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 갈려고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이 추위에도 화단의 장미 한송이가 곱게 피었다.잔디 위에 떨어진 단풍의 가장자리에 하얀 서리가 맺혔고 고운 빛이 들었다.창경궁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밖에 되지 않았다.쌀쌀하긴 하지만 빛이 드니 차안이 온실이 되었고늘어지게 한잠을 자고 나니 개방할 시간이 되었다.단풍의 색이 노랗고 빨갛게 물이 드는게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고궁의 기와지붕에 늘어진 단풍이 넘 곱다.이곳은 창경궁과 창덕궁이 쪽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함인정 가까운 곳이다.빛의 방향과 단풍이 맞아지니 너무 고와서....평상시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으나 오늘은 개방을 하여 별도로 요금을 받고 있었다.창덕궁에는 단체로 해설사와 함께 다녀야 하니 시간이 바쁜 나에게는 맞지 않아 자주 가지 않던 곳이다.하지만 내 평생이 몇번이나 갈 수가 있을까 출근도 제처두고 해설사와 함께 다녀 보기로 하고....이곳은 자주 관람을 할 수 없는 비원이라는 곳이다.어디에서나 단체로 다니며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고누구의 제약을 받아가며 다닌다는 건 불편하게 느껴진다.창덕궁의 후원이라 부르기도 일제 강점기 때는 창덕궁과 함께 전체를 비원이라 불렀다고,...해설사 분의 강의도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긴 하나 마음이 바쁘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자리를 조금만 멀리 벗어나면 금방 감시원이 다가와 같이 다니라 하는 눈길이 무섭다.어디에나 고운 단풍이 바닥에 널렸고낙엽 밟히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상쾌하게 음악같이 들린다.강의를 하며 천천히 다니니 사진 찍을 시간은 충분한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니 갑갑하다.방안에 앉아서 창호지 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 보는 가을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멋지다.이 연인들은 몰래 단풍잎을 따다가 나의 몰래카메라에 걸렸다.오래전 여름에 이곳을 한번 온 적이 있긴하나 가을의 풍경은 판이하게 틀리고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시간이 지나니 따뜻해지고 이리저리 뛰다 보니 땀이 난다.느티나무 고목의 단풍도 이뿌고....어느 곳이나 너무 화려하고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이곳은 열평 남짓한 논이 있고 벼를 베어낸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왕이 이곳에서 실제로 몸소 농사를 짓고 누에를 치는 곳이었다고 한다.거둔 곡식은 신하들에게 골고루 조금씩 나누어졌다고 한다.이곳은 숲이 좋아서 한여름에도 덥지가 않고 시워할 것 같다.창경궁으로 들어가 창덕궁으로 들어가 후원을 돌고 돌아 다시 창덕으로 돌아오니 두시간이 걸린다.다시 창경궁으로 돌아오니 빛의 방향이 바꾸이 또 다른 풍경이 되었다.한바뀌를 돌고 나니 열두시가 되었고 오늘 오전 근무는 놓치고 말았다.멀리 내장산과 선운사의 도솔천 단풍도 좋지만 우리의 고궁과 어우러진 단풍도 그곳보다 못하지 않았다.사진을 정리 하는데캐나다로 이민 가신 손님께서 오셨다.한국에서의 생활은 사람들이 서로를 참 피곤하게 만든다며 말씀하신다.잠바 차림으로 고국에 들렀다가 친지의 결혼이 있어서 복장을 갖추느라유명 상가에 가서 양복을 한벌을 샀다고 한다.여러가지 양복을 골라 보며 가격을 물으니 28만원을 달라고 하는데 칼라가 마음에 들지않아가게를 나올려고 하니 첫 손님이니 16만원에 가져 가라 하여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 보니 그래도 마음이 썩 동하지 않더란다.살 생각이 없는걸 눈치채자 10만원에 준다하고다시 나올려고 하자 8만원에 가져가라 하여 싸게 샀다며 기분이 좋아서 한벌을 사서 첫손님으로서 체면을 세우고 나왔단다.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까지는 좋지만 매번 서로가 눈치를 살피고 이렇게 힘들게 사고 파는게 대화가 어눌한 외국인들이 한국생활을 하는데 힘들고 피곤하여 지친다고 한다.서로가 서로를 믿고.... 밀고 당기지도 않고상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서 구매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신다.세상에 28만원 하는 옷을 8만원에 살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혀를 차신다.그리고 다시 다른 상가에 갔더니 똑 같은 옷이 있었고 상표도 같은 것이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6만5천원이라고 하여 기분이 씁씁했다고 하신다.캐나다에서는 어느 가게에가나 가격이 같아서 아무 곳에서나 물건을 구입해도 기분 나쁜 일이 없단다.아무리 경쟁 사회지만 가격인하 만이 능사가 아니라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게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한다.상인들도 적정 가격을 정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에 살 수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어느 대기업들 같이 자기들끼리 서로 담합을 해서 터무니 없이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를 우롱하면 곤란하겠지만....믿을 수가 없으니 아무리 싸게 구매를 해도 속은 기분이 드는 곳이 한국이란다.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으면 피곤하지 않아서 좋은데....믿을 수가 없어서 피곤한 한국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붉은 단풍이 눈이 부십니다.어찌 그리 고운지 절로 감탄이....-------28만원이라던 양복을 나갈려고 하니 16만원에, 다시 10만원에, 최종적으로는 8만원에 낙찰이라구요?에이구! 싸게 산 줄 알았더니, 똑같은 걸 다른데서는 6만5천원에 팔더란 거지요!!!왜그럴까요?28만원에 샀더라면 21만5천원 바가지!!!아이구 해도 너무 한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해요..
첫댓글 붉은 단풍이 눈이 부십니다.
어찌 그리 고운지 절로 감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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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원이라던 양복을 나갈려고 하니 16만원에, 다시 10만원에, 최종적으로는 8만원에 낙찰이라구요?
에이구! 싸게 산 줄 알았더니, 똑같은 걸 다른데서는 6만5천원에 팔더란 거지요!!!
왜그럴까요?
28만원에 샀더라면 21만5천원 바가지!!!
아이구 해도 너무 한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