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찰속의 범종
사찰의 누각이나 종각에 달린 범종은 부처님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그 종소리 또한 부처님의 음성을 상징하고 있다. 경주 박물관의 신라 성덕대왕 신종(771년) 명문에는 “궁극적인 묘한 도리는 형상의 바깥까지 포함하므로 아무리 그 모습을 보려고 하여도 그 근원을 찾아 볼 수 없으며, 큰 음은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곳에 진동하고 있지만 이를 아무리 듣고자 하여도 도저히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수기설법인 방편가설을 열어 삼진(무상진여, 무생진여, 무성진여)의 깊은 이치를 관찰하시고 神鍾을 높이 달아 일승의 원음을 깨닫게 하였다"고 하였다.
그럼 우리나라 범종에 나타난 문양을 교리적으로 해석해보자.
Ⅱ. 범종에 나타난 다양한 문양.
범종에 나타나 있는 다양한 문양은 성덕대왕 종에 공양상, 연곽(연못)에 9개의 연꽃이 나와 있어 전체적으로 36개의 연꽃이 조각되어 있다. 종에 공양상이 나타나 있는 이유는 종이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Ⅲ. 범종 소리의 의미
1. 최상의 만법.
종이 완성되니 “소리는 용의 소리와 같고 메아리는 위로는 유정천인 색구경천까지 들리고 밑으로는 무저(맨밑바닥)의 금륜제까지 통하였다” 라고 적혀 있어 범종의 소리가 곧 부처님의 음성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모든 중생이 이고득락을 하도록 하였다라는 것이 성덕대왕 신종의 명문에 나와 있다 즉, 아가니타천은 색구경천으로 삼계 가운데 색계18천의 최정상에 있는 하늘이다. 색은 만법이고 구경은 최상의 뜻이기 때문에 가장 수승한 장소로 이 색구경천은 대일여래께서 금강살타 보살에게 금강정경을 설하신 곳으로 금강정경을 도형화 한 것이 바로 한국의 범종이다. 금강정경을 도형화하여 조상들이 하늘의 세계를 열어보였던 것이다.
2. 종의 타종 수가 갖는 의미
사찰에서 새벽 예불시 범종을 28번 울리는 까닭은 수직으로 위로는 색계18천 욕계 6천과 아래로는 인간, 축생, 아귀, 지옥중생에게 부처님의 음성을 들려주고 저녁 예불시에는 33번을 타종하는 것은 수평으로 도리천을 중심을 한 사방 33천에 부처님의 음성을 들려주어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고 일체 중생이 바른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깊은 뜻이 있다.
3. 스님들이 종을 칠 때 하는 종성
가. 새벽종성
새벽 종성때는 願此鍾聲 遍法界 鐵圍幽暗悉皆明 三途離苦破刀山 一切衆生成正覺이라하여 원컨데 이 종소리가 법계에 두루하여 시공을 초월하여 철위산의 어두움 모두 다 밝아지며 삼악도의 고통을 여의고 칼산지옥 파괴되어 그 지옥의 일체 중생이 바른 깨달음 이루어지이다 하였다.
나. 저녁종성
저녁 종성도 聞鐘聲 煩惱斷 知慧長 菩提生 離地獄 出三界 願成佛 度衆生이라하여 이 종소리 듣고 번뇌를 끊어 지혜는 널리 증장되고 보리심을 발하여서 지옥을 떠나고 삼계를 벗어나 원컨대 부처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여 지이다 하였다. 이 종소리가 바로 부처님의 음성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아라한과를 얻어다는 이야기는 많은 경전에서 말씀하고 있다. 이는, 부처님께서 모두가 부처님이 되도록 제도하는 한국 종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 종소리인 부처님의 음성
능히 철위산의 어두움을 다 밝아지게 하여, 고통은 사라지고, 지옥은 깨어지고, 번뇌는 끊어지고, 지혜는 자라서 일체 중생이 깨달음을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는 일승 원음인 것이다. 아울러 파지옥 진언을 하여 종소리는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여 즐거움의 세계인 극락으로 나아가게 함에 그 뜻을 두고 있어 사찰에서 범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듣는 종소리는 그런 어마어마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자리가 부처님이 성스럽게 말씀하시는 곳이며, 중생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Ⅳ. 우리나라 범종과 다른나라 범종과의 비교
1. 우리나라의 범종
우리나라 범종은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는 범종의 형태와 문양이 다르게 나타난다. 용뉴에서 나타나는 한 마리 용은 부릅뜬 눈으로 위엄을 갖추고, 등에는 만파식적을 형상화한 음통을 지니고 있어 호국안민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밀교적 방법으로 제시하여 불교 교리를 더욱 극대화 하였다.
