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악부잡체(樂府雜體) ‘원별리(遠別離)‘. 1편>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머나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원별리(遠別離)>는 잡곡가사(雜曲歌辭) 중의 하나인데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의 잡스러운 곡조의 가사(歌辭) 문학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당나라 이백(李白)과 장적(張籍) 등의 작품이 있는데 대부분 기약 없는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다.
원별리(遠別離)는 초사(楚辭)와 고시(古詩) 중의 이별을 노래한 내용을 본떠 만든 노래로 남북조시대에 ‘기나긴 이별’ 〈장별리(長別離)〉와 ‘생이별’ 〈생별리(生別離)〉가 있었다.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당(唐)시인 이백(李白 701~762)의 ‘머나먼 이별’ 〈원별리(遠別離)〉는 이를 다시 개편하여 새롭게 만든 노래로서, 잡곡가사(雜曲歌辭)에 속한다. 이 작품은 당(唐) 은번(殷璠)이 714년에서 753년 사이에 지어진 시가를 모아 엮은 《하악영령집(河岳英靈集)》에 실려 있어, 753년 이전에 지어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때론 원별리(遠別離)를 악부잡체(樂府雜體)라고도 하는데 악부잡체는 악부 가운데 가(歌), 행(行), 곡(曲), 음(吟), 사(詞), 요(謠), 편(篇), 인(引), 원(怨), 탄(歎) 등의 명제(命題)로 분류할 수 없는 작품들을 묶어 놓은 항목을 일컫는 말이다.
○ 한편 다른 시체와 다른 「원별리(遠別離)」만의 특징이 있다면, 먼저 2언(三言) 3언(三言) 5언(五言) 6언(三言) 7언(七言) 등등 각기 구(句)마다 글자 수의 제한 이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또한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점이다. 그리고 이별 중에는 ‘머나먼 이별’ 원별리(遠別離)와 ‘죽어서 이별’ 사별리(死別離)가 가장 괴롭다고 한다. 게다가 주제가 이별(別離)이다 보니 장단이 일정치 않고 불길함과 애틋함,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를 형용한다. ‘군역을 위해 먼 변방으로 떠난 임이 몇 년이 지나도 소식조차 없다거나, 상수(湘水) 가에서 순임금을 따라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슬피 울다가 죽었다는 전설, 촉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의 넋인 두견새가 한을 품고 밤마다 이산 저산을 옮겨 다니며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운다.’는 등의 전설을 인용하여, 그 내용에다가 시인 자신을 빗대어 그려 놓았다.
◉ 이에 이번 지면을 빌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악부(樂府)체 잡곡가사(雜曲歌辭) ‘머나먼 이별’ <원별리(遠別離)>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조선 초기 학자이자 대표적인 문장가였던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과 더불어 두보와 함께 중국 최고의 고전시인이자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청련거사(靑蓮居士) 이백(李白 701~762), 그리고 조선중기 문신⋅의병장이었던 감호(鑑湖) 여대로(呂大老 1552~1619)의 악부잡체(樂府雜體) <원별리(遠別離)>를 차례대로 소개하겠다.
● 다음 ‘支’ 압운(押韻)의 <원별리(遠別離)>는 조선 초기 학자이자 대표적인 문장가였던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의 작품이다. 그는 문장과 음악에 능통했던 인물로, 차를 즐겼던 풍류객이었고 그의 작품세계는 매우 다양하여 형식적 측면에 있어서 고시·율시·악부·사부 등의 양식을 고루 창작했다. 그럼 글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별에는 머나먼 이별과 가까운 이별이 있고 또 살아서 이별과 죽어 이별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괴롭고 슬픈 일이다. 살아서 이별하면 혹여 재회라도 기약하나 죽어서 이별하면 그만인지라 기억조차 못한다. 어떤 경우라도 헤어지면 가슴 속에 그리움이 다할 날이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이별과 사별이 가장 괴로운 이별이다.’
1) 원별리[遠別離] / 성현(成俔 1439~1504)
遠別離 머나먼 이별
近別離 가까운 이별
遠別情酸近別悲 괴롭고도 슬픈 것이 이별하는 마음이지
生別離 살아서 이별
死別離 죽어서 이별
生別猶可期 살아서 이별하면 재회라도 기약하나
死別不相知 죽어서 이별하면 기억조차 못하는 것.
世間離別多路岐 세상에는 이별이 참으로 많지마는
臨岐各抱長相思 헤어지면 가슴속에 그리움을 품게 되니
長相思 가슴속의 그리움
思不盡 다할 날이 없다네.
