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주말에 잘 쉬었을까요?
하하,, 저는 금요일 화정역 플랫폼에서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뿌왁!낸 이후 약간 침체기에 있다가;;;
토요일 오전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마치 이것은,, 10가지맛 비빔밥과도 같은 십인조 두레 여름들살이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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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학교에 짐을 두고, 풍납토성으로 향했습니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려 도착한 풍납토성은, 아파트 사이에 작은 언덕만 남았더군요.
이날 엄청 더워서 아이들은 징징거렸지만, 응아니야 정신으로. 모든 판넬을 독파하며 전진
드디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몽촌토성 꼭대기로 올랐습니다.
그냥 밑에서 먹으면 안되요?
응안되. 우리 피난가서 먹을거야.
왜요?
몽촌토성이 피난가는 성이니까.
근초고왕을 만나뵙고 옵니다. 이런 고분들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게 저는 신기하더라구요.
동네이름도 백제관련 단어들이 다 적혀있어서.
지금 돌아보면 그곳은 작은 경주같기도 합니다.
뜨거운 바깥활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백제모둠 아이들이 만드는 카레우동볶음면(카레우동면볶음??)
우동면을 사다달라했지만, 새는 현미국수를 사다주었습니다. 새마음입니다.
그리고 새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줏어!!!
이렇게 해서 첫날 저녁인 카레볶음우동이 카레면으로 바뀌었고.
어쨌든 당연히 맛있게 먹었지요.
하지만. 이 면요리는 앞으로 처절한 결과를 낳게되니....
저녁먹고 잠시 여행이야기를 한 후 자야겠다 생각했는데.
새! 우리 담력테스트 해요!
해요! 해요! 안되요!
얘들아, 그걸 꼭 해야겠니.
네!!! 학교살이때 꼭 했어요!! 안되요~!
너네 후레쉬도 없쟎아(경주는 시내라서 후레쉬 킬 일 없다고 말했거든요)
그래도 할래요! 어차피 적응되면 다 보여요! 와!!! 안되요~~!
뒷산으로 향합니다.
담력테스트를 시작하는 뒷산 입구에 서있는데. 학교건물에 2층 불이켜져있는 것이었어요.
'어, 우리 교실에서 나올때 불 다끄고 나왔는데 우리교실에 왜 불이 켜여져있지?'
아이들끼리 머리카락 쭈뼛쭈뼛 공포의 추리를 한 결과. 그것은 2층 화장실이었습니다.
저는 고양자유와서 여지껏 적응안되는게 담력테스트. 게다가 애들보다 먼저 산속에 들어가야되는데. 무서운건 나도 싫다!!!
컴컴한 학교운동장 있을때부터 뒷산무덤쪽에서 들리는 알수없는 괴이한 소리.. (아이들은 고라니 일거라는 추측)
밤이슬에 발은 축축해지고. 핸드폰 불에 날아드는 날벌레에.. 혼자 무덤옆까지 가는데.. 내가 왜 이일을 하고 있나. 이것이 진정한 대안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나. 번민하며 어두운 산을 올라갑니다. 귀신은없어 귀신은없어 생각하면 안되..
'자. 새가 보물을 학교 뒷산 무덤 앞에 놓고 왔으니 찾아오도록 하여라. 혼자 갈 수있지?'
'아니요!! 절대안되요!!! 꺄꺄!!'
짝지어야한다며 소리지르고, 짝만들고나서는 자기짝 마음에 안든다고 소리지르고, 그래도 자기짝은 바꾸기 싫다며 소리지르고. 세명이서 가면 안되냐고 소리지르고.
도저히 이 텐션을 이해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하겠는 새
보물찾기의 압권은, 교실에서 정할 때부터 '안되요!'를 외치던 주원이였는데.
고양자유들살이 1회차인 주원이는 자기는 담력테스트 한 번도 안해봤다며. 산 입구부터 주저앉아서 자기차례가 될때까지 안절부절 못하며 소리지르고 머리를 쥐어뜯었지요. 아이들은 그런 주원이 모습에 웃겨서 숨이 넘어가고,
결국 친구와 함께 산에있는 동물들 다깨어날 정도로 소리소리 지르며 산을 갔다오긴 했습니다.
들어오는 길.
'근데 이거 왜하는거예요?'
'태희야, 너네가 하자고 해서 하는거쟎아. 궁금하면 친구들한테 물어보세요'
'새. 6학년이라고 보물찾기 너무 성의없이 준비하신거 아니예요?'
'율아. 난 애초에 준비를 안했어.'
... 우리 같이있을때 정한것 맞는 걸까.
이렇게 첫날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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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두 번째 날이 되었어요.
아침에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고구려모둠
어제의 카레면에 이어,, 으으... 지구가 식량난으로 멸망한다면 아이들이 흘린 음식들때문이 아닐까 심히 염려됩니다.
'주워어!!!'