2. 인도의 종은 서양종의 형태이다.
3. 중국 종의 일반적 요소는 가사무늬의 종으로 다른 문양이 없다
4. 일본의 종도 밀교가 성행되고 발전하였지만 교리적 형태로 종에 표현하지 못했다. 일본 종에 많이 도둘 새김 된 것은 유두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냥 많이 도둘새김 되어 존재할 뿐이며, 교리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기 어렵다
5. 베트남 종도 가사 문양의 형태이다
이상에서 우리 고유의 종에는 용뉴가 있고. 이 용뉴는 종 전체의 천판을 들고 있어서 깨달음의 세계을 보호하고 중생을 안민의 세계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범종의 몸체에는 사방으로 연못(연곽)이 있고 그 연못 속에는 각각 9개의 연꽃봉오리(蓮蕾)가 있다 이는 화엄경에 한 연꽃 봉오리에서 한 불보살님이 출현한다는 내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범종에 있는 사방의 연못과 연꽃 봉오리를 펼쳐서 보면 바로 밀교의 만다라를 형상화하였다. 한국 범종은 다른 나라 종과는 판이한 종이다. 우리나라 종은 천판을 들 것 같은 힘찬 용이 등에는 대나무를 짊어지고 있으며 이용을 문무대왕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삼국유사). 한 마리용과 9개의 연꽃봉우리, 모두 36개의 연꽃 봉오리가 피어 있는 모습 상원사 종에도 연못바깥 연곽으로 연못을 만들고 주악비천 공양자상 등이 수없이 나타나는데 가운데는 부처님이고 나머지 8분은 보살분이다. 또한 공양자상에는 음성공양 등 공양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상원사 종은 725년에 우리나라 최고의 종으로 우리종의 원조로 보아야 한다. 안동에 있던 종을 세조의 명에 따라 그 곳으로 옮겼으며, 종에 나타나 있는 각 연못 속의 8개 연꽃 봉오리는 금강계 밀교의 보살들로 가운데 1개의 연꽃 봉오리인 사방 불을 감싸고 있고 이들 전체 36개의 연꽃 봉오리는 종의 몸체인 중방 연화장 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에워싸고 있어 밀교의 37존불을 형상화 하였다. 그래서 범종의 몸체 여백에는 비천상 주악 천인상 또는 공양자상 호법상을 장식하여 일승의 원음을 깨닫게 하여 주시는 부처님께 예경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종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며, 고려말까지 전해져 오다가 조선시대 연뢰나 보살이 없어지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범종은 교리를 가지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우리조상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밀교의 만다라를 한국 범종에 조형화하여 적용한 예는 교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서서는 연꽃모양이 별모양으로 나타나기도하고, 보상당초문양, 길상을 나타내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종에는 천인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며, 특히, 신라시대 종의 공양자상은 모두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이며, 영적인 영기문이 우리범종에는 문양되어 있어 부처님이 확 현현하는 모습을 생각게 한다. 음성공양, 좋은 주악을 연주하는 모습. 주악 천인 상도 종의 하대에 있다 이는 종 자체가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6. 부처님의 세계를 찬탄하여 공양하는 모습을 나타낸 석가탑
불국사 석가탑에 잘 나타나 있다. 불국사 석가탑은 부처님 그리고, 8방좌에는 금강계열의 보살이 앉아서 부처님을 향해 에워싸고 있어, 만다라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 신라시대부터 벌써 나타나 있다. 아촉불, 보생불, 아미타불, 불공성취불로 나타난다. 이 우리나라 범종을 펼치면 만다라가 된다.