生者近者可見之 살아 있고 가까우면 볼 수라도 있겠지만
死者已矣不可追 죽은 자는 그만이라 쫓아갈 수 없으니
人情所苦莫如遠別離與死別離 머나먼 이별과 사별보다 괴로운 것이 없으리라
● 다음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악부(樂府)체 잡곡가사(雜曲歌辭) <머나먼 이별(遠別離)>은 두보와 함께 중국 최고의 고전시인이자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청련거사(靑蓮居士) 이백(李白 701~762)의 작품이다. 그 옛날 아롱무늬 대나무 소상반죽(瀟湘斑竹)의 전설을 소재로 삼아 ‘죽어서 이별(死別離)’을 묘사한 걸작이다.
본디 이백(李白)의 <원별리(遠別離)>는 이백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장안을 떠난 후, 권신(權臣)들의 득세로 조정의 기강이 어지러워지고, 변방 또한 소란스러워져 안사의 난으로 치닫기만 하는 위태로운 정국을 우려한 753년 즈음에 지어진 노래이다. 이 잡곡가사(雜曲歌辭)는 장단이 일정치 않고 자유로운 구법과 불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형용한다. 자신의 우국지심을 순임금에 대한 왕후의 사랑에 비기면서 신화 전설과 개인적 체험, 역사적 사실과 당대 정치 현실과 같은 요소들을 천의무봉(天衣無縫)하게 엮은 솜씨는 작가 굴원(屈原)을 능가할 만하다 평가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창오산(蒼梧山, 구의산)에서 순(舜)임금이 죽자, 달려간 상수(湘水)가에서 순임금을 따라 두 왕후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슬피 울다가 죽었는데 그 눈물이 대나무에 얼룩으로 번져 얼룩대 즉, 소상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고 한다. 이 얼룩대가 남편을 따라 죽은 아황과 여영의 절개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글의 시적 여성화자는 대나무의 얼룩이 사라지려면 창오산이 무너지고 소상강이 끊어져야 하듯이, 아무리 기약 없는 ‘머나먼 이별(遠別離)’이라 할지라도 임과의 영원한 사랑과 절개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2) 머나먼 이별[遠別離] / 당(唐)시인 이백(李白 701~762)
古有皇英之二女 옛날에 아황(娥皇)과 여영(女英), 두 여자가 있었으니
乃在洞庭之南 바로 동정호의 남쪽에
瀟湘之浦 소상강의 포구에서 순임금과 헤어졌지.
海水直下萬里深 동정호의 물 깊이 만 리나 깊은데
誰人不言此離苦 누가 이 이별 괴롭다 말하지 않으랴.
日慘慘兮雲冥冥 해는 어둑어둑 구름은 어둑침침,
猩猩啼烟兮鬼嘯雨 성성이는 안개 속에서 울고, 도깨비는 빗속에서 휘파람 불지.
我縱言之將何補 내가 가령 말해본들 어떤 보탬이겠는가.
皇穹竊恐不照余之忠誠 하늘이 나의 충성스런 진심 밝히지 못할까 두렵고
雷憑憑兮欲吼怒 우레는 쿵쾅거려 노함을 포효하려 하네.
堯舜當之亦禪禹 요순(堯舜)은 응당 또한 우(禹)에게 선양하니
君失臣兮龍爲魚 임금이 신하를 잃으면 용이 물고기 됨과 같고
權歸臣兮鼠變虎 권세가 신하에게 돌아가면 임금은 범이 쥐 되듯 한다.
或云 혹자가 말하길
堯幽囚 요(堯)임금은 그윽한 곳에 갇혔고
舜野死 순(舜)임금은 들에서 죽었다 하네.
九疑聯綿皆相似 구의봉(九疑峰)이 연이어져 서로 비슷비슷
重瞳孤墳竟何是 겹눈동자(순임금)의 외로운 무덤은 마침내 어디더냐?
帝子泣兮綠雲間 푸른 구름 사이에서 두 여인이 우네.
隨風波兮去無還 바람 물결 따라 가서 돌아오질 않으니
慟哭兮遠望 통곡하면서, 멀리 바라보며
見蒼梧之深山 창오(蒼梧)의 심산유곡을 바라보네.
蒼梧山崩湘水絶 창오산 무너지고 소상강 끊어져야만
竹上之淚乃可滅 대나무 위의 눈물 사라지리라.
--이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