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 문 스완 싱즈/Moon Swan Sings - [제2화下]

[제이에스]

<목차>

제1화. 사막의 달은 밝나요? / Beginning From The End
제2화. 나의 체, 그녀의 책 (上,下) / Love Without Words
제3화. 컴플렉스 러버 / The Moon Swan
제4화. 책고르는 방법 / Che, Again.
제5화. Interlude #1 : 비오던 날
제6화. 소년의 놀이 / The Unwanted Phonecall
제7화. 시에라마에스트라 프로젝트 / Sierra Maestra Prjt.
제8화. Interlude #2 : 파편 속의 세 사람
제9화. 괴벨스는 죽지 않는다 / Say Hello To Hitler's Pal
제10화. 흑백조의 날갯짓 (上,下) / The Black Swan In Revenge
제11화. 괴벨스의 미소 / The Crimson Smile
제12화. Interlude #3 : Ring Ring
제13화. 기억의 무덤들 / The Thousands Fragments of Myself
최종화. 월백조의 노래 / The Moon Swan Sings
제15화. 에픽로그 / The Epic-logue 

>Open The Book

 

    5.

   D-1일. 결전의 날이 다음날로 다가오자 도서관은 더이상 쉬러 오는 곳이 되지 못했다. 그 뒤로 딱히

이유는 없지만 구석자리라는 점 때문에 2번 자리에 한달 내내 줄곧 앉았었고 '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열심인' 그녀도 죽 1번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다.

   그간 열람실 외의 장소에서 마주친 적은 사물함 앞의 사람들 때문에 비좁아져버린 복도에서밖에 없었고

(내가 먼저 비켜섰고 그녀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가 버렸었다.) 난 늘 그녀의 공부에 열중한

모습밖에 볼 기회가 없었다. 그 덕분에 나에게도 어설프게나마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내심 항상 그렇게 강한 모습의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아주길 바랬었다.

   그런데 그날 부로 내 환상이 깨져버린 것이었다.

   그 날 점심에도 나는 싸온 도시락을 도서관 뒤 공원 벤치에 앉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닭튀김에 열중하고

있던 와중에 맞은편 벤치에 누군가가 털썩 주저 앉았고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보곤 깜짝 놀라 먹고 있던 걸

추하게 내뱉을 뻔 했다. 바로 내 옆자리의 여자애였던 것이다.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된 그녀의 모습은 한마디로 '볼품없었다.' 나 자신이 스스로의 외모에 컴플펙스가

있음에도 그녀의 첫 인상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덴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깔끔함과는 동떨어져보이는 얼굴을 대부분 가려버리는 긴 머리카락과 아무렇게나 입은 추리닝 바지.

게다가 어떤 옷을 함께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칙칙한 진녹색 셔츠. 그리고 아직 여드름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얼굴로 세상 모든 것들에게 버림받은 듯한 황망한 표정으로 머구름이 드문드문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소름돋게 한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보통의 고등학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여야 정상인 그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다.

   그 찰나의 순간 '변속기어'가 등에 달려있는 듯 기계적으로 바뀌어버린 반 아이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이크-' 갑자기 그녀가 일어서자 나는 화들짝 놀라 보온병을 들고 녹차를 먹고 있던 척 했다. 하지만 너무나

뜨거웠던 나머지 순간 입 안이 뜨거웠고 두 눈엔 약간의 눈물마저 맺혀버린 바보같은 모습을 연출해보이고

말았다. 눈을 부벼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었을땐 공원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질질 끄는 그 발걸음 속에서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족쇄들을 발견한 것 같아 섬뜩해다.

   6.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사각사각거리는 연필소리만을 내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방금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다시금 결의에 찬 표정을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뻔히 속임수가 드러나보이는 마술을 하고있는 마술사를 지켜보는 마냥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조용히 자리에 앉아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있던 중 문득 책상 구석에 놓여있는 감색 포장지의 초코바가

눈에 들어왔다. 중간중간 배고플때 먹으려고 사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비참한 표정으로 하늘만 올려다

보며 꽁꼼 숨겨오던 치부를 드러낸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  얼떨결에 초코바를 받아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즉흥적인 성격 덕에- 더 당황한 쪽은

나였다. 입만 뻐끔거리던 나는 내 열람실 좌석표에 '힘내세요'라고 성급하게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고는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참고서를 풀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내가 미쳤지'만

수백번을 중얼거린 것 같았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다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남에게 값싼 동정을 베풀었다는 무거운 죄책감부터, 글씨가

지나치게 이상해서 비웃음만 샀을 거라는 가벼운 걱정까지하며 난 그날 도서관 마감시간인 11시까지 거의

자리를 뜨지 못했을 뿐더러 고개조차 옆으로 돌리지 못했다.