이렇게 2시간을 걸려 100개 가까이의 유부초밥을 싼 아이들은 이제 유부초밥은 점심으로 하지 않겠다며.
버스 30분+지하철 1시간+고속버스 3시간 반이라는 대중교통을 타고 내려오니.
걷기 싫어도 걸어야할 것 같습니다. 땅을 밟아야죠.
첫번째로 간 곳은. 가야할 곳은!
우리가 여기 왔음을 고해야할 태종무열왕릉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무열왕과 문무왕을 햇깔려서 하진이가 틈틈히 교정해주었구요.
삼국통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있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 들살이 오는데도 여권갖고 와야했을거야.
이런 이야기하면서 한 바퀴 돌고.
아이들에게 머리숙여 인사드리라고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드디어 찾아간 게스트하우스.
감사하게도 저희에게만 3층을 통으로 쓰게 해주셔서 안심하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샤워하고, 아이들은 쉬면서 저녁밥을 기다리는 중.
궁극의 짜장면 준비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비극은 신라팀이 저녁으로 짜장면을 만들겠다고해서 시작되었는데.
이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 한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으면 그냥 뒤에서 지켜본다.
- 무언가를 지시하면 뒤돌아서면 잊거나 자기가 생각한대로 한다.
- 5초뒤면 다 잊고 처음 본 듯이 다시 물어본다.
그것을 3시간 동안 반복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짜장면이 완성됩니다.
이때, 뭔가 요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새가 잠시 뒤돌아서 거실의 아이들을 보고 있다가, 다시 휙 돌아 부엌을 보니,
큰 짜장냄비에서 짜장이 3분의1쯤 튀어나와있는데, 아이들은 멀쩡하게 서있더란 말입니다.
음. 그럴 수 있지. 하고 다시 거실을 보았는데... (냄비 밖으로 음식이 나오는 일은 늘 있는 일이죠)
나중에 서현이가 한동안 안보이길래 물어보니. 빨래를 하고 있었다고.
빨래? 왜?
실상은 이랬습니다.
하나로 뭉치려는 면 속으로 짜장을 있는 힘껏 비비던 누군가(재하 혹은 주원)가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다가,
공중으로 짜장면이 날아갔고 앞에 있던 서현이의 옷에 튕겨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그래서 서현이는 빨래를 해야했다.
그런데, 그때 뒤를 돌아본 새는 아무 것도 못봤고 아이들은 멀쩡했거든요.
이것은... 오징어게임급 움직임.
(사진속에 면을 끓이던 저 냄비는 이때 면이 바닥에 완벽하게 눌러붙어 수명을 다하였기에
다음날 새 냄비를 사다 드렸습니다.-_-)
어찌되었든 그리하여 3시간만에 완성된 짜장미-연 이라 불리는 음식....
했지만. 3시간동안 본인 인내심의 끝을 본 새는 새로운 법을 선포하였습니다.
'앞으로 너희들 들살이에서 짜장면은 금지야!!!'
아이들 '와. 우리는 고양자유 역사의 현장에 있는거야. 들살이에서 짜장면이 금지됐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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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고 잠시 쉬는 시간.
아이들을 올려보내고 저도 뒷정리까지 마치고 늦게 3층에 올라가서 처음으로 침대에 잠시 등을 붙이고 쉬는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소리가 들립니다.
남자아이들 방.
'야 우리 언제까지 기다려야되냐?'
'내가 보기엔 새가 화를 모으고 있는것 같아' (선우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날은 새의 맨탈을 무너뜨린 어린이들을 위해 특설된 코너. '오늘의 죄'를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여러가지 죄를 적었고,,,,
(대부분은 새의 말을 안들었다, 물건을 잃어버렸다 혹은 못찾았다.. 뭐 그런거였습니다.)
재하는 자신이 적은 것을 발표할 때
뮤지컬 '영웅'의 ost '누가 죄인인가'에 맞춰, 일제에 항거하는 안중근 의사처럼 비장하게 부르는 바람에
('친구가 하지 말라는데 계속한 죄~, 시도 때도 없이 장난친 죄~, 짜장면을 세시간 한 죄~')
노래에 폭풍 감동받은 새는 눈물을 흘리며 옆으로 쓰러졌답니다.
그렇게 두번째 날을 보냈습니다.
첫댓글 첫날의 어수선함? 고생하셨을텐데
이 글을 읽는 저는 웃음이...ㅎ
밥먹다가 뿜을 뻔! ㅋ
ㅋㅋ 마지막 재하의 노래.. 가 새의 화를 눈물로 승화시켰네요.
우 아 ~~~~
한편의 여행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현장감은 뭐죠 ㅎㅎㅎㅎㅎ
새 고생하셨습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어요… 읽으면서 재미있는거 만큼… 새의 힘듦이… ㅡㅡ;
율이는 들살이에서 새한테 혼난게 잼있었데요…
목은 괜찮으시죠??
재하의 센스에 한번더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