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회장의 기증품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던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그 명성이나 값어치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는 봤다.
조선시대에는 인왕산에 호랑이도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실제 궁궐에까지 출몰하였었다는 기록이 있다니 실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다.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할 때 무학대사와 개국공신 정도전이 인왕산을 주산으로 정할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고 이 땅의 호랑이들도 꼭 인왕산에 와 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산이다.
어제는 서울의 인왕산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수십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타고 있다. 건조하고 세찬 봄바람 탓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이 4월은 황량하고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시인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겨울 내내 눈도 내리지 않더니 봄의 절기에 들어서서도 중부지역에는 봄비가 내리지 않아 너무도 건조한 날씨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불은 진화된듯해도 바위틈이나 땅속의 나무뿌리에 있던 잔불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며칠 전 발생했던 마니산의 산불도 어제 같은 장소에서 불씨가 살아나 즉시 진화하였다는 사례가 있다.
비, 특히 봄비는 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을 깨우고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소중한 비다. 지금은 밭작물의 파종시기로 단비가 절대적으로 간절한데 내일 쯤에나 비소식이 있단다. 세상만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지치고 힘든 삶을 이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촉촉하게 적셔주기를 바란다.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