   그리고.

   "딩-동. 딩-동." 하고 마감종이 울리자 옆자리의 그녀가 일어나 가방을 사는 소리가 들렸지만 민망해진 나는

그녀가 나갈 때 까지 계속 수학 책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있는데도 그녀의

가방 싸기는 계속되었고 문제지를 2장가량 푼 이후에야 그녀는 열람실을 나갔다.

   "후-" 긴장감이 풀리자 그간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모려오며 온 몸이 쑤셔왔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내 눈에 그녀의 빈 책상 위에 놓인 내 열람실 좌석표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버리기 위해 집어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힘내세요'라고 쓰여진 삐뚤삐뚤한 내 글씨들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긴 문장이 빽빽하고 단정한 글씨로

적혀있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실 어제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에 못간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네요. 잘 먹을게요.'

   순간 턱 하고 숨이 막혔다.

   나는 그동안 그녀를 보며 내 자신이 목표의식도, 의지도 없는 보잘것 없는 놈이라 느끼면서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눈 앞의 나무에 가능성이란 열매들이 열려있는데도 귀찮음에 그것들이 스스로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제 바라볼 나무마저 사라져 버렸다. 낯선 이인 나에게 썩어들어가는 치부를 드러낼 정도로

그동안 혼자 괴로워했을 생각에 난 하염없이 비참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유난히 늦어지던 그녀의 퇴실이 생각났다. 나는 급히 열람실 밖으로 뛰쳐

나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바보같은 생각일 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슬플 정도로 시린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날이었다.

   서로 30일간 대화 한마디도 없이 이루어졌던 바보같은 생활 끝에 가까스로 무언 갈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어떤 이유에선지 4일간의 시험기간 내내 도서관 1번자리를

비워놓은채 오지 않았다.

   7.

   하지만, 나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눈 앞에 네모난 창문들이 키보드 자판처럼 박혀있는 빛바랜 하얀 건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내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높다란 계단을 오르고,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가 곧장 2층으로 향했다. 시험 기간이 오늘부로

끝난지라 새햐얀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푸른 철문 앞에 서자 머릿속에 짧은 생각이 피어올랐다.

   내가 목표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읽었던 체의 평전이나

   그녀가 목표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파고들던 참고서들은 결국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심호흡. 나는 철문을 열었다. 익숙한 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이번엔 함께 사소한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다.

   -end.-

[blah blah]

'나의 체, 그녀의 책'은 사실 학교 백일장에 내놨던 글인데 이번에 수정작업을 거쳐 올립니다. 이렇게 고쳐놓고도

허접한 글을 고치기 전에 그대로 백일장에 냈고, 또 그것을 선생님들게서 보셨을 생각에 미칠듯이 x팔리네요.

(아아앜.......)

판타지 장르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 '드래곤 레이디'의 작가 김철곤님의 다음 작품 'SKT(Swallow Knightz Tale)'을

요 근래 읽었는데 전작에 워낙에 심취해 4번이나 읽었던 지라 후작의 가벼움에 적응을 지대로 실패해버렸습니다.

(요약하자면 '이게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인가-!'였었음...) 하지만 그 작품이 만화화되서 'SKT +'라는 제목의

만화책으로 발간되어 있었다는 소식에 저는 어느새 만화가분의 블로그를 뒤져 찾을 수 있는 모든 만화책속

미리보기 장면들을 다 찾아 봤습니다. 역시 소설이 만화화 되는건 제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였던지라...

이제 수능이 1년 하고도 몇일 안남은 상황에서 만화책을 사고싶어져 버렸습니다..ㅠㅠ

어쩌면 제 소설나라 데뷔작(?)이었던 '비프로스트(천공의 계단, 이라는 뜻)'라는 소설이 부활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것도 대학 간 뒤,란 전제 하에.) 역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같은 마음-(흑)

11월1일 3시간에 거쳐..에이브릴라빈 1집, 윤하2집, 에픽하이3,4집, My Chemical Romance 2,3집, Mika1집,

YUI1,3집, 넬6집, 타루1집의 노래들을 들으며 썼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