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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경희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보인고 선수단이 왕중왕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 K스포츠티비
'보인고의, 보인고를 위한, 보인고에 의한' 무대였다. 고교축구 대표 '터줏대감' 보인고(서울)가 첫 왕중왕전 제패로 축구부 역사를 새롭게 창조했다. 전통의 강호 경희고(서울)에 접전 끝에 승리를 낚아채며 시즌 3관왕의 대위업을 작성했다. 이와 함께 제97회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에도 선발되는 등 풍성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귀향길에 오르는 기쁨도 맛봤다.
보인고는 3일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경희고를 접전 끝에 3-2로 물리쳤다. 시즌 첫 대회인 대구 문체부장관배 대회와 전반기 서울 동부 리그를 품에 안은 보인고는 인천남고, 중동고(서울), JSUN FC U-18(경기), 금호고(광주FC U-18), 신갈고(경기)에 이어 이날도 전통의 강호 경희고에 승리를 낚아채며 왕중왕전 정상 정복의 미션을 확실하게 쟁취했다. 1982년 팀 창단 이래 첫 왕중왕전 제패와 함께 오는 10월 충남 아산에서 펼쳐지는 제97회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 자리도 확정지었다.
"왕중왕전 자체가 고교 전국대회 중 규모와 권위가 가장 큰 무대다. 지난 시즌 이전까지는 대학 체육특기자 수시모집 직후 펼쳐졌기에 저학년 위주로 내보냈지만, 올 시즌은 고학년 선수들을 축으로 준비를 철저하게 했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열심히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보인중에서 보인고 감독으로 이직한지 6년째 됐다. 그동안 타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했어도 왕중왕전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이 8강(2012, 2014)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은 왕중왕전 우승으로 시즌 3관왕을 달성해서 더없이 기쁘다."
▲지난 2월 문화체육부장관기 우승과 권역리그 우승, 그리고 이번 왕중왕전 우승으로 올 시즌 이미 3관왕을 달성한 심덕보 감독은 남은 추계대회와 전국체전 우승을 목표로 올 시즌 전무후무한 5관왕 도전을 시사했다. ⓒ K스포츠티비
이번 왕중왕전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의 강력한 대항마로 손색없었던 보인고의 정상 정복기는 그야말로 '스펙타클' 했다. 첫 경기 복병 인천남고 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정상 정복에 시동을 켰지만, 32강에서 저학년 위주로 라인업을 추린 중동고의 끈질긴 저항에 막판 2-3으로 밀리며 패색이 짙는 듯 했다. 그래도 보인고는 고기를 먹어본 팀 다웠다. 후반 종료직전 센터백 배수용의 버저비터 골로 승부를 승부차기로 돌리더니 '거미손' 심민의 선방쇼로 승리를 쟁취하며 급한 불을 껐다.
중동고 전 승부차기 승리를 기점으로 선수단 전체의 응집력과 팀워크 등은 더욱 강력해졌다. 16강 JSUN FC U-18 전은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중반 2골을 내주며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막판 내리 3골을 쓸어담는 폭발력을 가미하며 JSUN FC U-18의 돌풍을 잠재웠다. 기세를 몰아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8강 금호고, 준결승 신갈고 전 역시 치열한 육탄전 속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낚아채는 등 '끝판왕'의 기질도 어김없이 뿜어냈다. 왕중왕전과의 악연도 보기좋게 청산된 대목이나 다름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고(울산 U-18)를 비롯, 강팀들에 내리 승리를 거두며 상승 기류를 거듭하던 경희고와의 결승전은 정상 정복의 퍼즐을 화려하게 끼워맞추는 잣대였다. '캡틴' 김승우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며 스트라이커인 이재익을 센터백으로 내린 보인고는 전반 초반 경희고의 기동력과 압박 등에 집중력이 떨어지며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특유의 빠른 원-투 패스를 통한 기술축구로 경희고 수비 뒷공간을 하나둘씩 파괴하며 실타래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해결사 이건희와 이승재, 김호, 정원재 등 공격 'F4'의 가공할만한 폭발력과 함께 완성도 높은 세트피스를 곁들이며 주도권을 쥐었다.
▲3일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경희고와 보인고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대회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이 기 동 기자
전반 32분 정원재의 선제골로 포문을 연 보인고는 전반 종료직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캡틴' 권호성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패스 게임으로 볼 점유율을 침착하게 유지하며 경기 칼자루를 쥐었다. 게임메이커 김호와 장민이 도맡는 세트피스의 효력은 경희고에 확실한 카운터펀치를 꽂는 지름길에 가까웠다. 보인고는 후반 16분 장민의 코너킥을 배수용이 머리로 강하게 꽂아넣으며 추가골을 뽑아냈고, 후반 27분 장민이 예리한 오른발 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승기를 굳혔다. 후반 종료직전 상대 김태윤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최고의 순간'을 완성했다.
