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마당을 돌며 화분에 물을 주고
맘에 안드는 풀들을 뽑았습니다.
작은 화분에 봄을 담고 햇살 아래 행복한 꽃들을 보면
저절로 배가 부릅니다.
붉은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에
몸을 맡긴 목마른 꽃들의 행복을 공감하며
야곱의 우물 곁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과
목 마르신 주님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마실 물을 달라는 주님의 말씀에
여인은 유다인이 어찌 자신에게 물을 청하느냐고 반문하고
예수님은 네가 내가 누군지 안다면 도리어 네가 청했을 거라고 말씀 하십니다.
여인은 우물물을 말씀 하시고
주님은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을 말씀 하시죠.
언제나 이렇게 어긋나기만 하는 우리의 삶입니다.
언제나 당신이 주인이시길 원하시는 주님이 바라시는 삶과
내가 사는 일상을 더 귀히 여기는 내 삶을 들킨 마음으로 마당에 물을 뿌렸습니다.
새로 지은 집을 가꾸느라 꽃을 사다심고
화분을 사 들이고 그리고 사순시기에 뽑지 않은 풀들을 솎아 내느라
새벽같이 마당 여기저기를 돌며 부산을 떨지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사는 저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세속의 아름다움은 정말 유혹적입니다.
겨우내 숨 죽였던 명자란도 쑥 자라고
금낭화도 새싹이 트고
목단꽃 다 죽은 줄 알았더니 작은 싹이 납니다.
옥잠화, 작약, 매발톱, 앵초, 천상초, 아스람, 누피누스....
마당에서 발견한 야생화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생생하고 아름다운 것들도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고 죽어 가는 것...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살아서 주님을 알고 그분과 함께 있지만
생명 안에서 죽음을 묵상해야만 그 생명이 더 값진 것임을 고백합니다.
앞산을 바라보면 연두빛 낙엽송, 산벚꽃
맑은 새소리....
전 이번 봄엔 아무래도 열심히 주님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할 성 싶습니다.
때론 저절로 주님 안에 살 때도 있는데
요렇게 유혹이 충천할 때는 의지적으로 애써 노력하면서
그분의 자녀로 사랑받으려고 땀 흘려야겠습니다.
유혹이 판치는 세상이고 자연입니다.
이것도 그분이 창조하신 것이니
도올 김용옥선생의 말처럼 영이신 하느님과 호흡하는 게
신앙일지도 모른다는 묵상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정확히, 가장 풍성히 성령이 활동하는 곳은 교회라고 고백합니다.
이번 주엔 반드시 평일 미사를 단 한번 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첫댓글 모처럼한가한 월요일에 한 나절^^ 젬마님 글을 잘읽고갑니다. 야생화 이름을 모르는것이 없네
부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초아 반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