府詞)는 해가 길어진 늦봄에 시인이 저절로 흥취가 일어나 지은 글이다. 언덕과 골짜기가 다투듯 늘어선 도성에는 낮 바람이 불고 그윽한 풀이 숲 그늘에서 서로를 비춘다. 제비는 쏜살같이 날아가고 꾀꼬리 울음소리 정겹다. 나들이 다녀온 객이 시구(詩句)를 평하는데 모두 낮술에 취해 귀머거리 같다고 적고 있다.
7) 서강월[西江月] 만흥(漫興) / 이광윤(李光胤 1564~1637)
紫陌爭如邱壑 도성의 길에는 언덕과 골짜기가 다투듯 늘어서 있고
朱門不及巖扃 주문(朱門)은 암경(巖扃)에는 이르진 못한다네.
日長庭院午風淸 해 긴 정원에 낮 바람이 맑은데
幽草綠陰交映 그윽한 풀이 숲 그늘에서 서로를 비춘다.
/掠過誰家飛燕 제비가 확 빠르게 지나가는 저 뉘 집이더냐?
綿蠻是處啼鶯 지저귀는 새소리 이야말로 꾀꼬리 울음인데
客來詩句要相評 객이 돌아와 시구(詩句)를 요약하여 평하네.
醉裏都迷聲病 술에 취한 동안 모두가 귀머거리인 듯 미혹하네.
[주1] 주문(朱門) : 붉은 문. 지위가 높은 벼슬아치의 집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
[주2] 암경(巖扃) : 자연적으로 된 바위 문. 전하여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말한다.
[주3] 오풍(午風) : 낮 바람. 뱃사람들의 은어(隱語)로, ‘남풍(南風)’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