Ⅴ. 범종에 표현된 밀교
1. 밀교의 전래
우리나라에 밀교가 전래된 것에 대해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명랑법사가 선덕왕 원년(632)에 당나라로 들어가 밀교를 공부한 후 정관9년(635)에 들 신라로 돌아와 문두루비법으로 당나라 군사를 무찔렸고 혜통은 당나라로 가서 중인도 스님인 선무외(637-735) 삼장에게 밀교를 수학한 후 인덕2년 을축년(665)에 신라로 돌아와 용을 항복시켰다고 하니 이미 신라 중국과 일본에 앞서 호국밀교를 발전시켜 호국과 생활에 적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금강지(71-741)에 삼장은 719년에 남해를 경유하여 중국 낙양에 들어가 밀교를 크게 떨쳤으며 금강정경 계통의 밀교 경전을 번역하였다.
2. 밀교를 범종에 표현
불공(705-774)삼장, 반야(734-810)삼장 등 역경스님들의 노력으로 금강정경 계통의 밀교 경전을 크게 발전시켜 범종에 나타나는 삼십칠존(비로자나불과, 36존불)을 구체화시켰다. 금강지 삼장이 말한 금강정유가중략출염송경에 나타난 금강계삼십칠존관상법은 먼저 일체여래와 4불의 세계를 나타내고 다음에 16보살 4바라밀보살 내4공양보살, 외4공양보살 4섭보살을 관상하면 금강계 37존의 세계가 그래도 한국의 범종의 연뢰의 형태로 나타난다. 불공삼장의 ‘삼십칠존출생의’나 ‘보리심론’에 나타난 5불은 5방과 5지로 연결된다.
가. 대일여래(비로자나부처님 태양과 같은): 범종자체가 중방연화장 세계의 비로자나불로 법계체성지를 이룬다.
나. 아촉불 범종의 동쪽 연곽속 9개 연꽃봉오리 중 가운데 연꽃봉오리로 동방 아촉불은 대원경지를 이룸으로 말미암아 금강지라 한다.
다. 보생불 남쪽 평등성지를 나타내고,
라. 아미타불
나. 불공성취불은 북방의 성소작지을 이룸으로 갈마지라한다
금강정경에서는 만다라상의 불보살을 다섯부로 통섭한 것으로 도부다라니목에 의하면, 불부는 비로자나불이 이부의 주인이다. 금강부는 아촉불이 이부의 주인이다. 보부는 보생불이 , 연화부는 아미타불이 갈마부는 불공성취불이 주인이다고 하였다. 범종 연곽속 32개의 연꽃봉오리는 금강부, 보부 연화부, 갈마부의 각 부처님을 둘러싼 8개의 연꽃 봉오리는 금강계 만다라의 보살을 상징하고 각 보살의 방위에 대하여 불공삼자역 성위경과 시호역 진실섭경에 그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범종에만 나타난36개의연꽃 봉오리는 오묘한 불교교리를 조형화하여 만다라로 표현하였다. 각각 연꽃 봉오리로 표현된 불보살들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밀교 교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Ⅵ. 범종에 나타난 교리적 의미
범종의 울림이 부처님의 음성으로 속히 중생이 깨달음에 이르도록 한 청각적인 것이라면 중방 연화장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에워싸고 있는 연꽃봉오리는 밀교의 37존불을 범종에 모셔서 시각적으로 불보살의 세계와 불보살의 세계에 이르는 교리적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37존불을 공양하기 위하여 범종의 몸체 여백에 비천상, 주악천인상 공양자상 호법상을 다양하게 장엄하여 부처님께 예경하는 지극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삼국유사에 만불산조에 보면 앞에는 비구상 1000여구가 둘러서 있고, 아래에는 자금종 셋이 배열되어 있는데 모두 종각과 좌대가 있고 고래 모양으로 종치는 방망이를 만들었다. 바람이 불어 종이 울리면 둘러서 있던 승려 들이 모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였다. 은은하게 염불소리가 나는듯하니 이 까닭은 종과 관련이 있었다 하였으니 신라시대 이미 범종이 부처님을 상징하는 조형물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