"타 대회와 달리 매 경기가 토너먼트로 진행되기에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우리와 맞붙은 팀들 모두 좋은 역량을 지니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왕중왕전 6경기 중 3경기를 승부차기 승리로 마무리한 부분은 선수들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승부차기 자체가 연습으로 큰 효력을 볼 수 있는 파트가 아니다. 항상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해줬고, 골키퍼 (심)민이가 매 경기 2개 이상의 볼을 막아주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초반 레이스를 잘 넘기면서 전체적인 응집력과 집중력 등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경희고와 결승전 때는 주장 (김)승우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면서 (이)재익이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승우가 우리 팀의 주장이고, 수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승우의 빈 자리가 우리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초반 에러를 범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침착하게 잘 풀어줬다. 경희고가 기동력, 파이팅, 압박 등이 좋은 팀이라 기 싸움에서 밀리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 이 부분도 잘 헤아려줬다."
▲보인고등학교 축구부의 정신적인 지주인 김석한(좌측) 이사장이 심덕보 감독를 격려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스포츠티비
'창'과 '방패'의 완벽한 조화도 보인고의 첫 왕중왕전 정복에 결정적인 무기였다. 지난해 10월 진주고(경남FC U-18)에서 전학온 해결사 이건희는 순도높은 결정력과 폭넓은 활동량 등으로 타깃맨의 역할을 다해내며 대회 득점왕(6골)을 거머쥐었고, 게임메이커 김호와 '스피드 레이서' 이승재 등도 2선에서 이건희와 최상의 화음을 연출하며 화력의 세기를 높였다. '거미손' 심민과 '캡틴' 김승우, 센터백 배수용 등이 버틴 수비라인도 정교한 라인 컨트롤과 안정된 수비 리딩 등으로 후방을 든든하게 받쳐주며 팀의 양념을 팍팍 뿌려줬다.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특정 선수의 활약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튀지 않고 맡은 역할을 잘 해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왕중왕전 기간 동안 (이)건희가 많은 활동량과 움직임 등을 통해 제 역할을 잘해줬고, 찬스 때마다 득점도 확실하게 매듭지었다. (이)승재와 (김)호 등 나머지 선수들도 건희를 잘 받쳐주며 공격의 속도감을 실어줬다. 수비에서도 첫 경기 인천남고 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민이와 승우, (배)수용이 등이 안정적으로 팀을 잘 이끌어줬다. 모든 부분이 잘 들어맞았다."
2012년 명준재(전북 현대)와 양성식(숭실대), 최준기(연세대) 등을 축으로 3관왕(대구 문체부장관배+권역 리그+대통령금배)을 달성한 바 있는 보인고는 4년만에 시즌 3관왕을 달성하며 일반 학원팀의 대표 주자로서 저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명 조련사 심덕보 감독의 조련 속에 개성 강한 선수들이 '원 팀'으로서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고, 주전과 리저브 구분없이 어느 선수가 투입되도 제 역할을 곧잘 수행할 만큼 전체적인 무게감도 높아졌다. 이는 타 팀들이 보인고를 늘 껄끄러워 할 수 밖에 없는 요인과도 같다.
▲3일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경희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보인고 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K스포츠티비
그럼에도 보인고는 여전히 배 고픈 사자의 모습을 풍기게 한다. 당장 22일부터 경북 구미 일원에서 펼쳐지는 대통령금배 대회와 제97회 전국체전을 통해 내친김에 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꿈꾸고 있다. 일반 학원팀은 물론,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견제가 빗발칠 공산이 높은 상황이나 3학년 선수들이 서서히 팀과 작별의 시간이 임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결코 놓칠 수 없다. 대통령금배 대회는 심 감독 체재 이후 2011년과 2013년 준우승, 2012년 우승, 지난 시즌 3위 등으로 좋은 인연을 거듭하고 있고, 전국체전 역시 수도 서울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상징성을 부여한다. 왕중왕전 우승의 희열을 오래 즐길 겨를이 없다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풀이가 가능하다.
"프로 산하 유스팀이 객관적인 전력과 선수 스카웃 등 모든 면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올 시즌을 시작할 때 프로 산하 유스팀에 버금가는 스쿼드를 구축했고,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좋아 기대를 많이 했었다. 오히려 선수들이 유스팀을 만나면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2012년 3관왕을 이룰 당시에도 팀 전력과 밸런스 등이 좋았지만, 스쿼드 운용의 깊이와 무게감 등은 올 시즌이 더 낫다. 3관왕 등극을 이뤘지만, 아직 올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당장 대통령금배 대회는 최근 정상 문턱에서 아쉬움이 컸다. 남은 기간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전국체전 역시 수도 서울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무대인 만큼 준비를 잘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가능할 것이다." -이상 보인고 심덕보 감독